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10화 · 빈 창고의 식탁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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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올 때까지 창고에는 간판이 달리지 않았다.
치우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른 대답을 했다. 아는 사람들 사무실. 돈 받을 사람들 연락처. 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쉼터. 어느 말도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어느 말도 이곳에서 가장 많은 돈이 생기는 이유는 아니었다.
태석은 새로 달아 놓은 선풍기의 먼지를 닦았다. 바람이 불면 서류가 날려서 돌로 눌러 놓아야 했다. 경수는 한쪽 창문을 열었지만 골목의 뜨거운 공기가 들어올 뿐이었다.
치우는 상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석 달 동안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의 말투가 조금씩 변했다. 처음에는 문수 이야기를 했고, 다음에는 백인철 이야기를 했고, 이제는 치우에게 직접 물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
누구 책임이냐.
누가 결정하느냐.
치우는 대답하는 데 익숙해졌다. 답을 모를 때 시간을 사는 법에도 익숙해졌다. 그 덕분에 사람이 모였고 돈이 들어왔다. 어떤 날에는 기분이 좋았고, 어떤 날에는 돈에서 낯선 사람의 숨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런 날에도 받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진욱 형사에게 두 번째로 다녀온 것은 그 전날이었다.
임정희가 다시 진술을 했다고 했다. 치우가 자기 입으로 성오를 죽였다고 말했다는 것. 치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형사는 그날 맞았던 상황과 그다음 벌어진 일을 따로 나누어 물었다.
치우는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다른 부분이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몸의 상처와 자기가 한 선택은 같은 설명 안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문수의 죽음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태석의 진술을 들이밀며 겁을 주지는 않았다. 대신 그 말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도움을 부르려고 했는가.
누가 먼저 말했는가.
왜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가.
치우는 무서웠다고 대답했다.
거짓은 아니었다.
형사는 그 답으로 만족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돌아가도 된다는 말을 들은 뒤 치우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자유롭게 걸어 나오는 것과 아무 죄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전혀 달랐다.
창고에 돌아오면 사람들은 조사 끝났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아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다음 사람이 돈 이야기를 했다.

상필은 혼자 오지 않았다.
나이 든 사내 두 명을 데려왔다. 한 명은 웃었고 한 명은 웃지 않았다. 둘 다 치우의 의자에 먼저 눈길을 주었다. 상필은 빈 컵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계속 이런 식이면 안 됩니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뒤에 선 태석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상필은 물이 나오기 전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너무 오래 기다려요.”
“누가요.”
“제가 데려온 사람들.”
“여기 온 사람들은 저도 만났습니다.”
상필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치우가 이름을 세 개 말했다. 돈을 못 받은 사람, 약물을 끊겠다고 했다가 다시 찾아온 사람, 자기 남편에게 팔지 말라고 했던 아내. 상필이 말하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인지 물었다.
상필은 컵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럼 무슨 얘깁니까.”
뒤에 앉은 사내가 끼어들었다.
“어린 사람이 말을 어렵게 하네.”
경수가 창가에서 돌아섰다.
치우는 그를 손짓으로 말렸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동작이었다. 경수는 멈췄다. 그 짧은 움직임을 모두 보았다.
치우는 상필에게 말했다.
“누가 책임지는지 정하러 오신 것 아닙니까.”
상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잘됐을 때 책임자는 따로고, 망가졌을 때 책임자는 여기 있으면 안 되지요.”
그 말에 웃지 않던 사내가 처음으로 웃었다.
“돈 벌었잖아.”
치우는 그를 보았다.
“예.”
쉽게 인정하자 상대가 잠깐 멈췄다.
“그래서 듣고 있습니다.”
치우가 말했다.

회의라고 부를 수 없는 시간이 오래 이어졌다.
치우는 누구에게 무엇을 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상필이 그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그 일을 맡았던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치우에게 보내고, 돈이 되는 사람은 자기 앞에 남겨 두는 관행부터 끝내고 싶었다.
상필은 돈의 분배를 이야기하러 왔다.
치우는 사람의 소유를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그 차이를 알아차렸을 때 방 안은 더 더워져 있었다.
태석은 물을 세 번 갈았다. 경수는 한 번도 앉지 않았다. 웃던 사내는 더 이상 웃지 않았고, 웃지 않던 사내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상필이 말했다.
“문수 형님은 이렇게 안 했습니다.”
치우는 탁자 위를 보았다.
바로 그 이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문수 형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상필이 눈을 들었다.
“그러니까 남은 사람들이 잘해야죠.”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 대답이 상필을 더 화나게 했다. 젊은 놈이 성을 내면 다루기 쉬웠을 것이다. 욕하거나 협박하면 나이와 윗사람을 앞세울 수 있었다.
치우는 어느 쪽도 주지 않았다.
대신 상필이 데려온 사람의 이름을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도식. 마흔둘.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돌아온 사람.
이름을 들은 순간 치우는 한 사람을 더 자기 앞에 세웠다.

식사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나갔다.
상필은 마지막에 손을 내밀었다. 치우는 악수를 했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누가 이겼는지 선언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다음에 올 때에는 상필 혼자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문이 닫히자 태석이 말했다.
“니가 사람들 도와주는 줄 아나.”
치우는 선풍기 바람을 얼굴로 받았다.
“그런 말 안 했다.”
“근데 저 사람들은 그렇게 들었을 거다.”
경수가 태석을 봤다.
태석은 멈추지 않았다.
“못 받은 돈 받아 준다, 아픈 사람 얘기 들어 준다. 그렇게 해 놓고 여기서 돈 벌 거잖아. 니 앞에 다 모아 놓고.”
치우는 친구를 보았다.
이제 태석은 다른 사람 없는 자리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치우가 화내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것인지, 더 무서운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모이면 뭐가 나쁜데.”
치우가 물었다.
“흩어져 있으면 상필이 마음대로 하잖아.”
“모이면 니 마음대로 하고.”
말이 떨어진 뒤 오래 조용했다.
경수가 처음으로 의자에 앉았다. 그가 누구 편을 들지 치우는 알고 싶었다. 그러나 경수는 물을 한 컵 마시고 빈 그릇을 치웠다.
그 침묵도 선택이었다.
치우는 태석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하면 니가 말해.”
친구는 웃었다.
“지금 말하고 있다.”

해가 진 뒤 안도식이 혼자 돌아왔다.
상필이 데려왔던 두 사람 중 말이 적었던 사내였다. 그는 창고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치우가 들어오라고 하자 벗은 모자를 두 손으로 접었다.
“아까는 같이 있어서 말을 못 했습니다.”
치우는 의자를 내주었다.
도식은 고맙다는 말부터 했다. 상필에게 직접 이름을 물어봐 준 것, 왜 그만두려 했는지 들으려 한 것. 치우는 자신이 그 이유까지 묻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했다.
사람은 받은 것보다 받고 싶었던 것을 더 쉽게 기억했다.
도식은 자기 아내 이야기를 했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라고 했다고. 이제 그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방에서 밥도 안 먹는다고. 돈을 가져가면 어디서 난 돈인지 먼저 묻는다고.
치우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만두시면 됩니다.”
말은 쉬웠다.
도식이 고개를 숙였다.
“나오면 남는 게 없습니다.”
치우는 그 말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 도망가면 다시 막내가 되는 것. 빈 주머니가 되는 것. 아무도 자기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
그러나 도식에게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치우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 결정하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급하게 정하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도식은 안도했다.
떠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떠나지 않을 핑계를 찾던 사람이었다. 치우는 그에게 핑계를 주었다. 이 정도면 친절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도식은 고맙다고 세 번 말하고 돌아갔다.

밤에 창고를 정리하던 태석이 쓰레기통에서 무언가를 주웠다.
낡은 구인 광고였다. 도식이 놓고 간 모자 밑에 있던 종이였다. 창고 정리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적혀 있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은 없었다.
태석은 종이를 치우 앞에 놓았다.
“저 사람, 다른 데 알아봤네.”
치우는 광고를 보았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오래 생각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는 도식의 결정을 미뤄 주는 대신 자기 곁에 둘 시간을 벌었다. 선의라고 부르기에는 얻은 것이 너무 분명했다.
치우는 종이를 접었다.
“내일 오면 돌려줘.”
태석은 종이를 받아 창문 옆에 놓았다.
“안 오면?”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식이 안 오면 다행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 붙잡은 사람이 내일 떠나면 자기가 손해 본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자신의 가장 오래된 병이었다.
문을 잠그고 나왔을 때 저녁 장사를 마친 수연이 골목을 지나갔다. 그녀는 치우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태석에게만 밥은 먹었느냐고 물었다.
태석은 먹었다고 했다.
치우는 두 사람 옆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먼저 보는 방에서 나왔더니, 아무도 자기를 먼저 보지 않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은 불편했다.
그는 내일 다시 창고에 일찍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