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 경수의 이름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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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은 호텔 대신 작은 식당을 골랐다.
예전에 치우를 부를 때에는 다른 손님들이 있는 방을 썼다. 이번에는 둘만 앉았다. 그 차이를 치우는 모르는 척했다. 밥이 나오기 전에 병권이 먼저 말했다.
“자네 얘기를 들었네.”
치우는 어느 쪽 이야기인지 묻지 않았다. 병권은 해륜생활의 고객이 된 지인을 통해 서비스 평을 들었다고 했다. 직원들이 시간을 잘 지키고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그런 회사가 지역에서 할 일이 있지.”
그가 꺼낸 것은 성인 생활지원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의 행사였다. 후원사를 찾고 있었고, 행사장에는 지역 정치인들도 올 예정이었다. 공적인 사업을 맡겨 주겠다는 약속은 아니라고 병권은 분명히 했다. 그저 얼굴을 알릴 자리였다.
치우는 자료를 받아 뒤쪽을 넘겼다. 초청자 명단이 있었다.
거기에 자신이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셋 들어 있었다.
회사 회의에서 치우는 행사 후원을 제안했다.
규모는 감당할 수 있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도 연결되었다. 서린은 단체의 실제 활동과 돈의 쓰임을 확인하자고 했고, 경선은 행사 뒤에도 이어지는 지원이 있는지 물었다.
치우는 이번에는 준비해 온 답을 꺼냈다.
일회 사진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일정 기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검토하자고 했다. 직원들에게 추가 노동을 떠넘기지 않도록 필요한 비용도 넣었다. 정호가 현장 인원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치우는 그 고개를 놓치지 않았다.
반대할 이유를 먼저 줄이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기가 배운 것을 잘 쓰고 있었다.
문제는 이름이었다.
행사 담당자가 회사 이야기와 함께 알릴 사연이 있느냐고 물었다. 치우는 잠깐 생각한 뒤 남경수라는 이름을 말했다. 오래전 함께 일하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고 했다.
“그 사람 이름으로 하면 어떨까요.”
담당자는 추모 후원이라는 제목을 붙여 초안을 보냈다.
치우는 초안을 먼저 읽었다. 경수의 삶은 세 줄로 줄어 있었다. 어려운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 남은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뜻을 전하는 이름.
그는 첫 줄의 함께 일했다는 말을 오래 봤다.
틀리지 않았다. 감옥에 간 이유와 그곳에서 죽었다는 말이 없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경수에게 무엇을 부탁했고 무엇을 증명하기 어렵게 남겨 두었는지도 없었다.
그날 밤 치우는 남경민에게 연락했다.
번호는 한 번 바뀌어 있었다. 확인된 연락 경로로 방문 의사를 전하자 경민은 직접 만나기보다 자료를 먼저 보내 달라고 했다. 치우는 초안을 보냈다.
답은 다음 날 왔다.
형 이름 쓰지 마세요.
그 뒤에 설명은 없었다.
치우는 전화했다.
경민은 받았다. 예전보다 목소리가 낮고 느렸다. 마지막으로 직접 봤던 얼굴을 떠올리려 했지만 치우의 기억 속에는 여러 나이의 얼굴이 겹쳤다.
“실제로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그건 하세요.”
“경수 형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남길 수도 있고.”
“당신이 정한 세 줄로요?”
치우는 말을 멈췄다.
경민은 자료를 읽고 있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형이 쓴 편지에는 다른 얘기가 있습니다.”
그 편지의 원본은 오래전에 경민에게 넘어갔다. 치우의 손에는 없었다. 경민은 어떤 문장을 읽어 주지도 않았고 사진을 보내지도 않았다.
“한 번 볼 수 있겠냐.”
치우가 묻자 경민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왜요.”
“형을 기억하고 싶어서.”
경민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은 날도 있어요. 그래서 안 보여 줄 겁니다.”
통화는 그 뒤에 끝났다. 치우는 다시 걸지 않았다.
행사 담당자는 이미 일부 초청 문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직 외부로 배포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빼는 것은 가능했다. 다만 개인적인 사연이 있어야 언론에 소개하기 좋다고 했다. 다른 사연을 찾아보겠느냐는 질문에 치우는 조금 짜증이 났다.
“사람 이름 없이도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상대는 가능하다고 했다.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치우는 전화를 끊고 한동안 책상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거절이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를 작게 만들었다. 그는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해 일정대로 검토하자고 말했다. 사연을 요구한 것이 상대의 업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짜증을 낸 일을 사과하지는 않았다.
서린은 수정된 자료를 보고 이유를 물었다.
“가족이 원하지 않습니다.”
치우가 답했다.
그녀는 이름을 빼는 것에 동의했다. 그다음에는 후원 자체를 계속할지 물었다.
“계속합니다.”
치우는 처음보다 빨리 말했다. 이름 하나를 얻지 못했다고 자신이 기대한 자리를 버릴 생각은 없었다.
행사는 이천십육 년 봄에 열렸다.
회사 로고는 무대의 가장자리에 붙었다. 치우는 후원사 관계자로 앞줄에 앉았다. 경선은 뒤편에서 실제 신청을 받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은혜는 서비스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준비했다. 각자 보고 있는 행사가 달랐다.
고병권은 약속대로 그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한 사람은 지역 단체를 운영했고, 다른 사람은 정책 연구 모임의 실무 책임자였다. 치우는 명함을 건네면서 자기가 교도소에서 배운 교훈을 말하지 않았다. 회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않는 일을 말했다.
상대는 그 명확함을 좋아했다.
“생각보다 현실적인 분이시네요.”
치우는 웃으며 답했다.
“현장에서 많이 고쳐 주십니다.”
옆에 있던 서린이 그 말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표정에 다른 뜻이 섞인 것을 보면서도 바로잡을 문장을 찾지 못했다.
행사가 끝나기 전, 다음 달 간담회에 와 달라는 초대가 들어왔다.
밤에 사무실로 돌아온 치우는 새 명함들을 책상에 펼쳤다.
예전에는 직함의 높이대로 놓았다. 이번에는 누가 실제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지 생각하며 순서를 바꿨다. 공식적인 높은 직함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연락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서린은 출입문에서 그 모습을 봤다.
“오늘 얻은 게 많습니까.”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겁니다.”
“당신에게도요.”
“그게 꼭 다른 일입니까.”
그녀는 안으로 들어와 의자를 당겼다. 오늘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자신의 지역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남편이 소개하기 전부터 경선과 일하던 사람이었다.
치우는 잠깐 멈췄다가 잘됐다고 말했다.
서린은 그 멈춤을 봤다. 치우는 아내의 표정을 보고 웃었다.
“내가 소개한 사람이 아니어서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웃음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같은 행사에서 돌아왔지만 서로의 명함을 합쳐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경민에게서 연락이 다시 온 것은 며칠 뒤였다.
행사 사진에 형의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는 짧은 문자였다. 치우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 뒤에 이름을 쓰지 않았다는 증거를 더 보내지는 않았다.
경민은 한 가지 부탁을 추가했다.
형이 죽은 병원과 교정시설의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우가 당시 직접 받은 연락의 시점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자료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치우는 오래된 수첩을 찾았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둔 것들 사이에 일정이 적힌 수첩이 있었다. 그가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촘촘했다. 경수의 위독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에도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는 그날의 페이지를 덮었다가 다시 폈다.
경민에게 남아 있는 자료를 확인하고, 확인되는 범위만 보내겠다고 답했다. 없는 내용을 기억으로 메워 쓰지는 않았다. 전달할 자료는 가족과 해당 검토자에게만 보내기로 했다.
그날 밤 치우는 저녁 약속에 나가지 않았다.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뤘다. 경수 때문에 취소했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음 날 간담회 참석 확인 전화가 왔다.
치우는 가겠다고 했다. 수첩을 옆으로 밀고 새 일정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 자리에는 정책 담당자와 기업인들이 함께 앉을 예정이었다. 병권은 별도로 일찍 오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새 양복을 준비했다.
오래된 수첩은 경민에게 보낼 자료를 확인할 때 다시 꺼내기로 했다. 두 물건은 같은 서랍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나는 책상 위에, 하나는 안쪽에 놓였다.
치우는 그 배치가 잠깐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회사를 나설 때에는 다음에 만날 사람의 이름을 먼저 외웠다.
경수의 이름은 행사에서 사라졌다.
그 이름을 쓰려고 마련한 자리에는 강치우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