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 52화. 지워진 비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영상 속의 지구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하루가 보낸 파일을 나는 여러 번 봤다. 그런데 오늘 배식 구획 벽에 뜬 영상에서는 낮은 곳에 물이 고이는 장면이 사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깨끗한 받침과 새 지붕을 보고 있었다.
태오가 만든 의자가 지붕 아래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의자를 보다가 뒤를 돌아봤다.
배식판을 정리하던 한이삭이 내 눈길을 받았다.
“왜.”
그가 물었다.
나는 화면을 가리켰다.
“비 오는 건 어디 갔어요?”
반장은 손에 든 천을 접었다.
*
잘라 낸 사람은 반장이 아니었다.
영상을 맡은 쉰 살의 배식 담당자가 일곱 분짜리를 두 분으로 줄였다. 한이삭은 그것을 먼저 보고 괜찮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젖은 판 위에서 구조 작업을 하는 원본을 알고 있었다.
나는 편집한 파일을 멈췄다.
담당자가 입을 열었다.
“거짓말을 넣은 건 아니야.”
“빠졌잖아요.”
“다 넣으면 사람들이 끝까지 안 봐.”
그녀는 하루에 몇백 명을 만나 같은 질문에 답한다고 했다. 지구에 가면 죽느냐, 정거장에 남으면 죽느냐. 그 질문을 듣고도 매번 모른다고 대답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뭔가 좋은 것도 보여 줘야지.”
나는 벽의 화면을 보았다.
좋은 장면들은 실제였다.
하루가 지붕을 올린 것도, 여덟 사람이 첫날을 버틴 것도, 윤필이 받은 밑창 사진도.
그래서 더 쉬웠을 것이다.
나도 저 얼굴들만 보고 싶은 날이 있었다.
*
태오는 화면이 멈춘 뒤에도 팔짱을 풀지 않았다.
그는 아침부터 영상을 기다렸다고 했다. 자기가 만든 의자 때문에 온 것은 아니었다.
“받침 뒤의 땅이 어디로 기울었는지 보려고요.”
나는 원본을 열었다.
물길이 나타나자 그가 앞으로 걸어갔다.
세라가 화면의 속도를 늦췄다. 비가 오기 전, 긴 표지가 서 있던 자리에서 태오의 손이 멈췄다.
“여기.”
그가 말했다.
“이거 땅속에 묻힌 덮개예요.”
하루는 그냥 오래된 표지로 보았다. 나도 그랬다.
태오는 정거장에 같은 표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옛 대피 시설에서 가져온 배수 덮개를 창고 바닥에 재활용한 곳이 있었다.
비가 오면 저 아래로 물이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덮개가 막히거나 기울면 물이 옆으로 흘러 사람이 다니는 쪽을 깎았다.
태오는 나에게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구획으로 가서 같은 부품을 꺼내 오겠다고 했다.
화면을 줄이지 않았더라면 아침에 바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담당자를 보았다.
그녀가 먼저 단말을 들었다.
*
배식 구획이 조용해졌다.
반장이 사람들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큰 연설을 하지 않았다. 밥을 받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미리 본 영상에서 빠진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다시 틀 거야.”
한 사람이 밥이 식겠다고 했다.
반장은 먹으면서 보라고 했다.
원본이 켜졌다.
바람이 불고 물이 고였다. 받침이 흔들렸다. 하루와 한예진이 사람을 끌어당겼다.
화면 속의 어깨가 문 안으로 들어오자 식당 여기저기에서 숨이 새었다.
누군가는 숟가락을 놓았다.
또 누군가는 바로 다음 장면을 보려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젖은 옷을 벗어 걸고, 깨진 연결부를 탁자에 놓는 장면이었다.
상처를 크게 부풀린 음악도, 괜찮다고 덮는 자막도 없었다.
나는 벽 옆에 서 있었다.
내가 사람들보다 더 용감해서 저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었다. 숨이 막히는 건 나도 같았다.
*
상영이 끝난 뒤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가겠다고 적은 이름을 잠깐 빼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종이를 건넸다.
그가 자기 이름 옆에 보류라고 썼다.
배식 담당자의 얼굴이 굳었다. 바로 이 일을 걱정했다고 말하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종이를 돌려주고 물었다.
“치료실은 어디에 만들 겁니까?”
우리는 아직 여러 거처 중 첫 치료 구역을 고르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내가 오랫동안 누워 지낸다고 했다. 물이 차면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세라가 의자를 가져왔다.
남자는 앉아서 자기가 필요한 높이와 폭을 설명했다. 생각보다 정확한 숫자들이 나왔다. 매일 침상 옆에서 몸을 옮기는 사람이 알 수 있는 숫자였다.
하루에게 보낼 도면 위에 새로운 칸이 생겼다.
단순히 반대표 한 장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빼먹은 몸 하나가 지도에 들어왔다.
남자는 설명을 마친 뒤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같으냐고 물었다.
세라가 종이를 그에게 돌려줬다.
“이동할 때 제일 힘든 순간을 하나만 더 적어 주세요.”
그는 펜을 들었다가 글 대신 그림을 그렸다. 침상에서 수레로 옮길 때 생기는 짧은 틈이었다. 건강한 사람은 발 하나만 딛으면 지나갈 거리였지만, 아내의 몸을 안고 있으면 가장 긴 구간이 된다고 했다.
윤필이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자기 목발을 탁자에 걸고 의자 두 개를 떨어뜨렸다.
“이 정도?”
남자가 조금 더 좁혔다.
우리는 그 틈을 보았다. 윤필이 한 의자에서 다른 의자로 몸을 옮기려 하자 목발 끝이 걸렸다. 그는 곧바로 멈췄다.
남자가 웃으며 자기도 늘 그 자리에서 멈춘다고 했다.
태오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의자 사이에 놓을 판을 찾아왔다. 너무 미끄러운 것과 모서리가 날카로운 것을 빼고, 남자가 손으로 눌러 볼 수 있게 바닥에 놓았다.
그는 돌아갈 때 그 작은 판을 빌려 달라고 했다.
아내에게 먼저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판을 천으로 감쌌다. 남자는 보류라고 적힌 종이도 함께 가져갔다. 두 물건 중 어느 것도 남겨 두라고 붙잡지 않았다.
*
태오가 돌아온 것은 늦은 오후였다.
그는 길쭉한 덮개를 혼자 들고 오지 못했다. 이웃 두 명이 함께 받쳤다. 세 사람 모두 아직 이주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식탁 위에 덮개를 올렸다.
한이삭이 수건을 깔았다.
태오는 걸쇠를 돌리고 안쪽을 보여 줬다. 흙과 작은 돌이 쌓이면 어떻게 막히는지, 기울어진 상태에서는 왜 바깥쪽으로 물이 넘치는지 손으로 설명했다.
나는 하루에게 연결했다.
그녀의 얼굴에 피곤이 남아 있었다. 태오가 부품을 보여 주자 바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한예진이 화면을 이어받았다.
같은 표지가 나왔다.
태오가 말했다.
“거기 바로 서지는 말고 옆으로.”
하루의 발이 옮겨졌다.
잠시 뒤 오래된 덮개의 한쪽 끝이 드러났다. 안쪽은 작은 돌로 막혀 있었다.
하루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댔다.
“있네.”
그녀가 말했다.
태오가 처음으로 길게 웃었다.
*
그 덮개 하나를 열었다고 비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물은 흘러갈 낮은 곳이 필요했고, 다른 구획의 막힌 길도 찾아야 했다. 태오는 다음 점검에 쓸 그림을 몇 장 더 그렸다.
하루는 그에게 내려와 직접 봐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구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태오는 자기 구획에서 같이 갈 수 있는 기술자가 있는지 먼저 물어보겠다고 했다. 혼자 내려가서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좋다고 했다.
통신을 끊은 뒤 그는 덮개를 다시 싸기 시작했다.
반장이 옆에 앉아 천을 잡아 줬다.
“아까 영상은 내가 잘못 봤어.”
반장이 말했다.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못 본 게 아니라, 빼도 된다고 보신 거잖아요.”
한이삭의 손이 멈췄다.
그는 한참 뒤 그렇다고 답했다.
태오는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매듭을 묶었다.
*
밤이 되어 식탁을 정리할 때 반장이 나를 불렀다.
한이삭은 내 앞에 앉아 작은 식판을 밀었다. 늦게까지 못 먹었다는 것을 알고 남겨 둔 음식이었다.
“너는 무섭지 않냐.”
그가 물었다.
나는 숟가락을 들다가 내려놓았다.
“무서워요.”
“네가 못 돌아올 수도 있잖아.”
나는 탁자 아래의 오른손을 펴 보았다. 모체 구조표에 찍힌 손 모양을 반장은 아직 보지 못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정확히 모르는 대가를 말로 키우고 싶지도, 혼자만 아는 것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확인해야 할 것이 더 있다고 말했다.
반장은 내 표정을 보고 더 묻지 않았다.
그가 식판 옆에 물을 놓았다.
“네가 돌아온 뒤로 달라졌어.”
반장이 말했다.
나는 숟가락을 멈췄다.
그가 아는 돌아옴은 회수 구획에서 살아 나온 일이었다. 내가 가진 다른 뜻을 그는 모른 채 말을 이었다.
“예전엔 밥 먹을 때도 다음 일부터 물었지. 요즘은 누가 안 왔나 보더라.”
나는 빈자리를 보았다. 하루가 늘 앉던 곳이었다.
반장이 그 자리에 놓인 컵을 식탁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청소하다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습관적인 손길이었다.
우리는 잠깐 말없이 먹었다.
밥이 조금 굳어 있었다. 그래도 따뜻했다.
*
다음 날 올릴 영상은 배식 담당자가 다시 만들었다.
원본 전체를 볼 수 있게 두고, 짧은 영상에는 좋은 것과 망가진 것을 함께 넣었다. 마지막에 남길 문장을 나에게 물었다.
나는 하루가 적어 보낸 말을 골랐다.
오늘도 여기서 잤습니다.
그 아래에는 내일 고쳐야 할 곳의 사진이 붙었다.
세라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 주고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을 팔지는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