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뒤에도, 살인자의 아내

17화 · 늦어진 달력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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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중순이 되자 은행 안의 냉방이 조금 세졌다.

나는 카디건을 꺼내 입었다.

수진은 내가 자꾸 소매를 당기는 것을 보고 덥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몸이 이상했다.

아침에 먹은 것이 오래 남아 있는 것 같았고 오후에는 졸렸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잔 것도 아닌데 낮에 눈이 감기면 스스로가 한심했다.

수진은 점심을 다른 것으로 먹자고 했다.

나는 늘 가던 식당에 가도 된다고 했다.

그녀가 일어나자 따라 일어났다.

가방을 드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잠깐 의자를 잡았다.

* * *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차가운 물을 손에 받아 얼굴에 대었다. 거울 속 사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휴대전화의 달력을 열었다.

끝나는 날에는 아직 동그라미가 있었다.

칠월 삼일.

그 앞에 내가 작게 표시해 둔 날짜들이 보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지난주를 짚었다.

생각보다 오래 지나 있었다.

창밖을 볼 필요도 없는데 고개가 저절로 올라갔다.

화장실의 작은 창문은 닫혀 있었다.

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

다른 달력처럼 보였다.

* * *

수진이 문을 두드렸다.

나는 곧 나간다고 했다.

손을 닦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오늘은 부드러운 것을 먹자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먹는 동안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수진은 자기 집 보일러가 고장 났던 이야기를 했다. 기사와 약속한 시간을 잘못 알아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고 했다.

나는 듣고 웃었다.

그녀가 나를 봤다.

“어디 아픈 거면 병원 가.”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 * *

예약 전화를 할 때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묻는 말을 옆자리 사람이 들을까 봐 계단 쪽으로 나왔다.

시간을 정했다.

내가 갈 수 있는 날과 병원에서 가능한 날을 맞추느라 잠깐 달력을 봤다. 나는 몇 번이나 날짜를 다시 읽었다.

전화를 끝낸 뒤에도 계단에 서 있었다.

내가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예약은 잡혔다.

그 사실이 조금 이상했다.

그 집에서는 무엇이든 누구에게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여기서는 내 이름과 내가 갈 시간만 말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 * *

퇴근하고 집에 오니 도하가 먼저 와 있었다.

그는 내 안색을 보았다.

나는 피곤하다고 말했다.

도하가 저녁을 늦게 먹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올라갔다.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동침 의무를 지운 줄이 보였다.

그 밤 이후에도 나는 내 방을 썼다. 함께 있기로 한 날에는 그의 방으로 갔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가지 않았다.

종이가 그 모든 순간을 대신 결정하지는 않았다.

나는 계약서의 마지막 날짜를 다시 보았다.

석 달이었다.

그 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 내 몸 안에 생겼을까.

* * *

나는 침대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아이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아 본 적은 있었다.

결혼하면 몇을 낳고 싶으냐는 말도 들었다.

대개는 대충 웃고 넘어갔다. 내 생활부터 제대로 만드는 일이 먼저였다.

이십억을 갚고 나면, 혼자 작은 방을 구하고, 다시 돈을 모으고.

그 뒤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순서 가운데 모르는 칸이 끼어들었다.

나는 그 칸이 무서웠다.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그 궁금함 때문에 더 무서웠다.

* * *

도하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문간에서 내 얼굴을 보았다.

“저녁은 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가 펼쳐 놓은 계약서를 보았다.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떠날 준비를 하는지.

석 달 뒤를 다시 세고 있는지.

나는 그와 다른 것을 세고 있었다.

그걸 말해야 했다.

나는 계약서를 접었다.

* * *

“병원에 예약했어요.”

내가 말했다.

도하가 바로 물었다.

“어디 아픕니까.”

나는 잠깐 대답을 고르다가 그대로 말했다.

임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자 방 안이 달라졌다.

도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아직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도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읽기 어려웠다.

나는 그가 처음 보는 것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당신은 어떻습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기뻐하거나 화를 내거나, 자기 아이냐는 이상한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를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도하가 침대 끝에 앉았다.

나와 조금 거리를 두었다.

그가 내 손을 보았다.

잡으려 하지는 않았다.

“확인하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 * *

그러나 그가 방을 나가기 전에 달력이 있는 쪽을 한번 봤다.

칠월 삼일에 해 둔 표시였다.

나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내게서 눈을 돌렸을 때 입가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나는 그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나가려는 그를 불렀다.

“기쁘세요?”

내가 물었다.

도하가 돌아봤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그가 말했다.

“당신하고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 *

나는 등을 곧게 폈다.

그는 자기 말이 내게 어떻게 들렸는지 알아챈 것 같았다.

그러나 말을 바꾸지는 않았다.

나는 배 위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그런 동작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걸로 제가 여기 남는다고 생각하지 마요.”

내가 말했다.

도하가 나를 보았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조금 전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 얼굴을 오래 보았다.

그가 아이를 상상하는지, 나를 붙잡을 시간을 상상하는지 알 수 없었다.

* * *

그날 저녁에는 냄새가 적은 음식이 나왔다.

정숙이 평소와 다른 그릇을 놓았다.

나는 도하를 봤다.

그는 속이 안 좋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숙은 잘 먹지 못하니 조금 편한 것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다.

그녀에게 화낼 일은 아니었다.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도하는 내가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오래.

나는 그 시선을 피하려고 물을 마셨다.

* * *

밤에는 혼자 잤다.

도하에게 오늘은 내 방에 있겠다고 했다.

그는 알겠다고 했다.

나는 문을 닫고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내 몸이 전날과 다른지 생각했다.

알 수 없었다.

같은 손, 같은 배, 같은 심장 소리였다.

나는 이불을 조금 내려놓았다.

정민이 죽던 날의 통로가 떠올랐다.

도하가 내 손을 보고 멈추던 얼굴도.

그 사람과 내가 만든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 * *

나는 아이에게 그 사람이 어떤 아버지가 될지 생각하려다가 멈췄다.

아직 아이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벌써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얼굴이 생긴 것 같았다.

이 사람을 왜 선택했느냐고.

무엇을 알고도 남았느냐고.

나는 베개를 뒤집었다.

차가운 쪽에 얼굴을 댔다.

그 질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나에게 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다.

* * *

다음 날 아침에는 조금 나아진 기분이었다.

나는 회사에 갈 준비를 했다.

도하가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오늘은 괜찮다고 했다.

그는 내 가방을 잠깐 받쳐 주었다.

나는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그가 물었다.

“병원은 언제 갑니까.”

나는 날짜를 말했다.

그는 그날 시간을 비워 두겠다고 했다.

나는 아직 같이 가 달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 * *

회사에서는 내가 일할 사람이었다.

누구의 아내인지, 어떤 가능성을 생각하는지 대부분은 몰랐다.

나는 그 상태가 잠깐 편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휴대전화에 모르는 꽃집 이름이 떠 있었다.

배송 주소를 확인하려는 연락이었다.

나는 꽃을 주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대는 보내는 사람 이름을 확인해 주었다.

차경원.

나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꽃집에서는 어떤 문구가 함께 가는지도 친절하게 읽어 주었다.

몸조심해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 * *

나는 전화를 끝냈다.

손이 차가워졌다.

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바로 받았다.

나는 꽃이 온다고 했다.

경원이 보낸다고.

도하가 잠깐 말이 없었다.

그 침묵만으로도 답을 알 수 있었다.

“말했어요?”

내가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어머니가 내 안부를 묻기에 아직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나는 계단의 난간을 잡았다.

* * *

“저는 당신한테만 말했어요.”

내가 말했다.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어젯밤 그가 내게 확인하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확인하기도 전에 내 생각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화면에 내 얼굴이 비쳤다.

몇 시간 전과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벌써 누군가는 내가 무엇을 낳을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그날 오후에도 내 번호가 불렸다.

나는 손님에게 앉으시라고 말했다. 그가 가져온 종이의 날짜를 확인하고 틀린 칸을 짚었다.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펜을 들었다. 나는 그가 글씨를 다 쓸 때까지 기다렸다. 누군가의 대답을 기다리는 일이 여기서는 내가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