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 부산을 떠나는 날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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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사내는 부산이 작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깍듯했다. 새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치우가 한 일을 어디서 들었는지 이야기하고, 백인철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잠깐만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창밖을 봤다.
“여기만 보기에는 작지 않습니까.”
신동균. 마흔넷. 서울에서 클럽 몇 곳과 여러 사업에 관여한다는 사람이었다. 명함에는 치우가 모르는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보다 동균이 누구를 만나는지가 더 중요해 보였다.
치우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부산이 작습니까.”
동균은 웃었다.
“치우 씨가 커졌다는 말입니다.”
그 말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2002년 봄이었다. 치우는 스물여섯이 되었고, 처음 이 사무실에 왔을 때보다 좋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창고의 의자들은 버리지 않았지만 이곳까지 가져오지는 않았다.
새 방에서 그는 조금 덜 기억했다.
대신 조금 더 멀리 보고 싶어졌다.
동균의 제안은 막연했다.
서울에 올라와 사람들을 만나 보자는 것.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더 큰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 필요한 것은 이미 갖고 있을 거라는 것.
치우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동균은 말을 바꾸지 않았다.
“직접 보시면 압니다.”
경수였다면 그 말을 싫어했을 것이다.
태석은 실제로 싫어했다.
동균이 돌아간 뒤 친구가 말했다.
“꼭 문수 형처럼 말하네.”
치우는 명함을 뒤집어 봤다.
“내가 알아보고 정하면 된다.”
“니가 모르는 곳에 니 이름이 먼저 갔잖아. 그걸 누가 만들었는지부터 알아야지.”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태석은 예전보다 질문이 정확해졌다. 옆에 남아 있는 동안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먼저 배우는 사람 같았다.
“알아볼 거다.”
치우가 말했다.
친구는 더 반대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동의가 아니라 지쳤다는 뜻임을 알았다.
상필은 치우가 서울에 가는 것을 반겼다.
겉으로는 빈자리를 걱정했지만 말을 할수록 눈이 밝아졌다. 치우가 없는 동안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맡을지 이미 생각해 놓은 사람이었다.
치우는 그를 의심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일을 맡겼다.
믿어서 맡기는 것과 책임을 묶어 두려고 맡기는 것은 겉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상필은 자신이 인정받았다고 느꼈고 치우는 자신이 떠나도 돌아올 자리를 남겼다고 생각했다.
둘 다 절반만 맞았다.
남은 사람들 가운데 몇은 서울에 같이 가겠다고 했다. 치우는 필요하면 부르겠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러 주면 따라가야 할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보다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치우는 그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은 자기가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막내였을 때 도망가는 상상을 했다면, 이제는 올라가는 상상을 했다.
움직이는 방향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수를 만나러 간 날에는 비가 왔다.
면회실 의자에 앉자 치우의 바지 끝에서 물이 떨어졌다. 경수는 그것을 보고 밖에 비가 오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그렇다고 했다.
서울에 갈 거라고 말했다.
경수는 놀라지 않았다.
“언제.”
“다음 달쯤입니다.”
“태석이도.”
치우는 아직이라고 답했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려가려고 설득하지 마라.”
치우는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같이 가자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태석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늘 자기 옆에 있던 사람을 짐처럼 함께 옮길 수 있다고 여겼다.
경수는 그런 생각을 정확히 짚었다.
“형님 나오시면……”
치우가 말을 시작했다.
경수가 그를 봤다.
지난번에 했던 말을 다시 하지는 않았다.
치우는 문장을 바꿨다.
“나오시면 어디로 가실 겁니까.”
경수의 얼굴이 조금 달라졌다.
처음으로 치우가 묻는 질문이었다. 무엇을 해 주겠다는 약속도, 어떻게 살라는 제안도 아니었다.
경수는 잠깐 생각했다.
“아직 모르겠다.”
그가 말했다.
“경민이 있는 데랑 멀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모르는 미래를 그냥 모른다고 둘 수 있는 시간이 드물었다.
경수는 면회가 끝나기 전에 편지를 부탁했다.
동생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정해진 절차로 보낼 수도 있지만 치우가 직접 만나게 되면 안부를 전해 달라는 뜻이었다. 치우는 내용을 묻지 않았다.
경수가 말했다.
“내가 잘 지낸다고 하지 마라.”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잘 지내려고 한다고 해.”
치우는 그 차이를 기억했다.
나오면서 관리하는 사람에게 경수의 건강에 대해 물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필요하면 가족과 직접 확인하라는 답을 받았다.
그는 자기가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밖에서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치우는 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수의 안부를 전하고 서울에 간다고 말했다. 경민은 알겠다고 했다.
치우가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묻자 잠시 조용해졌다.
“형이 나오면 다시 부르지 마십시오.”
경민이 말했다.
치우는 빗물 고인 바닥을 보았다.
“형님이 정하실 일입니다.”
그는 대답했다.
처음으로 그 말을 다른 사람 앞에서도 했다.
경민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그 말이 실제로 지켜지는 날이 와야 할 일이었다.
수연의 가게에는 저녁 늦게 갔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였다. 치우가 서울에 간다고 하자 수연은 잘 다녀오라고 했다. 떠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치우는 국밥을 기다리며 말했다.
“한동안 못 올 겁니다.”
“그렇겠지.”
수연은 양파를 다듬었다.
치우는 더 할 말을 찾았다.
이 가게에는 자신의 몫이 없었다. 주방의 칼도, 탁자의 흠집도, 간판의 새 글씨도 자기가 해 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떠나면서 남겨 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저한테 하실 말씀 없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수연은 손을 멈췄다.
그를 한동안 보다가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들을 건데.”
치우는 웃지 못했다.
수연은 다시 칼을 들었다.
“밥 식겠다.”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치우는 국밥을 다 먹고 값을 냈다. 수연은 거스름돈을 주었다. 처음 만났던 날처럼 정확했다.
밖으로 나오자 골목에 바람이 불었다.
치우는 자신이 기억에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서 아무 약속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떠날 수 있었다.
그것이 성장인지 다른 종류의 포기인지 알 수 없었다.
태석은 출발 사흘 전에 같이 가겠다고 했다.
치우는 바로 알겠다고 하지 않았다. 왜 가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자기 가방을 사무실 구석에 놓았다.
“내가 정했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더 묻지 않았다.
그러나 태석이 덧붙였다.
“니가 괜찮은 놈이라서 가는 건 아니다.”
치우는 친구를 봤다.
“알아.”
“나도 여기서 했던 일 그냥 두고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니 욕할 자격만 있는 것도 아니고.”
태석은 창밖을 보았다.
“근데 거기 가서도 니가 한 일은 안 없어진다. 내가 아는 것도.”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증인처럼 말했다.
치우는 동행으로 받아들였다.
둘의 생각은 이번에도 같지 않았다.
그 차이를 없애지 않은 채 함께 갈 수 있을지 치우는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 안도감을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부산을 떠나는 날, 상필이 차를 대기시켰다.
치우는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둘러봤다. 서랍은 비웠고 새 주소는 필요한 곳에 알렸다. 진행 중인 일들은 변호사와 연락을 유지하기로 했다. 도시를 옮긴다고 기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책상 아래에서 오래된 종이가 한 장 나왔다.
수연이 백만 원을 받았다고 적은 종이였다. 모서리가 접혀 있었다. 치우는 그것을 버리려다가 지갑에 넣었다.
태석이 그 모습을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을 닫고 나왔을 때 직원처럼 서 있던 사내들이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치우는 인사를 받았다.
처음 이 골목에 나왔을 때에는 부은 얼굴을 숨기느라 고개를 숙였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에 성오와 문수는 죽었고, 경수는 감옥에 있었고, 수연은 떠났고, 기섭은 자신을 신고했다.
그 값을 전부 세어 보면 승리라는 말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았다.
치우는 세지 않았다.
차에 올라탔다.
태석이 옆에 앉았다.
창밖으로 바다가 잠깐 보였다. 치우는 그것을 오래 봤다. 전생에도 바다가 있었고 지금도 바다가 있었다. 두 바다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이 떠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앞을 봤다.
서울에서 어떤 자리가 기다리는지 알지 못했다. 누가 자신을 쓰려고 부르는지, 누가 자신을 없애고 싶어 할지도 아직 몰랐다.
다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았다.
더 큰 방.
더 많은 이름.
다른 사람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자리.
차가 골목을 빠져나갔다.
치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태석이 대신 뒤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