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 라파엘의 퇴장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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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은 남편이 약속을 취소한 줄 알았다.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한 날이었다. 2011년 8월, 라파엘은 아침에 나가면서 한 시간만 일을 보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이사벨은 그 말을 믿지 않아 두 시간 뒤에 식당을 예약했다.
세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전화가 울렸을 때 그녀는 예약을 취소하려던 참이었다.
낯선 목소리가 남편의 이름을 말했다.
이사벨은 의자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라파엘이 마시다 남긴 커피가 있었다. 표면이 완전히 식어 있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다른 손으로 옮겼다.
상대는 같은 말을 천천히 반복했다.
라파엘 아길라가 숨졌다는 말이었다.
그날 아침 라파엘은 호아킨을 만나러 갔다.
에바에게 전달한 자료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고 있었다. 호아킨은 과거에 함께 살아남은 사람들이 왜 이제 와서 서로의 죄를 나누어 적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라파엘은 이미 전한 진술을 거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것이 마테오에게 미안해서만은 아니었다. 호아킨이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넘길 수 있는 상태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관계까지 흔들리는 동안 라파엘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 했다.
호아킨은 그를 오래 보았다.
“우리가 누굴 치우고 여기 앉았는지 잊었나.”
그가 물었다.
라파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기억을 나눠 두는 거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아킨은 붙잡지 않았다.
그날 라파엘이 건물을 나선 뒤 벌어진 공격은 호아킨이 준비한 것이었다. 방법은 달랐지만 그가 노린 것은 단순했다. 자기에게 불리한 말을 더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라파엘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나누어 쓰던 오래된 이름들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다.
이사벨은 신원을 확인하러 갔다.
남편의 물건은 따로 모여 있었다. 지갑과 시계, 구겨진 영수증, 그녀가 아침에 새로 넣어 준 손수건. 그 물건들이 함께 놓이자 살아 있을 때보다 작은 사람의 짐처럼 보였다.
이사벨은 질문을 했다.
누가 확인했는지, 무엇이 알려졌는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사람은 일부에는 답했고 일부에는 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예약했던 식당에 전화했다.
남편이 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직원은 다른 날짜로 바꿀지 물었다. 이사벨은 잠깐 말이 없었다.
취소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식탁 위의 커피를 버렸다.
컵은 씻지 않고 싱크대에 두었다.
한동안 그 컵을 씻을 수 없었다.
치우가 소식을 들은 것은 며칠 뒤였다.
변호사가 들어와 확인된 사망 사실을 전했다. 처음에는 다른 이름을 들은 줄 알았다. 그는 라파엘의 성을 다시 물었다.
아길라.
같은 이름이었다.
치우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변호사는 확인된 것과 전해 들은 것을 나누어 설명했다. 가족이 신원을 확인했고, 현지에서는 살인 사건으로 조사 중이라고 했다.
치우가 물었다.
“호아킨은.”
변호사는 아직 정확한 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는 이름들을 머릿속에 펼쳤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되는지, 누가 그날의 일을 아는지. 그러나 여기에서는 전화기를 집어 들 수 없었다.
치우는 탁자 위의 자기 손을 봤다.
마지막 악수의 감각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그 사실이 뜻밖이었다.
서린은 이사벨에게 연락했다.
장례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필요한 연락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이사벨은 짧게 답했다. 남편이 한국에서 알던 사람들에게 전해 줄 것이 있다고 했다.
자료와 개인 편지는 구분되어 있었다.
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자료는 적절한 검토를 거쳐 전달해 달라는 뜻이었고, 치우에게 보내는 봉투는 별도로 있었다. 서린은 받은 것을 자기 마음대로 섞지 않았다.
치우에게 보내진 편지에는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첫 장에는 앞으로의 관계를 정리하는 사무적인 문장이 있었다. 라파엘이 떠나기 전 작성해 둔 것으로 보였다. 그가 죽을 것을 확신하고 쓴 유서라고 볼 근거는 없었다.
두 번째 장은 짧았다.
네가 돌아온 것을 처음 믿었을 때, 나는 기쁘기도 했다.
치우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그 뒤에는 다른 말이 있었다.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편지는 거기서 끝났다.
치우는 답장을 쓸 수 없었다.
라파엘이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슨 대답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자신을 죽음으로 넘긴 사람에게 원망을 남길 것인지, 자기의 이전 생을 알아본 유일한 사람에게 작별을 할 것인지.
태석은 고백을 들었지만 확신하지 않았다.
서린은 아직 그 이야기를 몰랐다.
라파엘은 알고 있었다.
젊은 얼굴 뒤에서 어느 손이 움직이는지, 어떤 말투가 어디서 왔는지, 생일에 빈 잔을 놓았을 때 누가 화를 냈는지.
치우는 편지를 접었다.
종이에는 라파엘의 글씨가 있었다. 전생에 보던 서명과 조금 달랐다. 마지막 획이 예전보다 짧아졌다.
치우는 그 차이를 보고 오래 앉아 있었다.
자기가 다른 몸에서 살아오는 동안 상대의 손도 변하고 있었다.
그 손은 이제 더 쓰지 않을 것이었다.
에바는 라파엘의 죽음 뒤에도 자료를 정리했다.
그가 남긴 진술이 모두 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반대로 죽었다는 이유로 진술 전체를 버릴 수도 없다고 했다.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호아킨을 향한 의심은 차츰 구체적인 증언과 자료로 이어졌다. 공격에 관여한 사람의 말과 라파엘이 죽기 전의 만남이 확인되었다. 호아킨은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 라파엘과 함께 웃으며 옛일을 덮을 자리는 없었다.
그 역시 형사절차의 대상이 되었다.
재판은 여러 해 이어졌다. 뒤에 남은 증언과 자료가 검토되었고, 끝내 호아킨의 살해 지시 책임이 인정되었다. 그 결론이 나왔을 때에도 이사벨은 치우에게 따로 승리의 소식을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더 작은 것들이었다. 남편이 쓰던 방을 정리하고, 끝나지 않은 약속을 취소하고, 자신이 앞으로 어디서 살지 결정하는 일. 서랍에서 두 사람의 오래된 사진이 나오면 날짜를 적어 상자에 넣었다.
사진 속의 라파엘은 때로 아주 젊었다. 어떤 사진에서는 카메라를 보지 않고 이사벨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진을 버리지 않았다.
다른 자료와 함께 보관하지도 않았다. 가족의 상자와 조사에 필요한 상자를 따로 두고, 어느 쪽에도 없는 말을 보태지 않으려 했다.
이사벨은 그 소식을 듣고도 만족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이 한 일을 지우지 말아 달라고 했고, 남편에게 한 일도 지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에바는 그 두 요구를 함께 적었다.
마테오의 이름 옆에 라파엘의 이름이 더해졌다.
같은 피해자라는 뜻은 아니었다.
다른 죄와 다른 죽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직 그 결론을 알 수 없던 2011년 가을, 서린이 면회에 왔을 때 치우는 라파엘 이야기를 먼저 했다.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질문에 오래 알던 사람이라고 답했다. 서린은 그가 젊은 시절 외국에 갔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날짜를 묻지 않았다.
대신 편지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이 있었습니까.”
서린이 물었다.
치우는 잠깐 생각했다.
“반갑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가 말했다.
서린은 그를 봤다.
“그 사람이 저를 반가워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치우는 말을 이었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평소 하지 않는 종류의 설명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치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면회 시간이 끝날 무렵 서린이 말했다.
“집에 잔이 두 개 있습니다. 그분이 보내신 것.”
치우는 기억했다.
아직 상자 안에 있었다.
그는 버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린은 알겠다고 답했다.
라파엘의 죽음으로 일부 사람들은 치우가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경쟁자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치우가 밖에 있었다면 그 빈자리를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전하는 사람은 위로하려는 표정이었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 빈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운의 자리도, 인철의 자리도, 자신의 자리도 오래 비어 있지 않았다.
그는 이제 그 움직임을 멀리서 듣기만 했다.
어느 날 변호사가 라파엘 관련 기록 중 치우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했다. 치우는 직접 기억하는 범위를 말했다.
상대가 죽었다고 모든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가 아는 모든 일을 말하지도 않았다.
편지는 보관했다.
조사가 끝난 뒤 그는 혼자 앉아 짧은 두 문장을 떠올렸다.
기쁘기도 했다.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치우는 한동안 그 두 문장 사이에 머물렀다.
밖에서는 저녁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편지를 접어 정해진 자리에 넣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