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에서 황궁의 비밀을 팝니다

31화 · 31화. 청혼 대신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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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렌이 가져온 종이는 아주 작았다.

나는 그가 내민 것을 뒤집어 봤다.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끝이에요?”

“아직은요.”

그가 말했다.

종이에는 벨른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것들이 적혀 있었다. 어느 문으로 수레가 들어갈 수 있는지. 어느 시장은 비가 오면 열지 않는지. 밤늦게 도착한 여성이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을 숙소는 어디인지.

나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도렌은 그것을 봤다.

“짐을 옮기는 사람은 많이 압니다.”

그가 말했다.

“사람이 하루를 보내는 곳은 당신들이 더 잘 알더군요.”

* * *

그는 작은 안내물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했다.

상단이 인쇄하고 배포할 곳을 마련하며, 조합이 실제로 확인한 내용을 쓰는 일이었다. 길을 잘못 알려 물건을 늦게 받는 손해도 줄일 수 있었다.

나는 종이를 책상에 놓았다.

도렌은 기다렸다.

예전에 그가 내밀던 종이와 같은 냄새가 났다. 질 좋은 종이, 잉크, 그의 장갑에서 남은 나무 상자 냄새.

그런데 이번 종이에는 조합 전체의 소식을 먼저 받겠다는 말이 없었다.

“잘 안 팔리면요?”

내가 물었다.

“적게 찍고 시작해야겠죠.”

“그 정도는 저도 생각했어요.”

“그럼 제안서를 더 잘 써 왔어야 했군요.”

나는 웃었다.

그도 웃었지만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 * *

노엘과 이브를 불렀다.

에다는 오늘 수선 일을 하는 날이라 저녁에 내용을 보여 주기로 했다.

이브는 종이를 보고 숙소 이름부터 빼자고 했다.

“가서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그래서 초안입니다.”

도렌이 답했다.

노엘은 숙소가 더 좋은 자리로 옮기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종이를 많이 찍어 놓으면 다 낡은 소식이 된다고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렌은 메모를 했다.

상단주가 우리 좁은 책상에서 이브의 말을 받아 적고 있었다.

이브는 그걸 별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잉크가 너무 번져요. 그 펜 말고 이거 써요.”

그녀가 자기 펜을 건넸다.

* * *

문제가 된 것은 이름을 어디에 놓느냐는 것이었다.

상단의 문장을 가장 크게 넣자는 직원의 시안이 함께 와 있었다. 등불 정보 조합은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노엘이 종이를 도렌 앞으로 밀었다.

“우리는 부록인가요?”

도렌이 시안을 봤다.

“늘 그렇게 만들던 사람이 그렸습니다.”

“그럼 늘 다르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겠네.”

도렌은 잠깐 말이 없었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여기서 그가 흔쾌히 웃으면 오히려 조금 섭섭할 것 같았다. 자기 것을 내놓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을 리 없었다.

그는 펜으로 두 이름 사이에 줄을 그었다.

“같은 크기로 하죠.”

이브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그려야 해요. 선 그으면 더 이상해져요.”

노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그날 우리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도렌은 직원에게 새로 그려 달라고 할 종이를 챙겼다. 나도 확인할 곳들의 목록을 남겼다.

그가 나간 뒤 노엘이 물었다.

“어때?”

“일은 해볼 만한데.”

“일 말고.”

나는 펜 뚜껑을 닫았다.

이브는 의자를 돌려 앉았다. 둘 다 내 대답을 기다렸다.

“좋아.”

내가 말했다.

노엘이 눈썹을 올렸다.

“어느 쪽?”

나는 웃다가 얼굴을 가렸다.

이브가 내 팔을 잡아 손을 내리게 했다.

“둘 다면 둘 다라고 해. 그걸 우리가 대신 말해 줘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였다.

* * *

며칠 동안 우리가 확인한 가게 주인들은 뜻밖의 질문을 했다.

얼마를 내야 자기 가게가 실리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값을 내면 실제보다 넓다고 써 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주인은 찾아오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면 곤란하다고 했다.

나는 그 집 이름 옆에 줄을 긋고 다른 곳으로 갔다.

노엘은 밤에 문을 두드리는 손님을 받는지 직접 물었다. 이브는 수레가 돌아 나갈 수 있는지 보고 왔다.

우리는 이름을 많이 넣는 대신 틀리지 않을 만큼만 남겼다.

처음 계획한 것보다 얇아졌다.

확인한 숙소 하나는 도로에서 보기보다 계단이 많았다. 나는 방이 비었다는 말만 적었는데 이브가 짐을 든 손님이 어디로 올라가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뒷문을 열어 보였다. 작은 수레는 그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말을 덧붙였다. 도렌의 직원이 큰 상자를 들고 왔다가 앞에서 멈추지 않게 해 줄 한 줄이었다.

저녁에는 그 숙소 주인이 직접 작업실로 와 문을 닫는 시각을 다시 말해 주었다. 바쁜 날은 늦게까지 열지만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고쳐 적고 종이를 돌려 보여 주었다. 그녀는 자기 집이 적힌 줄을 손끝으로 짚고 갔다.

도렌이 새 초안을 받아 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인쇄비가 덜 들겠군요.”

그 말에 이브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 * *

첫 시제품은 장날 아침에 왔다.

접은 종이를 펼치면 안쪽에 작은 지도가 보였다. 나와 노엘이 빗속에서 그리던 지도보다 훨씬 깔끔했다.

이브는 길 하나가 좁게 그려진 것을 발견했다.

노엘은 문 닫는 시각을 고쳤다.

에다는 글씨를 읽다가 손으로 종이를 조금 멀리했다.

“등잔 밑에서도 읽을 수 있어야 해.”

그 말을 듣고 글자가 커졌다.

도렌은 인쇄한 사람에게 다시 가져가며 한숨을 쉬었다.

“당신들 눈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돈 받고 판 건 아니잖아요.”

내가 말했다.

“다행이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날 저녁, 나는 도렌과 둘이 걸었다.

장사를 접은 시장에는 잘린 끈과 채소 잎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뒷문으로 물을 쏟았고 우리는 동시에 옆으로 피했다.

도렌의 구두 끝이 젖었다.

그가 자기 구두를 보고 있는 사이 내가 웃었다.

“새로 산 건데.”

그가 말했다.

“저도 알아요. 반짝거려서.”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조금.”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손가락 사이에 그의 손가락을 넣었다.

그날은 내가 먼저 놓지 않았다.

* * *

우리는 다리 위에서 멈췄다.

물 위에 등불이 길게 흔들렸다. 멀리서 악기 소리가 들렸다. 바르토가 오늘 연주한다고 했던 곳은 반대편이었으니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 모를 사람의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도렌이 난간에 팔을 얹었다.

“처음에는 당신한테 필요한 걸 다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물을 보고 있었다.

“돈이 많으니까요.”

“그것도 있고요.”

그가 인정했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으로 오면 된다고 생각한 게 더 컸죠.”

나는 그의 손을 조금 당겼다.

그가 나를 보았다.

“지금은요?”

“내가 당신 가게로 와야 하더군요.”

나는 웃었다.

그도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씁쓸한 웃음이었다.

* * *

“싫어요?”

내가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 전에 우리 손을 봤다.

“오늘은 좋습니다.”

“내일은요?”

“내일은 종이를 다시 찍어야 하니 좀 힘들겠죠.”

나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그의 웃음이 가까이에서 들렸다.

잠깐 그렇게 서 있었다. 그가 팔을 내 등에 둘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그가 이번에는 먼저 가까워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첫 입맞춤 때처럼 누가 그의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웃다가 중간에 끊어지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등불은 그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도렌은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왜요?”

내가 물었다.

“좋은 말을 하려다 망칠 것 같아서.”

“그럼 하지 마요.”

나는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 * *

다음 날 도렌은 완성한 제안서를 가져왔다.

꽃도 반지도 없었다.

표지에는 상단과 조합의 이름이 나란히 있었다. 이번 안내물의 제작과 판매를 함께 맡는 동업 제안이었다.

나는 첫 장보다 마지막 장을 먼저 봤다.

조합이 앞으로 알아내는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말은 없었다. 다른 고객을 만나지 말라는 말도 없었다.

내가 읽는 동안 도렌은 창밖을 봤다.

노엘과 이브는 이미 제안서를 읽고 의견을 적어 놓았다. 에다는 자기 이름을 어디에 적을지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교정을 도운 사람으로 넣어 달라고 했다. 매일 조사하러 다니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 이름도 작은 칸에 따로 들어갔다.

나는 펜을 들었다.

* * *

서명하기 전에 도렌을 불렀다.

그가 돌아봤다.

“당신하고 일을 해 보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그의 얼굴이 아주 조금 풀렸다.

나는 말을 이었다.

“같이 있는 것도 좋아요.”

이번에는 그가 확실하게 웃었다.

노엘이 손으로 눈을 가렸다.

“업무 시간인데.”

이브는 눈을 가리지 않았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리네.

내가 이곳에서 불리고, 돈을 받고, 문을 열 때 쓰는 이름을 적었다.

도렌도 자기 이름을 썼다.

그가 내 손을 잡으려 하자 이브가 종이를 먼저 가져갔다.

“잉크 마르고요.”

* * *

그날 조합에서는 밀린 다른 일의 몫도 나눴다.

안내물이 아직 팔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끝낸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지난 열흘의 확인 의뢰들을 하나씩 지웠다.

나는 방값을 내고 남은 돈을 세어 지갑에 넣었다.

부자가 된 기분은 아니었다.

대신 내일 해야 할 일이 전날보다 조금 구체적이었다.

도렌은 직원과 함께 인쇄소로 갔다. 노엘은 손님을 만나러 나갔다. 이브는 새로 구할 방을 보러 갈 시간이 됐다며 나를 재촉했다.

나는 가게 문을 잠갔다.

그날 저녁은 도렌이 아니라 이브와 먹었다.

그녀가 고른 방에는 정말 창문이 하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