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상복보다 검은 식탁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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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입었던 검은 옷을 다시 꺼냈다.
정숙은 저녁 식사에 가는 옷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녀는 더 밝은 색이 없느냐고 묻지 않았다.
옷걸이에서 재킷을 내려 뒤를 한번 털어 주었다. 작은 먼지가 붙어 있었다.
나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묶었다.
도하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 옷을 보고 잠깐 멈췄다.
나는 물었다.
“왜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풀어 묶지는 않았다.
오늘은 내가 무엇을 입었는지 그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차 안에서 도하는 집안 사람들의 이름을 말했다.
어머니 차경원.
이복형 백윤석.
숙부 백태문.
나는 처음 듣는 이름들을 가방 속 수첩에 적으려다 그만두었다. 고객을 만나는 자리도 아니었다.
도하가 내 빈 손을 봤다.
“외우지 않아도 됩니다.”
“틀리게 부르면 좋아하겠어요?”
그가 나를 봤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나는 웃지 않았다.
도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말했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다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어제는 내가 어디까지 알고 싶은지 묻던 사람이었다.
오늘은 어디까지 듣지 않아도 되는지 말하고 있었다.
* * *
도원가의 집은 도하의 집보다 오래돼 보였다.
벽에는 나무가 붙어 있었고 현관 안에 큰 시계가 있었다. 움직이는 추는 잘 닦여 있었다.
문을 열어 준 사람이 내 이름을 확인했다.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뒤에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차경원이었다.
그녀는 내 얼굴보다 가방부터 보았다. 작고 오래된 가방이었다. 눈길은 아주 짧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은행에서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보는 고객이 있었다.
“멀리 오느라 힘들었죠.”
그녀가 말했다.
“가깝던데요.”
내 대답에 도하가 나를 봤다.
경원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 * *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가늘고 차가웠다.
“우리 도하가 이렇게 서둘러 사람을 데려올 줄 몰랐어요.”
나는 그가 서둘렀다는 말만 들었다.
누가 먼저 내 빚을 알아봤는지, 누가 계약서를 만들었는지는 여기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경원은 내 손을 놓으며 도하의 재킷 깃을 한번 만졌다.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손을 쳐 내지도 않았고 가까이 기대지도 않았다.
경원이 나를 다시 보았다.
“밥부터 먹어요. 기다리고들 있으니까.”
그녀는 먼저 걸었다.
나는 도하와 나란히 따라갔다.
* * *
백윤석은 식탁에서 일어났다.
도하보다 여섯 살 많다고 들었다. 웃는 모양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는 내게 반갑다고 했다.
이복동생을 보고는 결혼 소식을 이렇게 늦게 듣게 하느냐고 말했다.
도하는 의자를 빼고 앉았다.
윤석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옆에 앉아 있던 백태문이 나를 불렀다.
“아버지는 잘 지내시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우리 아버지를 안다는 말은 오늘 차 안에서 듣지 못했다.
도하도 그쪽을 봤다.
태문은 물잔을 들어 입을 축였다.
내 대답을 기다리며 아주 편하게 앉아 있었다.
* * *
“아버지를 아세요?”
내가 물었다.
태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 때문에 몇 번 봤지.”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
그때 경원이 앉으라고 했다. 음식이 식겠다고 했다.
내 앞에 접시가 놓였다.
나는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내려놓을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도하가 가방을 자기 옆의 빈 의자에 놓아 주려고 손을 뻗었다.
나는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손을 거뒀다.
경원은 그 짧은 움직임을 보았다.
* * *
처음 나온 음식은 먹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칼을 대면 무너질 것 같은 작은 탑이 접시 가운데 서 있었다. 나는 가장자리부터 조금 잘랐다.
윤석이 직장을 물었다.
나는 은행 이름을 말했다.
그는 거래하는 곳이라며 어느 지점인지 물었다. 대답하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대화는 그것으로 끝날 수 있었다.
경원이 물었다.
“계속 다닐 생각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도하를 봤다.
“정말?”
도하는 물을 마셨다.
“은재 씨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나는 그 말보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른 것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는 집에서는 자주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 * *
“아이가 생기면 바빠질 텐데.”
경원이 말했다.
포크가 접시에 닿았다.
내가 낸 소리였다.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아직 먼 이야기겠지만.”
나는 포크를 다시 잡았다.
도하가 말했다.
“먼 이야기는 지금 안 하셔도 됩니다.”
경원의 미소가 조금 굳었다.
태문이 웃으며 둘만의 신혼을 방해하지 말자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내 신혼이 어떤 모양인지 생각했다.
잠그는 서랍 하나와 두 개로 나뉜 방.
내가 어느 쪽 불을 끌지 정하는 일.
누구에게 설명하면 무슨 얼굴을 할까.
* * *
식사 중간에 직원이 경원에게 봉투를 가져왔다.
그녀는 안을 확인하고 옆에 놓았다.
도하의 얼굴이 조금 달라졌다.
경원은 그걸 보고 천천히 봉투를 밀어 윤석 쪽에 놓았다. 윤석은 열어 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손만 보고 있었다.
태문이 말했다.
“칠월 전에는 정리돼야 해.”
도하가 그를 보았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집이 안정돼야 바깥 일도 맡기는 거지.”
태문이 말했다.
그가 나를 보았다.
“은재 씨가 도와줘야겠네.”
나는 칼을 내려놓았다.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 온 줄 알았는데 내 역할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 * *
“제가 무슨 일을 도우면 되는데요?”
내가 물었다.
태문은 웃었다.
“별거 없어. 도하 잘 챙겨 줘.”
“아버지 일도 그 별거 없는 일에 들어가요?”
그의 웃음이 조금 늦게 멈췄다.
경원이 물잔을 내려놓았다.
윤석은 나를 보고 있었다.
도하가 아주 작게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보지 않으려고 태문만 봤다.
그는 좋은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 좋은 방향인지 말하지 않았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한 번 물었을 때 그가 어떤 얼굴이 되는지는 봤으니까.
* * *
식사가 끝난 뒤 경원은 나만 옆방으로 불렀다.
도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가 말했다.
“여자들끼리 할 이야기도 있지.”
나는 도하를 봤다.
그가 나를 보는 동안 먼저 발을 옮겼다.
옆방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도하는 어릴 때 찍힌 사진 몇 장에만 보였다. 최근 사진에는 윤석과 경원이 가운데 있었다.
나는 사진에서 눈을 돌렸다.
경원은 차를 따랐다.
“많이 놀랐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무엇에 놀랐다는 뜻인지 몰라 대답하지 않았다.
* * *
“도하가 보통 사람하고는 조금 달라요.”
그녀는 찻잔을 내밀었다.
나는 받았다.
“말이 없어도 속으로 생각은 많이 하는 모양이더라고요.”
내가 말했다.
경원은 웃지 않았다.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아요.”
그 말은 다정했다.
나는 그 다정함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상사의 이름도 모르는 척하면서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았을까.
내 아버지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했을까.
경원은 내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차를 마셨다.
너무 뜨겁지 않았다.
* * *
“이상한 말을 하면 나한테 알려 줘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컵을 내려놓았다.
“어떤 말이요?”
“은재 씨가 불편할 만한 말.”
“불편하다는 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경원이 나를 보았다.
잠시 뒤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직접 들은 사람이 중요하죠.”
나는 그녀가 내게 무엇을 사려는지 그때 알았다.
그녀는 내게 도하가 무슨 말을 했느냐고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나중에 둘이 보자고 했다.
그때는 보여 줄 것도 있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만 답했다.
* * *
거실로 돌아오자 도하가 창가에 서 있었다.
윤석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윤석의 앞에는 비어 있는 잔이 있었고 도하의 잔은 그대로였다.
태문은 전화를 받으러 나가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윤석이 나를 불렀다.
“우리 도하 잘 부탁해요.”
그가 말했다.
나는 아까와 같은 말을 또 들었다.
“제가 잘 부탁한다고 하면 어떤 걸 해 주실 건데요?”
내가 물었다.
윤석이 웃었다.
도하는 나를 봤다.
나는 웃지 않았다.
그 말에 답을 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 * *
돌아가는 차 안에서 도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나는 창밖을 봤다.
도원가의 집은 뒤로 사라졌다. 차창에 내 얼굴이 비쳤다. 검은 재킷이 어두운 유리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내 손만 하얗게 떠 있었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했습니까?”
도하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이상한 말을 하면 알려 달래요.”
그의 눈이 조금 차가워졌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알겠다고 했어요.”
차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가 먼저 눈을 돌렸다.
* * *
“어제 한 말도 전할 겁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무릎 위의 손을 폈다.
그 한 문장 때문에 방금까지의 식탁이 다시 보였다.
이상한 말을 하면 알려 달라던 어머니.
도하를 잘 챙기라던 숙부.
웃으며 부탁하던 형.
내가 가진 한마디를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모두의 얼굴이 달라질 것 같았다.
“아직은요.”
내가 답했다.
도하는 나를 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 * *
집에 돌아왔을 때 정숙은 이미 퇴근하고 없었다.
나는 구두를 벗고 손님방으로 올라가려 했다.
도하가 불렀다.
은재 씨.
나는 계단에서 멈췄다.
그가 내 가방을 들고 있었다. 차에 두고 내린 것이었다.
나는 내려와 받아 들었다.
손가락이 잠깐 닿았다.
나는 손을 뺐다.
도하는 가방을 놓았다.
“오늘 수고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 * *
방에 들어가 가방을 열었을 때 작은 종이가 떨어졌다.
경원이 적어 준 연락처였다.
나는 그것을 책상에 놓았다.
장례식장에서 받은 안내 종이도 가방 안에 남아 있었다. 빈소와 발인 시각이 적힌 종이였다.
나는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다시는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의 시간을 알려 주었다.
나는 서랍을 열었다.
둘 다 넣고 닫았다.
복도에서 도하의 발소리가 지나갔다.
그가 내 방문 앞에서 멈추는 동안 나는 숨을 쉬지 않았다.
발소리는 다시 멀어졌다.
나는 그제야 등을 의자에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