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의자 하나의 값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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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가 준 자리는 의자가 아니었다.
비어 있는 창고 열쇠와 앉은뱅이 탁자 하나였다. 벽에는 철거 예정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언제 철거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비가 오면 입구로 물이 들어왔고, 문을 닫으면 낮에도 어두웠다.
“여기서 기다리라면 기다리는 거다.”
열쇠를 건네준 경수가 말했다.
“뭘 기다립니까.”
“연락.”
치우는 텅 빈 방을 둘러보았다. 문수는 자리를 주겠다고 했지 일을 주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어제 말 한마디 잘했다고 성오의 몫이 그대로 떨어질 리 없었다. 오히려 사람을 시험하기에는 이런 방이 좋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오래 기다리게 하면, 대개는 자신이 무엇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잊었다.
치우는 열쇠를 받았다.
“전화도 없는데요.”
“사람 보낸다.”
경수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태석은 그가 사라진 뒤에야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플라스틱 의자 두 개를 들고 있었다. 하나는 등받이가 깨져 있었다.
“당구장에서 빌렸다.”
치우는 멀쩡한 의자를 태석 앞으로 밀었다.
친구가 의자를 내려다보았다.
“앉아라.”
태석은 앉지 않았다.
치우는 부서진 의자에 앉았다. 불편했지만 예상보다 튼튼했다. 그는 봉투에서 돈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국밥값과 차비를 쓰고 남은 돈이었다.
태석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거 문수 형이 쓰라 했나.”
“줬으니까.”
“주는 거랑 쓰는 거랑 다르다.”
치우는 친구를 보았다. 평생을 이 동네에서 보낸 사내도 권력의 문법은 알고 있었다. 허락받은 돈이라도 누구에게 쓰느냐에 따라 다시 허락을 받아야 했다.
“누구 돈인지 아나.”
“문수 형 돈 아니가.”
“수연 씨 돈이다.”
태석의 시선이 돈에서 떨어졌다.
“그걸 왜 니가 갖고 있는데.”
“내가 달라고 했다.”
치우는 지폐를 세지 않고 다시 봉투에 넣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누가 이 돈을 쓰는 모습을 보느냐였다.
“밥부터 먹자.”
정오가 조금 지나자 창고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경수가 데려온 사내들이었다. 다섯 명. 모두 성인이었고 손에 일하던 흔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문수의 부름을 받고 왔고, 어떤 사람은 일거리가 있다는 말에 왔다. 그 차이를 모르는 얼굴들이 서로를 살폈다.
가장 나이 많은 사내가 치우를 보며 말했다.
“문수는.”
“오늘은 제가 있습니다.”
“니가 누군데.”
“강치우입니다.”
그 이름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사내는 경수를 돌아보았다.
경수가 담배를 비벼 껐다.
“할 얘기 있으면 이쪽에 해라. 형이 맡겼다.”
치우는 경수의 말을 들으며 알았다. 문수는 자신에게 빈 방을 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직접 받기 싫어진 불평을 넘겼다.
사내들은 밀린 돈을 받으러 왔다.
일한 뒤에도 못 받은 돈. 대신 내고 돌려받지 못한 돈. 누가 시켜서 서 있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돈.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끝에 오는 말은 같았다.
언제 주느냐.
경수는 치우의 표정을 지켜보았다. 당황해서 문수에게 달려가거나, 자기 돈으로 막거나, 큰소리부터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이었다.
치우는 수연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 니 주머니에 있는 거.
돈의 주인은 늘 여러 명이었다.
“여기 앉으십시오.”
그가 말했다.
의자는 두 개뿐이었다. 사내들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치우는 자신의 의자를 가장 나이 많은 사내에게 내주었다. 나머지에게는 아직 의자가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태석에게 건너편 철물점에서 접이식 의자를 빌려 오라고 했다.
경수의 눈썹이 올라갔다.
“밥도 드시죠.”
치우가 덧붙였다.
수연은 주문을 받으러 창고까지 오지 않았다.
치우가 가게로 갔고, 여섯 그릇을 포장해 달라고 했고, 먼저 돈을 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말없이 돈을 냈다. 수연은 거스름돈을 정확히 세어 주었다.
“내 돈으로 니 사람 밥 먹이네.”
치우는 봉지를 받아 들었다.
“이건 밥값입니다.”
“알아. 그래서 받는 거야.”
다른 말은 없었다.
창고로 돌아왔을 때 태석은 빌린 의자를 닦고 있었다. 사내들은 아직 서 있었다. 경수는 문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치우는 탁자 위에 국밥을 펼쳤다.
가장 나이 많은 사내의 이름은 송기환이었다. 마흔여덟, 항만 주변에서 오래 일을 한 사람이었다. 그는 국밥을 먹으면서도 돈 얘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밥 얻어먹으러 온 게 아니다.”
“압니다.”
“모르면 지금 알아라. 집에서 기다린다. 내가 술 마시고 다 썼다고 생각해.”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전생에서 이런 사람들은 얼굴 없는 숫자였다. 누군가가 비용이라고 적었고, 누군가가 그 비용을 줄였고, 남은 돈이 엘치우에게 왔다. 지금은 같은 탁자에서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가까워졌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치우는 이 사람들의 돈을 돌려줄 수 없었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도 모자랐다. 돌려주고 싶은 마음보다 이들이 자기 앞에 앉았다는 기회가 더 크게 보였다.
그는 그 마음을 감췄다.
“오늘 날짜를 하나 정하겠습니다.”
“니가 무슨 수로.”
“문수 형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안 되면 제가 여기서 직접 말하겠습니다. 다시 오셨을 때 아무도 없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기환이 숟가락을 놓았다.
“그게 약속이가.”
“예.”
그 약속에는 돈을 준다는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기환은 더 묻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러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대답해 주는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이 책임자처럼 보인다. 치우는 그 피로를 알고 있었다.
경수가 문 안으로 들어왔다.
“약속을 쉽게 하네.”
치우는 그의 몫 국밥을 밀어 주었다.
“쉬운 약속만 했습니다.”
경수는 앉지 않았다.
오후 늦게 문수가 왔다.
사내들이 떠난 뒤였다. 그는 늘어난 의자를 보고 탁자 위 빈 그릇을 보았다. 그러고는 치우의 얼굴을 보았다.
“잔치했나.”
“밥 먹었습니다.”
“누구 돈으로.”
“제 돈으로요.”
말이 끝나자 수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치우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문수는 빌린 의자 하나에 앉았다. 가장 낮은 의자였는데도 방의 높이가 달라졌다. 태석은 벽 쪽으로 물러섰고 경수는 문가에 섰다.
“송기환이 뭐라 하더노.”
“돈 달랍니다.”
“그건 나도 안다.”
“언제 받을 수 있는지라도 알려 달랍니다.”
문수는 치우를 가만히 보았다.
“니가 받을 돈이가.”
“아닙니다.”
“그럼 니가 날짜를 왜 정하노.”
경수의 눈이 치우에게 왔다. 누가 보고한 것인지 물을 필요는 없었다. 작은 방에서 나온 말은 전부 문수에게 닿았다.
치우는 인정했다.
“찾아올 곳이 있어야 기다릴 겁니다.”
“안 기다리면.”
“다른 데 가겠지요.”
문수의 표정이 굳었다. 치우는 거기서 멈추었다. 무엇을 신고한다거나 누구를 만나게 된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문수는 그 사람들의 돈을 떼먹고도 자기 편으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누군가 그들의 얼굴을 받아 주어야 했다.
“니가 얼굴마담 하겠다는 소리가.”
“형님은 다른 일 보십시오.”
치우가 말했다.
문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침묵 끝에 경수를 돌아보았다.
“기환이 오늘 입 많이 놀렸다며.”
경수의 표정이 달라졌다.
“돈이 급하답니다.”
“그거랑 입 놀리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치우는 문수를 보았다. 문수는 이미 일어서고 있었다.
“사람 좋게 대해 주면 더 달라고 한다. 이거 배우라고 오늘 맡긴 거다.”
그는 치우 어깨를 두드렸다.
칭찬처럼, 같은 편에게 하듯이.
송기환이 돌아온 것은 해가 완전히 진 다음이었다.
국밥을 먹을 때 입었던 회색 점퍼가 흙투성이였다. 그는 창고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태석이 먼저 발견하고 치우를 불렀다.
기환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니가 말했나.”
치우가 대답하지 않자 기환이 다시 물었다.
“내가 돈 달랬다고.”
“예.”
“집 얘기도?”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기환은 그 대답을 믿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한쪽 손을 몸에 붙이고 있었다. 피가 보이지 않아도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석이 의자를 가져왔다.
기환은 앉지 않았다.
“밥 먹여 놓고 사람을 이래 만드나.”
“저는 그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치우가 말했다.
그 말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말하는 순간 알았다. 수연에게 했던 말과 같았다. 자기가 가져간 돈이 아니라는 말. 자기가 시킨 폭력이 아니라는 말. 그런데 돈은 자기 주머니에 있었고, 기환은 자신이 차린 밥을 먹고 자신의 앞에서 속마음을 말했다.
기환은 치우의 뒤에 있는 의자를 보았다.
“다시는 안 온다.”
그가 말했다.
돈을 포기한다는 뜻인지, 치우를 믿지 않겠다는 뜻인지 묻지 않았다. 기환은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태석이 따라가려 하자 치우가 불렀다.
“놔둬.”
태석이 멈췄다.
“병원이라도 같이 가야 하는 거 아이가.”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환을 따라가면 문수의 사람으로 보일 것이었다. 보내 준다고 해도 문수의 사람으로 보일 것이었다. 이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치우는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릇은 치워졌고 의자만 남아 있었다. 아침에는 두 개였는데 이제는 일곱 개였다.
그는 기환이 앉았던 의자에 앉았다.
경수가 밤늦게 찾아왔다.
손에 병원 봉투를 들고 있었다. 치우는 그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묻지 않았다. 경수는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봉투를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기환 아저씨는 손으로 먹고산다.”
“알겠습니다.”
“안다고 하지 마라.”
경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니는 니가 안 맞았다고 끝난 줄 안다.”
치우는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었다. 싸구려 플라스틱이 조금 휘었다.
“형님도 말리지 못했지 않습니까.”
경수의 얼굴이 굳었다.
태석이 두 사람 사이를 보았다.
치우는 이번에도 피할 수 있었다. 그냥 잘못했다고 말하면 경수는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의 허점이 보이면 짚고 싶어졌다. 그것이 사람을 자기 옆에 붙들어 두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었다.
경수는 잠깐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맞다.”
그가 말했다.
“나도 못 말렸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경수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갔다. 치우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눈을 내렸다. 변명하지 않는 사람은 다루기 어려웠다.
태석이 하나 남은 등을 껐다.
“의자 돌려줘야 한다.”
치우는 창고 안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빈자리들이 희미했다.
“내일 사자.”
“돈 아까운데.”
“이제 사람들 여기로 올 거다.”
태석은 기환이 떠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안 온다 했잖아.”
치우가 말했다.
“그 사람 말고.”
그리고 그 말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수의 문 앞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다른 문을 찾아야 했다. 그들이 자신에게 와서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치우가 문을 닫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