17화 · 17화. 비싼 문 앞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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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의 값을 처음 부른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누안은 우리 앞에 필터 상자를 놓았다.
뚜껑을 열자 안에 새것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비닐도 벗기지 않은 호흡 필터였다. 하루가 처음 되찾았던 것과 같은 규격이었다.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그래도 몇 개인지는 두 번 세었다.
누안은 그걸 보았다.
“원하는 사람들한테 가져가요.”
그녀가 말했다.
“문 하나 쓰는 동안만 우리 쪽에 맡기면 돼요.”
*
누안은 서른일곱 살이었다.
상층의 공기 배분을 맡는다고 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오른쪽 소매가 젖어 있었다. 얼룩이 마르는 모양이 예쁜 옷과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 셋이 그 소매를 보자 그녀가 팔을 내렸다.
“아침에 사람 많은 곳을 지나왔어요.”
설명은 거기서 끝났다.
그녀 뒤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 둘과 기록판을 든 여자 하나였다. 그들도 필터 상자를 보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찾아온 곳은 옛 관측 기록을 확인하는 상층 창구였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열쇠를 꺼낸 것을 조금 후회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누안은 열쇠가 열린 목록에 사용자의 이름도 뜬다고 했다.
내가 숨기지 않은 이름이었다.
*
필터 여섯 개면 일층의 몇몇 낡은 기기를 멈추지 않고 수리할 수 있었다.
반장은 늘 부품이 없어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곳을 기다리게 했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도 회전수를 듣고 있었다.
나는 그 소리가 조금 조용해지는 것을 상상했다.
누안은 기다렸다.
재촉하는 말보다 그 기다림이 더 곤란했다.
나는 열쇠를 손안에서 돌렸다.
“우리 넷이 쓰는 건데요.”
“알아요. 그래서 사용 시간 전체를 사겠다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세라가 옆에서 몸을 조금 움직였다.
내가 마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물건인 것처럼 서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느꼈다.
나는 열쇠를 우리 사이에 내려놓았다.
*
누안에게 필요한 것은 옛 연결 통로였다.
상층 일부 구역의 물자를 옮기는 가까운 길이라고 했다. 새 길이 막혀 먼 쪽으로 돌아가느라 작업이 밀리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쓸모없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 통로?”
누안이 이름을 댔다.
리안의 손가락이 탁자 위에서 멈췄다.
그 통로는 관측 장비가 드나들던 길과 이어져 있었다. 그녀가 혼자 쓰면 우리는 기록실에서 장비실로 넘어갈 때마다 다시 허락을 받아야 했다.
누안은 그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필터 상자의 뚜껑을 조금 더 열었다.
새 필터의 흰 표면이 조명 아래서 빛났다.
*
하루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아직 일층에서 교환받은 공구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제 돌려보낸 것이 맞는 규격으로 다시 왔다고 했다.
나는 잠깐 기뻐했다가 필터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바로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세라를 봤다.
세라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하루가 물었다.
“그거 받으면 우리 어디 못 가는데?”
나는 설명했다.
말하다 보니 처음보다 대가가 크게 들렸다.
하루는 잠깐 조용했다.
그러고는 누안이 그 길로 옮길 물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통신기를 그녀 쪽으로 돌렸다.
*
누안은 대답했다.
공조실로 가는 압력 용기와 교체 부품.
하루가 다시 물었다.
“그 길을 혼자 써야만 옮길 수 있어요?”
누안의 입술이 조금 굳었다.
그녀는 기다리는 차례가 길어지면 자기 구역이 손해를 본다고 했다. 오늘도 순서를 밀려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고 왔다고.
나는 그녀의 젖은 소매를 보았다.
누안은 필터 여섯 개를 빼도 자기 구역의 당장 쓸 몫은 유지된다고 했다. 그 이상은 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우리를 놀리러 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거절하기 어려웠다.
*
리안은 관측 기록 목록을 펴 보았다.
우리가 얻은 열쇠로 갈 수 있는 곳은 넓지 않았다. 그 가운데 쓸 만한 길 하나를 지우면 기록만 보고 손댈 장비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노인은 화면을 나에게 밀었다.
“팔고 싶으면 뭘 파는지 보고 팔아.”
그는 화내지 않았다.
나는 화면의 가는 선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끝에 어제 들은 신호가 있었다.
아니, 아직 신호가 있을 것 같은 자리만 있었다.
필터는 눈앞에 있었다.
나는 하필 없는 것과 있는 것 사이에서 골라야 하는 게 싫었다.
*
세라는 내 손에서 열쇠를 가져갔다.
누안의 얼굴이 굳었다.
세라는 열쇠를 숨기지 않고 단말기에 댔다. 지금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나타났다.
그녀는 두 개의 작업을 나란히 올려 봤다.
누안의 운송, 우리의 관측 점검.
통로가 겹쳤다.
그 아래 오래된 통행 한도가 나왔다.
지금 무리해서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폭은 아니었다.
누안이 말했다.
“그래서 먼저 쓰겠다는 거예요.”
세라는 고개를 들었다.
“먼저 쓰는 것과 다른 사람을 못 쓰게 하는 건 달라요.”
그녀가 말하자 누안은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
뒷줄에서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그는 누안에게 시간이 됐다고 했다.
누안이 기다리라고 했지만 남자는 물러나지 않았다.
“안쪽에서 또 줄 섰어요.”
그 말에 그녀가 눈을 감았다 떴다.
나는 같이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누안은 나를 보았다.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무엇을 급하게 옮기려는지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녀는 필터 상자를 닫았다.
우리에게 오라고 했다.
*
공조실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숨을 못 쉬고 쓰러진 사람들은 아니었다. 마스크를 쓴 성인 작업자들이 교체 물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를 받아 가면 다음 사람이 앞으로 갔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뒤쪽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누안은 상자를 탁자에 올려놓고 직원에게 목록을 물었다.
한 남자가 그녀의 소매를 잡았다.
그가 자기 작업 시간은 누가 갚느냐고 물었다.
누안은 손을 떼 달라고 했다.
남자는 더 말하려다가 우리를 봤다.
나를 알아본 얼굴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보고 말을 멈춘 것이 편하지 않았다.
누안은 나를 앞세우지 않고 자기 앞으로 돌아섰다.
*
우리는 복도 한쪽에서 기다렸다.
하루가 통신으로 들리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저쪽도 우리랑 비슷하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럼 필터는?”
그녀가 물었다.
나는 아직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루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아쉬웠다. 나도 아쉬웠다.
그렇다고 갑자기 누안이 착한 사람이 되거나 거래가 공평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 구역 사람들의 조급함이 다른 구역의 문을 잠그는 이유로 바뀌는 곳이었다.
나는 공조실 앞을 봤다.
누안은 하나씩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가 점점 쉬고 있었다.
*
그녀가 돌아왔을 때 나는 필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누안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냥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 통로를 같이 살펴보자고 했다. 그녀의 물건을 옮길 순서를 먼저 잡을 수는 있지만, 그 뒤에 우리도 쓰겠다고 말했다.
누안은 내가 얼마나 멋진 말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문이 고장 나면 당신은 방송에 나오겠죠. 여기 사람들은 또 저한테 따지고요.”
나는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리안이 옆에서 손을 들었다.
“고장 나면 먼저 고장 난 걸 보러 와야지. 방송 말고.”
그의 말이 너무 평범해서 잠깐 다들 조용해졌다.
*
통로 앞에는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누안이 직접 왔다. 작업자 한 명도 함께였다.
세라가 열쇠를 대자 첫 문은 열렸다.
안쪽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누안이 나를 보았다.
나는 웃지 않았다.
리안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닥부터 살폈다.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다.
하루가 화면을 보내 달라고 했다.
세라가 불빛을 비췄다.
나는 통신기를 움직였다.
하루는 잠깐 보고는 오늘 안에 물건을 밀어 넣지 말라고 했다. 걸린 압력이 어디로 빠질지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누안의 어깨가 내려갔다.
*
우리는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작업자가 통로 앞에 가져온 용기를 다른 쪽으로 옮겼다. 나는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그는 내 손을 보고 작은 것을 골라 주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왕복했다.
누안도 서류판을 내려놓고 빈 받침을 옮겼다.
빠른 길을 얻지는 못했다.
그날 옮길 물건 일부는 먼 길로 갔다.
세라는 창구에 돌아가 점검 시간을 잡았다. 하루가 자기 일을 마치고 올 수 있는 날이었다.
리안은 통로 옆에서 오래된 도면과 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우리가 떠날 때 누안이 이름을 불렀다.
처음으로 도강 한 명이 아니라 회수조를 불렀다.
*
일층으로 돌아오자 필터가 없는 것이 더 잘 보였다.
낡은 기기 소리는 그대로였다.
하루는 그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여섯 개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옆에 앉았다.
잠깐 뒤 하루가 작은 드라이버를 내밀었다.
“왼손으로 이것 좀 눌러.”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회전 소리가 조금 고르게 바뀌었다.
완전히 조용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음 점검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내 주머니에는 열쇠가 없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고친 보관함 안에서, 다음에 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