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반송할 수 없는 말
작가: 유영 (예시용 가상 필명)
창작 방식: AI 생성 · AI가 작성한 오리지널 예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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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헬멧을 벗은 뒤에도 벽 옆에 서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에 흰색이 많았지만, 백 년 전에 편지를 받았어야 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안은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유진이 앉자 서나는 보관함을 탁자 위에 눕혔다. 접수 화면에는 여전히 배송 중이라는 글씨가 떠 있었다.
“거절하시면 봉인 그대로 가져갑니다.”
서나가 말했다.
“지구로 돌려보내요?”
“즉시 돌아가는 배는 없어요. 현재 항로의 보관소에서 다음 운송을 기다립니다.”
서나는 돌아갈 수 있다는 말만 쉽게 하고 싶지 않았다. 기러기는 다음 항성계로 가야 했다. 지구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이번에는 몇십 년짜리 항해가 필요했다.
유진은 보관함을 한 번 만져 보았다.
“내가 못 받으면 그 사람에게 갔다고 거짓말하진 않죠?”
“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유진의 어깨가 내려갔다.
복도에서 경보가 짧게 울렸다. 이안은 탁자 위 차를 그대로 두고 뛰어나갔다. 서나는 봉투 대신 공구함을 집었다. 유진은 가지 않겠다고 손을 들었다.
“귀찮은 노인 때문에 늦지 말고, 배부터 고쳐요.”
“배는 괜찮아요. 여기 문제가 뭔지 보려는 거예요.”
“그럼 나 말고 저 아이 얘기를 들어 줘요.”
이안은 기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 배관에는 물방울이 맺혔다. 굵은 펌프 두 대 가운데 한 대가 멈춰 있었고, 다른 한 대는 작은 돌을 삼킨 듯 불규칙하게 떨었다.
기지는 얼음 아래 바다의 열을 끌어와 생활 구역을 데웠다. 며칠 전 지반이 움직이면서 냉각수 관로가 틀어졌다. 제어 회로와 송신기에 물이 들어갔다. 이안은 생활 전원만 남기려고 장비를 하나씩 꺼야 했다.
“반사판은 할머니 생각이었어요. 송신기 없으면 눈으로라도 보내라면서요.”
“기지에 몇 분 계세요?”
“열여섯 명. 다른 분들은 위층 대피실에요. 이 펌프까지 멎으면 거기 난방도 끊겨요.”
서나는 하나에게 지상 상태를 보냈다. 모선에서 답이 오는 동안 이안이 배관 연결부를 가리켰다. 압력계 바늘이 붉은 구역 바로 앞을 떨고 있었다.
회로는 갈 수 있었다. 기러기에 남는 제어판이 있었다. 그러나 관로가 틀어진 상태에서 펌프를 힘껏 돌리면 연결부부터 찢어질 수 있었다.
“바닷물 쪽 유입을 먼저 줄여야겠네요.”
“자동 밸브가 응답 안 해요. 수동 잠금쇠를 못 찾았어요. 도면에는 있는데, 옛 설계라 위치가 달라요.”
이안은 낡은 도면을 펼쳤다. 바뀐 곳마다 가는 선을 그어 놓았지만, 덧그림이 너무 많아 최초의 선을 찾기 어려웠다.
“할머니가 처음 기지에 왔을 때 설치된 설비래요. 할머니는 바다 쪽 펌프를 맡으셨고요.”
서나는 고개를 들었다.
“유진 씨가 이 관로도 보셨나요?”
이안은 대답 대신 도면 한쪽을 접었다.
“부탁은 했어요. 귀가 잘 안 들리셔서 설명을 놓치기도 하고, 자기가 잘못 건드려 우리를 다치게 할까 봐 겁내세요.”
위층으로 올라오니 유진은 보관함 곁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서나는 편지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수동 밸브 위치를 알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유진은 도면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이건 두 번째 공사 도면인데.”
그 말 뒤로 손가락이 멈췄다. 얼굴에는 잘못 기억하면 안 된다는 긴장이 떠올랐다.
“내 기억대로 열었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먼저 위치만 확인할게요. 관로를 건드리기 전에 지금 상태와 맞는지도 확인하고요.”
서나는 유진의 기억을 정답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 실마리로 받아 적었다. 유진은 오래 생각한 뒤 아래층 동쪽 벽 뒤를 가리켰다.
이안이 확인하러 갔다. 서나는 반송 처리 화면을 켰다. 유진은 화면을 가만히 보다가 날짜를 물었다. 서나가 지구 표준력으로 답하자 유진은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정지잠을 쉰일곱 해 잤어요. 깨어나고 나서도 기다렸고. 내가 떠날 때 아버지는 마흔여덟이었는데.”
현재 살아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지구에서 지금 답을 보내도 여기 도착하는 것은 사십이 년 뒤였다. 서나는 차를 새로 따라 주었다.
“아버지가 나를 보내기 싫어했어요. 항구 침수 구역 공사에 남은 돈을 써야 한다고 했죠. 나는 나루행 배삯으로 달라고 했고요.”
유진은 찻잔 손잡이만 잡았다.
결국 배를 탔다. 마지막 날 아버지는 부두에 오지 않았다. 유진은 자기에게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나루에서 처음 장거리 전보를 보냈을 때, 지구 쪽 주소가 이미 폐쇄되었다는 자동 응답이 돌아왔다.
그 뒤로는 무엇을 더 물어야 할지 몰랐다.
이안에게서 연락이 왔다. 벽 뒤에 수동 밸브가 있었다. 관로 명판에 초기 설치 담당 윤유진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다고 했다.
유진은 헛웃음을 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나는 보관함을 닫으려 했다. 유진이 그 위에 손을 놓았다.
“읽고 내려갈게요.”
서나는 수취 확인을 받은 뒤 차폐 필름 가장자리를 열었다. 종이를 꺼내는 것은 유진에게 맡겼다. 허락받지 않은 문장을 보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났다.
“부두에 안 온 게 아니었대요.”
유진의 말에 서나가 돌아보았다.
“항구 배수 시설이 고장 났대요. 떠나는 배 통로부터 열어야 해서 지하에 있었대요.”
유진은 편지 한 귀퉁이를 이안에게 보여 주듯 들어 올렸다. 아버지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썼다. 딸이 자기에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딸 자신의 삶으로 간 것이라고 적었다.
편지 아래에는 한 문장이 더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막히면, 네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보렴.
유진은 오래 울지 않았다. 종이를 세 번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도면을 집었다.
“이안한테 말해 주세요. 잠금쇠 밑에 보조 관로도 있어요. 그건 반드시 같이 찾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