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낯선 접대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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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받은 첫 명함에는 치우의 직함이 없었다.
신동균은 가느다란 종이를 건네며 일단 사람부터 만나 보자고 했다. 부산에서 쓰던 명함을 꺼내자 지금은 넣어 두라고 했다.
“여기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종이를 받아 안주머니에 넣었다. 새로 맞춘 정장 안쪽이 뻣뻣했다. 태석은 뒤에서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2002년 5월의 서울이었다.
차창 밖 건물들은 부산보다 높았고 간판은 늦게까지 켜져 있었다. 치우는 그 도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길 위의 누구도 그가 왔다는 것을 몰랐다.
호텔 앞에서 동균은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치우는 한 시간을 기다렸다.
그동안 전화가 세 번 왔다. 모두 부산에서였다. 상필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물었고, 다른 사람은 약속한 돈이 늦는다고 했다.
치우는 짧게 답했다.
전화를 끊을 때마다 다시 아무것도 아닌 손님이 되었다.
동균이 데려간 곳은 지하 클럽의 별실이었다.
음악이 벽을 울렸지만 안에서는 대화가 가능했다. 여자와 남자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모두 어른이었다. 누군가는 술을 마셨고 누군가는 물만 마셨다. 누가 이곳의 직원인지, 누가 손님인지 처음에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가장 안쪽에 앉은 사내가 치우를 봤다.
노정운. 마흔일곱. 계림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고 동균이 소개했다. 정운은 회장이라는 호칭을 듣자 손을 저었다.
“그런 거 부르지 마.”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치우는 허리를 숙였다.
정운이 물었다.
“몇 년생.”
“칠십육 년생입니다.”
“젊네.”
부산을 떠난 뒤 두 번째로 들은 말이었다.
정운은 옆자리 사내에게 웃으며 말했다.
“문수 밑에 있던 애래.”
치우의 얼굴이 굳었다.
문수의 이름은 여기서도 자신보다 먼저 와 있었다.
그들은 치우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얼마를 버는지, 누구를 아는지, 어떤 사람과 일하는지. 질문은 가벼웠고 답은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치우는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그러자 누군가 재미없다고 했다.
정운이 웃었다.
“여기서까지 숨길 필요 있나.”
치우는 물잔을 들었다.
“처음 뵙는 분들이라서요.”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정운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말은 맞네.”
그가 말했다.
“그래서 아직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거야.”
사람들이 다시 웃었다.
치우는 함께 웃지 않았다. 그렇다고 화난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 몸이 알고 있었다. 여기서 화를 내면 상대가 정한 이야기에 들어간다. 부산에서 조금 돈 벌었다고 서울에 와서 행패 부리는 젊은 놈.
그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이미 있었다.
동균이 그의 앞에 술을 따라 주었다.
치우는 잔을 받았지만 마시지 않았다.
정운은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치우가 앉아 있어도 상관없고 없어도 상관없는 대화였다.
그것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별실을 나온 것은 자정이 넘어서였다.
태석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앉아 있었지만 누가 물 한 잔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화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예상했던 일을 확인하는 목소리였다.
치우는 바 쪽으로 가 물을 주문했다.
직원이 컵 두 개를 내왔다. 이름표에는 오혜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른한 살이라고 나중에 들었다. 그녀는 치우가 지갑을 꺼내자 물은 괜찮다고 했다.
태석이 고맙다고 말했다.
혜진은 그에게만 고개를 끄덕였다.
치우는 별실 문을 봤다. 안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났다. 자신이 나오자 더 편해진 것 같았다.
“처음 오셨죠.”
혜진이 물었다.
치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요.”
그녀가 말했다.
“부를 사람은 늘 바쁘거든요.”
치우는 그 말이 조언인지 비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태석은 물을 마셨다.
혜진은 다시 일을 했다. 웃으며 손님을 맞다가, 취한 손님이 팔을 잡자 단호하게 손을 빼 달라고 말했다. 옆의 동료가 곧바로 다가왔다. 손님은 불평했지만 손을 놓았다.
치우는 그 짧은 장면을 봤다.
작은 거절 하나에도 자기 편이 필요한 곳이었다.
동균은 한참 뒤에 나왔다.
그는 잘됐다고 말했다. 치우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언제부터 성공의 기준이 그렇게 낮아졌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동균이 차 안에서 말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를 왜 부르셨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동균은 잠깐 웃었다.
“일하자고.”
“무슨 일인지 물었는데 계속 같은 말씀만 하십니다.”
치우는 목소리를 낮게 유지했다.
동균은 운전기사에게 라디오를 꺼 달라고 했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부산에 사람이 필요합니다. 백인철 씨가 없어지고 정리가 안 된 부분도 있고요. 치우 씨가 그쪽에서 말이 된다니까 만나자는 겁니다.”
치우는 창밖을 봤다.
자기 이름 때문에 부른 줄 알았다.
인철이 없어진 빈자리 때문에 부른 것이었다.
“그럼 제가 여기 있을 이유는 없겠네요.”
치우가 말했다.
동균은 그를 봤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건지 보자는 거죠.”
익숙한 말이었다.
문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지 보겠다고 했다. 인철도 돈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도시가 달라졌는데 자신에게 주어지는 자리는 비슷했다.
치우는 자기가 커진 것이 아니라 더 큰 계단의 아래로 옮겨 왔다는 것을 알았다.
숙소에 돌아오자 태석이 가방을 열었다.
옷보다 서류가 많았다. 부산에서 가져온 수첩과 영수증, 아직 정리하지 못한 편지들. 치우는 그것들을 보고 왜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니가 두고 가면 안 된다며.”
태석이 말했다.
치우는 기억했다.
기록은 남아야 한다고 자신이 말했다. 자기 돈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려고. 이제 그 기록 속에는 자기에게 돈을 받은 사람보다 돈을 빼앗긴 사람들의 이름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태석이 침대 끝에 앉았다.
“돌아가도 된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창문을 열었다. 낯선 도로의 소음이 들어왔다.
“여기까지 와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알아보고 돌아가면 되지.”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가면 실패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서울에 불려 갔다가 아무 자리도 받지 못하고 돌아온 사람. 부산에서는 그를 사장이라고 부르겠지만 그 자신은 그 호칭을 다시 믿지 못할 것이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던 엘치우였다.
한 번 왕이었던 기억이 작은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 더 보자.”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예상한 대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 뒤 동균이 다시 연락했다.
이번에는 치우만 오라고 했다. 장소는 같은 클럽이었지만 시간은 영업 전이었다. 치우가 도착했을 때 직원들은 바닥을 닦고 있었고 별실의 소파는 모두 바깥에 나와 있었다.
혜진이 치우를 알아봤다.
그녀는 안쪽 사무실을 가리켰다.
치우는 문 앞에서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부산 쪽 사람이 맡은 걸로 하면 되잖아.”
그는 멈췄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맡았다는 것인지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문장의 구조는 익숙했다. 경수의 이름이 앞에 나오고 자신의 이름은 뒤로 사라지던 문장.
이번에는 자기 자리가 반대였다.
치우가 문을 두드렸다.
안의 말소리가 멎었다.
동균이 문을 열었다.
“일찍 오셨네요.”
치우는 그의 어깨 너머를 봤다. 정운의 옆에 있던 사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바뀐 것은 없었다. 같은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치우는 웃었다.
“무슨 일을 맡기시려고요.”
그가 물었다.
동균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이번에는 치우가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치우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일에 이름을 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이곳에서 일하기로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동균은 오해라고 했고, 사내 중 하나는 예민하다고 했다.
치우는 어느 쪽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들은 붙잡지 않았다.
문 밖으로 나오며 치우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오늘로 초대가 끝날 수 있었다. 새로운 자리를 얻기는커녕 적을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되돌아가 사과하고 싶지는 않았다.
혜진이 걸레를 접다가 그를 봤다.
“끝나셨어요?”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럼 쉬었다 가세요. 밖에 비 와요.”
치우는 입구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는 누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정한 자리였다.
그 작은 차이에 안도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그 작은 차이뿐일 리는 없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그는 다시 들어갈 방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