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 잃은 동업자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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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의 마지막 편지는 짧았다.
출소하면 새 신발을 사고 싶다는 말이 있었다. 동생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고른 운동화 한 켤레를 신고 나오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치우는 그 편지를 책상 오른쪽 서랍에 넣었다.
서울에 온 뒤 작은 사무실을 얻었고, 몇 사람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정운의 사람들 앞에서 허락을 기다리는 자리는 조금 줄었다. 그만큼 치우가 책임져야 할 돈과 약속은 늘었다.
경수의 편지를 읽은 날에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답장은 내일 하기로 했다.
다음 날에도 다른 일이 있었다.
2003년 3월, 경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치우는 회의 중이었다. 동균이 새로 데려온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었고, 누가 마지막 서명을 할지 두고 말이 길어지고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에 경민의 이름이 뜨자 치우는 소리를 껐다.
다 끝나고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태석에게도 전화가 왔다.
친구는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 치우의 뒤에 서서 어깨를 만졌다.
“지금 나와야 한다.”
치우는 얼굴을 굳혔다.
“조금만.”
태석이 낮게 말했다.
“경수 형.”
그 이름을 듣고 치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에 나오자 친구가 휴대전화를 건넸다. 경민은 이미 다른 사람과 통화하고 있었다. 잠깐 기다린 뒤 연결되었다.
형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며칠 전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서 나아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치우는 언제 가면 되느냐고 물었다.
경민은 지금 오라고 하지 않았다.
“알려 드리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그 말을 듣고도 차를 준비했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길었다.
태석이 운전했고 치우는 계속 전화를 확인했다. 연락이 올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어쨌든 바깥의 의사가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치우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위로였다.
도착하기 전에 경민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치우는 한동안 받지 못했다. 화면의 이름을 보는 순간 무슨 말을 듣게 될지 알 것 같았다. 태석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
“받아.”
친구가 말했다.
치우는 전화를 받았다.
경민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처음에는 끝난 일인지 몰랐다.
형이 죽었다고 했다.
치우는 창밖을 봤다. 편의점 앞에서 누군가 우산을 접고 있었다. 자동차가 지나갔고, 신호등이 바뀌었고, 태석이 치우의 얼굴을 봤다.
세상은 그 이름이 사라진 만큼도 멈추지 않았다.
치우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이냐고.
말하고 나서 가장 쓸모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서는 가족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치우는 정확한 경과를 다 알지 못했다. 경민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가족은 기록을 확인하고, 궁금한 점을 다시 묻겠다고 했다.
치우는 변호사를 알아봐 주겠다고 말했다.
경민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하면 제가 알아봅니다.”
그는 치우를 보지 않았다.
치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 주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것이 경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태석은 가족이 부탁한 일을 했다. 전화를 받았고, 필요한 서류를 받아 왔고, 조용히 옆에 앉았다. 무엇을 해 주겠다고 먼저 약속하지 않았다.
치우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문수의 병원에서처럼, 도식의 병원에서처럼, 돈이 있는 사람이면서도 정작 이 공간에서 할 일을 찾지 못했다.
그때는 밖에 있으면 경수도 곧 나올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
경수의 몸을 본 순간 치우는 나이를 생각했다.
서른셋.
전생의 자신보다 훨씬 젊었고, 이번 삶의 자신보다 겨우 여섯 살 많았다. 늘 형이라고 불러서 아주 오래 앞서 있는 사람처럼 느꼈다.
겨우 여섯 해였다.
조금 더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먼저 맞고, 먼저 책임지고, 동생의 미래를 생각하던 사람. 치우는 그 사람의 피로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경수는 출소하면 무엇을 할지 자기가 정하겠다고 했다.
치우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 자신이 빚을 갚은 것처럼 느꼈다.
정할 날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치우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을 때는 너무 자주 미뤘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다.
경수가 누구와 일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조용히 왔다가 빨리 갔다. 몇 사람은 돈만 보냈다. 상필은 다른 일이 있어 못 내려온다고 했다.
치우는 전화를 끊었다.
상필을 욕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내려오기 전까지 회의를 끝내려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차이를 크게 만들 수 없었다.
경민은 부의 봉투를 하나씩 확인했다. 치우가 내민 봉투에서는 손을 멈췄다.
“이건 못 받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봉투를 거두지 않았다.
“장례비에 쓰십시오.”
경민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
“형이 밖에 있는 사람들 정리해 주라고 들어간 거 아닙니다.”
치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형이 한 일도 알아요. 모르는 척 안 합니다. 그렇다고 형한테 다 얹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돈 놓고 끝내면 안 되잖아요.”
경민은 봉투를 밀어냈다.
“갖고 가십시오.”
치우는 봉투를 받았다.
뒤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 앞에서 손이 떨렸다.
돈을 거절당하는 일은 이제 익숙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가 치를 수 있는 벌까지 거절당한 것 같았다.
실제로는 자기 방식의 면죄를 거절당한 것이었다.
밤에 태석과 둘만 남았을 때 치우가 말했다.
“전화 바로 받았어야 했는데.”
친구는 영정 앞의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손이 멈췄다.
“그날만 생각하지 마.”
태석이 말했다.
치우는 그를 봤다.
“마지막 전화 받았으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잖아. 니가 잘못한 게 전화 한 번 안 받은 일로 줄어드니까.”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태석은 다시 꽃을 정리했다.
“형이 안 들어갔으면 어땠을지, 니가 동생 얘기로 안 붙잡았으면 어땠을지, 그런 것도 생각해야지.”
치우는 입술을 눌렀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질문이 날카롭게 나갔다.
태석이 돌아섰다.
“형이 말했으니까.”
치우는 말을 잃었다.
경수는 자기와 나눈 대화를 자기 안에만 넣어 두지 않았다. 태석에게 말했고, 다른 삶의 이야기 속에 남겨 놓았다.
치우는 자신이 붙들 수 없는 기록이 또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두려워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발인 날 경민은 새 운동화를 가져왔다.
경수가 편지에 썼던 이야기를 동생에게도 다른 편지로 보냈던 모양이었다. 치우는 그 신발을 보고 서랍 속에 넣어 둔 편지를 떠올렸다.
답장하지 않은 편지.
나중에 보내면 된다고 생각한 말들.
경민은 신발 상자를 안고 있었다. 누가 옮겨 주겠다고 해도 자기가 들겠다고 했다. 치우는 손을 뻗지 않았다.
장례 절차가 끝난 뒤 사람들은 각자의 차로 돌아갔다.
태석은 하루 더 남겠다고 했다.
치우는 같이 남겠다고 말하려다가 휴대전화가 울리는 것을 봤다. 동균이었다. 서울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미루기 어렵다고 했다.
태석이 그의 표정을 봤다.
“가.”
그가 말했다.
치우는 전화를 끊었다.
“지금 가라는 거가.”
“니는 가고 싶잖아.”
치우는 부정하지 못했다.
이곳에 남아 있어도 경수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핑계로 삼고 있었다. 서울의 약속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일이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태석은 그를 대신 변명해 주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온 뒤 치우는 서랍을 열었다.
경수의 편지가 있었다. 새 신발 이야기 밑에 한 줄이 더 적혀 있었다.
태석이 밥은 잘 먹나.
치우는 그 문장을 처음 읽을 때에도 봤다. 그러나 그날은 별생각 없이 넘겼다. 이제는 그 줄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감옥에 있는 사람이 밖에 있는 사람의 밥을 걱정했다.
밖에 있는 사람은 다음 의자를 걱정했다.
치우는 편지를 접었다.
버리지는 않았다.
책상 안쪽 깊은 곳에 넣었다.
그 행동이 보관인지 은닉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동균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이야기하던 일을 정리하려면 서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치우가 누구냐고 묻자 동균이 이름을 말했다.
한서린.
치우는 빈 종이에 그 이름을 적었다.
경수의 이름을 적던 펜이었다.
잠깐 멈췄다가 다음 날 시간을 물었다.
그는 계속 살아갈 것이었다.
자기가 해 온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