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37화 · 한서린의 조건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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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는 종이를 집지 않았다.
거주, 재산, 일, 가족.
네 단어는 낯설지 않았다. 그가 사람을 붙잡을 때마다 손을 대던 것들이었다. 한서린은 그것들을 자기 앞에 펼쳐 놓고 결혼을 묻고 있었다.
“저한테 하시는 말씀입니까.”
치우가 말했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 결혼을 상의하러 온 건 아닙니다.”
치우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농담으로 받으면 쉬울 것 같았다. 그녀가 웃지 않자 그 길이 막혔다.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시잖습니까.”
“아는 만큼은 압니다. 모르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고요.”
서린은 종이를 자기 쪽으로 조금 당겼다.
“그래서 오늘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치우는 창밖을 봤다. 비가 유리에 부딪혔다. 라파엘과 악수하고 돌아온 날이었다. 과거의 자신을 아는 사람과 휴전한 뒤, 현재의 자신을 모두 알지 못하는 여자가 다른 종류의 관계를 내밀었다.
“왜 저입니까.”
그가 물었다.
서린은 준비한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제 가족에게 허락받으려고 하지 않을 사람이라서요.”
치우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종이를 집었다.

서린이 얻고 싶은 것은 분명했다.
자기 이름으로 사람을 만나고, 가족이 정해 주지 않은 일을 하고, 언젠가 공적인 자리에 서는 것. 지금도 가능했지만 매번 한원가가 어디까지 허락했느냐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저하고 결혼하면 그 질문이 없어집니까.”
치우가 물었다.
“없어지지 않죠. 질문이 바뀝니다.”
서린은 말했다.
“제가 고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야 하겠죠. 그건 제가 선택한 일입니다.”
치우는 잠시 그녀를 봤다.
“설명하기 쉬운 사람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치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고요.”
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겁니다.”
그녀는 자기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결혼하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통제에서 나와 자신이 고른 위험을 감당하겠다는 말이었다.
치우는 종이의 재산 항목을 봤다.
“돈이 필요하십니까.”
서린은 웃지 않았다.
“일을 할 돈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 돈도 있고, 제가 구할 돈도 있습니다. 결혼하면 전부 당신 돈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녀가 펜을 내밀었다.
“강치우 씨는 무엇을 얻고 싶은지 적어 보세요.”

치우는 곧바로 쓰지 못했다.
한원가와의 관계. 사회적인 자리. 누가 문을 열어 줄 때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되는 지위. 떠오르는 것은 많았다.
그중 일부를 말하면 서린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는 가장 단정한 말부터 꺼냈다.
“가족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린은 그를 가만히 봤다.
“그건 좋은 말이네요.”
치우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는 기다리지 않았다.
“구체적으로요.”
치우는 펜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종이에 이름을 썼다.
한원.
서린의 눈이 그 글자를 따라갔다.
치우가 말했다.
“이 이름이 필요할 겁니다. 그걸 아니라고 하면 처음부터 거짓말이겠죠.”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빌릴 수 있는 범위를 정해야겠네요.”
그녀는 한원이라는 글자 옆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한서린.
“제가 선택한 일에는 제 이름을 씁니다. 제 가족 전체를 데려오는 것은 아닙니다.”
치우는 두 이름을 봤다.
크게 적은 두 글자보다 작게 적은 세 글자가 더 까다로웠다.

첫 번째로 합의한 것은 집이었다.
함께 살되 각자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을 둔다. 상대의 책상이나 전화기를 마음대로 보지 않는다. 손님은 미리 이야기한다. 말을 다투다가 문을 닫으면 억지로 열지 않는다.
치우는 마지막 문장에서 펜을 멈췄다.
“제가 그럴 사람 같습니까.”
서린이 그를 봤다.
“강치우 씨가 다른 사람에게 문을 열라고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치우는 거주 항목 아래에 자기 요구를 적었다.
오래 자리를 비울 때에는 알릴 것.
서린이 읽고 수정했다.
안전을 걱정하지 않도록 알리되, 허락을 받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문장을 고쳤다. 어느 순간 치우가 웃었다.
“계약서보다 어렵습니다.”
서린은 펜을 내려놓았다.
“사람이 살 집이라서요.”
밖의 비가 조금 잦아들었다. 사무실 직원들은 이미 돌아갔고 복도 불은 반만 켜져 있었다. 태석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치우는 짧게 늦는다고만 답했다.
서린이 시계를 봤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한 항목만 더 하죠.”
이번에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이야기는 서린이 먼저 꺼냈다.
지금도 자기 상태를 돌보고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결혼 때문에 그 관계를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몸이 힘든 날에는 약속을 미룰 수도 있다고 했다.
치우는 무언가 해 주겠다는 말을 삼켰다.
서린은 그를 보고 덧붙였다.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제가 말하겠습니다. 대신 아는 척하고 대신 정하지 말아 주세요.”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를 가족한테 어디까지 해야 합니까.”
그가 물었다.
“제가 정합니다.”
서린이 답했다.
치우는 종이에 적지 않았다.
그녀가 그 이유를 물었다.
“제 전화번호도 허락받고 알려 줘야 하는데, 그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치우가 말했다.
서린은 잠깐 그를 보았다.
그날 처음으로 얼굴이 조금 풀렸다.
“당연한 것을 확인해야 하는 때가 많더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종이 가장자리를 접었다 폈다. 돈이 오가지 않는 대화인데도 잃을 수 있는 것이 많은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다음 달에 다시 만났다.
그사이 각자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서린은 자신이 치우의 법률대리인으로 이 약속을 만들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
치우는 그 시간을 견뎠다.
그녀가 마음을 바꾸면 어쩌나 생각하는 날도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고 싶어졌다. 서린은 서두르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남에서 그녀는 친밀감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사진을 찍고 행사에 참석한다고 사적인 모든 관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부부가 되어도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
치우는 다 듣고 난 뒤 물었다.
“저한테도 같은 조건입니까.”
“물론입니다.”
그 대답이 너무 빨라서 치우는 잠깐 웃었다.
“뭐든 물어봐야겠네요.”
서린도 웃었다.
“그러면 실수는 줄겠죠.”
그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늦은 저녁을 함께 먹었다.
술은 주문하지 않았다.

치우는 종이를 태석에게 보여 주었다.
친구는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한서린의 이름을 보고 나서야 다시 읽었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장에서 손을 멈췄다.
“끝낼 수도 있다는 거네.”
태석이 말했다.
둘 중 한 사람이 원하면 관계를 다시 논의하고, 떠나려는 사람을 위협하거나 다른 사람을 보내 붙잡지 않는다는 문장이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면 다 그런 거 아니가.”
태석은 치우를 봤다.
대답하지 않았다.
치우는 종이를 돌려받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니 생각은 어떤데.”
그가 물었다.
태석은 종이를 가지런히 맞췄다.
“서린 씨는 니한테 화낼 줄 알아서 좋다.”
친구가 말했다.
“근데 니가 그걸 계속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치우는 웃지 않았다.
태석도 말을 더 보태지 않았다.
그날 친구는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먼저 돌아갔다. 치우는 누구를 만나느냐고 묻지 않았다. 사무실에는 손으로 고친 종이들이 남았다.

서린은 최종적인 대답을 반년 뒤에 하자고 했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서로의 일과 사람들을 좀 더 보자는 것이었다. 치우는 처음에는 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말하지는 않았다.
2006년 가을, 두 사람은 작은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서린은 그동안 자신이 알게 된 위험을 하나씩 말했다. 치우의 일에는 아직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가족의 반대도 끝나지 않았다. 결혼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치우도 말했다.
서린은 자신의 말을 쉽게 따르지 않았고, 그의 이름이 도움이 되는 자리에서도 무조건 편을 들지 않았다. 그 사실이 어떤 날에는 견디기 어려웠다.
서린이 물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치우는 그녀를 봤다.
“하겠습니다.”
서린은 잠깐 눈을 내렸다가 들었다.
“저도 하겠습니다.”
둘은 악수하지 않았다.
치우가 손을 내밀었고, 서린이 그 손을 잡았다. 오래 잡고 있지는 않았다.
식탁 옆 의자에 각자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가방을 대신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