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내가 묻지 않은 대답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송영후는 아침 식사가 끝나기 전에 왔다.
그는 내가 보낸 문자를 인쇄해 오지는 않았다. 대신 처음의 계약서를 들고 왔다.
나는 그걸 보고 조금 웃었다.
“그 종이가 저보다 먼저 앉겠네요.”
그가 의자에 놓으려던 서류를 다시 들었다.
도하는 창가에 서 있었다.
나는 그를 보지 않고 송영후 맞은편에 앉았다.
“방이 필요해요.”
내가 말했다.
“손님방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빌려 쓰는 게 아니라 제 방이요.”
송영후가 도하 쪽을 봤다.
나는 책상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제가 이야기하고 있어요.”
* * *
송영후는 처음부터 불편한 게 있으면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계약할 때 불편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가 안경을 벗었다.
“은재 씨.”
그는 나를 달래려는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 목소리가 익숙했다. 은행에서도 대개 고객이 화를 내기 전에 나오는 목소리였다. 나는 고객의 돈을 들고 있지 않으면 그런 목소리를 낼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 이 사람은 내 석 달을 들고 있었다.
나는 말을 끊었다.
“문을 닫을 수 있고, 제 물건을 둘 수 있는 방이 필요해요. 옷을 갈아입거나 전화할 때 누가 들어올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도하가 창가에서 돌아섰다.
나는 그제야 그를 봤다.
* * *
그는 손님방을 쓰라고 했다.
너무 쉽게 말해서 화가 났다.
나는 어젯밤 복도에서 붙잡혔던 기분을 떠올렸다. 실제로 그가 내 팔을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발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밤에는요?”
내가 물었다.
도하가 대답했다.
“그건 따로 이야기하죠.”
나는 숨을 들이켰다.
전부 얻어 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계약서에서 내가 불편한 줄을 모두 지워 주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송영후는 방에 관한 내용을 적었다.
나는 그 글을 읽었다. 아름다운 문장은 아니었지만 내 물건을 다른 사람이 정리해 버릴 수 없다는 뜻은 보였다.
서명한 종이를 받아 내 가방에 넣었다.
내가 가진 종이는 하나 늘었다.
* * *
나는 회사에 계속 다닐 거라고 말했다.
송영후는 일정은 조율하면 된다고 했다.
“퇴사할 생각 없어요.”
내가 다시 말했다.
그는 결혼 후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시작했다.
도하가 그를 불렀다.
“그만.”
송영후가 말을 멈췄다.
도하는 나를 보았다.
“회사에 가세요.”
나는 그에게 허락받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 하나하나를 붙들고 싸우기에는 잠이 부족했다.
나는 시계를 봤다.
수진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송영후에게 또 설명을 듣는 대신 일어났다.
* * *
장례식장에는 혼자 갔다.
도하가 차를 부르겠다고 했지만 내가 택시를 불렀다.
그는 현관에서 더 묻지 않았다.
대문 밖의 바람은 이틀 전 밤보다 따뜻했다. 나는 길에 서서 휴대전화에 뜬 차 번호를 확인했다.
평범한 일이었다.
어떤 차가 나를 데려가는지 내가 고르는 일.
차가 와서 문을 열었을 때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기사는 행선지를 다시 물었다.
나는 장례식장 이름을 말했다.
그가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 * *
수진은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결혼했다는 말부터 물으려다가 내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우리는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장성훈 부장의 사진은 내가 어젯밤 휴대전화에서 본 것과 달랐다. 정장을 입고 정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사진 앞에서 멈췄다.
그가 저렇게 입고 고객을 맞을 때 나는 옆에서 서류를 나눠 주곤 했다. 사진 속 사람의 웃음이 낯설지 않았다.
상주의 자리에 그의 아내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는 손님들의 이름을 다 듣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누가 말을 걸면 조금 늦게 고개를 들었다.
수진이 우리가 같은 지점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 * *
식탁에서 직원들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누가 마지막으로 연락했는지, 왜 그 시간에 거기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장성훈 부장의 아내가 옆자리에 잠깐 앉았다.
그녀는 남편이 내일 입을 셔츠를 다려 놓고 기다렸다고 했다.
말을 하다가 혼자 웃었다.
웃음이 끝나지 못하고 입술만 움직였다.
나는 종이컵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오늘 몇 번이나 들어야 하는지 몰랐다.
* * *
수진은 내가 거의 먹지 않은 그릇을 봤다.
밖에 나가자고 했다.
우리는 건물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햇빛이 너무 밝았다.
그녀는 내가 괜찮으냐고 물었다.
나는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결혼했다는 건 진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이 나를 봤다.
“왜 말 안 했어?”
나는 대답을 찾다가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그녀는 한참 말이 없었다.
“축하는 나중에 할게.”
수진이 말했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녀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피해 조금 옆으로 옮겼다. 나도 따라갔다.
누가 나를 옮겨 놓는 게 아니라 나란히 옮겨 서는 게 좋았다.
* * *
수진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도하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갑다는 말은 쉬웠다.
무섭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왜 결혼했느냐는 질문이 올까 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말이 별로 없어.”
내가 말했다.
수진이 나를 보았다.
“그게 끝이야?”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을 한번 잡았다가 놓았다.
“출근하면 밥 먹자.”
그녀가 말했다.
“네 자리 아직 그대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들은 말 중에 제일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말이었다.
* * *
집으로 돌아오니 내 가방이 손님방에 놓여 있었다.
정숙은 아침에 말한 대로 옮긴 거라고 했다. 옷장에는 내가 가져온 블라우스들이 걸려 있었다.
나는 하나씩 만져 보았다.
어제까지 둘 곳을 찾던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었다.
정숙이 작은 열쇠를 주었다.
방의 서랍 열쇠였다.
나는 문 쪽을 봤다.
걸쇠는 여전히 안에서 잠글 수 있었다.
정숙은 여분 수건을 내려놓고 나갔다.
나는 서랍에 계약서를 넣었다.
잠그는 소리가 작게 났다.
* * *
도하는 서재에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 내가 들어가는 것을 봤다.
그의 책상에는 내 이름이 적힌 봉투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부터 보았다.
“제 거예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투 안에는 내 이력과 집 주소, 일하던 지점에 관한 자료가 있었다. 내가 처음 그에게 준 정보보다 많았다.
장성훈의 이름도 있었다.
나는 그 줄을 봤다.
상사의 이름을 도하에게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분명히 생각했다.
그는 내가 어느 부분을 읽는지 보고 있었다.
“결혼 전에 당신을 알아봤습니다.”
그가 말했다.
* * *
“제가 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요?”
내가 물었다.
“그건 직접 말했죠.”
나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가 일어났다.
나는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다리지 않아도 됐을 셔츠를 떠올렸다. 내일 입을 옷을 다려 놓았다는 말.
“그날 무슨 일을 했어요?”
내가 물었다.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들은 소식이랑 당신이 한 말이 같은 일인지 묻는 거예요.”
그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나는 손가락을 책상 끝에 걸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그 사람은 다시 당신에게 전화하지 않습니다.”
* * *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 말고.”
도하가 나를 봤다.
“당신이 그 사람을 죽였어요?”
이번에는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네.”
한 음절이었다.
내가 생각해 온 어떤 긴 설명도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책상에서 손을 뗐다.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내가 문까지 걸어가자 뒤에서 말했다.
“당신이 부탁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돌아봤다.
“그건 제가 묻지도 않았어요.”
내 목소리가 낯설었다.
도하는 입을 다물었다.
* * *
손님방에 들어가 걸쇠를 걸었다.
처음으로 안에서 잠갔다.
나는 침대에 앉았다가 바로 일어났다.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휴대전화를 들었다.
수진의 문자가 와 있었다.
잘 들어갔냐고 했다.
나는 들어왔다고 썼다.
누군가 죽었다는 말을 보내는 것과 누군가 죽였다는 말을 보내는 것은 전혀 달랐다.
내 손가락은 다음 문장 위에서 멈췄다.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내 상사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 집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었다.
아직 아무도 그걸 몰랐다.
나와 도하만 알았다.
* * *
저녁 무렵 송영후에게 전화가 왔다.
장례 일정 때문에 가족 식사가 하루 미뤄졌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에 참석하는지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도하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배우자를 처음 보는 자리라며 옷은 필요하면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내 옷장을 봤다.
아이보리 블라우스와 짙은 재킷이 걸려 있었다.
은행에서 입던 옷이었다.
“제 옷 입고 갈게요.”
내가 말했다.
송영후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내가 무슨 답을 했는지 알았다.
나는 내일도 그의 아내로 사람들 앞에 설 예정이었다.
* * *
도하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걸쇠를 열지 않고 누구냐고 물었다. 목소리를 알면서도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백도하.
내가 말했다.
“장례식장에 그 사람 아내가 있었어요.”
문밖이 조용해졌다.
“내일 입을 셔츠를 다렸대요.”
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그 말로 그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나 혼자 그 셔츠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뒤 그가 물었다.
“저녁은 먹겠습니까?”
나는 눈을 감았다.
* * *
나는 식탁으로 내려갔다.
도하는 먼저 앉아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첫날 밤 정숙이 물을 놓아 주었던 자리였다.
나는 거기에 앉았다.
도하는 내일 식사에 간다고 들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나는 물잔을 들었다.
“당신 가족은 알아요?”
내가 물었다.
그가 나를 보았다.
나는 어떤 사실을 묻는지 덧붙이지 않았다.
도하는 오래 침묵했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내게 묻고 싶다는 얼굴을 했다.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싶습니까?”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 집에서 나만 모르는 일이요.”
그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