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문상객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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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은 장례가 끝나자 봉투를 돌려주었다.
백인철이 놓고 간 봉투였다. 치우는 그것을 받아 들고 무슨 돈인지 물었다. 미정은 의자에 앉아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장례 내내 신었던 검은 구두는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다.
“나도 모른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돌려주는 거다.”
치우는 봉투 안을 보지 않았다. 두께로 짐작할 수 있는 금액이 있었지만 셈을 멈췄다. 미정에게 그런 눈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장례비는 따로 정리하시면 됩니다.”
“장례비야 내가 냈다.”
“경수 형이……”
“누가 냈는지 모르는 돈 쓰기 싫다.”
미정이 일어섰다.
그 말이 꼭 자기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치우가 문수에게 받은 백만 원은 이제 새 의자가 되었고, 국밥이 되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들을 자격이 되었다. 수연이 아는 한 아직 그대로 돌려받아야 할 돈이었다.
미정은 동생의 짐을 담은 상자를 가리켰다.
“이것만 차에 실어라.”
치우는 상자를 들었다. 무겁지 않았다. 담배 몇 갑, 옷 두 벌, 오래된 사진첩 하나. 매일 남의 시간을 빼앗아 살던 사람이 남긴 짐은 한 번에 들 수 있었다.
상자 구석에 문수의 구두가 보였다.
치우는 병원에서 본 맨발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걸음을 빨리했다.
병원 주차장에 경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미정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미정은 버스를 타도 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경수가 물러서지 않았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미정은 조수석에 탔다.
치우가 상자를 뒷좌석에 놓고 문을 닫으려 할 때 그녀가 불렀다.
“강치우.”
“예.”
“니한테 마지막으로 갔다더라.”
치우는 열린 문을 잡고 있었다.
미정은 앞을 보며 말했다.
“내 동생이 어디서 뭘 했는지 모르는 줄 아나. 돈 벌었다는 전화는 해도 무슨 돈인지 말은 안 했다. 내가 물으면 누나는 몰라도 된다더라.”
경수가 운전석 밖에 서 있었다.
“그래 놓고 죽을 때도 나한테는 안 왔다.”
치우는 고개를 숙였다.
미정은 울지 않았다.
“마지막에 무슨 말 했노.”
그 질문이 돌아왔다.
치우는 문수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경수. 아무한테도. 니가.
끝나지 않은 말들뿐이었다.
그는 그중 하나를 골랐다.
“경수 형님 찾았습니다.”
경수의 얼굴이 움직였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를 빼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죽어 가면서도 믿는 사람을 찾았다는 이야기. 치우는 그것이 미정보다 경수에게 더 오래 남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미정은 눈을 감았다.
“알았다.”
치우가 차 문을 닫았다.
경수는 한동안 차에 타지 않았다. 그가 묻고 싶어 하는 것을 치우는 알았다. 정말 자기 이름을 불렀느냐. 자기가 조금만 일찍 갔으면 달랐겠느냐.
하지만 경수는 묻지 않았다.
치우도 더 말하지 않았다.
차가 떠난 뒤, 장례식장 밖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만 남았다.
백인철은 돌려받은 봉투를 열지 않았다.
그는 식당에서 전골을 먹고 있었다. 치우가 서 있자 앉으라고 했다. 지난번보다 편한 목소리였다. 두 번 만났다고 사람을 자기 편으로 세는 종류였다.
“누나가 성격이 있네.”
인철이 말했다.
치우는 젓가락을 잡지 않았다.
“형님한테 직접 돌려드리랍니다.”
“받을 때 받아야지. 나중엔 없는데.”
인철은 봉투를 옆자리 외투 안에 넣었다.
그걸로 문수 가족의 몫이 끝난 듯했다.
그는 치우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숫자 몇 개와 이름 몇 개가 적혀 있었다. 치우가 창고에서 받은 밀린 돈 목록과 달랐다.
“이게 뭔지 아나.”
“모릅니다.”
“문수가 나한테 줘야 할 거다.”
치우는 종이를 봤다. 금액이 컸다. 지금 자기 주머니의 돈으로는 앞자리 하나도 채울 수 없었다. 사람들 돈을 못 줬다는 이야기는 아래쪽에서만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이걸 저한테 받으시겠다는 겁니까.”
인철이 고기를 건져 입에 넣었다.
씹고 삼킨 뒤 대답했다.
“자리 받았잖아.”
치우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사람들 얘기 듣는 자리 받았습니다.”
“그것만 골라 받으면 나도 좋지.”
인철은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친절해질 때 더 위험한 사람도 있었다.
치우는 그 웃음을 전생의 자기 얼굴에서 본 적 있었다.
인철이 말했다.
“누가 이 돈 때문에 움직였을까, 니도 생각은 해 봤겠지.”
문수의 마지막 밤을 뜻했다.
치우는 종이를 다시 보았다. 종이 위에는 죽음이 없었다. 합계만 있었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인철이 원하는 것은 돈을 갚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하면 나중에는 치우가 스스로 가져간 빚이 될 것이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의자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
치우는 질문을 바꿨다.
“문수 형님이 갖고 있던 사람들은요.”
“무슨 사람.”
“돈 받을 사람들 말고, 일하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도 저한테 옵니까.”
인철이 숟가락을 놓았다.
“벌써 사람 챙기네.”
“돈만 받으시려면 제가 어디서 갖다드립니까.”
치우는 마음속에서 문장을 한 번 더 들었다. 자신에게 돈을 낼 사람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누군가를 빚과 공포 속에 넣는 자리를 달라는 말.
불과 며칠 전에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을 두려워했다.
인철은 이제 확실히 웃었다.
“그래야 말이 되지.”
그가 종이를 치우 쪽으로 밀었다.
“경수하고 얘기해라.”
치우는 종이를 받았다.
갚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도 받는 동작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인철은 더 묻지 않았다. 전골을 다시 끓여 달라고 종업원을 불렀다.
그 사이 치우는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봉투를 받지 말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이 끝났다.
경수는 저녁에 창고로 돌아왔다.
치우가 종이를 내밀자 그는 한숨을 쉬었다. 놀라지 않았다. 문수 뒤에 어떤 돈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얼굴이었다.
“안 받으면 됐잖아.”
경수가 말했다.
치우는 수연에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못 주는 게 아니라 안 주는 것. 지금 경수도 선택을 간단한 문장으로 만들었다.
“형님이 받으셨겠습니까.”
경수는 종이를 탁자에 놓았다.
“나는 니가 똑똑한 줄 알았다.”
“똑똑하면 이 돈 없어집니까.”
“없어지는 건 아닌데 니 돈은 안 됐지.”
치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은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인철의 식탁에서 생긴 두려움이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
경수는 의자에 앉았다.
“문수가 마지막에 진짜 내 이름 불렀나.”
결국 그 질문이 나왔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거친 소리가 났다.
“내가 못 지켰다.”
치우는 그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문수 곁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경수는 이미 자기 몫의 책임을 스스로 가져가고 있었다.
치우는 그 위에 앉아 있었다.
태석은 종이에 적힌 금액을 보더니 웃었다.
목소리 없는 웃음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먼저 나오는 사람처럼.
“니 백만 원으로 시작한다며.”
“누가 그러더노.”
“니 얼굴이.”
치우는 친구를 보았다.
태석은 예전보다 그의 얼굴을 오래 봤다. 믿을 때보다 의심할 때 더 자세히 보는 것이었다.
“백만 원도 남의 돈인데, 이거까지 받아 오면 뭐가 니 건데.”
치우는 종이를 접었다.
“앞으로 벌 돈.”
태석의 웃음이 멎었다.
“무슨 일인지 알고?”
치우는 대답했다.
“알고.”
그 짧은 대답 뒤에 오래된 냄새들이 따라왔다. 멕시코의 뜨거운 공기, 밀폐된 방, 차가운 바닥, 정신을 놓은 사람의 초점 없는 눈. 전생에는 그런 사람들을 구매자라고 불렀다. 그들의 가족은 아들, 남편, 누나라고 불렀을 것이다.
태석은 탁자 가장자리를 만졌다.
“병원에 있던 사람들 봤지.”
“봤다.”
“그걸 또 만들 거가.”
치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라는 것을 이번에는 둘 다 알았다.
처음 온 남자는 밤 아홉 시가 지나 문을 두드렸다.
삼십대 후반으로 보였고 말쑥한 셔츠를 입었다. 장례식에 왔던 얼굴이었다. 치우는 이름을 몰랐다. 남자는 스스로를 조상필이라고 소개했다.
“문수 형님이랑 얘기하던 게 있습니다.”
치우는 앉으라고 했다.
상필은 앉지 않았다. 태석과 경수를 번갈아 보고 다시 치우를 보았다. 누가 여기서 말을 정하는지 확인하는 눈이었다.
“형님 없다고 멈출 일은 아니잖습니까.”
치우는 전생에 똑같은 말을 들었다.
누가 죽었다고 사업이 멈출 수는 없다. 누가 잡혔다고 사람들이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그 말들은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에게 유리했다.
“무슨 얘기인지부터 하십시오.”
치우가 말했다.
상필은 그제야 의자를 당겼다.
“필로폰.”
단어가 방 안에 떨어졌다.
태석이 눈을 감았고 경수는 시선을 내렸다. 치우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이름이었다. 다른 언어로 불렀을 뿐, 그것이 사람에게 남기는 결과는 같았다.
상필이 말을 이었다.
치우는 들었다.
어디서 어떻게 가져오느냐는 이야기가 그의 귀에는 오래 남지 않았다. 그보다 분명히 들리는 것이 있었다. 문수는 죽었지만 사람들은 다른 주인이 필요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이름이었다.
치우는 그 이름을 줄 생각이었다.
창고 밖에서 비가 다시 내렸다.
수연에게 돌려주지 않은 돈으로 산 의자 위에서, 치우는 두 번째 제국의 첫 손님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