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돌아갈 집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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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가게에 붙은 종이를 처음 본 사람은 태석이었다.
영업은 이번 달 말까지 한다는 글이었다. 가게 이름보다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만, 들어오는 손님은 누구나 문손잡이 위에서 그것을 보았다.
태석은 국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어디 가시는데요.”
수연은 주방에서 대답했다.
“아직 몰라.”
“장사 그만두십니까.”
“여기서만.”
그는 더 묻지 못했다. 대신 창고로 돌아와 치우에게 말했다. 치우는 날짜가 적힌 종이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놓기로 한 돈의 날짜와 자기가 건네기로 한 돈의 날짜가 서로 맞지 않았다.
수연 이야기를 듣자 그 위로 백만 원이 떠올랐다.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먼저 돌려준 적도 없었다.
“왜 나가는데.”
치우가 물었다.
“몰라. 가서 물어봐.”
태석은 짜증이 난 얼굴이었다.
치우는 종이를 접었다. 이제 주머니에는 백만 원보다 많은 돈이 있었다. 가난해서 못 돌려줬다는 말을 더는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었지만, 이제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우스웠다.
그는 서랍을 열어 돈을 꺼냈다.
누런 봉투는 오래전에 구겨져 버렸다. 치우는 새 봉투를 골랐다. 귀퉁이에 아무 그림도 없는 봉투였다.
점심시간이 끝난 가게는 더웠다.
수연은 냉장고에서 통을 꺼내 하나씩 닦고 있었다. 메뉴판에 있던 것 중 두 가지가 지워져 있었다. 재료를 새로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치우는 빈 탁자에 봉투를 놓았다.
“늦었습니다.”
수연이 봉투를 보았다.
“얼마.”
“백만 원입니다.”
그녀는 손을 씻고 나와 의자에 앉았다. 봉투를 열고 돈을 셌다. 치우가 보는 앞에서 두 번 셌다. 액수가 맞자 찬장 위 작은 통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의 이름이 적힌 반환 약속이었다.
수연은 그 종이를 반으로 찢지 않았다. 날짜와 받은 금액을 적은 뒤 치우에게 보여 주었다.
“됐다.”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종이를 받았다.
그렇게 끝났다.
고맙다는 말은 없었다. 이제 우리 사이가 나아졌다는 표정도 없었다. 수연은 자기 돈을 늦게 돌려받았고 치우는 남의 돈을 늦게 돌려주었다.
그 사실밖에 없었다.
그런데 치우는 무엇인가 더 받고 싶었다.
그 마음이 스스로도 민망해 다른 질문을 했다.
“가게 나가십니까.”
“응.”
“누가 뭐라 했습니까.”
수연이 그를 보았다.
“왜. 가서 겁주게?”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어떤 대답을 기대했는지 그제야 알았다. 누군가가 수연을 괴롭힌다고 하면 찾아가면 됐다. 누군가가 돈을 요구한다고 하면 대신 내면 됐다. 그러면 늦게 돌려준 백만 원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수연은 그 이야기에 들어와 주지 않았다.
건물 주인은 가게를 팔려고 했다.
이 동네에서 장사를 계속할 형편이 안 된다고 했다. 수연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 남편이 죽고, 장례비를 치르고, 빚을 갚고 나니 새 보증금을 마련할 돈이 모자랐다.
“말하시지 그랬습니까.”
치우가 말했다.
수연은 웃었다.
“누구한테.”
치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니한테?”
그녀는 앞치마 끈을 풀었다.
“내 돈 갖고 있으면서 못 준다는 사람한테, 다른 돈도 달라고 하라고?”
치우는 봉투가 있던 탁자를 손끝으로 눌렀다.
그녀의 말은 늘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한 사실로 되돌렸다. 치우는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었고, 동시에 멀리 보내고 싶었다.
“이제는 드릴 수 있습니다.”
“뭘.”
“필요한 돈요.”
수연의 표정이 굳었다.
“왜.”
“장사 계속하셔야 하니까요.”
“니가 해 줘야 하는 이유 말이다.”
치우는 잠깐 침묵했다.
도와주고 싶어서라는 말은 쉽고 거짓말에 가까웠다. 미안해서라는 말은 그보다 조금 더 사실이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었다. 수연이 누군가에게 치우는 그래도 다른 놈이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
백만 원을 갚았는데도 자기 마음의 빚이 없어지지 않아 화가 났다.
“제가 늦게 줬으니까요.”
그가 말했다.
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늦게 준 건 늦게 준 거야. 그걸 갚았다고 내 다음 살림까지 니가 정하면 안 되지.”
그녀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치우는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치우는 건물 주인을 찾아갔다.
수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가게를 팔지 말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사는지, 언제 비워야 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주인은 작은 부동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치우가 수연의 가게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사정이 나빠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가족이 아프고, 빚이 있고, 다른 데도 비어 있다고 했다.
치우는 그 말을 듣다가 자신이 또 누군가의 사정을 한쪽만 들으려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문수 씨랑 같이 다니던……”
“예.”
치우가 대답했다.
그 뒤로 주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언제까지든 조금 더 있어도 된다고 했다. 돈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했다. 아까 말한 자기 사정들을 하나씩 접었다.
치우는 자기가 아직 아무 위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때가 있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치우가 말했다.
주인은 웃었다.
그 웃음이 믿지 않는다는 뜻임을 알았다.
치우는 사무실에서 나왔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결정을 바꿔 놓았다. 문수의 이름은 죽은 뒤에도 쓸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싫지는 않았다.
수연은 저녁에 창고로 왔다.
봉투도 음식도 들고 있지 않았다. 문 안으로 들어와 치우의 이름을 불렀다. 상필과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치우가 잠깐 나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할게.”
상필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수연이 물었다.
“주인한테 갔다 왔나.”
치우는 그렇다고 했다.
“내가 가 달라 했나.”
“사정만 물었습니다.”
“이제 나보고 미안하단다. 안 미안한 사람이 무서워서 미안하다 해.”
상필이 시선을 내렸다. 웃는 것을 숨기는 것 같았다. 치우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가게 더 쓰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수연은 한동안 그를 보았다.
“내가 싫다.”
“왜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왔다.
태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수도 창가에서 돌아섰다. 치우는 손을 들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가라고 하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듣고 있었다.
수연이 말했다.
“니가 해 줬다는 말 듣고 살아야 되니까.”
치우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는 치우를 이기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허락 없이 만들어진 빚을 거절하러 왔다. 그것은 치우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거절이었다.
돈을 더 주어도 풀리지 않는 거절.
수연은 상필과 경수에게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장사하러 가겠습니다.”
그러고는 돌아갔다.
상필이 낮게 웃었다.
“어린 사장님이 사람 좋은 일 했네요.”
치우가 그를 보았다.
웃음이 멈췄다.
태석은 밤에 치우를 데리고 가게로 갔다.
수연이 부른 것은 아니었다. 친구가 이번에는 제대로 말하고 오라고 했다. 치우는 무엇을 제대로 말해야 하는지 몰랐다.
태석이 말했다.
“니가 잘못했다고.”
치우는 묻고 싶었다. 얼마나 자주, 누구에게까지, 언제까지 그렇게 말해야 하는가.
그러나 그 질문이 틀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가게 문은 열려 있었고 수연은 남은 재료를 싸고 있었다. 경수의 동생 경민이 와서 상자를 옮기는 일을 도왔다. 스물다섯의 마른 사내였다. 치우는 경수에게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제대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경민은 그를 보고 인사했다.
치우는 인사를 받다가 손목을 보았다. 시계 자국만 하얗게 남아 있었다. 왜 그런 것을 눈여겨봤는지 스스로도 몰랐다.
수연이 물었다.
“또 무슨 일인데.”
치우는 말문을 골랐다.
“주인한테는 제가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수연 씨 뜻이 아니었다고.”
“그래.”
“제 생각대로 했습니다.”
수연은 테이프를 끊었다.
“알고 있네.”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수연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것이 용서는 아니었다. 그냥 그날은 거기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가게를 비우는 날 치우는 가지 않았다.
태석과 경수, 경민이 짐을 날랐다. 수연은 골목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가게를 알아보았다고 했다. 예전보다 좁고, 손님도 처음부터 다시 모아야 하는 곳이었다.
치우가 제안한 돈은 받지 않았다.
해 질 무렵 태석이 창고로 돌아와 빈 가게 열쇠를 보여 주었다. 주인에게 돌려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사진 찍었나.”
치우가 물었다.
태석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뭘.”
“가게.”
“그걸 왜 찍노.”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수의 사진을 찾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없어진 뒤에는 생각보다 기억할 물건이 적었다. 이곳을 떠나는 사람도, 죽은 사람도, 자기가 붙잡지 못한 사람도.
태석은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새 가게 생기면 밥 먹으러 가자.”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가볍게 말했지만 치우에게는 쉽지 않았다. 거기에서는 자기가 내어 준 자리가 없고, 자기가 받은 돈도 없고, 자기 이름 때문에 고개 숙일 사람도 없을 것이었다.
오직 밥을 사 먹어야 하는 손님으로 가야 했다.
밤에 혼자 골목을 내려가니 수연의 가게 불이 꺼져 있었다.
유리창 안으로 빈 바닥이 보였다.
치우는 자신이 그 집을 한 번도 가졌던 적이 없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