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26화 · 수도의 가격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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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은 치우에게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묻지 않았다.
얼마를 낼 수 있는지도 묻지 않았다. 호텔 식당에서 처음 만난 그는 치우가 입고 있는 옷과 손목시계를 잠깐 본 뒤, 서울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다.
“이 년 됐습니다.”
치우가 대답했다.
2004년 봄이었다.
고병권은 마흔다섯 살이었고, 정치인보다 정치인들의 일정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특정 사무실의 이름은 명함에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거기에 적혀 있지 않았다.
동균은 병권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병권은 치우에게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런 말은 나중에 귀찮아요.”
그가 말했다.
“고 실장이라고 하세요.”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권은 물을 마셨다.
“이 년이면 서울 값은 알겠네요.”
그가 말했다.
치우는 웃지 않았다.
“어떤 값 말씀이십니까.”
병권은 메뉴판을 덮었다.
“사람들이 당신 과거를 언제 꺼내느냐는 값.”

병권은 공개된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부산에서의 사건들, 판결이 나온 부분, 그렇지 않은 부분, 인철이 붙잡힌 뒤 달라진 사람들. 치우는 그가 윤재헌을 아느냐고 묻지 않았다.
병권도 말하지 않았다.
서로 아는 사람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아도 영향력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과거를 없애 준다는 말씀입니까.”
치우가 물었다.
병권이 고개를 저었다.
“없앨 수는 없죠.”
그는 치우의 얼굴을 봤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시점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치우는 그 문장을 천천히 들었다.
신문에 무엇이 나오는지, 누가 누구에게 질문하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행사에 불리는지. 병권은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그 문들 근처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동균이 웃었다.
“좋은 기회입니다.”
치우는 동균을 보지 않았다.
좋은 기회라는 말은 자기가 값을 내야 한다는 뜻인 경우가 많았다.
병권이 말했다.
“정치에 관심 있습니까.”
치우는 잠깐 생각했다.
“정치가 저한테 관심을 갖는 건 싫습니다.”
병권은 처음으로 웃었다.
“그럼 더 관심을 가져야죠.”

요구는 식사가 끝날 무렵 나왔다.
곧 있을 정치 일정에 필요한 돈이었다. 병권은 좋은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누구를 왜 돕는지 설명하는 데 오래 쓰지는 않았다.
그 대신 누가 와 있는지 알려 주었다.
치우가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모두 각자의 회사와 조직에서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름을 듣는 동안 치우는 새로운 방의 배치를 상상했다.
자기도 거기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병권은 금액을 적은 종이를 건네지 않았다.
“감당되는 만큼.”
그가 말했다.
“다만 성의를 알아볼 수는 있어야겠죠.”
치우는 그 표현이 가장 불쾌했다.
감당되는 만큼이라는 말은 나중에 부족했다고 말할 여지를 남겼고, 성의라는 말은 돈을 사람의 품질로 바꾸었다.
그는 익숙한 모욕을 알아봤다.
문수는 충성을 요구했고 인철은 빚을 넘겼으며 병권은 성의를 요구했다.
돈의 이름만 바뀌었다.
“무엇을 받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동균이 그의 팔을 건드렸다.
병권은 말리지 않았다.
“그걸 직접 묻는 사람도 필요하죠.”
그가 말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됩니다.”

서린은 제안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 대신 어느 부분을 자신에게 묻는 것이냐고 했다. 치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서린은 펜을 내려놓았다.
“문제가 없는 일을 하려는 겁니까, 문제 있는 일을 괜찮게 보이게 하려는 겁니까.”
치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료를 덮었다.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말을 다시 제 이름으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지난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태도였다.
치우는 이제 그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여러 일을 함께 검토했지만 서린은 한번 맡았다는 이유로 다음 일까지 자동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불편했고 필요했다.
“서린 씨는 정치에 관심 없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
처음으로 질문이 제자리에 닿은 것 같았다.
“있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치우는 그녀를 봤다.
“그래서 함부로 빚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누가 자리를 줬는지 기억해야 하는 삶은 이미 충분히 해 봤습니다.”
치우는 한원 집안의 이름을 떠올렸다.
서린은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랜만에 계약서 밖의 이야기를 했다.
서린은 가족이 자기를 보호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만나는 사람과 하는 일을 정하려 했다고 했다. 치료받던 시기에는 더 그랬다고 했다.
치우는 자신이 경민에게 사람을 붙여 주려던 일을 떠올렸다.
말하지 않았다.
서린은 자세한 치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치우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의학적 상태가 아니라 자기 결정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그래도 도움은 필요하지 않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필요합니다.”
서린은 바로 답했다.
“그래서 도움하고 소유를 구분하려고 하는 거예요.”
치우는 창밖을 봤다.
자기가 사람에게 주는 것은 어느 쪽이었는지 생각했다. 대부분의 경우 답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할 수 있을 뿐이었다.
서린이 말했다.
“고병권 씨에게도 대답은 받으셨네요.”
“무슨 대답.”
“혼자가 아니게 해 준다잖아요. 누구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치우는 웃지 못했다.
그녀는 자료를 돌려주었다.
이번 일에는 자기 이름을 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치우는 자료를 받았다.
거절을 존중하는 것과 제안을 그만두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는 돈을 내기로 했다.
태석에게는 먼저 말했다. 친구는 서린이 뭐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반대했다고 했다.
“그래도 하는 거네.”
태석이 말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하는 거다.”
“알면 더 잘못하는 거 아닌가.”
치우는 한숨을 쉬었다.
친구의 말이 점점 예상 가능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자기가 반복하고 있다는 뜻은 생각하기 싫었다.
“여기서 자리 잡으려면 혼자서는 안 된다.”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책상 위의 전화기를 봤다.
“여기 오기 전에도 혼자 아니었어.”
그가 말했다.
“니가 자꾸 남겨 두고 올라왔지.”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경수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방 안에 있었다.
그는 돈을 준비하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 구체적인 전달과 처리는 자신이 보기 싫은 일처럼 멀어졌지만, 결정한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었다.
치우는 그날 서류에 자기 이름을 직접 썼다.
나중에 몰랐다고 말할 수 없게.
그것이 정직함이라고 착각하지는 않았다.

행사장에서 고병권은 치우를 알아봤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이름을 불렀고 옆에 서라고 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다가왔다. 치우는 처음에는 한 발 물러섰다가 병권이 손짓하자 옆으로 갔다.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웠다.
병권은 웃었다.
치우도 웃었다.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할지 알았다. 어떤 관계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짐작할 것이다.
치우는 그런 짐작이 필요했다.
사진이 끝난 뒤 병권은 다른 사람에게로 갔다. 치우는 혼자 남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몰랐던 사내가 와서 명함을 내밀었다.
얼굴을 본 적 있다며 인사했다.
거짓말이었다.
치우는 명함을 받았다.
그 거짓말이 자기에게 유리했다.
이것이 수도의 가격이었다. 돈을 내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 주었다.
그는 그 이야기에 올라탔다.

밤늦게 사무실에 돌아오자 서린이 보낸 검토 의견이 와 있었다.
이번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별도로 진행 중인 업무의 범위를 분명히 한 문서였다. 문장은 짧고 단정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어디에 남길지 스스로 정했다.
치우는 그것을 서랍에 넣었다.
그녀의 거절까지 자기 기록의 일부가 되었다.
휴대전화에는 오늘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치우는 화면을 확대해 자기 얼굴을 봤다. 입가의 작은 흉터는 잘 보이지 않았다. 조명과 각도 덕분이었다.
과거는 없어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을 수는 있었다.
고병권에게서 짧은 연락이 왔다. 다음에 만날 사람이 있다고 했다. 치우는 언제냐고 물었다.
그는 이제 돈을 낸 만큼의 자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지불하지 말아야 할 값이었다는 생각은 뒤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