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 사라진 조사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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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듣는 동안 치우는 임정희를 보지 않았다.
2001년 가을이었다. 성오가 죽은 날로부터 너무 많은 계절이 지났다. 치우의 입술에 있던 상처는 옅은 자국이 되었고, 태석은 예전 점퍼를 버렸고, 문수는 이미 오래전에 땅에 묻혔다.
정희는 같은 공책을 갖고 왔다.
치우는 법정에 들어오기 전에 그것을 봤다. 낡은 표지와 테이프로 붙인 모서리. 여러 번 들고 다닌 사람만 만들 수 있는 흔적이었다.
재판부는 성오가 먼저 가한 폭력과 치우가 그 뒤 한 행동을 나누어 읽었다.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는 사실이 모든 대응을 정당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살인의 고의가 입증되었다고 볼 것인지에는 다른 판단이 붙었다.
치우는 자신이 문으로 달아나지 않은 순간을 기억했다.
그 순간은 법정에 그대로 들어오지 못했다.
사람이 자기 안에서 했던 선택과 다른 사람이 입증할 수 있는 선택 사이에는 간격이 있었다.
그 간격 끝에서 치우는 수감되지 않았다.
유죄로 인정된 책임이 있었고 형의 집행은 유예되었다. 무죄라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 방청석에서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풀려났다고 말했다.
치우는 그 단어가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정하지 않았다.
정희는 복도에서 그를 기다렸다.
치우의 변호사가 먼저 다가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녀는 손을 들었다. 치우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변호사는 치우를 봤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정희가 물었다.
“미안합니까.”
처음 만났던 날과 같은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대답할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그가 말했다.
정희는 오래 그를 봤다.
“그때는 못 하더니.”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는 안 들어가니까 할 수 있나 봐요.”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정말로 기억한다고, 사람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그러나 그 말들을 하는 자신을 상상하자 혐오감이 올라왔다.
조금 뒤면 창고로 돌아가 여전히 같은 돈을 받을 사람이었다.
정희는 공책을 폈다. 치우의 이름과 주소가 처음 적혀 있던 페이지였다. 그 밑으로 날짜들이 이어져 있었다.
“저는 이거 안 버립니다.”
그녀가 말했다.
“법원에서 오늘 한 말도 여기 적을 거예요.”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정희의 얼굴이 굳었다.
“허락받는 거 아닙니다.”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갔다.
판결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치우는 자신이 그 사람의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문수의 죽음에 대한 판단은 따로 남았다.
치우가 구조 요청을 멈추게 했다는 태석의 말은 기록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지연과 사망 사이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는 끝내 다른 문제였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된 것처럼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치우는 그것이 자기 마음까지 판단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문수가 죽기를 바랐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날의 책임을 묻는 공식적인 절차가 더 나아가지 못했을 때, 태석은 창고에 와서 아무 말 없이 앉았다. 치우는 차를 내주었다.
친구는 마시지 않았다.
“내가 말한 게 소용없었나.”
그가 물었다.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남아 있다.”
“그런데 니는 똑같네.”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태석은 한참 뒤 고개를 들었다.
“나는 내가 말하면 뭐가 끝날 줄 알았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자기가 사실을 말하면 사실이 삶을 대신 정리해 줄 거라고 믿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남기만 했다.
다음 선택은 다시 사람이 해야 했다.
태석은 빈 잔을 밀어 놓고 나갔다.
치우는 따라가지 않았다.
기섭의 사건에서도 치우는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직접 손을 쓴 상필과 방 안의 상황을 만든 치우의 역할은 따로 검토되었다. 어떤 책임이 인정되고 어떤 부분은 다르게 판단되는지 긴 설명이 이어졌다.
치우는 자신에게 불리한 문장보다 당장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결과를 먼저 붙잡았다.
변호사는 끝난 일과 남은 일을 나누어 설명했다. 치우는 비용을 물었다. 설명이 숫자로 바뀌면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기섭은 치우를 만나 주지 않았다.
그 뜻은 여전했다.
치우는 보상 절차에 필요한 돈을 냈지만 그것을 화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적어도 태석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필은 이제 옛날 일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치우는 그를 보았다.
“옛날 일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상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키는 말에 맞춰 주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치우는 순간 그 얼굴이 싫어졌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표정인데도.
윤재헌은 일이 정리된 뒤 치우를 불렀다.
이번에는 식당이 아니라 검사실이었다. 책상 위에 인철 사건의 자료가 놓여 있었다. 치우는 그 두께를 보고 자신이 얼마나 작은 부분만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검사가 말했다.
“협조한 부분은 기록에 남았습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사건과 별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한 겁니다.”
공정한 말이었다.
치우는 이제 그 공정한 말 아래 무엇이 선택되었는지 보고 있었다. 경수의 이름은 크게 남았고, 자신의 결정 가운데 일부는 훨씬 작은 문장에 들어갔다. 자기 조직이 얼마나 넓어졌는지에 관한 질문은 어느 순간 멈췄다.
없어진 사실은 아니었다.
더 묻지 않은 사실이었다.
치우가 물었다.
“상필 씨 일도 더 안 보십니까.”
윤재헌이 눈을 들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볼지 당신한테 설명해야 합니까.”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검사는 펜을 내려놓았다.
“착각하지 마세요. 지금 나간다는 건 앞으로도 나갈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치우는 그 말을 기억했다.
문수가 자신을 살려 두고 하던 말과 뜻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투만 더 정확했다.
검사실을 나온 뒤 치우는 계단에서 오래 서 있었다.
누군가가 자기를 불러 세울 것 같았다. 방금 들은 말이 취소되고, 빠진 질문들이 다시 시작될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햇빛이 따뜻했다.
오늘도 바깥은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치우는 그들 사이에 섞였다. 몇 걸음 걷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 안도감 속에 기쁨이 있었다.
경수는 같은 하늘을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정희는 공책에 날짜를 하나 더 써야 했다.
기섭은 자신의 상처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모든 사실이 치우의 기쁨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돈이 있었다.
아직 자기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세 가지를 확인하자 세상이 다시 넓어졌다.
경수는 면회실에서 판결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먼저 물어서 말한 것이었다. 치우는 자신에게 유죄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전부였다.
치우는 왜 더 화내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다. 차라리 욕을 하면 견디기 쉬울 것 같았다. 경수는 치우에게 그런 편의도 주지 않았다.
동생은 어떠냐고 물었다.
치우는 태석에게 들은 만큼만 말했다. 경민이 꾸준히 자기 생활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것, 형을 보러 올 날짜를 잡고 있다는 것.
경수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치우는 그 표정을 보고 목 안이 막혔다. 자신이 전하는 좋은 소식이 모두 남이 한 일에서 나왔다.
“밖에 나가시면 제가……”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경수가 손을 들었다.
“아직 하지 마라.”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나가서 내가 뭘 할지 내가 정한다.”
경수가 말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만은 지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킬 미래가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창고로 돌아왔을 때 상필이 새 사무실 도면을 펴 놓고 있었다.
도면이라 해도 방 몇 개와 창문 위치를 그린 종이였다. 지금보다 넓고, 길에서 잘 보이고, 사람들이 기다릴 공간도 있었다.
치우는 그 종이를 보았다.
“여기는 접고 옮기시죠.”
상필이 말했다.
태석은 구석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낡은 컵과 처음 샀던 의자들, 등받이가 깨진 의자 하나. 치우가 버리지 말라고 했던 물건들이었다.
치우는 잠깐 망설였다.
이 방에 남아 있으면 기억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성오의 누나가 울던 자리. 문수가 앉아 있던 의자. 기섭이 맞던 탁자. 경수가 쓰던 컵.
공간을 바꾸면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덜 보이게 할 수는 있었다.
치우는 새 사무실의 창문 위치에 손가락을 놓았다.
“여기 앉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상필이 웃었다.
태석은 웃지 않았다.
치우는 새 자리에서 보일 바깥 풍경을 생각했다.
그곳에는 아직 죽은 사람의 자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