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14화 · 이름을 지우는 사람들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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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환은 오른손으로 악수하지 않았다.
치우가 손을 내밀자 그는 잠깐 내려다보더니 왼손을 내밀었다. 억지로 꺾인 손가락이 전부 나은 것은 아니었다. 치우는 두 손 사이에서 멈췄다가 그냥 손을 거두었다.
기환이 말했다.
“돈 받으러 왔다.”
지난해와 똑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섯 명이 함께 왔다. 치우가 기억하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그들은 의자를 주기 전에 먼저 자기 의자를 끌어당겼다.
경수가 창가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환이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비 보탠 건 안 잊었다.”
경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거랑 이거는 다른 일이다.”
기환이 종이를 탁자에 놓았다.
밀린 돈을 받을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치우가 갖고 있는 종이와 비슷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자가 쓴 이름 옆에 금액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들이 인정한 목록이었다.
치우는 차이를 알아봤다.
“확인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기환이 손가락으로 자기 이름을 가리켰다.
“확인하라는 게 아니고 갚으라는 거다.”

그들 중 둘은 지난해 창고에서 국밥을 먹었던 사람들이었다.
그 뒤로 다른 곳에서 일을 했고, 하나는 다쳤고, 하나는 고향에 다녀왔다. 치우가 이름만 기억하는 동안에도 각각의 삶은 이어졌다.
한 사람은 이미 돈을 일부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함께 온 이유를 치우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혼자 오면 또 맞을까 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치우는 문수가 한 일이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사람들은 문수의 의자에 누가 앉아 있는지 보고 있었다. 문수의 일을 이어받았으면 문수의 책임도 들어야 했다.
기환이 말했다.
“지난번에 니가 답은 해 준다 했지.”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하나 믿고 왔다. 그렇다고 니 사람이 되러 온 거 아니다.”
치우는 종이를 다시 보았다.
목록 맨 아래 남기섭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서른넷. 상필 밑에서 심부름을 하다가 최근 치우 쪽 일을 조금 맡았던 사내였다. 그는 기환과 같이 앉아 있었고 치우를 똑바로 보지 않았다.
돈을 받으러 온 노동자와 치우의 일을 하는 사람이 같은 쪽에 앉아 있었다.
그것이 치우를 불편하게 했다.
“기섭 씨도 받을 돈 있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기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일한 돈입니다.”
“지금 받는 것과는 다르고요?”
기환이 끼어들었다.
“다르다니까.”
치우는 기환을 봤다.
기환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 방에서 누가 질문하고 누가 대신 대답할 수 있는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이 치우의 짜증을 건드렸다.

돈 자체는 감당할 수 있었다.
모두 한꺼번에 내놓으면 곤란했지만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었다. 치우는 돈이 없던 시절보다 돈을 갖고 난 뒤에 더 오래 생각했다. 없는 돈은 못 준다고 하면 됐지만 있는 돈을 주는 것은 자기 몫이 줄어드는 일이었다.
문수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이해하는 순간들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문수를 미워할 이유가 조금씩 줄었다.
그것이 가장 위험한 변화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이번 주에 나눠 드리겠습니다.”
치우가 말했다.
기환은 날짜를 물었다. 치우가 날짜를 말하자 옆 사람이 적었다. 장소도 정했다. 이 창고가 아니라 그들이 빌려 쓰는 사무실로 돈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치우의 표정이 바뀌었다.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니 자리잖아.”
기환이 말했다.
“왜 꼭 니 자리에서 받아야 하노.”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경수가 말했다.
“가져가겠습니다.”
치우는 그를 돌아보았다.
경수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기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그렇게 정해졌다.
치우는 자신이 양보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제로 돈을 갚는 일에 양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사람들이 일어날 때 기환이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
자기들 이름을 치우의 연락 목록에서 지워 달라고 했다. 일이 있어도 전화하지 말고, 아는 사람을 보내지도 말라고 했다.
“어떤 일 말입니까.”
치우가 물었다.
기환은 대답하기 전에 태석을 봤다.
친구는 문 옆에 서 있었다.
“아는 걸 왜 자꾸 물어보노.”
기환이 말했다.
치우는 얼굴을 굳혔다.
말을 하지 않으면 사실이 덜 선명해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대답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기환은 자기 손을 들어 보였다.
“이거 갖고도 먹고살아 보겠다. 니 일은 안 한다.”
치우는 그 손을 보았다.
상처를 입힌 사람은 문수였지만 손을 망가뜨린 세계는 그대로였다. 치우는 그 세계를 더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떠나려는 사람은 자기 실력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요한 적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기환은 짧게 웃었다.
“그 말 하려고 적어 놓은 거 아니제.”
그는 종이를 한 장 더 내밀었다.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문장과 다섯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치우는 받았다.
받지 않으면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

다들 나가고 기섭만 남았다.
치우는 그를 따로 부르지 않았다. 기섭이 스스로 남은 것이었다. 그래서 더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기섭이 말했다.
치우는 앉으라고 하지 않았다.
기섭도 앉지 않았다.
“저도 그만하겠습니다.”
치우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
“여기 일 전부요.”
“상필 씨한테도 말했습니까.”
“예.”
그 답은 예상하지 못했다.
기섭은 이미 여러 사람에게 자기 뜻을 전하고 있었다. 치우가 허락하면 떠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치우는 마지막으로 통보받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이 가슴을 찔렀다.
“왜 갑자기요.”
“갑자기 아닙니다.”
기섭이 말했다.
“오래 생각했습니다.”
도식이 놓고 간 구인 광고가 떠올랐다.
치우는 이번에는 오늘 결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다른 일 찾았습니까.”
“찾고 있습니다.”
“찾은 것도 아니고.”
기섭의 턱이 굳었다.
치우는 그 표정을 보고 자신이 경수에게 했던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떠나려는 사람이 아직 약한 부분을 골라 붙잡는 것.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경수의 동생이 아니었다.
그를 붙잡아도 곁에서 화낼 사람이 적었다.

상필이 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그는 기환 일행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다. 돈을 돌려주는 날짜도, 경수가 직접 가기로 한 것도 알고 있었다. 치우는 이야기가 그렇게 빨리 도는 것이 불쾌했다.
상필은 그 불쾌함을 알아봤다.
“기섭이가 요새 말이 많습니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서류를 정리했다.
“그만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상필은 잠깐 말을 멈췄다.
“저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누가 압니까.”
치우는 손을 멈췄다.
근거는 없었다. 기환 일행이 약물 일을 안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도의 일일 수도 있었다. 기섭이 실제로 무엇을 말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그런데 의심은 근거보다 편리했다.
떠나는 사람을 배신자로 부르면 붙잡는 일이 정당해졌다.
상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했다.
“문수 형님이면 그냥 안 보냈습니다.”
치우가 그를 봤다.
“죽은 사람 얘기 자주 하시네요.”
상필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치우는 말을 이어 갔다.
“살아 있는 사람이 정하겠습니다.”
상필은 미소를 지었다.
원하던 말이었을 것이다.
치우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미 해 버린 말을 거두지 않았다.

밤에 태석이 지운 이름들을 확인했다.
기환, 다른 노동자들, 남기섭. 친구는 종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떠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치우는 그 표정을 견디기 어려웠다.
“기섭이는 아직이다.”
그가 말했다.
태석이 고개를 들었다.
“왜.”
“정리할 게 있다.”
“뭘.”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도식 씨한테 했던 말, 정란 씨가 나한테도 말해 놨다. 다시 안 부른다고 두 번 대답했다며.”
“기섭이는 다른 사람이다.”
“뭐가 다른데.”
치우는 얼굴이 굳었다.
병원비를 받은 사람은 내보내기로 약속했고, 빚을 받으러 온 사람은 자기 말을 듣지 않았고, 이름을 적은 사람들은 이름을 지워 달라고 했다. 자신이 준 것으로 묶인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 방을 얻으려고 너무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했다.
“내가 정리한다고 했지.”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동의가 아니라는 것은 둘 다 알았다.
친구가 나간 뒤 치우는 서랍을 열었다.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종이가 위에 있었다. 그는 남기섭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멈췄어야 한다는 것을, 훗날 치우는 분명히 기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