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30화 · 죽음의 주인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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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은 두 번째 만남에 아내를 데려왔다.
이사벨. 마흔다섯 살이라고 했다. 서울을 처음 방문했고, 남편이 일하는 동안 혼자 미술관을 다녔다고 했다. 그녀는 치우에게 도시가 생각보다 걷기 좋다고 말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파엘이 결혼했다는 것을 몰랐다.
아니, 전생에도 그에게 집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러나 자기 집 밖에서 어떤 얼굴로 사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부하는 필요할 때 나타나는 사람이었고, 나타나지 않으면 배신한 사람이었다.
이사벨은 남편의 소매에 묻은 실밥을 떼어 주었다.
라파엘은 고맙다고 했다.
그 자연스러운 대화를 보며 치우는 속이 불편해졌다. 자신을 죽음에 남겨 두었던 사람이 일상을 가졌다는 사실이 모욕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불편함은 줄지 않았다.

이사벨은 치우가 남편의 오래된 지인과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치우는 라파엘을 봤다.
라파엘은 잔을 들었다.
“말투가 비슷해서.”
그가 말했다.
치우는 웃지 않았다.
이사벨은 더 캐묻지 않았다. 오후에 다른 약속이 있다며 먼저 일어났다. 라파엘은 그녀를 문까지 데려다주었다. 다정하고 평범한 뒷모습이었다.
치우는 식탁 위의 빈자리를 봤다.
상대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은 약점을 발견한 일이어야 했다. 전생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 생각이 지나갔다.
그 생각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라파엘을 비난할 자격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라파엘이 돌아와 앉았다.
“왜 데려왔지.”
치우가 물었다.
“내 아내니까.”
“내가 무슨 사람인지 알면서.”
라파엘은 그를 봤다.
“네가 무슨 사람이 되려는지 보려고.”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믿음인지 계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라파엘은 그날 더 말했다.
1997년 자신이 엘치우의 집에 가지 않은 것은 위험을 피한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엘치우가 어디에 있을지 묻는 사람들에게 아는 사실을 전했다. 자신과 몇 사람의 생존을 위해 선택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경로와 과정은 말하지 않았다.
치우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실 하나였다.
“네가 알려 줬다고.”
그가 말했다.
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치우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준비하고 온 대답인데도 실제로 들으니 몸이 늦게 반응했다. 어깨부터 굳었고 숨이 짧아졌다. 그는 그날 열린 문들을 떠올렸다. 안쪽까지 들어온 사람들. 끝내 나타나지 않은 라파엘.
이제 빈자리에 이유가 생겼다.
그래서 편해질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내가 죽기를 바랐나.”
치우가 물었다.
라파엘은 한참 뒤 대답했다.
“그때는.”
치우는 물잔을 밀었다.
물이 조금 넘쳤다.
라파엘은 피하지 않았다.

치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화를 내는 것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죽은 몸도, 사라진 조직도, 이미 지나간 시간도. 눈앞의 사람을 때리면 잠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기분은 들겠지만 상대가 전생을 말하는 입까지 닫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물을 닦았다.
손이 조금 떨렸다.
라파엘이 말했다.
“나를 믿었다고 말할 생각이면 하지 마.”
치우가 그를 봤다.
“너는 내가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 그건 달라.”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태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친구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자신. 경수에게 동생 이야기를 꺼내며 붙잡던 자신.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마음까지 소유했다는 뜻으로 바꾸던 습관.
라파엘은 그 안에서 오래 살았다.
“내가 널 살려 준 적도 있다.”
치우가 말했다.
라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그걸 이렇게 갚나.”
“그래서 갚는 동안 평생 네 것이 되어야 했나?”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수연이 했던 말과 비슷했다.
세상 반대편의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치우에게는 더 화나는 일이었다.

라파엘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엘치우를 넘긴 뒤에 자신도 남은 것을 가져갔다고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일을 계속했고, 어떤 것은 그만두었으며, 어떤 것은 이름을 바꿨다고 했다.
치우는 그 설명을 들으며 상대가 과거를 정리하는 방식을 봤다.
이름을 바꿨다.
그 말 안에는 피해자가 없었다.
“너도 다르지 않군.”
치우가 말했다.
라파엘은 웃었다.
“내가 다르다고 했나.”
그 대답이 치우를 더 불편하게 했다. 상대가 위선자라고 믿으면 미워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라파엘은 자신도 더러운 손으로 살아남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엘치우를 죽음에 넘긴 선택만은 후회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치우가 물었다.
“그럼 지금도 나를 넘길 수 있겠네.”
라파엘은 물을 마셨다.
“필요하면.”
치우는 그 대답을 받아들였다.
협상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이었다.
용서받을 수 있는 사람의 말은 아니었다.

식당을 나온 뒤 치우는 사무실로 바로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은 길을 걸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들, 쇼핑백을 든 여자들, 점심시간을 서두르는 직원들. 모두 성인이었고 각자 약속이 있었다.
라파엘도 그런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다.
자신도 그랬다.
죄는 얼굴에 남지 않았다.
치우는 오래된 건물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봤다. 스물여덟의 얼굴, 단정한 머리, 좋은 외투. 누구도 그 안에서 마흔여섯에 죽은 범죄자를 보지 못했다.
두 번을 받았군.
라파엘의 말이 떠올랐다.
치우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가 왜 살아났는지 모르는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 편해졌다.
그 편안함의 대가로 다시 몇 사람의 얼굴이 멀어졌다.
경수, 성오, 문수, 마테오.
치우는 걸음을 빨리했다.

태석은 치우의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라파엘이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을 배신한 일도 있다고 했다.
말을 꺼내 놓고도 자신이 얼마나 이상하게 설명하는지 알았다.
태석은 듣다가 물었다.
“니가 아는 사람이란 게 누구고.”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해. 이상한 얘기로 내가 모자란 사람 되게 하지 말고.”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못 하겠다.”
그가 말했다.
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날 얻을 수 있는 유일하게 정직한 대답이었다.
친구는 밖으로 나갔다.
치우는 혼자 남아 라파엘의 명함을 봤다. 표면에는 그럴듯한 사업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도 있을 법한 회사였다.
그 뒤에 있는 사람은 자기를 한 번 죽음에 넘겼다.
치우는 명함을 찢지 않았다.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만남은 정운의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치우가 도착했을 때 라파엘은 이미 안쪽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정운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균은 그 옆에서 자료를 넘겼다.
치우에게 남은 자리는 문 가까이였다.
라파엘은 그를 보고 일어나지 않았다.
“앉지.”
그가 말했다.
통역이 한국말로 옮기기 전에 치우는 앉았다.
정운이 그를 봤다.
“말 알아듣나.”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합니다.”
라파엘이 웃었다.
“겸손하군.”
치우는 그를 봤다.
둘이 아는 말의 뜻과 이 방의 다른 사람들이 듣는 뜻이 달랐다. 라파엘은 그 차이를 이용하고 있었다. 치우만 반응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자리였다.
전생에는 치우가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 안에 앉아 있었다.

정운은 라파엘과 새롭게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치우가 맡아 온 관계들 중 겹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로 불편해할 필요는 없으며 좋은 방향으로 조정하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의 뜻을 치우는 알았다.
자기 자리를 나누라는 뜻이었다.
그는 라파엘을 봤다.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정운과 이야기를 마친 얼굴이었다. 치우가 도착하기 전에 방의 배치는 끝나 있었다.
치우는 천천히 물잔을 내려놓았다.
라파엘의 눈이 그 손을 따라왔다.
“불편한 건 아닙니다.”
치우가 말했다.
“제가 왜 비켜야 하는지 아직 못 들었을 뿐입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정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라파엘은 치우를 보고 있었다.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눈이었다.
이제는 경쟁자를 보는 눈이었다.
치우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구를 믿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적이 눈앞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