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32화 · 전생의 빚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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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여자에게는 이름이 있었다.
에바 로하스.
치우는 라파엘에게 다시 연락해 이름을 들었다. 마테오 로하스의 딸이며, 죽은 사람들의 기록을 모으는 일을 한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한 직업과 기록을 모으는 일은 별개라고 했다.
“왜 나한테 보여 줬지.”
치우가 물었다.
라파엘은 바로 대답했다.
“네가 아버지를 기억한다고 했으니까.”
치우는 사진을 내려다봤다.
서른쯤 되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나이는 스물넷이었다. 자신보다 네 살 어렸다. 카메라를 보는 표정이 오래된 사람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치우는 마테오를 떠올렸다.
엘치우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돈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했는지, 다른 사람을 의심하라고 했는지, 그냥 살려 달라고 했는지.
정작 자신이 내린 결정은 기억났다.
더 듣지 말자고 했다.
그 뒤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기억의 빈자리는 편리했다.
에바의 얼굴을 보자 그 편리함이 부끄러워졌다.

에바는 라파엘과 함께 한국에 온 것이 아니었다.
라파엘이 사진을 먼저 보여 준 뒤 몇 주 지나 서울에 도착했다.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과 연결될 일이 있다고 했다. 라파엘은 그중 일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치우는 그 사실을 듣고 웃었다.
상대가 위선자라는 증거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런데 자신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곧 뒤따랐다.
돈을 주고 기록을 돕는 사람.
과거의 일부를 숨긴 채 피해자의 편에 서는 사람.
그 자리가 얼마나 안전하고 명예로울지 알았다.
치우는 만남을 거절하지 않았다.
라파엘이 무엇을 보려는지 알면서도.

에바는 작은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라파엘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가 빠진 것을 확인하자 치우는 조금 안심했다. 에바는 통역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치우는 스페인어로 괜찮다고 답했다.
그녀의 눈이 잠깐 커졌다.
“잘하시네요.”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배운 적이 있다고만 했다.
에바는 더 묻지 않았다. 가방에서 얇은 자료 묶음을 꺼냈다. 사진과 이름, 사망한 날짜와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이 나뉘어 있었다.
치우는 마테오의 이름을 찾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눈이 먼저 갔다.
1994년.
그 아래에 남은 것은 몇 줄뿐이었다.
실종된 장소, 뒤늦게 확인된 죽음, 가족에게 전달되지 않은 물건들. 엘치우가 한 번 손을 저은 일이 다른 사람의 종이 위에서는 끝나지 않은 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에바가 말했다.
“확인한 것과 들은 이야기는 나눠 놨어요.”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왜요.”
그녀는 잠깐 놀란 얼굴을 했다.
“다르면 다르게 적어야 하니까요.”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늘 유리하게 섞어 쓰던 것들이 그녀의 종이에서는 분리되어 있었다.

에바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미화하지 않았다.
불법적인 돈을 다루는 일에 관여했다고 했다. 가족이 그 돈으로 살았다는 사실도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누구에게든 아버지를 죽일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치우는 그 말을 들으며 임정희를 떠올렸다.
좋은 사람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던 여자.
가해자가 가진 가장 쉬운 변명을 미리 거절하는 사람들.
에바는 자료를 넘겼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끼친 피해도 찾으면 같이 적을 겁니다.”
치우는 그녀를 봤다.
그 말은 예상하지 못했다.
죽은 사람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을 무죄로 만드는 일은 아니었다. 치우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늘 다른 사람의 잘못부터 찾았다.
에바는 순서를 다르게 정하고 있었다.
“힘들지 않습니까.”
그가 물었다.
에바는 웃지 않았다.
“힘들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그래서 천천히 합니다.”
치우는 그 느린 속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문제가 생기면 더 빨리 움직여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서두르면 누군가를 다시 잘못 적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죽음을 전혀 다른 시간으로 다루고 있었다.

치우는 라파엘이 어느 정도 돕고 있는지 물었다.
에바는 일부 사람을 소개받았고, 확인해야 할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라파엘의 말 역시 다른 증거와 구분해 적는다고 했다.
“그 사람을 믿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에바는 그를 봤다.
“그 질문은 그 사람도 했어요.”
“뭐라고요.”
“당신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요.”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에바는 자료를 모았다.
“두 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저를 서로 시험하는 데 쓰지는 마세요.”
치우는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자신이 놓인 자리를 알고 있었다.
돈이 있는 남자 둘이 서로의 약점을 확인하려고 자신을 가운데 놓았다는 것. 도움을 받으려면 그들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에바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가 필요한 건 누가 이겼는지가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치우는 자기 손을 봤다.
젊은 손이었다.
그 손으로 이전 생의 일을 부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듣기보다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원했다.
치우는 그 사실 뒤로 숨을 수 있었다.

그는 기부를 제안했다.
말을 꺼내는 순간 왜 그렇게 익숙한지 알았다. 돈은 자신이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언어였다. 사과보다 쉬웠고 진실보다 안전했다.
에바는 금액을 묻지 않았다.
먼저 조건이 있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없다고 답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식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곳을 알려 드릴게요.”
그가 잠깐 멈췄다.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수연이나 경민처럼 바로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에바는 도움을 받아도 판단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대신 기록에는 후원한 사람도 적힙니다.”
그녀가 말했다.
“후원한다고 조사 대상에서 빠지는 건 아닙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건을 들으니 선뜻 약속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한 것은 돈을 내고 의심받지 않는 자리였다.
에바는 그 자리를 팔지 않았다.
치우는 자료를 받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답했다.
실망한 얼굴은 아니었다.
이런 대답도 여러 번 들은 모양이었다.

헤어지기 전에 에바가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었다.
마테오가 웃고 있었다. 조직의 사무실이나 법정이 아닌, 평범한 길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소매를 걷고 있었고 햇빛 때문에 눈을 조금 찡그렸다.
치우는 그 얼굴을 오래 봤다.
자신이 기억하는 마테오는 늘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틀리지 않았다고, 알아봐야 한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엘치우는 설명이 긴 사람을 싫어했다.
사진 속의 사내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살아 있었다.
에바가 물었다.
“본 적 있는 얼굴입니까.”
치우는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
“라파엘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질문에 답하지 않은 문장이었다.
에바는 잠깐 그를 봤다.
더 묻지 않았다.
치우는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또 한 번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고.
그 작은 생각 때문에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더 무너졌다.

라파엘은 그날 밤 연락했다.
어땠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에바는 둘 사이의 싸움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라파엘은 잠깐 웃었다.
“그래서 믿을 만하지.”
치우는 이를 악물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무기로 쓰는군.”
“너는 안 쓰고?”
대답이 돌아왔다.
치우는 전화기를 세게 쥐었다.
말이 막히면 상대를 죽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논리를 이길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얼굴을 너무 정확히 보여 주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는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있었다.
“마테오가 왜 죽었는지 말해.”
치우가 말했다.
라파엘은 조용해졌다.
한참 뒤 목소리가 낮아졌다.
“네가 정했잖아.”
치우는 눈을 감았다.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때 자신이 무엇을 듣고 무엇을 믿었는지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전에.”
그가 말했다.
“내가 정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라파엘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서 치우는 새로운 문을 봤다.
자기가 또 남의 죄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묻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통화가 끝나자 사무실로 팩스가 들어왔다.
에바가 보내기로 한 자료였다. 후원을 받는 곳의 이름보다 작은 발표회 일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흘 뒤, 번역된 기록 일부와 사진을 공개하고 질문을 받는 자리라고 했다.
맨 아래에 짧은 문장이 덧붙어 있었다.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면 그 자리에서 말씀해 주세요.
치우는 종이를 들고 날짜를 확인했다. 같은 시간에 정운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라파엘도 참석한다고 들었다.
그는 정운의 약속 옆에 물음표를 썼다.
자료 뒷장에는 발표할 사진의 작은 견본들이 있었다. 그중 한 장에서 낯익은 문이 보였다. 엘치우가 마지막까지 자기 것이라고 믿었던 집의 문이었다. 문 앞에는 치우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짜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치우는 팩스의 흐린 사진을 책상 조명 아래로 옮겼다.
라파엘이 오른쪽 끝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사진 아래의 날짜는 엘치우가 죽은 다음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