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 32화. 다시 쓰는 손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손가락이 조금 움직였다.
의사는 내 얼굴보다 손등을 봤다. 접합막을 벗긴 자리에는 가는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처음 보았던 뼈의 틈은 대부분 메워졌지만 힘을 주면 안쪽이 당겼다.
나는 손을 폈다.
다시 천천히 접었다.
주먹 모양이 됐다.
그 단순한 모양을 만드는 데 열하루가 걸렸다.
의사는 가벼운 동작을 확인한 뒤 새 지지대를 맞춰 주었다. 손목에 실리는 충격을 줄이는 얇은 틀이었다.
나는 반대 손으로 버클을 채웠다.
뭐든 때려도 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손을 내가 조금 움직일 수 있었다.
*
능력은 그날 아침 다시 보였다.
의료 구역의 판이 아니라, 복도의 작은 분배판 앞을 지날 때였다.
낮은 확률의 선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나는 멈췄다.
손을 들지는 않았다.
서른 날이라는 값도 그대로였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온 것과 돌아오지 않은 것이 같은 아침에 함께 있었다.
세라가 복도 끝에서 나를 불렀다.
나는 분배판에서 눈을 떼고 그녀 쪽으로 갔다.
그녀는 내 새 지지대를 봤다.
가볍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보다 그렇다고 했다.
*
우리가 가는 곳은 기록 보관 구획의 입구였다.
가렌의 관객 반응과 지구의 반송 기록이 겹치는 곳에 있었다. 리안은 오래전에 그쪽으로 죽은 참가자들의 정산 패를 옮겼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버지의 카드를 떠올렸다.
이번에는 혼자 그 카드만 붙들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세라가 얻은 기록과 하루가 읽은 경로가 그곳을 가리켰다.
우리에게 열린 열쇠는 입구까지였다.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보관소의 회수 판을 지나야 했다.
나는 오늘 사용할 것은 하나라고 말했다.
하루가 내 오른손을 봤다.
그녀는 숫자보다 걸음이 느린지를 확인하는 얼굴이었다.
*
입구에는 손 모양의 문이 있었다.
거대한 다섯 손가락이 서로 얽혀 공간을 막고 있었다. 손톱 자리에는 투명한 칩이 박혀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손가락들이 펼쳐졌다.
안쪽에서 오래된 박수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목덜미를 문질렀다.
딜러는 손바닥 가운데에 서 있었다. 얼굴을 반쯤 가리는 은색 가면을 쓴 성인 남자였다.
그는 내 손부터 봤다.
“돌아왔군요.”
그가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회수할 기록의 표지를 내밀었다.
그는 표지보다 내 얼굴을 오래 봤다.
*
판의 이름은 남은 손가락이었다.
다섯 손톱 가운데 하나에 회수 통로가 걸려 있었다. 다른 네 개는 입구로 되돌아왔다.
손가락들은 서로 포개졌다가 벌어졌다. 통로를 가리키는 표지는 그 움직임에 따라 안쪽으로 숨었다.
틀린 손가락을 고르면 오늘 같은 표지로는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딜러는 내게 주먹을 들라고 했다.
나는 들지 않았다.
대신 그가 움직이는 손가락들을 보았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표지가 잠깐 드러났다.
그 아래에 내 눈에만 보이는 선이 있었다.
삼 퍼센트.
*
세라는 고리를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내 옆에서 실제 손가락이 움직이는 순서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보는 선은 모르지만 표지가 어디에 붙었는지는 볼 수 있었다.
하루가 바닥의 홈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지나가도 움직이지 않는 받침이었다.
나는 그 앞에 섰다.
뛰어오를 필요도, 상대의 팔을 타고 갈 필요도 없었다.
움직이는 표지를 내 쪽으로 오게 하면 됐다.
딜러가 웃었다.
“이번에는 조용하네요.”
나는 그의 입보다 손을 봤다.
*
첫 번째 움직임이 지나갔다.
나는 치지 않았다.
표지는 보였지만 매듭이 받침 뒤에 있었다.
두 번째에도 기다렸다.
딜러의 웃음이 조금 줄었다.
그는 관객이 오래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빈 공간을 둘러봤다.
어디에 앉아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럼 먼저 가라고 해요.”
내가 말했다.
세라가 짧게 웃었다.
딜러는 손가락들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발을 옮기지 않았다.
*
빠르게 움직일수록 같은 지점을 더 자주 지났다.
그가 나를 조급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 오히려 길을 짧게 만들었다.
나는 왼손으로 오른쪽 지지대를 한 번 눌렀다.
손목이 흔들리지 않았다.
주먹을 단단히 쥐려고 애쓰지 않았다. 손가락을 닫아 모양을 만들고 매듭이 닿을 자리에 가져갔다.
세라가 표지를 보고 있었다.
“다음.”
그녀가 말했다.
나는 짧게 움직였다.
손바닥만큼의 거리였다.
주먹이 선에 닿았다.
*
손가락들이 멈췄다.
그 사이로 빛이 뚫렸다.
나는 바로 손을 거두었다.
아팠다.
하지만 왕관에 매달렸을 때처럼 팔 전체가 풀리지는 않았다.
하루가 내 옆으로 왔다.
나는 손가락을 조금 펴 보였다. 더 움직이지는 않았다.
서른 날이 차감됐다.
칠백팔십오 일.
딜러는 내 손을 봤다가 열린 틈을 보았다.
큰 소리도, 쓰러지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박수를 유도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우리는 열린 길로 들어갔다.
*
보관소의 첫 방은 어두웠다.
벽마다 투명한 패들이 쌓여 있었다. 패 안에는 글자와 작은 빛이 남아 있었다.
세라가 걸음을 늦췄다.
그녀는 아무 패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리안은 번호를 확인했다.
하루는 돌아가는 길의 위치를 봤다.
나는 내 왼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아주 낮은 웃음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누군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번만.
아버지의 카드에서 세라가 들었던 말과 닮아 있었다.
나는 그 패를 바로 집지 않았다.
*
우리가 찾던 표지는 안쪽 문에 붙어 있었다.
반송 기록과 참가자 정산 원본이 겹치는 구역이었다.
지금 열린 것은 그곳으로 향하는 첫 방까지였다.
리안은 그날 볼 목록을 짧게 적었다.
나는 더 안으로 가자고 하지 않았다.
그가 고른 몇 장의 표지를 함께 확인했다. 어떤 것은 글자가 흐렸고 어떤 것은 사람 이름 대신 번호만 남아 있었다.
세라는 각각의 상태를 눈으로만 살폈다.
그녀가 손을 내미는 시점은 스스로 고를 것이었다.
나는 패를 비출 조명을 들었다.
왼손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세라가 한 장 앞에서 멈췄다.
패 옆에는 작은 가족사진이 붙어 있었다. 다 자란 사람들이 좁은 탁자에 모여 웃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얼굴에만 검은 표시가 있었다.
세라는 이름을 읽었다.
그 이름을 나는 몰랐다.
그녀도 모르는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패의 빛은 다른 것보다 빠르게 떨렸다.
세라는 오늘은 읽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표지 위치를 적었다.
다음에 돌아왔을 때도 찾을 수 있도록.
*
밖으로 나오자 손이 조금 더 아팠다.
나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하루는 바로 의료 구역으로 가자고 했다.
오늘 판은 하나로 끝났다.
접합막의 상태는 유지돼 있었지만 손목에 붓기가 조금 올라왔다. 의사는 내게 화를 내기보다 무엇을 얼마나 움직였는지 물었다.
나는 그대로 말했다.
그녀는 다음 확인까지 더 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생긴 통로 하나가 오늘의 전부였다.
그것을 작다고 말하는 사람은 병실에 없었다.
*
병실을 나올 때 브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세라를 보고 통신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내 옆에 섰다.
브란은 내 손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돌아온 도강. 사람들이 좋아할 제목이지.”
그가 말했다.
나는 지지대를 내려다봤다. 손은 내 몸에 붙어 있었지만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세라의 집도 어머니의 목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제목은 기록실에 간 도강이면 됩니다.”
내가 말했다.
그가 잠깐 웃음을 멈췄다.
기록실에서 무엇을 찾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가 왜 그 질문을 하는지 생각하며 세라를 봤다. 그녀는 대답을 대신하지 않았다.
“누가 이겼는지 말고, 누가 남았는지요.”
내가 말했다.
브란은 죽은 패를 오래 보면 산 사람이 할 일을 놓친다고 했다. 나는 내일 할 일은 이미 정했다고 대답했다.
통신이 끝난 뒤 세라가 물었다.
“떨렸어요?”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미래의 마지막 방을 떠올리게 했다.
세라는 나를 위로하는 대신 통신 기록을 남겼다. 나중에 그가 다른 말을 하면 우리가 무엇을 들었는지 다시 볼 수 있게.
나는 그녀가 기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
저녁에 보관함으로 돌아왔다.
나는 열쇠를 제자리에 놓았다.
세라는 자기 가방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오늘 같이 가길 잘했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말 뒤에 다른 뜻을 붙이고 싶었다.
괜찮아졌다는 말, 예전처럼 됐다는 말.
하지만 그녀는 기록실의 첫 방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방의 어두운 패들과 이름들을 떠올렸다.
“다음에는 뭘 먼저 볼래?”
내가 물었다.
그녀는 오늘 멈춰 섰던 가족사진의 패라고 했다.
*
우리는 계획을 짧게 적었다.
세라가 읽고, 리안이 이름을 확인하고, 하루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살피기로 했다.
나는 내 칸에 조명이라고 썼다.
세라가 그것을 보고 웃었다.
나는 글자가 이상하냐고 물었다.
왼손으로 써서 기울어 있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라서 좋다고 했다.
나는 종이를 보관함 문에 붙였다.
오른손은 아직 내 옆에서 무거웠다.
그 손이 모든 칸을 채우지 않아도 내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내일 우리는 죽은 사람이 남긴 소리를 들으러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