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12화. 삼십일곱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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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은 내 앞에 사진을 놓았다.
중년 남자가 작업복을 입고 서 있었다.
한쪽 손에는 큰 보온가방이 들려 있었다.
나는 사진보다 그 가방을 먼저 알아봤다.
“이 사람 알아요?”
도은이 물었다.
토요일 밤이었다.
선생님과 먹은 밥이 아직 속에 남아 있었다.
나는 사진을 집지 않았다.
도은이 다시 물었다.
“모른다고 할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알았다.
그 사람은 장경수였다.
* * *
도은에게 연락한 것은 성기철이었다.
그는 자기 이름부터 말했다고 했다. 나에게 이미 경고를 받은 도은은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때 그가 숫자를 말했다.
서른일곱.
“무명이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제가 거짓말하는지.”
그것이 전부였다.
사진과 오래된 기사 화면이 뒤따랐다.
가족이 실종된 남자를 찾는 기사였다.
도은은 미란에게 전화를 보여준 뒤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
봄은 친구 곁에 두었다.
그녀는 내 숙소가 아니라 늦게까지 여는 찻집을 골랐다.
우리는 따뜻한 빛 아래 마주 앉았다.
이곳에서까지 거짓말하면 내가 무엇으로 남을지 몰랐다.
* * *
“장경수.”
내가 말했다.
도은의 얼굴이 굳었다.
이름을 아는 것이 대답이 됐다.
그녀는 사진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살아 있어요?”
나는 아니라고 했다.
다른 말을 붙이지 않았다.
도은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아들었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았다. 목을 움직이지 않으면 숨이 들어오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당신이 했어요?”
나는 그렇다고 했다.
컵 옆에 있던 그녀의 손이 내려갔다.
아무것도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 * *
나는 그 사람을 봄에 만났다.
아직 밤바람이 차갑던 때였다.
그는 야간 급식을 배달했다. 내가 기다리던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도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오늘은 두 개가 남았다고 했다.
나중에 가져다줘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시간을 계산했다. 음식을 먹을 사람들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보온가방을 내려놓을 때 안에서 통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장경수는 내 얼굴보다 시계를 먼저 봤다.
다음 배달이 있었다.
그는 가지 못했다.
나는 도은에게 그중 몇 문장만 말했다.
방법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유를 멋있게 고칠 수도 없었다.
* * *
“그 사람이 누구를 죽였어요?”
도은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조직에 있었어요?”
“아닙니다.”
“그럼 왜요.”
나는 그녀를 봤다.
정말 알고 싶어서 묻는 말이었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내가 평생 닫아 둔 봉투를 열어야 했다.
“돈을 받았습니다.”
도은이 입술을 다물었다.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를 없애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툼이 있었다는 말만 들었다.
나는 다툼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장경수가 나쁜 사람이어서 고른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돈을 냈기 때문에 갔다.
* * *
“원진욱이에요?”
도은이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사진을 내려다봤다.
모든 일을 같은 남자에게 묶으면 조금 편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원진욱에게 속았다든지, 그가 시킨 일만 했다든지.
하지만 그때 원진욱은 내 하루에 없었다.
내 앞에는 다른 봉투가 있었고 다른 돈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 일을 연결해 줬다.
일을 하기로 한 것은 나였다.
“모르는 게 많네요.”
도은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그녀는 정보를 모르는 것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 * *
“서른일곱은 뭐예요.”
도은이 물었다.
나는 한번 숨을 쉬었다.
그 숨이 너무 길게 들렸다.
“이번 의뢰를 받기 전까지.”
말이 거기서 멈췄다.
도은은 기다리지 않고 끝까지 물었다.
“죽인 사람이요?”
나는 예라고 했다.
그녀가 컵을 밀었다.
물이 조금 흔들렸지만 쏟아지지는 않았다.
“한 명 더 있다고 했죠. 집에서.”
나는 다시 예라고 했다.
숫자는 늘 내 안에 있었다.
그녀의 입으로 나오자 전혀 다른 크기가 됐다.
도은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보라고 할 수 없었다.
* * *
옆자리 사람이 웃었다.
누가 보낸 사진을 함께 보고 있었다.
도은은 그쪽을 잠깐 바라봤다.
그러고는 자기 앞에 놓인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사람 가족은 아직 찾아요?”
나는 모른다고 했다.
도은이 눈을 들었다.
이번에는 분명히 화가 나 있었다.
“그건 확인 안 했네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기사 화면을 다시 열었다.
남자가 돌아오면 먹이려고 국을 끓였다는 가족의 말이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그날 처음 읽었다.
도은은 내게 읽어주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읽게 화면을 돌렸다.
* * *
사진 속 가방 손잡이에 하얀 끈이 감겨 있었다.
나는 그 끈을 기억했다.
손잡이가 닳아서 두꺼운 천을 감아 둔 것이었다.
내가 처음 본 날 그는 거기에 손가락을 넣고 가방을 들어 올렸다.
나는 그런 사람을 죽였다.
도은의 눈에서는 어제 문구점 이야기를 듣던 표정이 없어져 있었다.
아이가 기린을 두 장에 그렸다고 웃던 목소리도 멀었다.
나는 그것을 돌려받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기서 할 수 있는 말은 대부분 부탁이 될 것이다.
나를 한 번만 더 다르게 봐 달라는 부탁.
* * *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요.”
도은이 물었다.
나는 겁났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면 인간적인 약점이 될 것이다.
실제로 겁이 난 것도 맞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말 안 하면 계속 같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도은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러니까 내가 모르기를 바랐네요.”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녀가 가방을 집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녀는 그 작은 동작도 봤다.
“잡지 마요.”
나는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 * *
도은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가방을 멘 채 앉아 나를 봤다.
“나한테 그 사람이 나쁜 말을 할 거라고 했잖아요.”
나는 대답했다.
“예.”
“나쁜 말이 아니라 나쁜 일이었네요. 당신이 한.”
나는 목 안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성기철이 무슨 의도로 보냈는지는 말할 수 있었다.
나를 혼자 만들려고 한 짓이라고.
그가 더 나쁜 사람이라고.
도은은 그런 말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으로 선생님이 내게 가르쳐 준 침묵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입을 닫아도 이미 한 일은 식탁 위에 남아 있었다.
* * *
“저는 당신이 안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도은이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게 거짓말은 아닙니다.”
“알아요.”
그녀의 대답이 더 아팠다.
“그래서 더 싫어요. 둘 다 맞는다는 게.”
도은은 사진을 가방에 넣었다.
나에게 없애라고 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 사람의 이름을 자기 쪽에 남겨두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장경수라는 이름이 그 여자를 데리고 내 앞에서 나가려 하고 있었다.
* * *
“오늘은 연락하지 마세요.”
도은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연락 안 해도 찾아오지 말고.”
그녀가 덧붙였다.
봄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아이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예라고 했다.
도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계산대에 가서 자기 차 값을 냈다.
나는 뒤따라가려다 앉아 있었다.
우산을 갖고 왔는지 묻고 싶었다.
그 질문조차 붙잡는 말처럼 들릴 것 같았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갔다.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 * *
한동안 컵을 보고 있었다.
아직 따뜻했다.
사람이 나간 자리에 온기가 남는 것이 싫었다.
직원이 빈 컵을 치우러 왔다가 내 앞에서 멈췄다.
더 주문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도은의 컵만 가져갔다.
나는 내 몫의 차를 마셨다.
쓴맛이 났다.
사진 속 남자는 자기 가방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그 생각이 자꾸 돌아왔다.
나는 잊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떠올리지 않는 데 익숙했을 뿐이었다.
* * *
밖으로 나왔을 때 비가 그쳐 있었다.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받았다.
그는 밥은 잘 먹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네가 말했어야지.”
그가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 얘기하자. 지금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안 들릴 거다.”
그는 여전히 내 상태에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슬픈 게 아니라 화가 난 것.
잘못한 게 아니라 실수한 것.
돌아오면 되는 것.
“그 사람한테 다시 연락하지 마십시오.”
내가 말했다.
그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모르겠니?”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 * *
숙소에 돌아와 메모지에 이름을 썼다.
장경수.
세 글자였다.
그 밑에 내가 기억하는 계절과 보온가방을 적었다.
어떤 길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까지 적으려다가 펜을 멈췄다.
그것은 형사 앞에서 해야 할 말이었다.
나는 아직 그곳으로 갈 각오가 부족했다.
메모를 버리지는 않았다.
휴대전화 옆에 놓았다.
도은에게 문자를 쓰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내 말을 들어줄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내가 남겨 놓은 이름을 내가 보고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