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스무 억이 사라진 날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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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억이 들어왔다는 연락은 아침에 왔다.
나는 침대 끝에 앉아 화면을 봤다. 숫자가 길었다.
한 번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달라지지 않았다.
도하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내 손에 들린 전화기를 보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까.”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가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기다렸다.
도하는 아침을 먹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조금 있다가 먹겠다고 했다.
그는 알겠다고 했다.
문이 닫힌 뒤 나는 화면을 다시 보았다.
* * *
칠월 삼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은 유월 삼십일이었다.
이혼 서류에 이름을 적지 않아도 돈이 들어왔다. 내가 남겠다고 약속하지 않아도 들어왔다.
나는 확인해 둔 문서를 꺼냈다. 약속한 지급과 채무 정리에 관한 것이었다.
돈을 받는 날 무엇을 해야 할지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막상 그날이 되니 방 안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내가 기다린 것은 이 숫자였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씻고 옷을 입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묶었다.
* * *
도하는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혼자 가겠다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탁에 앉아 빵을 먹었다. 식빵 끝이 말라 있었다. 나는 가장자리를 남기지 않고 먹었다.
도하가 물을 따라 줬다.
나는 컵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모자라는 게 있으면 이야기해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오늘 약속한 건 이걸로 끝이에요.”
도하는 잠깐 나를 봤다.
그는 돈만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나는 알아들었다고 답했다.
그래도 그 문장을 남겨 두고 싶었다.
* * *
미리 잡아 둔 자리에는 내가 아는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내게 처음 서명을 부탁했던 때의 이름도 있었다. 그 뒤에 바뀐 이름도 있었다.
나는 정리된 금액을 다시 확인했다.
기다리는 동안 늘어날 것 같던 숫자는 이번 정산에서 이십억으로 끝내기로 문서에 남아 있었다. 그 조건을 확인한 뒤 오늘 일정을 잡은 것이었다.
나는 같은 질문을 한 번 더 했다.
이 금액을 갚고 나면 나에게 남는 채무가 있느냐고.
상대는 오늘 정리할 항목들을 다시 짚어 줬다.
나는 그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기억으로 버티지 않으려고 문서를 챙겼다.
* * *
그날 약속한 지급이 차례로 끝났다.
누군가 내게 확인을 부탁할 때마다 이름을 말했다. 종이를 받아 읽고 다시 물었다.
내 손은 생각보다 덜 떨렸다.
이십억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이나 갖고 싶은 물건으로 바뀌지 않았다. 오래전에 내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닫는 데 쓰였다.
마지막 확인이 끝났을 때 나는 의자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상대가 더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잠깐 앉아 있어도 되느냐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나는 가방 안에 종이들을 넣었다.
손잡이를 잡고도 조금 더 앉아 있었다.
* * *
밖으로 나오자 해가 높았다.
나는 근처 그늘에 서서 남은 숫자를 확인했다.
아침에 들어온 이십억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받던 월급과 원래 쓰던 생활비가 있는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갑자기 부자가 된 여자의 화면은 아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처음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십 분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누구도 내가 무엇을 끝냈는지 몰랐다.
나는 그게 좋았다.
누구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오늘의 일은 실제로 끝나 있었다.
* * *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그는 쉬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빚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다 갚았느냐고.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가 도하의 이름을 꺼내려는 것을 듣고 내가 먼저 말했다.
약속한 돈을 받아 갚았다고.
아버지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고생했다고 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말을 듣고 싶었던 날들이 너무 오래 지나 있었다.
이제 와서 들으니 대답할 말을 찾기 어려웠다.
* * *
아버지가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알고 있다고 답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일을 미안해하는지 내가 대신 끝내 주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그때 회사 사정을 제대로 알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가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댔다.
“다시는 내 이름 쓰지 마.”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내게 새 부탁을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직이라고 했다.
그가 밥을 먹으라고 했다.
* * *
나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혼자 온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벽을 보고 앉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는 거기에 앉았다.
메뉴를 보고 가장 빨리 나오는 것을 골랐다. 배가 고팠다.
음식이 오자 첫 숟가락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다시 먹었다.
가방은 내 발 옆에 있었다.
그 안에 든 종이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 도둑맞을까 봐서가 아니었다. 가방을 놓으면 아직 그 일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밥을 먹었다.
반쯤 먹은 뒤에야 놓았다.
* * *
수진에게 문자를 썼다.
돈을 정리했다는 말이었다.
그녀가 어떤 돈인지 물었다.
나는 전에 말했던 아버지 일이라고 답했다.
한참 뒤 답이 왔다.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렇다고 보냈다.
수진은 이제 좀 쉬라고 했다. 다른 말은 붙이지 않았다.
나는 전화기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짧은 대화가 좋았다. 나를 용서하는 말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 주는 말도 없었다.
나는 남은 밥을 먹었다.
계산할 때 평소 쓰던 카드를 냈다.
* * *
집에 돌아왔을 때 도하는 서재에 있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그가 열었다.
나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내 얼굴을 봤다.
나는 가방에서 확인한 문서들을 꺼냈다. 그에게 보여 주려고 가져왔는지 내가 다시 보려고 가져왔는지 알 수 없었다.
도하는 종이를 받지 않았다.
읽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 장씩 봤다.
다 읽고 내게 돌려줬다.
“이제 돈 때문에 여기 있을 필요는 없군요.”
그가 말했다.
* * *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문장을 내 목소리로 말하자 가슴이 뛰었다.
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화를 내거나 표정을 숨기는 것을 기다렸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나는 문서를 가방에 넣었다.
도하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가 바로 잡지 않았다.
“고마워요.”
나는 말했다.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약속을 지켜서.”
나는 덧붙였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다음 날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하가 나를 봤다.
하루나 이틀 혼자 있을 곳을 잡겠다고 했다. 그동안 연락이 필요하면 받겠지만 같이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얼마 동안 기다리면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칠월 삼일 전에는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디에 묵을 것이냐고 물었다가 말을 멈췄다.
나는 아직 예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알겠다고 답했다.
그 질문을 다시 하지 않았다.
* * *
방에 올라가 작은 숙소를 찾아봤다.
사진을 몇 장 넘겼다. 침대 하나와 책상, 작은 창문이 있는 방을 골랐다.
내가 낼 수 있는 가격이었다.
예전부터 받던 월급으로 예약했다. 이십억 가운데 남겨 놓은 몫으로 산 밤은 아니었다.
확인 문자가 왔다.
나는 그 문자를 두 번 읽었다.
가방에 옷을 넣었다. 세면도구를 챙겼다. 계약서는 가져갈지 망설이다가 함께 넣었다.
돌아오겠다는 뜻으로 무엇을 일부러 남겨 두지도 않았다.
끝이라는 뜻으로 방을 비우지도 않았다.
내일 쓸 것부터 넣었다.
* * *
경원에게 전화가 왔다.
칠월 삼일에 모이는 일은 없어졌다고 했다. 가족의 협의는 그날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끊지 않았다.
“그 전에 잠깐 봐요. 이일에.”
나는 도하도 함께 가느냐고 물었다. 경원이 나 혼자 보자고 했다.
나는 어디에서 볼지 물었다. 그녀는 집이 아닌 찻집 이름을 말했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적었다.
“계속 그 집에 있을 거예요?”
경원이 물었다.
나는 내일은 밖에서 잘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잠깐 말을 멈췄다. 잘 생각했다고 하지도, 다시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다.
나는 대답이 더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이일에 뵙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가방 옆에 앉았다. 세 달 동안 나를 기다리던 날짜에서 가족들의 식탁이 먼저 빠져나갔다.
* * *
정숙이 퇴근하기 전에 올라왔다.
내일 아침은 준비해 두면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녀는 가방을 보고 잠깐 멈췄다.
며칠 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필요한 것을 챙겼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 챙긴 것 같다고 했다.
정숙은 작은 우산을 가져다줬다.
날씨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받았다.
그녀는 가방 안에 직접 넣어 주지 않았다.
문 앞에서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나는 우산을 바깥 주머니에 넣었다.
* * *
밤에 도하와 차를 마셨다.
그는 내게 남을 것이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그가 묻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
시계가 열한 시를 지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갔다. 도하는 따라오지 않았다.
방문을 닫기 전에 뒤돌아봤다.
그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내가 부르면 고개를 들 것이었다.
나는 부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와 가방 옆에 앉았다.
오늘 아침에 생겼던 이십억은 사라졌다.
내일은 내가 어느 문으로 나갈지 정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