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전 남자친구의 축하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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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 뒤, 정민은 번호표도 뽑지 않고 은행에 들어왔다.
그는 은행 입구에 서서 나를 찾았다. 눈이 마주치자 손을 들었다.
나는 그 손을 보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두 달쯤 됐다.
그사이 나는 아버지에게 걸려 오는 전화를 대신 받았고, 잠을 못 잤고, 처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와 결혼했다.
정민은 머리를 조금 짧게 잘랐다.
그 변화가 이상하게 원망스러웠다.
그에게는 머리를 자르고 평범하게 살아갈 시간이 있었던 것 같았다.
* * *
나는 수진에게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다.
수진은 입구를 보고 정민을 알아봤다.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움직였다. 아직 무슨 일인지도 몰랐는데 먼저 그런 표시를 했다.
정민은 내가 다가가자 웃었다.
“결혼했다며.”
나는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내 옆에서 걸으며 같은 말을 다시 했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언제부터 만났는데?”
나는 건물 옆에서 멈췄다.
“그걸 왜 물어.”
정민이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언제 헤어졌더라.”
나는 그의 눈을 봤다.
* * *
우리는 싸우며 헤어지지 않았다.
그날 정민은 내 이야기를 듣다가 휴대전화를 봤다. 아버지 일 때문에 내가 지쳐 있었고 그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도 돈이 많지 않았다.
나는 내 빚을 함께 갚으라고 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내 얼굴을 봐 주길 바랐다.
정민은 당분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 뒤에 서로 연락이 줄었다.
마지막에는 내가 그만 만나자고 말했다.
그는 이틀 뒤에 알았다고 답했다.
오늘의 그는 그 이틀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 * *
“헤어진 다음에 만났어.”
내가 말했다.
“그렇게 빨리 결혼까지 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민은 내 손을 봤다.
나는 손가락을 접었다. 아직 반지는 없었다.
그가 그걸 보고 작게 웃었다.
“대단한 집이라더니 반지도 안 해 줘?”
나는 그를 보았다.
그가 웃음을 거뒀다.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그 말이 우리 사이에 놓였다.
나는 그 말을 예전에는 믿었다.
오늘은 어느 부분이 걱정인지 알 수 없었다.
* * *
정민은 어디서 내 결혼 이야기를 들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봤다고 했다. 누구냐고 물으면 그게 중요하냐고 했다.
나는 그 질문이 이제 지겨웠다.
중요한 것을 물으면 상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 뒤에 자기 질문으로 돌아갔다.
“돈 때문에 한 거야?”
정민이 물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는 내 얼굴을 보고 답을 들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 집에서 너를 왜 받아 줬는데?”
나는 손을 폈다.
건물의 차가운 벽이 손끝에 닿았다.
* * *
“축하하러 온 건 아니네.”
내가 말했다.
정민은 입술을 다물었다.
잠시 뒤 자기도 축하하려고 했다고 했다. 내가 거짓말을 하니까 화가 난다고 했다.
나는 어떤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대답하지 않은 질문들을 다시 꺼냈다.
언제 만났는지.
왜 결혼했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에게 답을 다 주어야 오늘 은행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시계를 봤다.
“일해야 해.”
정민이 내 앞에 섰다.
“잠깐만 더 이야기하자.”
* * *
나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그가 따라 움직였다.
크게 밀치거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헤어진 연인이 잠깐 말다툼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도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대개는 보지 않은 척하고 지나갔다.
나는 은행 유리문 쪽을 봤다.
수진이 안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었다.
“은재야, 찾으셔.”
나는 그쪽으로 걸었다.
정민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 * *
자리로 돌아왔을 때 손에 땀이 났다.
수진은 물 한 잔을 놓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는 물을 마셨다.
유리문 밖에 정민이 아직 서 있는 게 보였다.
그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잠시 뒤 내 전화가 진동했다.
나는 받지 않았다.
수진이 화면을 보지 않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배려가 고마웠다.
나는 다음 고객을 불렀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높았다.
고객은 못 들은 것 같아 다시 번호를 물었다.
나는 천천히 한 번 더 말했다.
오늘 처음 하는 일처럼 어려웠다.
* * *
점심 무렵 정민에게 문자가 왔다.
내게 맡겨 둔 물건이 있다고 했다.
나는 한참 생각했다.
작은 시계였다.
예전에 내 방에 두고 간 시계. 배터리가 멎어서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사할 때 다른 작은 물건들과 함께 상자에 담았다.
정민은 그걸 찾으러 갔다가 내 결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기숙사에서는 내가 방을 뺐다는 사실만 알려 줬을 것이다. 그 뒤로 어디서 무엇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는 직접 만나자고 했다.
나는 오늘은 안 된다고 썼다.
* * *
퇴근할 때 은행 앞에 도하의 차가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도하가 창문을 내렸다.
“같이 가죠.”
그가 말했다.
수진이 내 뒤에서 나왔다.
그녀는 도하를 보고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나는 두 사람을 소개했다.
도하는 차에서 내려 수진에게 인사했다. 말투는 예의 바르고 표정은 차분했다.
수진은 나를 한번 봤다.
나는 그녀의 표정을 읽으려다 그만두었다.
우리는 오래 이야기하지 않았다.
도하는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그 앞에서 잠깐 망설이다가 탔다.
* * *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내가 말했다.
“근처에 왔다가.”
도하가 답했다.
“약속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있습니까?”
나는 창밖을 봤다.
정민은 보이지 않았다.
도하가 차를 출발시켰다. 오늘은 다른 운전자가 없었다. 그가 직접 운전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가방 끈을 만졌다.
그가 말했다.
“아까 은행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 * *
그는 방금 온 게 아니었다.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가 나를 부르는 남자를 봤다고 했다.
정민은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다 다른 쪽으로 간 모양이었다.
나는 그가 몇 시간이나 서 있었을지 생각했다.
그 생각이 불쾌했다.
도하는 내 답을 기다렸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의 손이 운전대 위에서 움직였다.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만납니까?”
“아뇨.”
“그럼 왜 왔죠?”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가 원하는 대답을 잘못 주면 안 될 것 같았다.
* * *
“돌려줄 물건이 있어요.”
내가 말했다.
도하는 길을 보고 있었다.
신호에 걸려 차가 멈췄다.
그가 나를 봤다.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기다렸습니까?”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는 내 표정을 보고 있었다.
나는 장성훈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가 나를 괴롭히는 상사라는 말을 했던 날. 싫어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했던 날.
나는 그때 한 말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했다.
좋아할 이유는 없죠.
신호가 바뀌었다.
뒤에서 경적이 짧게 울렸다.
도하가 다시 앞을 봤다.
* * *
“그 사람한테 아무것도 하지 마요.”
내가 말했다.
도하가 운전대를 조금 돌렸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 문장이 내 속을 차갑게 만들었다.
나는 창문을 조금 내렸다.
바람이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뺨을 때렸다.
도하는 창문을 올리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 뒤 말했다.
“싫다는 말이 누굴 없애 달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더 말하지 못했다.
이틀 전에는 그를 향한 내 말을 내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말을 아껴야 사람 하나가 살아 있을 것 같았다.
* * *
집에 도착하자 나는 바로 손님방으로 갔다.
서랍을 열어 작은 상자를 꺼냈다.
시계는 안에 있었다.
초침은 멈춰 있었고 유리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정민이 그 시계를 찼던 손목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 시절에 자주 웃었다.
돈이 없어도 산책은 할 수 있다고 말하던 날도 있었다.
나는 시계를 천으로 한번 닦았다.
그 사람을 좋아했던 내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시간이 전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돌아가고 싶은 시간도 아니었다.
나는 상자 뚜껑을 닫았다.
* * *
정민에게 물건을 찾았다고 보냈다.
그는 바로 답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물건만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전화가 왔다.
나는 받았다.
정민은 오늘 차에 타는 것을 봤다고 했다.
“좋아 보이더라.”
그가 말했다.
나는 한숨을 삼켰다.
“그만해.”
“나한테는 시간도 못 내더니.”
“정민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말이 거기서 멈췄다.
문밖에 발소리가 있었다.
* * *
도하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통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민은 전화기 너머로 누구냐고 물었다.
나는 남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깐 웃었다.
그 웃음이 문밖까지 들릴까 봐 나는 전화기를 귀에 더 가까이 붙였다.
“내일 연락할게.”
내가 말했다.
전화를 끊었다.
도하는 아직 문밖에 있었다.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정민이라는 사람입니까?”
나는 눈을 감았다.
이름을 알아 버렸다.
* * *
“네.”
내가 답했다.
침묵이 흘렀다.
나는 책상 위의 작은 시계 상자를 보았다.
이 정도의 물건을 돌려주려고 두 사람 사이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
도하가 말했다.
“저녁 준비됐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먼저 드세요.”
도하는 잠시 서 있다가 돌아갔다.
나는 그 발소리가 멀어진 뒤 정민에게 새 문자를 썼다.
회사에는 다시 오지 말라고.
한 번 써 놓고 한참 보았다.
이 말이 정민을 밀어내는 것인지, 그에게 경고하는 것인지 나도 구분할 수 없었다.
나는 전송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