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29화 · 엘치우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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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은 이름을 부른 뒤 곧바로 믿지는 않았다.
사람은 불가능한 것을 보았을 때 믿기보다 설명을 찾는다. 치우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자기와 닮지 않은 젊은 남자가 오래전 일을 말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라파엘이 물었다.
“그 잔은 무슨 색이었지.”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대가 떠보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빈 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색을 지어낼 수도 있었다.
“색이 있었나.”
치우가 말했다.
“그냥 유리잔이었어. 바닥에 금이 가서 네가 손님한테는 내놓지 말라고 했지.”
라파엘의 눈이 움직였다.
치우는 기억을 더듬었다. 생일 저녁, 정원에서 들어오던 빛, 자기 앞에 놓인 접시. 이미 죽은 동료를 위한 자리를 보고 화를 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왜 죽은 놈 생각을 하게 만드느냐고 했다.
라파엘이 잔을 가져가며 한 말이 있었다.
“자리는 비워 둔다고 네 것이 되지 않는다.”
치우가 그 문장을 그대로 말했다.
라파엘은 물잔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 뒤에 내가 뭐라고 했지.”
그가 물었다.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 안 했어. 내가 잔 던져 버리라고 했을 때도.”
라파엘은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의심할 말을 찾지 못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통역과 동균이 돌아오자 라파엘의 표정이 먼저 바뀌었다.
그는 서울의 날씨에 관해 이야기하던 사람처럼 몸을 뒤로 기댔다. 치우도 잔을 집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맞추지 않았지만 같은 행동을 했다.
살아남은 습관이었다.
동균이 웃으며 물었다.
“이야기 잘 통하십니까.”
라파엘은 치우를 보았다.
“생각보다.”
통역이 옮겼다.
치우는 웃지 않았다.
그 뒤로 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거의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동균은 새로운 사업 관계를 말했고, 통역은 필요한 문장을 옮겼고, 직원은 컵을 갈았다.
치우는 모든 대화 바깥에서 라파엘이 숨을 쉬는 것을 보고 있었다.
전생에는 그를 믿었다.
죽은 뒤에는 그가 자기를 팔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라파엘이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만남이 끝날 때 라파엘이 치우에게 따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동균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은 맞았다.
그 문이 어느 쪽으로 열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둘만 만난 것은 다음 날 낮이었다.
라파엘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식당을 골랐다. 통역을 부르지 않았다. 치우도 태석을 데려가지 않았다.
그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라파엘이 그 모습을 보고 짧게 웃었다.
“여전히 기다리는 쪽은 싫어하는군.”
치우는 대답 대신 물었다.
“넌 왜 거기 없었지.”
1997년 마지막 밤.
설명하지 않아도 라파엘은 알아들었다.
그는 의자에 앉았다.
“첫 질문이 그거일 줄 알았어.”
“대답해.”
라파엘은 치우를 자세히 봤다.
“아직도 명령하는군.”
치우는 손을 탁자 위에 놓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인정받았다고 예전 자리가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라파엘은 이제 부하가 아니었다. 치우의 손을 떠난 시간만큼 자기 삶과 권력을 갖고 있었다.
치우는 말투를 바꿨다.
“알고 싶다.”
라파엘은 잠깐 침묵했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어.”
그가 말했다.
치우는 그 대답을 들으며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라파엘은 그날 집에 가지 않은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위험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직 안에 들어온 공포도, 서로를 의심하던 사람들도, 엘치우가 누구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는지도.
그는 전부 설명하지 않았다.
치우가 물었다.
“내가 죽을 걸 알았나.”
라파엘은 물컵을 돌렸다.
“네가 끝날 거라는 건 알았지.”
“같은 말이 아니야.”
“네가 늘 그렇게 말했어. 끝나는 사람에게 끝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야.”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전생의 자신이 한 말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해 주었던 잔인한 말은 자기 이야기로 돌아오면 전혀 다른 무게가 되었다.
라파엘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나는 경고했어. 사람들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사람을 보는 방식이 문제라고.”
치우는 그 경고를 기억했다.
그때에는 라파엘이 늙고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지금 태석의 말을 들을 때와 비슷했다.
라파엘이 말했다.
“너는 듣지 않았어.”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날 팔았나.”
라파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무엇을 숨기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식사가 나왔지만 둘 다 먹지 않았다.
라파엘은 치우의 젊은 손을 보았다. 반지 자국도 수술 흔적도 없는 손. 전생에 있던 왼쪽 새끼손가락 흉터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어떻게 된 거지.”
그가 물었다.
치우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했다.
죽었다고 생각했다는 것. 눈을 뜨니 부산이었다는 것. 이 몸의 기억과 이전의 기억이 함께 있었다는 것.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른다는 것.
라파엘은 끼어들지 않았다.
설명이 끝난 뒤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웃었다.
기쁜 웃음이 아니었다.
“두 번을 받았군.”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도 끝까지 못 썼는데.”
치우는 그를 봤다.
라파엘이 잔을 들었다.
“마테오 로하스는 기억하나.”
그 이름이 나오자 치우의 머릿속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장부를 맡았던 사내.
자신이 의심했고, 충분히 듣지 않았고, 끝내 죽게 만든 사람.
치우가 대답했다.
“기억한다.”
라파엘은 그 말을 쉽게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도 다시 살 기회를 받았을까.”
치우는 잔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라파엘은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를 말했다.
치우를 만나러 온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고 왔고, 이미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동균과 정운의 이름이 나왔다.
치우는 자신이 그들의 소개를 받은 손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라파엘은 자기보다 먼저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를 어떻게 들었지.”
치우가 물었다.
“이름이 들렸어.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
라파엘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사람을 앉히고 이름을 묻는다고. 떠나는 사람은 배신한 사람처럼 다룬다고. 자신은 늘 직접 한 게 없다고 말한다더군.”
치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사람이 나 하나인가.”
“아니.”
라파엘이 말했다.
“그래서 전화해 봤지.”
그는 치우를 봤다.
“그 언어로 대답할 줄은 몰랐어.”
이제야 순서가 맞았다.
이름에서 의심하고, 소문에서 과거를 떠올리고, 전화의 말투에서 더 큰 의문을 얻고, 사적인 기억으로 확인했다.
초자연적인 것을 안 사람은 없었다.
치우가 자기 입으로 문을 열어 주었다.

라파엘은 옛 관계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치우도 하지 않았다.
둘은 이미 서로에게 위험한 사람이었다. 전생의 죽음과 현재의 범죄, 가족과 조직, 알고 있는 것과 아직 말하지 않은 것들이 탁자 양쪽에 쌓였다.
라파엘이 말했다.
“네가 엘치우라고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거야.”
치우는 그를 봤다.
“그러니까 그걸로 협박할 생각은 없어.”
“대신.”
치우가 물었다.
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말고 다른 건 믿을 수 있지. 네가 누구와 일하는지, 무엇을 선택하는지.”
치우는 창밖을 봤다.
유리 너머로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걸어갔다. 아무도 이 식탁에서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과 자기 장례를 이야기하는지 알지 못했다.
라파엘은 잔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내 자리를 빼앗으려 하지 마.”
치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상대가 원한 말을 들었다.
인정이나 사과가 아니었다.
경고였다.

식당을 나온 뒤 치우는 오래 걷지 못했다.
길가에 서서 숨을 골랐다. 라파엘에게 화가 났고,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고, 자기 정체를 알아본 사람이 생겼다는 안도감까지 있었다.
그 감정들이 서로를 없애지 않았다.
치우는 전화기를 꺼냈다.
태석에게 전화하려다가 멈췄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죽은 내가 돌아온 것을 옛 부하가 알아봤다고. 그는 나를 배신했을지 모르고, 나는 그가 아직 살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친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단정하면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치우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라파엘이 말한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마테오 로하스.
전생에 자신이 죽게 한 사람.
그 이름을 적는 손은 젊었다.
죄는 젊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