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 태석의 마지막 진술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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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이 가져온 상자는 작았다.
옷을 넣었던 상자가 아니라 서류를 넣는 낮은 종이상자였다. 모서리를 테이프로 보강했고 뚜껑 위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2011년 6월이었다.
태석은 변호사와 함께 들어왔다. 윤재헌은 상자를 바로 열지 않았다. 누가 만든 기록인지, 어디에서 보관했는지, 원본과 나중에 정리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태석은 준비한 목록을 내밀었다.
“제가 쓴 것도 있고, 제가 받은 것도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기억으로 나중에 적은 건 따로 표시했습니다.”
윤재헌은 목록을 읽었다.
첫 장에는 강치우가 아니라 박태석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검사는 그 이름을 손가락으로 한번 짚고 다음 장을 넘겼다.
질문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치우에게 돈을 전달한 일, 거래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락을 맡은 일,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면서 계속 관리한 일. 태석은 단순한 운전기사나 비서였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 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날짜를 헷갈리는 부분에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기록을 확인하자고 하면 기다렸다. 자신에게 유리한 설명이 붙을 때에도 사실과 다르면 고쳤다.
윤재헌은 어느 순간 펜을 멈췄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본인에게도 불리합니다.”
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옆의 변호사가 다시 확인할 시간을 요청했다. 태석은 그와 따로 이야기했다. 오래된 행위와 현재 증언의 관계, 자신이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설명을 들었다.
돌아왔을 때 태석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져 있었다.
그래도 상자의 위치는 바꾸지 않았다.
그는 다음 서류를 꺼냈다.
안도식의 이름이 나온 것은 오후였다.
치우가 치료비를 주고 다시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람. 태석은 그 약속을 알고 있었다. 당시 병원에도 갔었다.
그런데 그 이듬해 자신이 도식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남아 있던 정산을 핑계로 삼았고, 도식이 나오지 않자 치우가 기다린다고 거짓말했다고 했다. 치우가 직접 시킨 전화는 아니었다.
윤재헌이 물었다.
“왜 그 이름을 썼습니까.”
태석은 잠깐 종이를 봤다.
“제 이름으로는 안 올 것 같아서요.”
그가 말했다.
도식은 결국 나왔다. 태석은 그를 오래 기다리게 했고, 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했다. 그날 허정란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검사는 돈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태석은 자기에게 남긴 몫도 있다고 답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는 그 뒤로도 비슷하게 자기 판단으로 처리한 일들을 말했다. 치우에게 보고한 것과 보고하지 않은 것을 나누었다.
모든 줄 끝에 치우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허정란은 별도의 자리에서 그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직접 들은 연락과 남편이 돌아와 한 말을 구분했다. 태석이 치우의 이름을 썼다는 사실도 기억했다.
당시에는 둘이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태석이 혼자 거짓말했다는 말을 듣고도 바로 믿지는 않았다. 누가 어떤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았다.
태석은 그 말을 전해 듣고 고개를 숙였다.
정란을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했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직접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변호사가 필요한 절차를 설명했다.
태석은 상자에서 낡은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자기가 얼마를 가져갔는지 적혀 있었다.
그는 그 숫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읽는 동안 입술이 말랐다.
치우에 관한 진술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성오가 죽던 날의 일은 이미 한 말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문수의 구조 요청을 멈추게 했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태석은 그 사건들의 법적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새로운 사실을 보태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설명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누가 결정했고, 누가 받아들였으며, 누가 실제로 움직였는지. 치우가 서울로 올라간 뒤에도 남아 있던 관계와 돈. 최근 최윤호 사건을 알게 된 경위.
윤재헌은 빠진 이름을 하나씩 물었다.
라파엘의 이름도 나왔다.
태석은 자신이 직접 만난 일과 치우에게 들은 일을 나누어 말했다. 전생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 증명할 수 없는 기억 고백과 실제로 본 행동을 같은 줄에 놓지 않았다.
검사가 물었다.
“강치우 씨는 당신을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생각합니까.”
태석은 한참 뒤 대답했다.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생각이 어떠했는지는 자기 대신 말하지 않았다.
태석은 감형이나 면책을 약속받지 않았다.
진술의 의미와 협조한 사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은 들었다. 변호사는 그것이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다시 말했다.
태석은 알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회사에서 가져왔던 컵과 시계가 여전히 작은 방에 있었다. 그는 시계를 닦고 컵을 씻었다.
치우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서린에게는 필요한 연락을 보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전하지는 않았다. 치우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 몇 개 있으니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경민에게도 연락했다.
상대는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태석은 시간이 좀 걸릴 일이 생겼다고 했다.
경민은 잠깐 말이 없었다.
“숨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태석은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 너머에서 길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6월 7일, 태석도 돌아오지 못했다.
변호사는 앞으로의 절차를 설명했다. 태석은 메모할 수 있는 부분을 적고, 가족 대신 연락할 사람을 정했다. 누구를 먼저 적을지 오래 고민했다.
치우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이미 같은 바깥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서린의 연락처와 경민의 연락처를 구분해 남겼다. 상대에게 부담이 되는 일을 맡기지 말아 달라고 변호사에게 부탁했다.
그날 밤 태석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누웠다.
십 년 동안 치우의 전화를 기다리며 밤을 새운 적이 많았다. 전화가 울리지 않는 밤이 처음에는 조용하게 느껴졌다.
조금 뒤에는 더 시끄러워졌다.
기억 속의 사람들 목소리가 들어왔다.
도식이 기다리던 방, 정란의 받지 않은 전화, 경수의 면회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누군가 코를 골고 있었다.
태석이 낸 기록을 따라 다른 사람들도 질문을 받았다.
예전에는 치우의 이름을 먼저 말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태석을 지목했다. 실제로 자신을 불러 세우고 돈을 요구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은 둘의 책임을 구분할 수 없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태석이 혼자 온 날을 기억했다.
그 말들은 태석이 예상한 순서로 나오지 않았다.
변호사는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진술도 하나씩 읽어 주었다. 태석은 틀린 부분은 틀렸다고 했지만, 자기에게 기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거짓말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변호사 비용은 퇴직할 때 받은 정산금에서 냈다. 치우가 대신 내겠다는 연락은 없었고, 태석도 부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오래 버틸 줄 알았던 돈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서류를 다시 펼쳤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설명해야 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말해 주지 않았다.
치우는 태석이 한 말을 변호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함께한 일을 왜 그런 순서로 설명했는지, 자신이 한 말 중 어떤 부분을 빼먹었는지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도식의 이름이 나온 대목에서 멈췄다.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치우가 약속한 것을 태석이 깨뜨렸고, 그 돈 일부를 자기 몫으로 가져갔다.
치우는 서류를 오래 봤다.
배신이라고 부르면 쉬웠다.
그러나 그 부분은 치우에게 불리하게만 쓰인 진술이 아니었다. 태석은 자기가 한 일이라고 구분했다. 치우가 시키지 않은 일을 시켰다고 만들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다른 진술을 전부 거짓이라고 밀어낼 수 없었다.
변호사가 물었다.
“확인할 부분이 있습니까.”
치우는 종이를 넘겼다.
태석의 서명이 보였다.
그는 그 글씨를 알고 있었다.
숫자를 세고, 이름을 적고, 마지막에 작은 획을 길게 끌던 습관.
치우는 그 획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음 조사에서 그는 태석의 진술 중 일부를 인정했다.
일부는 다르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한 것은 모른다고 했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윤재헌은 태석이 자기를 구하려고 치우를 넘긴 것 같으냐고 물었다.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의 태석은 삼십만 원을 깎으려고 그를 팔았다. 이번에는 자기 몫의 죄까지 더 크게 만들며 말하고 있었다.
두 일을 같은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었다.
치우는 물을 마셨다.
“그 사람도 살고 싶었겠죠.”
그가 말했다.
윤재헌은 그 문장을 적었다.
치우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태석의 이름은 여러 번 나왔다.
그날 치우가 가장 많이 들은 이름이었다.
한때는 가장 부르기 쉬운 이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