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36화 · 악수의 상처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임한규는 법정에서 정운의 이름을 말했다.
2006년 초였다. 처음에는 자기 판단이었다고 했던 사내가 진술을 바꾸는 동안 여러 사람이 자리를 바꿨다. 함께 있었던 사람의 말이 더해졌고, 그날 이후 오간 지시가 검토되었다.
치우는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라파엘은 오지 않았다.
임한규는 정운이 치우를 겁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느냐는 질문에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길어지자 치우는 손끝을 쥐었다.
자기도 다른 방에서 그렇게 침묵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 침묵이 자신에게 유리했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가 치우에게 다가왔다. 피해자로서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다. 치우는 짧게 답하고 지나갔다. 더 말하면 기섭의 이름도 함께 떠오를 것 같았다.
태석은 건물 밖에서 기다렸다.
“끝났나.”
친구가 물었다.
“다 끝난 건 아니고. 누가 시켰는지는 나왔다.”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같이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에는 치우가 먼저 걸음을 늦췄다.

정운은 이후 한동안 앞에 나오지 않았다.
법적인 다툼과 별개로 사람들은 그와 함께 이름이 나오기를 꺼렸다. 동균은 당분간 조용히 지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조용히 지내는 동안 누가 빈자리를 쓰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치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과 라파엘이었다.
둘은 각자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서로가 있는 자리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상대를 몰아내려고 할수록 정운의 남은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라파엘이 먼저 연락했다.
“이제 이야기할 때가 됐군.”
치우는 날짜를 물었다.
“에바에게 할 이야기부터 끝내.”
그가 덧붙였다.
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라파엘은 알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에바에게 전달된 것은 라파엘이 직접 확인한 사실에 관한 진술이었다.
마테오에게 책임이 몰렸던 돈 가운데 자신이 관여한 부분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엘치우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와 자신이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도 포함되었다.
모든 의혹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호아킨은 여전히 일부 이야기를 부인했고, 오래된 기록 가운데 사라진 것도 있었다. 에바는 확인한 부분만 수정했다. 새로 알게 된 사실과 남은 의문을 나누어 공개했다.
그녀는 치우에게 결과를 보냈다.
고맙다는 말은 짧았다. 자료가 들어왔으니 검토했다는 설명이 더 길었다.
치우는 마테오의 이름을 다시 읽었다.
누가 돈을 숨겼는지 드러났다고 죽음을 명령한 사람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엘치우의 이름은 여전히 그 페이지에 있었다.
치우는 화면을 닫지 않았다.
태석이 옆에서 물었다.
“이 사람 얘기가 니가 말한 그거가.”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페이지를 한번 읽고 물러났다.
그날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치우는 엘치우라는 이름을 끝까지 읽었다.

라파엘과의 만남에는 통역이 없었다.
오래전처럼 둘만 식탁에 앉았지만 서로의 잔을 채워 주지 않았다. 직원이 물을 따르고 나간 뒤 한동안 침묵했다.
라파엘이 먼저 말했다.
“정운이 다시 앞에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지.”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죽일 생각하면서 같은 사람들 만나기도 피곤하고.”
라파엘이 덧붙였다.
치우는 그를 봤다.
상대는 농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말이 어떤 무게인지 둘 다 알고 있었다. 직접 칼을 든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누구를 넘기고, 누구의 말을 믿게 하고, 어떤 순간에 도움을 거절할 것인지까지 포함하는 말이었다.
치우가 말했다.
“내 사람 먼저 만나서 나를 떠보게 하지 마.”
라파엘은 태석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 사람은 네 소유가 아니더군.”
치우는 답하지 않았다.
라파엘도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둘은 서로의 영역에 끼어들 때 생기는 충돌을 줄이기로 했다. 서로를 겨냥해 온 관계를 잠시 멈추자는 데에는 동의했다. 어디까지가 자기 몫인지를 두고는 같은 질문이 여러 번 되풀이되었다.
그 정도조차 쉽게 합의되지 않았다.

치우는 과거를 협박에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라파엘은 같은 조건을 돌려주었다. 치우가 에바의 기록을 통해 자신을 압박한 일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치우가 말했다.
“에바가 쓴 건 에바 것이다.”
라파엘은 그를 봤다.
“정운한테 책자 올려놓은 건 너였지.”
치우는 물잔을 만졌다.
반박하지 않았다.
잠시 뒤 그는 문장을 바꿨다.
“공개되는 건 막지 않는다. 나도, 너도.”
라파엘이 생각했다.
그 조건은 불편했다. 무엇이 더 나올지 둘 다 몰랐다. 그러나 서로가 먼저 기록을 붙잡으려 하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상대 이름으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동의했다.
합의가 두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었다. 다만 나중에 어겼을 때 무엇을 어겼는지 알게 할 문장들이었다.
직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둘은 접시가 놓이는 동안 말을 멈췄다.
라파엘은 오래전처럼 매운 소스를 손닿는 곳으로 옮겼다.
치우는 그 작은 습관을 알아봤다.

식사가 끝난 뒤 라파엘이 물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갈 건가.”
치우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1997년의 집. 1998년의 곰팡이 핀 방. 성오가 등을 돌리던 순간. 문수가 손을 잡고 있던 밤. 경수의 집에서 동생 이름을 꺼내기 전.
어느 한 곳으로 돌아간다고 다른 곳들이 없어질 것 같지 않았다.
라파엘은 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나는 첫 번째 일을 받기 전으로.”
치우가 그를 봤다.
라파엘은 웃지 않았다.
“그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잠깐 두 사람 사이에 오래된 피로가 놓였다.
치우는 그것을 화해라고 부르지 않았다.
라파엘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했다.
치우의 입가에는 새 상처가 옅게 남아 있었고, 라파엘의 손에는 나이가 묻어 있었다. 같은 손들이 예전에는 주인과 부하의 순서로 만났다.
이번에는 서로가 놓아주는 순간을 기다렸다.
치우가 먼저 손을 뗐다.
라파엘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치우는 태석에게 차를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우산을 사서 길을 걸었다. 서울에 온 지 네 해 가까이 되었지만 혼자 걸은 길은 많지 않았다.
라파엘에게 전화가 왔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소문은 벌써 퍼져 있었다. 치우는 일일이 답하지 않았다.
정운의 빈자리를 누가 나눠 갖는지 궁금한 사람들이었다.
그중 누구도 치우가 전생을 어디로 돌리고 싶어 하는지는 묻지 않을 것이다.
그가 스스로 답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서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한 날이었다.
치우는 우산의 물기를 털고 그녀에게 사과했다.
서린은 시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코트를 벗었다.
서린 앞에는 계약서가 없었다.

서린은 재단 일을 독립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가족이 정해 준 발표자가 아니라 자기가 고른 사업과 정책으로 사람을 만나겠다고 했다. 당장 선거에 나가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다고 했다.
치우는 들었다.
그녀가 어떤 돈과 관계가 필요한지 직접 말하기를 기다렸다.
서린은 가족이 준비한 저녁 식사에 다녀왔다고 했다. 재단 후원자와의 자리라고 들었는데, 막상 가 보니 자신에게 소개하려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도 그 목적을 모르고 왔다고 했다.
“그분하고는 둘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서로 명함만 받고요. 그 사람도 자기 일 때문에 왔다가 난처해진 거니까.”
그녀는 가방에서 접힌 초대장을 꺼내 탁자 끝에 놓았다. 한원문화재단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치우는 초대장을 보다가 서린의 얼굴로 눈을 돌렸다.
“오늘 이야기는 그 일 때문입니까.”
그가 물었다.
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날 결심했다면 지금 여기 안 왔을 겁니다. 화난 김에 결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는 종이컵을 손끝으로 돌렸다.
“작년부터 생각했습니다. 제가 얻고 싶은 것과 잃을 수 있는 것, 누구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지요.”
서린이 물었다.
“강치우 씨는 언제까지 다른 사람 이름을 빌릴 겁니까.”
치우는 웃음을 거뒀다.
“제 이름도 있습니다.”
“있죠.”
서린이 말했다.
“그 이름으로 들어갈 수 없는 문도 있고요.”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린은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숫자나 조건이 빼곡한 문서는 아니었다. 몇 개의 항목만 적혀 있었다.
거주, 재산, 일, 가족.
치우는 종이를 봤다.
서린이 말했다.
“결혼을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치우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서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밖에서 빗소리가 커졌다.
이번에는 치우가 대답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