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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 53화. 인류 전체라는 말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메르가 내민 칩은 너무 작았다.

손톱만 한 투명판 안에서 에덴의 불빛이 돌았다. 일층의 식탁, 누안의 공기 구획, 태오의 가짜 나무가 그 안에 차례로 비쳤다.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메르는 칩을 탁자 가운데 놓았다.

“한 명이면 된다.”

그가 말했다.

“지금 당신을 부르는 이름을 들었다. 사람들의 대표라고 하더군.”

내 뒤에 있던 한이삭이 낮게 욕했다.

나는 칩을 보았다.

어딘가에서 내가 한 말들이 잘려 붙고 있었다. 같이 가자. 돌아가자.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겠다.

그 말들 끝에 내 이름이 찍혔다.

“대표가 모두를 걸면 절차는 빨라진다.”

메르가 말했다.

*

그가 보여 준 수송안은 우리가 만든 것보다 좋았다.

더 많은 통로가 한꺼번에 열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짧았고, 지구 쪽의 약한 접속 틀도 외부 설비로 보완할 수 있었다.

의료 장치를 실은 큰 운반대가 끊김 없이 지나가는 그림이 나왔다.

나는 거기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제 하루가 보낸 보고에는 아직 높이가 맞지 않는 받침이 두 군데 있었다. 멈춰 서서 손으로 맞춰야 하는 구간이었다. 누운 사람이 그 위를 오래 흔들리며 지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메르의 그림에서는 아무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가는 다음 장에 있었다.

이동 대상 전원의 잔여 생애에 대한 외부 처분권.

당장 모두 죽는 조건은 아니었다. 오히려 메르는 오래 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살아 있는 자산일수록 가치가 높다고.

나는 칩 안에서 움직이는 가짜 나무를 보았다.

태오가 그 앞에서 사다리를 펴던 모습까지 있었다.

“우리가 지구에 내려가서 뭘 하든.”

내가 말했다.

“그 시간이 계속 당신들 것이 된다는 거야?”

메르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에게는 숨길 만한 조항도 아닌 모양이었다.

*

누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장 정산으로 없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어요.”

모두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이게 좋다고 한 게 아니에요. 실제로 누운 사람을 실어 날라야 하는데 우리 받침이 버텨 줄지도 모르잖아요.”

나는 그녀가 방금 전의 영상을 오래 봤다는 것을 알았다.

메르가 칩을 그녀 쪽으로 조금 밀었다.

누안은 손을 거뒀다.

“내가 남의 몸을 팔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의 네 손 중 두 개가 멈췄다.

세라가 단말을 켰다.

화면에는 사람들의 이름과 각자가 보낸 답이 있었다. 가고 싶다. 기다리겠다. 의료 장치가 옮겨지면 함께 가겠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 줄로 줄일 수 없는 대답들이었다.

그녀는 내 이름을 맨 위로 올리지 않았다.

메르는 지루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았다.

“이것으로는 한 판이 되지 않는다.”

“그럼 다른 판을 해야죠.”

세라가 말했다.

*

우리는 그 자리에서 칩을 부수지 않았다.

안에 담긴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외부가 만든 묶음 표였다. 깨뜨리면 우리 뜻을 보여 줄 수는 있어도 수송 틀이 생기지는 않았다.

나는 메르의 도면을 내려놓았다.

“우리가 가진 걸로 가능한 부분을 보여 줘.”

그가 두 번째 도면을 열었다.

화려한 통로가 사라졌다. 오래된 접속 틀들이 듬성듬성 남았다. 일부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보낼 수 있었고, 일부는 정비 표시만 반복했다.

운반 간격도 길어졌다.

나는 첫 번째 그림을 다시 보고 싶었다.

한이삭이 내 옆으로 의자를 당겼다.

“옛날 것도 크긴 크네.”

그가 말했다.

메르는 그 말에 웃지 않았다.

반장은 사람들을 처음 에덴으로 올릴 때 화물 분류를 도왔다고 했다. 그때 자기 또래의 청소 인력들이 며칠 동안 물건을 받아 쌓았다고.

그가 짚은 바깥 고리의 틀 하나에 내 눈길이 멈췄다.

우리가 아직 직접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이었다.

*

그날 오후 구획마다 작은 소란이 났다.

우리는 수송에 쓸 수 있는 것을 모으러 다녔다. 남은 수명 칸은 비워 놓고, 사람들이 실제로 내놓는 물건을 받았다.

어떤 창고에서는 침상 여섯 개를 내줬다.

주인은 다 쓰고 나면 되돌려 달라고 했다. 우리는 어디로 옮겼는지 알려 주겠다고 답했다.

다른 곳에서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던 누안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돌아섰다.

마야가 자기 구역에서 가져온 상자를 내려놓았다. 새 부품이 아니라 오래 모아 둔 나사와 경첩이었다.

리안은 처음에는 난처한 얼굴을 했다.

그러다가 상자 밑에서 멈췄다.

“이 규격 어디서 났나?”

마야가 버리는 걸 주웠다고 했다.

노인이 한 줌을 들어 빛에 비췄다.

옛 수송 틀의 덮개에 맞는 부품이었다.

마야는 자기가 쓸모없는 것을 가져온 줄 알고 기다렸다고 털어놓았다. 리안은 쓸모없는 나사를 본 적은 있지만 쓸모없는 상자째 모아 오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그녀가 그게 칭찬이냐고 물었다.

노인은 그렇다고 했다.

*

옛 공연 구획에서는 길고 검은 상자가 나왔다.

뚜껑을 열자 건반이 있었다. 몇 개는 누렇게 변했고 하나는 눌린 채 올라오지 않았다. 악기를 내놓은 남자는 예순여덟 살이라고 했다.

운반대의 바퀴만 떼어 쓰면 쓸모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라가 건반 하나를 눌렀다.

소리가 났다.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가 우리 앞에서 물건을 아까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바퀴 다른 것도 있어요.”

내가 말했다.

“급하다면서.”

“이건 같이 실을 방법을 봐야겠는데요.”

남자는 웃으며 크기를 보라고 했다. 사람도 다 못 태울까 걱정하는 판에 이런 걸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약속하지 못했다.

세라는 악기의 길이와 폭을 적었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누르지 않던 남자가 마지막으로 가운데 건반을 눌렀다.

짧은 소리가 창고 안에 남았다.

바퀴는 떼지 않았다. 다음 운송 시험의 빈 화물 크기를 비교할 때 이 상자도 목록에 넣기로 했다.

모든 일이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았다.

한 구역의 대표는 자기들이 내놓는 양이 많으니 먼저 가겠다고 했다. 누안이 그 앞에서 얼굴을 굳혔다.

나는 둘 사이에 서서 물건을 돌려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때 침상을 맡겼던 여자가 다가왔다.

“먼저 가서 받침 고칠 사람을 찾는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대표가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는 자기가 가겠다고 했다. 낮은 곳에 내려가 사람들을 받아 올리는 일을 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처음 에덴으로 올 때도 마지막 날까지 같은 일을 했다고.

대표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우리는 그 구역 물건을 바로 가져오지 않았다. 주민들이 다시 의논하는 동안 다른 창고로 갔다.

돌아왔을 때 물건 절반이 문 밖에 놓여 있었다. 나머지는 자기 구역의 마지막 이동 때 쓰겠다고 했다.

누안은 수량을 줄여 적었다.

그걸로 다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늘 옮길 것은 정해졌다.

*

밤에 나는 외부 판의 기록을 다시 열었다.

한 사람이 전부 걸면 얼마나 간단해지는지 숫자가 보여 주고 있었다.

내가 내 생애를 걸 때는 내 손끝이 뜨거워졌다. 세라가 연결됐던 날에는 그녀가 치를 값을 눈앞에서 봤다.

오백만 명이라는 숫자는 너무 커서 감각이 없었다.

나는 칩 안에 보였던 가짜 나무를 떠올렸다. 누워 지내는 아내를 위해 작은 판을 빌려 간 남자를 떠올렸다.

내가 대표라는 말이 그들의 남은 아침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말을 닫으려는데 메시지가 왔다.

브란이었다.

공동 관리 인원이 확인한 연락 요청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나는 글을 열었다.

너도 결국 누군가 대신 결정해야 할 거다.

짧은 문장이었다.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저장된 수송 도면을 열어 한 구간을 확대했다.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틀의 사진이었다.

내일 그곳에 갈 사람들이 명단에 올라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출발 시간을 확인했다.

답장은 제각각이었다. 한 사람은 일을 마치고 늦게 합류한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길을 모르니 승강기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태오는 자기 구획의 동료 한 명을 데려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공구를 어느 정도 챙길지 되물었다.

브란의 문장은 화면 아래로 밀려났다. 내가 해야 할 대답이 계속 새로 오고 있었다.

나는 짧은 목록을 보내고, 늦는 사람을 기다릴 장소를 적었다. 오늘 밤 누구도 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일 아침에는 같이 문 앞에 설 사람들이 있었다.

*

세라는 내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옆에 앉아 사과를 반으로 잘랐다. 연회에서 보았던 것처럼 크고 반짝이는 과일은 아니었다. 조경 구획에서 오래 보관한 작은 과일이었다.

그녀는 큰 쪽을 자기 앞으로 당겼다.

나는 작은 쪽을 받았다.

“왜 웃어요?”

그녀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한입 베어 물었다. 단맛 뒤에 약간 떫은 맛이 남았다.

세라가 말했다.

“나도 겁나요. 이 길이 맞는지 말하는 건 아니에요.”

“알아.”

“그래도 내일은 갈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기 조각을 다 먹고 씨를 천 위에 모았다. 리안이 지구 쪽에서 시험해 볼 수 있느냐고 묻겠다며 작은 종이에 쌌다.

우리는 생애 대신 보내 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