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25화 · 서명하지 않는 여자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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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린은 치우가 내민 서류를 끝까지 읽지 않았다.
두 번째 장에서 펜을 내려놓았다. 신동균이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하던 부분이었다. 치우는 그녀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 기다렸다.
서린이 말했다.
“이 문장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종이를 돌려 치우 쪽으로 밀었다. 모든 책임이 정리되었고 향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문장이었다. 치우가 쓴 것은 아니었다. 동균이 준비해 온 초안이었다.
“그냥 서로 믿자는 표현입니다.”
동균이 말했다.
서린은 그를 봤다.
“그럼 믿는다고 쓰세요. 확인한 것처럼 쓰지 말고.”
동균의 얼굴이 굳었다.
치우는 여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스물여덟이라고 들었다. 자신보다 한 살 많았다. 짙은 회색 재킷을 입었고 머리는 단정하게 묶었다. 탁자 위에는 물 한 잔과 서류철만 있었다. 향수 냄새보다 종이 냄새가 더 강하게 났다.
치우는 그녀의 성을 다시 생각했다.
한서린.
동균은 이름을 소개하면서 한원 집안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치우는 재벌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서울에 와서 몇 번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소개에 반응하지 않았다.
자기 이름에 따라붙은 회사가 불편한 사람처럼 보였다.

면담은 동균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서린은 치우에게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실제로 아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자기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치우는 윤재헌 앞에 앉았을 때를 떠올렸다.
다른 점이 있었다.
윤재헌은 더 많은 말을 얻으려고 질문했다.
서린은 자기가 책임지지 못할 말을 서류에서 지우려고 질문했다.
둘 다 친절하지는 않았다.
동균이 시계를 봤다.
서린은 보지 않았다.
치우가 말했다.
“제가 도장 찍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서린은 펜을 돌려놓았다.
“찍은 뒤에 안 읽었다고 말하실 겁니까.”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동균이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이 친구가 아직 이런 쪽은……”
“본인에게 묻고 있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치우는 그녀를 봤다.
태석에게 물을 때 형사가 했던 말과 비슷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대답해 줄 수 없는 자리. 치우는 그런 자리를 싫어했지만, 동균의 말이 끊기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서린은 그 표정까지 본 듯했다.
“누가 말려 준다고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녀가 덧붙였다.
치우는 웃음을 거뒀다.

동균은 밖에서 전화를 받겠다고 나갔다.
서린은 그가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류를 모았다. 치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법률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자리인 것 같았지만 알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저를 아십니까.”
그가 물었다.
서린은 고개를 들었다.
“오늘 처음 봅니다.”
“제 일은요.”
“알려 주신 자료만큼 압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까.”
“아니요.”
대답이 빨랐다.
치우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러면 왜 맡으셨습니까.”
서린은 잠깐 침묵했다.
처음으로 자신에 관한 대답을 고르는 얼굴이었다.
“아직 맡지 않았습니다. 검토하고 있습니다.”
치우는 서류를 봤다. 자기에게 일이 되면 다른 사람도 이미 같은 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녀는 그 선을 분명히 두고 있었다.
“거절할 수 있다는 겁니까.”
“예.”
“동균 씨하고 아는 사이인데도.”
서린은 아주 조금 웃었다.
“그래서 더 자주 거절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치우는 그 말을 기억했다.
서울에서 처음 듣는 종류의 문장이었다.

서린이 물을 마시는 동안 치우의 눈은 손목으로 갔다.
아주 가는 떨림이 있었다. 피곤해서인지 긴장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치우의 시선을 봤다.
“뭐 보세요.”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아니면 보지 마세요.”
그 말에는 당황이 없었다.
치우는 시선을 서류로 돌렸다.
잠깐 침묵이 이어졌다.
서린이 먼저 말했다.
“제 이름 검색하셨습니까.”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동균 씨한테 집안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럼 다른 이야기도 듣겠네요.”
그녀는 서류철을 닫았다.
“제가 약물 문제로 치료받았다는 이야기요.”
치우는 표정을 바꾸지 않으려 했다.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는지 서린이 웃었다.
“그 표정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치우는 잠깐 말을 고른 뒤 물었다.
“지금도 치료받으십니까.”
서린은 그를 똑바로 봤다.
“그건 이 계약서에 필요한 정보가 아닙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을 받은 뒤에도 궁금함이 남았다. 약한 곳을 알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오랜 습관이었다. 실제로는 이해보다 이용에 가까운 습관.
서린은 그 문을 닫았다.
치우는 닫힌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동균이 돌아오자 서린은 검토 결과를 짧게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책임 면제 문구는 받아들일 수 없고, 실제 역할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했다. 필요한 자료가 오면 다시 검토하겠지만 지금 서명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동균의 얼굴이 굳었다.
“너무 어렵게 가십니다.”
그가 말했다.
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운 일이라고 설명하신 쪽이 다르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치우에게도 인사했다.
치우는 따라 일어났다.
동균은 서류를 거칠게 모았다. 서린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힌 뒤 동균이 혀를 찼다.
“집안 덕에 저러는 거지.”
치우는 문을 봤다.
“다른 변호사 구하면 됩니다.”
동균이 말했다.
“서린 씨는 원래 좀 까다로워요. 아픈 일도 있었고.”
그는 마지막 말을 낮게 했다.
치우는 그 말에서 익숙한 기술을 들었다. 상대가 거절하면 성격이나 병으로 바꾸어 설명하는 것. 그러면 거절당한 내용은 검토하지 않아도 됐다.
자기도 수없이 했을 일이다.
치우가 말했다.
“자료부터 다시 봅시다.”
동균은 그를 봤다.
“그 여자 말이 다 맞다는 겁니까.”
“아직 누가 맞는지 모릅니다.”
치우는 서류를 집었다.
“그런데 제 이름 들어가는 건 맞잖습니까.”

사무실로 돌아오자 태석이 경수의 편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치우는 서랍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친구가 그 표정을 봤다.
“경민이가 사본이라도 갖고 싶대.”
태석이 말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줘.”
그는 말했다.
태석이 잠깐 멈췄다.
“원본도?”
“원본도.”
치우는 창가로 갔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 자신이 받아 놓고 답장도 하지 않은 편지를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좋은 일의 기준이 자꾸 낮아졌다.
태석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한서린을 만난 이야기를 했다. 서명을 거절했고, 자신에게 직접 물었고, 동균의 설명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고.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 필요하겠네.”
그가 말했다.
치우는 서류를 탁자에 놓았다.
필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곁에 두면 자신이 어떤 대가를 내야 하는지도 생각했다.
그녀는 경수처럼 남지 않을 수 있었고, 태석처럼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불편하면서 끌렸다.

한서린에게 연락한 것은 치우 자신이었다.
동균을 통하지 않았다. 명함에 적힌 사무실 번호로 연락해 다시 검토를 의뢰하고 싶다고 했다. 직원이 일정을 확인한 뒤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치우는 기다렸다.
이번에는 기다리는 동안 화가 나지 않았다. 자기가 기다리기로 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차이가 사람의 인내를 바꾸었다.
다음 날 서린에게 전화가 왔다.
“동균 씨 자료 그대로입니까.”
그녀가 물었다.
“아니요.”
치우는 대답했다.
“제가 아는 일을 제가 적겠습니다. 모르는 것도 표시하고요.”
서린은 잠시 조용했다.
“유리한 것만 적으면 검토도 그만큼 틀립니다.”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웃을 뻔했다.
윤재헌도 비슷한 말을 했다. 태석도 했다. 이제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틀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치우가 전부 말할 생각이 된 것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서린은 약속을 잡았다.
통화가 끝난 뒤 치우는 새 종이를 꺼냈다. 맨 위에 자기 이름을 썼다. 그 아래에 무엇을 했는지 적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문장을 몇 번 지웠다.
자기가 없는 문장을 쓰는 습관은 오래 남았다.
하지만 한서린은 그런 문장에는 서명하지 않는 여자였다.
치우는 그 사실을 좋아했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