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가족이 사는 방식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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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나는 점심을 먹고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받았다. 아버지는 밖에 있다고 했다.
나는 어디냐고 물었다.
그는 사무실 근처라고 했다.
이미 내놓은 사무실이었다.
누구를 만나러 갔느냐고 묻자 잠깐 말을 흐렸다.
백태문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나는 놀라지 않았다.
놀라지 않는 내가 조금 싫었다.
“나도 만날게.”
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 *
나는 아버지의 옛 사무실을 알고 있었다.
입구의 간판은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앞 벽에는 못 자국만 남았다.
사무실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아래층 카페에 있었다. 백태문은 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아버지가 놀라 일어났다.
태문은 앉은 채 고개를 들었다.
“은행 근처인가 보네.”
그가 말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와 본 곳이라서요.”
빈 의자를 끌어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아버지가 괜히 물컵을 옮겼다.
* * *
태문은 아버지에게 일거리를 알아봐 주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를 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는 내 이름이 필요한 일인지 물었다.
아버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은재야.”
그가 말했다.
태문은 웃었다.
“걱정이 많을 만하지. 이번 일은 그런 게 아니야.”
“이번 일 말고 지난 일부터 알고 싶어요.”
내가 답했다.
그가 컵을 내려놓았다.
나는 손바닥을 무릎 위에 폈다.
이미 끝난 일이 내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태문은 도하의 결혼 이야기를 처음 꺼낸 사람이 자신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알고 있는 줄 알았다며 놀랐다.
나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도하가 서류를 내밀던 얼굴을 떠올렸다.
송영후의 설명과 경원의 연락처도 떠올랐다.
내가 들어온 문은 하나였는데 그 문을 밀어 연 손은 여러 개였다.
“왜 저였어요?”
내가 물었다.
태문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기도 했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듣고 웃었다.
그는 그제야 웃음을 거뒀다.
* * *
아버지는 내게 너무 날카롭게 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가 힘없이 눈을 피했다.
전에는 그런 얼굴을 보면 내가 대신 사과했다. 아버지가 말할 타이밍을 놓치면 내가 먼저 웃었다.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태문은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는 아버지에게 잠깐 밖에 있어 달라고 했다.
아버지가 일어나려 하자 내가 손을 뻗었다.
“앉아 있어.”
내가 말했다.
“내 이야기잖아. 아빠도 들어.”
아버지는 다시 앉았다.
태문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 * *
그는 칠월에 집안의 재산 합의가 마무리된다고 했다.
오래 끌어온 일이었다고 했다. 도하에게 돌아갈 몫을 두고 가족 사이에 이견이 있었고, 몇 달 동안 생활을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고 했다.
나는 끝까지 들었다.
그 이야기에서 내가 맡은 자리는 생각보다 작고 비쌌다.
그가 배우자와 무리 없이 지낸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
집안 사람들이 안심해도 된다고 말해 줄 사람.
필요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는 사람.
나는 손에 쥔 물컵을 내려놓았다.
“결혼하면 사람이 달라져요?”
태문은 내 질문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 * *
“대외적으로 보기에도 좋고.”
그가 말했다.
“안에서 누가 곁에 있어 주면 도움이 되지.”
나는 병원에서 나온 몇 장의 종이를 떠올렸다.
그 종이도 그들이 원하는 쪽으로 읽힐 수 있었다.
오늘은 아내가 그랬다.
태문은 내게 도하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아버지가 옆에서 나를 봤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내 말의 값이 얼마인지 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석 달.
이십억.
도하가 사는 모습을 누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붙은 값이었다.
* * *
“도하 씨도 제가 이 일을 하러 온 걸 알아요?”
내가 물었다.
태문은 결혼의 이유를 모를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내가 이 집안에서 듣는 대답들은 늘 정확히 묻는 것보다 조금 옆에 떨어졌다.
“아버지 빚은요?”
내가 다시 물었다.
“그 때문에 저를 골랐어요?”
태문은 잠깐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태문이 말했다.
“서로 필요한 게 있으면 일이 쉬워지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것을 이해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내가 한 일은 대답을 들었다는 표시뿐이었다.
* * *
카페에서 나온 뒤 아버지가 나를 붙잡았다.
태문은 먼저 차를 타고 떠났다.
아버지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자신을 세우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나는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 손을 보고 자란 시간이 길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문고리를 먼저 잡던 손이었다.
언제부터 나를 붙잡는 데 더 많이 쓰였을까.
“내가 뭘 몰랐으면 좋겠어?”
내가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한테 돈만 생기면 됐어?”
그는 내가 잘살기를 바랐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믿지는 못했다.
* * *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도하는 없었다.
정숙은 늦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하고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처음에는 금액과 날짜만 오래 봤다. 그다음에는 같은 침대와 사라지지 말라는 말을 봤다.
오늘은 내가 누구의 배우자인지 적힌 첫 장을 보았다.
서은재.
그 아래의 자리가 전날과 다르게 보였다.
나는 은행에서 일하는 여자였고 빚을 진 딸이었다.
그들은 그 두 가지로 내 말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종이를 접지 않고 책상에 펼쳐 두었다.
* * *
도하는 저녁 전에 돌아왔다.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 어디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태문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어요?”
내가 물었다.
그가 내 말을 기다렸다.
“내 아버지 빚을 알고, 당신 옆에 앉혀 놓을 사람을 찾았다는 거.”
도하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알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해의 표시였다.
그는 나를 우연히 발견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숨을 못 쉬는 자리를 알고 찾아온 사람이었다.
* * *
“빚을 만든 것도 당신이에요?”
내가 물었다.
도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말을 왜 믿어야 하죠.”
그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의 눈을 보고 있었다.
“확인할 수 있는 걸 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당신 말만 듣지 않고.”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기대한 반응은 아니었다.
그가 화를 내거나 나를 달래면 조금 더 쉽게 그를 미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문을 열어 두고 서 있었다.
내가 들어갈지 돌아갈지 기다리고 있었다.
* * *
나는 서재에 들어갔다.
그의 책상 옆에 앉았다.
도하는 집안에서 오간 합의의 일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전부 읽을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부분을 먼저 물었다.
나는 내가 등장하는 곳부터 보겠다고 했다.
배우자와의 생활에 관한 말이 있었다.
내 서명은 없었다.
그들이 나를 아직 만나기 전에 쓴 문서였다.
나는 종이의 날짜를 보았다.
도하와 처음 만난 날보다 앞이었다.
그 아래에서 내 삶이 몇 개의 단어로 바뀌어 있었다.
은행 근무.
가족 채무.
혼인 의사 협의 가능.
* * *
나는 마지막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협의 가능.
도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는 웃었다.
그는 웃지 않았다.
“제가 안 한다고 했으면요?”
내가 물었다.
“다른 사람을 찾았겠죠.”
그 대답은 잔인할 만큼 빨랐다.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그가 덧붙였다.
“처음에는.”
나는 그를 봤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두 글자에 기분이 달라지는 내가 불쾌했다.
나는 종이를 다시 봤다.
* * *
“왜 같은 침대였어요?”
내가 물었다.
“그걸 가족한테 증명할 필요는 없잖아요.”
도하는 내 질문을 듣고 처음으로 눈을 피했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건 제가 넣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집안의 조건과 그가 원하는 것은 같지 않았다.
종이 한 장에 같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는 나를 정상적인 생활을 보여 줄 사람으로 샀고, 그 기회에 자기가 원하는 거리까지 정했다.
나는 그 사실을 알아서 조금 덜 무서워질 줄 알았다.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무서워졌다.
* * *
도하는 내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
나는 책상 위의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오늘은 또 문장을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문장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상사를 죽였다는 말을 제가 집안에 하면.”
내가 말했다.
그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거래는 누가 손해예요?”
도하가 나를 보았다.
나는 내가 한 질문을 다시 들었다.
죽은 사람보다 거래의 손해를 먼저 묻는 말이었다.
하지만 취소하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대답했다.
“우리 둘 다겠죠.”
* *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하가 서류를 거뒀다.
돌아서는 순간 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멈췄다.
차 안에서도 들었던 말이었다.
그때는 나를 보호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 역시 내 대답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당신이 원하는 대답도요?”
내가 물었다.
도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 * *
손님방에 돌아와 휴대전화를 보았다.
정민에게 답장이 와 있었다.
회사에는 가지 않을 테니 자기 물건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잠깐 보자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나는 시계 상자를 보았다.
이 집 밖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었다.
내가 직접 시작했고 내가 직접 끝내야 할 일이었다.
나는 모레 만나겠다고 답했다.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복도에서 도하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문을 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지금은 혼자 있을게요.”
발소리가 멈췄다.
잠시 뒤 멀어졌다.
나는 상자를 가방 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