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2화 · 살아 있는 빚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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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원을 받은 다음 날, 치우는 국밥을 두 그릇 먹었다.
첫 그릇은 뜨거워서 맛을 몰랐다. 두 번째를 반쯤 비웠을 때 여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앞치마를 벗지도 않은 채였다. 스물여섯쯤 되어 보였고, 손가락 두 개에 반창고가 감겨 있었다.
“그 돈, 어디서 났노.”
치우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릇값을 내려고 꺼내 놓은 봉투가 탁자 끝에 있었다. 여자는 봉투를 보았다. 사람을 잘못 알아본 얼굴은 아니었다.
“식사값 내려고 꺼냈습니다.”
“누가 줬냐고.”
가게 안 손님 두 사람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치우는 봉투를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입구 귀퉁이에 파란 펜으로 작은 꽃이 그려져 있었다.
어제는 보지 못한 그림이었다.
“아십니까, 이 돈.”
“내가 봉투를 접었으니까.”
여자는 빈 의자를 더 가까이 끌어왔다.
“민수연이다. 동철이 마누라.”
그제야 이 몸의 기억에서 얼굴 하나가 나왔다. 늘 모자를 쓰던 사내. 문수에게 허리를 굽히며 담배를 건네던 손. 두 달 전 장례식장. 치우는 문수가 시켜서 국화꽃을 들고 갔었다.
부의금은 내지 않았다.
수연이 말했다.
“살아 있을 때 빌린 돈은 갚았다. 죽고 나서도 받아 가더니 남은 것까지 가져갔다. 임성오 그 사람이 어제 돌려준다더라. 그런데 안 오고 니가 왔네.”
치우는 자신의 그릇을 보았다. 국물이 조금 남아 있었다.
백만 원으로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돈의 주인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돈은 언제나 마지막으로 쥔 사람의 것이라는 습관이 너무 오래 몸에 배어 있었다.
이 여자는 그 습관을 알 리 없었다.
“문수 형한테 받았습니다.”
“그럼 문수한테 가져가서 얘기해라. 내 돈이라고.”
“직접 말씀하셨습니까?”
수연이 잠깐 웃었다. 우습지 않은 웃음이었다.
“니는 내가 성오 씨한테 예뻐 보여서 돌려받는 줄 아나.”
그녀는 사흘 동안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고 했다. 문수가 오는 날에는 정문 앞에, 오지 않는 날에는 늘 가는 술집 앞에. 가게를 닫고 그 앞에 서 있으면 돈을 벌 수 없었다. 돈을 못 벌어도 서 있어야 했다.
“장사 못 하게 할 줄 알았다. 해 보라 했어. 이미 장사가 안 되는데.”
치우는 여자 손가락의 반창고를 다시 보았다.
전생에 그에게 돈을 달라고 찾아온 사람들은 처음에는 화를 내고 나중에는 울었다. 마지막에는 주는 만큼 받고 돌아갔다. 그는 대체로 마지막 단계에 있는 사람들만 직접 만났다.
수연은 아직 울지 않았다.
“얼마 돌려받으셔야 하는데요.”
“지금 니 주머니에 있는 거.”
“다입니까.”
“백만 원.”
숫자는 같았고 의미는 전혀 달랐다.

치우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당장 다른 데 써야 한다는 핑계를 대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지 않았다. 수연은 그의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니도 똑같네.”
치우는 그 말에 기분이 상했다.
그 사실이 더 기분 나빴다.
“제가 가져간 돈은 아닙니다.”
“이제는 니가 안 주는 돈이다.”
수연은 그릇 두 개를 포갰다. 숟가락이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주방으로 돌아간 뒤에는 치우 쪽을 보지 않았다.
치우는 식사값을 탁자에 놓고 밖으로 나왔다. 여자가 문까지 따라와 돈을 던지거나 욕을 했다면 차라리 쉬웠을 것이다. 그는 문수보다 위험한 사람을 만나고 나온 기분이었다. 돈을 돌려줄 수 있는데도 돌려주지 않았다는,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 뒤에 남아 있었다.
골목 끝에서 태석이 기다렸다.
어제 입었던 점퍼 그대로였다. 치우를 보자 담배를 발밑에 떨어뜨렸다. 이번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찾아다녔다.”
“왜.”
“문수 형이 오후에 오래.”
“너는 왜 기다리는데.”
태석이 바닥을 보았다. 밤새 준비한 말이 있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변명할 때 먼저 자신이 가장 참기 어려운 부분을 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치우는 그 부분을 기다렸다.
“내가 몰랐다.”
“뭘.”
“성오 형이 그렇게까지 할 줄.”
치우는 말없이 걸었다. 태석이 따라왔다.
“겁만 준다 했다. 니가 돈 가져간 걸로 하면 내 빚도 좀 빼 준다 하고.”
“내가 가져갔다고 니가 말했나.”
태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 사무실에서 생긴 일은 아무도 돌이킬 수 없었다. 성오의 죽음도, 치우의 손도, 친구가 문을 닫고 서 있던 모습도. 그런데 태석은 그 직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자기가 거짓말 한 번 했던 날까지. 거기서 용서를 받으면 나머지도 없던 일이 될 것처럼.
치우가 멈췄다.
“얼마.”
“뭐가.”
“나 팔고 얼마 깎았는데.”
태석의 귀가 붉어졌다.
“삼십.”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적었다. 그래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전생에 자신을 팔아넘긴 사람은 훨씬 큰 것을 받았을 것이다. 영토, 조직, 살아남을 권리. 이번 친구는 삼십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배신의 무게는 값과 상관없었다.
“깎아 줬나.”
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치우는 그제야 웃었다.
친구는 얻은 것도 없이 그를 죽일 뻔했다.

오문수의 새 사무실은 당구장 위층에 있었다.
성오가 죽은 방은 이제 쓰지 않는다고 했다. 누가 치우에게 물어본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갔는지 설명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그 침묵이 호의가 아니라 부채라는 것을 알았다. 문수는 언젠가 그날 자신이 해 준 일을 셀 것이었다.
남경수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스물여덟. 치우가 알기로 이 동네에서 문수 다음으로 주먹을 잘 쓴다는 사내였다. 정작 치우를 보는 얼굴은 피곤하기만 했다.
“밥 먹었나.”
치우는 뜻밖의 질문에 잠깐 멈췄다.
“예.”
“먹었으면 들어가라.”
경수는 태석까지 들여보내지 않았다. 계단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문이 닫히기 직전 태석의 눈이 다시 치우를 찾았다.
치우는 돌아보지 않았다.
문수는 소파에 앉아 발톱을 깎고 있었다. 탁자에 작은 신문 조각을 펴 놓았다. 뉴스에서는 어제 또 어느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백만 원 어디 썼노.”
“밥 먹었습니다.”
“비싼 밥 먹었네.”
“그 돈 주인이 찾아왔습니다.”
손톱깎이 소리가 멈췄다.
문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누가 주인인데.”
“민수연 씨요.”
“동철이 마누라.”
“예.”
문수는 신문을 접었다. 깎인 발톱 조각들이 안으로 사라졌다.
“동철이가 나한테 얼마나 신세 졌는지 니 아나.”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수는 그런 대답을 원하지도 않았다.
“내가 장사 시작하게 해 줬다. 돈 빌려 주고 사람 보내 주고. 죽으면 없던 일이 되나? 산 사람이 갚아야지.”
“다 갚았다는데요.”
“니는 누구 편이고.”
질문은 단순했고 예상한 것이었다.
엘치우였다면 이쯤에서 무릎을 꿇게 했을 것이다. 문수는 아직 묻고 있었다. 규모가 작은 권력은 확인받기를 원한다. 자기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 자기 말이 끝이라는 것.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형님한테 그 여자가 찾아오지 않게 하겠습니다.”
문수는 한동안 그를 보았다.
“어떻게.”
“돈 돌려준다고 하겠습니다.”
“줄 거가?”
“벌어서요.”
문수가 소리 내어 웃었다.
“니가 뭘 벌어. 나한테 받지.”
그 말은 정확했다. 지금의 치우는 문수가 허락한 돈만 받을 수 있었다. 허락이 끊기면 다시 빈 주머니였다. 그래서 치우는 이 자리까지 왔다.
“저한테 자리 하나 주십시오.”
문수의 웃음이 멎었다.
“무슨 자리.”
“태석이랑 저를 날마다 아무 데나 보내지 마시고, 맡길 일 하나를 주십시오. 잘되면 형님 돈 벌고, 못하면 저만 쫓아내시면 됩니다.”
문수는 치우가 어제 한 말을 떠올리는 듯했다. 죽은 성오의 자리. 누구도 아직 입 밖에 꺼내지 않은 빈자리였다.
치우는 그것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문수가 먼저 생각하게 두었다.

사무실에서 나올 때 경수가 따라 나왔다.
“성오 일로 너무 나서지 마라.”
“제가 나섭니까.”
“니 눈이 그렇다.”
계단 아래 태석이 서 있었다. 경수는 그가 듣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한 명 없어진다고 니 자리 생기는 거 아니다. 없어진 자리 옆에 붙어 있던 사람들이 있다. 니가 그거까지 안고 갈 수 있나.”
치우는 난간에 손을 얹었다. 끈적한 먼지가 묻었다.
“형님은 왜 여기 있습니까.”
경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고.”
“문수 형 옆에 붙어 있던 사람이라서요, 아니면 갈 데가 없어서요.”
경수의 손이 올라왔다. 치우는 피하지 않았다. 손은 그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한참 뒤 경수가 말했다.
“맞는 말이라고 다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알겠습니다.”
치우는 그 대답만큼은 진심으로 했다.
경수는 태석에게 먼저 내려가라고 했다. 그가 사라진 다음 목소리를 낮췄다.
“동철이 마누라 건드리지 마라. 그 집은 이제 남은 거 없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는 그걸 약속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치우는 무엇을 약속한 것인지 일부러 정하지 않았다.

해가 진 뒤 수연의 가게를 다시 찾았다.
손님은 없었다. 수연은 홀의 전등을 반만 켜고 양파를 다듬고 있었다. 치우를 보자 칼을 내려놓았다. 위협하려고 든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다가 다칠까 봐 내려놓는 동작이었다.
치우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백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밑에는 강치우라는 이름과 날짜가 있었다. 수연은 종이를 받지 않았다.
“돈은.”
“아직 없습니다.”
“있잖아. 아침에 봤는데.”
치우는 잠깐 말을 잃었다.
말을 길게 하면 다른 문제로 만들 수 있었다. 문수 얘기,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 이 돈으로 자리를 잡으면 더 많이 돌려주겠다는 얘기. 전생에 그런 말을 해 준 사람들은 대체로 기다렸다.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
수연은 종이 대신 그의 주머니를 보고 있었다.
“제가 써야겠습니다.”
마침내 치우가 말했다.
“돌려드리겠지만, 지금은 못 드립니다.”
“못 주는 게 아니고 안 주는 거네.”
“예.”
수연은 양파 껍질을 비닐에 모았다. 손가락의 반창고가 물에 젖어 끝이 들떠 있었다.
“종이는 두고 가라.”
치우가 종이를 탁자 위에 놓았다.
“고맙다는 말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잘못 말한 것을 알았다.
수연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왜 고마워해야 하는데.”
치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게 밖으로 나와서야 봉투가 얼마나 가벼운지 느꼈다. 사람 하나가 죽었고, 친구 하나가 무너졌고, 여자는 가게 문을 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든 일 끝에 얻은 돈이었다.
그런데도 주머니에서 꺼내 주지 못했다.
아니, 꺼내 주지 않았다.
치우는 그 차이를 정확히 기억하기로 했다. 잊는 순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게 될 테니까.
골목 건너 당구장에 불이 켜졌다. 문수의 사무실도 밝아졌다.
치우는 가게가 아니라 그 불빛 쪽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