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6화. 살아서 끝내는 일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아이는 자기 신발을 한 번에 신었다.
어머니가 묶어 놓은 끈을 풀지 않고 발을 밀어 넣었다.
도은이 그 모습을 보다가 웃었다.
“다음엔 끈 풀고 신는 거야.”
“오늘은 빨리 가야 하잖아.”
아이는 가방을 멨다.
현관에는 이제 내 신발만 남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를 보다가 가방 지퍼를 닫았다.
수리점에 온 지 하루가 지났다.
그보다 오래 된 일 같았다.
* * *
윤미란은 아침에 왔다.
전화로만 듣던 사람보다 키가 작았고, 목소리는 훨씬 컸다.
그녀는 도은을 보자 바로 끌어안았다.
도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비켰다.
봄이 미란의 옷을 잡았다.
그제야 두 사람이 떨어졌다.
미란은 아이 얼굴부터 살피고, 다음에는 도은의 눈 밑을 봤다.
마지막으로 나를 봤다.
웃지 않았다.
“이분이에요?”
도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란은 나에게 인사 대신 말했다.
“가방은 제가 들게요.”
나는 넘겨줬다.
* * *
도은은 아이와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임시 거처에서 경찰과 다시 통화하고, 미란이 곁에 있기로 했다고 했다.
봄은 식탁 위의 공책을 챙겼다.
연필이 떨어지자 내가 주웠다.
아이는 내 손을 봤다.
“이거 내 거예요.”
나는 그렇다고 하고 건넸다.
그녀는 연필을 필통에 넣었다.
고맙다는 말을 시키는 어른은 없었다.
좋았다.
나는 아이에게 인사를 받으려고 여기에 서 있는 게 아니었다.
문을 열어 두었다.
미란이 먼저 내려갔다.
* * *
도은이 계단 앞에서 멈췄다.
“회사에서 만나자는 건 안 갈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당신한테 다 맡기겠다는 뜻도 아니에요.”
“압니다.”
도은은 나를 봤다.
아직 내가 뭘 안다는 건지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세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문을 잡고 있었다.
문을 닫자 방이 갑자기 넓어졌다.
의자는 세 개 그대로였다.
* * *
아이 컵이 식탁에 남아 있었다.
작은 플라스틱 컵이었다.
나는 그것을 씻어 말려 뒀다.
그다음 내 컵을 씻었다.
할 일이 없어졌다.
어제는 종일 누가 물을 마시고, 누가 밥을 먹고, 누가 졸렸다.
지금은 냉장고 소리만 났다.
나는 휴대전화를 집었다.
원진욱의 사진을 다시 열었다.
딸을 가진 여자를 죽이라고 한 남자.
나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낸 남자.
그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제 내가 아는 방식으로 움직이면 되는 줄 알았다.
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
* * *
도은이었다.
“그 사람이 다시 전화했어요.”
나는 일어섰다.
“어디 계십니까?”
“안전한 데요. 미란 씨도 같이 있고.”
그녀가 먼저 말했다.
내가 장소를 더 묻기 전에 멈추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창가에서 돌아섰다.
“뭐라고 합니까?”
“어제 일을 사과한대요.”
나는 웃지 않았다.
그녀도 웃지 않았다.
원진욱은 나를 죽이겠다고 한 사람의 목소리로, 그녀에게는 일을 정리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도은도 이제 알고 있었다.
* * *
그녀가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정리된 자료에 오해가 있었다.
원본을 내놓으면 회사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
도은은 묻지 않았던 이름을 들었다고 했다.
이미 회사를 떠난 직원이었다.
“그 사람이 동의했다고 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하고 연락이 안 돼요.”
나는 벽의 시계를 봤다.
초침이 늦지 않고 움직였다.
“언제부터.”
“그 자료를 돌려준 날부터요.”
어제 그녀가 끝내 대답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 * *
나는 원진욱을 만나지 말라고 했다.
도은이 바로 대답했다.
“그 말 하라고 전화한 거 아니에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했다.
“경찰한테 원본이 있다고 말할 거예요. 어떻게 생긴 일인지 제가 설명할 거고요.”
나는 바깥으로 나갈 생각을 접었다.
도은이 덧붙였다.
“당신이 먼저 그 사람을 죽이면, 저는 그다음에도 이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 말은 맞았다.
나는 의뢰인의 얼굴에만 너무 오래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가 죽은 뒤에도 살아 있어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남았다.
* * *
“원본을 넘기면 바로 끝납니까?”
내가 물었다.
“모르죠.”
도은이 말했다.
“그건 형사가 확인하겠죠. 제가 모르는 것까지 지어내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식탁의 빈자리를 봤다.
그녀가 어제 앉았던 곳이었다.
“그럼 내가 할 건.”
말하다가 멈췄다.
도은은 잠시 기다렸다.
“내가 살아서 말할 수 있게 해 줘요.”
그녀가 말했다.
“누구 죽였다고 통보하지 말고.”
나는 전화기를 고쳐 잡았다.
그것은 처음 받은 종류의 부탁이었다.
* * *
나는 알겠다고 했다.
쉽게 나온 말은 아니었다.
누구를 없애면 되는 일은 목표가 분명했다.
살아 있게 하는 일은 그녀가 내일 무엇을 할지까지 이어졌다.
학교에 연락하고, 친구와 싸우고, 경찰에게 말하고, 내 말을 거절하는 일.
나는 그 전부를 좋아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게 두어야 했다.
도은이 조용히 물었다.
“진짜 알아들은 거예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아직 다는 아닙니다.”
그녀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그 대답이 전보다 나은 것 같았다.
* * *
오세진에게는 점심 무렵 도은의 연락이 왔다.
그는 통화를 끝낸 뒤 메모장을 잠깐 바라봤다.
그녀는 자료가 있다고 했다.
정리된 문장과 실제 말이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러 왔다가 거절한 남자가 있다고 했다.
어떤 하나도 그대로 믿고 끝낼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짜라면 왜 하필 밤의 총격과 같은 이름이 나오는지 설명해야 했다.
세진은 병원의 침대에 누운 남자를 떠올렸다.
우리도 속은 거예요.
그는 도은에게 무명과 마지막으로 헤어진 곳을 물었다.
도은은 수리점의 주소와 시간을 말했다. 지금도 거기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세진은 확인을 요청한 뒤 무명의 번호로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조사에 필요한 연락을 달라는 요구를 문자로 남겼다.
도은의 안전과 무명에게 물어야 할 일은 둘 다 그의 일이었다.
* * *
전화기가 울릴 때 나는 식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낯선 번호였다.
벨이 멎은 뒤 문자가 왔다.
오세진 형사라고 했다.
총격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팔을 식탁에서 내렸다.
붕대가 당겼다.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를 도은에게 설명할 말은 없었다.
나는 아직 경찰에게 내 이름을 걸고 말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이었다.
* * *
식탁 위의 가방을 챙겼다.
아이 컵은 말라 있었다.
나는 그것을 찬장에 넣었다.
빈방의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가면 경찰을 피할 수 있을지 아는 척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더는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잠시 뒤 다시 연락이 왔다.
나는 받지 못했다.
그날의 두 번째 거절은 첫 번째보다 훨씬 초라했다.
도은은 말하러 가기로 했고, 나는 또 떠나고 있었다.
* * *
늦은 오후에는 작은 여관방에 있었다.
팔을 올려 두고 누웠다.
가만히 있자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잠이 들었다가 금방 깼다.
꿈에서 문이 부서졌다.
눈을 떴을 때 문은 멀쩡했다.
나는 전화기를 봤다.
오세진의 문자가 그대로 있었다.
그것을 지우지는 않았다.
* * *
도은에게서 문자가 왔다.
봄이는 잤어요.
딱 한 줄이었다.
나는 답장을 쓰다가 지웠다.
잘됐습니다.
그 말을 쓰면 일이 끝난 것처럼 보일까 봐 지웠다.
다시 썼다.
잘됐습니다.
보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녀가 자리를 옮겼다고 아이가 다시 겁먹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나는 화면을 껐다.
내 전화기에 처음으로 그런 보고가 들어와 있었다.
* * *
밤이 되기 전 도은과 한 번 더 통화했다.
그녀는 다음 날 형사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원자료를 설명할 때 필요한 이름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이름을 전부 알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통화한 사람의 말과 목소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한테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대답을 늦췄다.
경찰 앞에 서면 내가 설명해야 할 것은 원진욱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도은은 그 침묵을 알아들었다.
“나한테만 용기 내라고 하지 마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전화기를 꽉 쥐었다가 힘을 풀었다.
* * *
전화를 끊기 직전 도은이 나를 불렀다.
“그 소리에 제 목소리도 있어요.”
나는 가만히 들었다.
“제가 뭐라고 했는지, 그것도 들려줘야겠죠.”
그녀는 나에게 묻는 것 같지 않았다.
이미 답을 알고 확인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녀가 어제부터 자꾸 문장 중간에서 멈췄던 것을 떠올렸다.
“그 사람이 한 말만 있는 게 아닙니까?”
도은은 그렇다고 했다.
침묵 끝에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듣고 있던 음성을 멈추는 소리였다.
뒤쪽에서 미란이 밥 먹으라고 불렀다.
도은은 곧 간다고 대답했다.
살아남고 싶은 사람의 전화 뒤편에도 저녁이 있었다.
나는 더 묻지 않고 통화를 끝냈다.
그녀는 내일 원진욱의 말뿐 아니라 자기 말도 들려줄 것이다.
* * *
나는 다시 원진욱의 사진을 열었다.
사진 아래 기사에는 그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적혀 있었다.
읽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를 죽이면 되는 줄 알았다.
여전히 죽이고 싶었다.
그 생각이 하루 만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생겼다.
서도은이 자기 목소리로 말하게 하는 것.
내가 지운 이름들 중 하나라도 내 입으로 꺼내는 것.
나는 후자의 생각에서 눈을 돌렸다.
아직 거기까지 갈 자신은 없었다.
* * *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말을 더 하기 전에 밥이나 먹자.
장소도 날짜도 없었다.
나는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았다.
어디냐고 묻는 답장.
예전의 나는 그렇게 했다.
선생님이 부르면 갔다.
먹으라면 먹었고, 잊으라면 잊었다.
나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수리점의 찬장에 두고 온 작은 컵이 떠올랐다.
다시 오라고 부를 생각은 없었다.
그 아이가 나 있는 곳으로 돌아올 이유는 없었으면 했다.
* * *
내일은 형사가 여자를 만난다.
의뢰인은 그 여자를 만나지 못한다.
그 정도가 오늘 내가 바꾼 전부였다.
작은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살아 있는 하루였을 것이다.
나는 불을 끄고 누웠다.
이 방에는 나 혼자 있었다.
도은과 봄은 다른 곳에서 자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은 처음이었다.
잠들기 전에 서도은에게 짧게 보냈다.
내일도 전화 받겠습니다.
이번에는 지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