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34화 · 통역 없는 대화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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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이 먼저 치우를 불렀다.
늘 보던 사무실이 아니라 작은 공연장 로비였다. 한원문화재단의 행사가 열리는 날이라고 했다. 치우가 도착했을 때 직원들은 꽃을 옮기고 있었고, 벽에는 후원자들의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2005년 초였다.
서린은 검은 정장을 입고 입구에 서 있었다. 머리를 묶지 않았고 평소보다 얼굴이 창백했다. 치우가 이유를 묻기도 전에 초대장 두 장을 건넸다.
“한 장은 박태석 씨 드리세요.”
그녀가 말했다.
“왜 부르셨습니까.”
치우가 물었다.
서린은 로비 끝을 봤다.
“제가 부른 손님이 있어야 해서요.”
그곳에는 서린과 닮은 사내가 서 있었다. 한서준. 한원가의 장남이며 재단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치우를 보자 표정이 달라졌다.
아는 얼굴이었다.
치우가 그를 본 적은 없었다.
서린은 그 차이를 확인한 듯 초대장의 이름을 다시 살폈다.
“가족 행사인데 제가 누구를 부를지까지 허락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초대장을 받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누군가의 문을 여는 데 쓰이는 쪽이었다.

서준은 곧바로 다가왔다.
치우에게 정중하게 인사했고 서린에게 잠깐 이야기하자고 했다. 서린은 여기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서준의 시선이 치우에게 갔다가 돌아왔다.
“사람들 오잖아.”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해.”
서린은 물러서지 않았다.
서준은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은 재단 행사야. 네 개인 감정 푸는 자리 아니고.”
서린이 웃었다.
“내가 손님 둘 부른 게 감정 푸는 거야?”
치우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았다. 서준은 그가 계속 듣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단어를 고르고 있었다.
서린은 그것을 원했다.
치우가 입구의 포스터를 보니 서린의 이름이 작게 적혀 있었다. 행사의 한 순서에 나오는 사람이었다. 그 위에는 회복과 가족의 지지라는 표현이 있었다.
서린은 그 포스터를 봤다.
“저 제목 내 허락 없이 썼어.”
그녀가 말했다.
서준은 이마를 문질렀다.
“좋은 뜻으로……”
“누구한테 좋은데.”
서린이 물었다.
치우는 초대장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이 집에서는 이미 여러 번 있었던 대화 같았다.

행사장 안에서 치우는 서린이 정한 자리에 앉았다.
맨 앞줄이었다. 서준이 그를 뒤로 옮기려고 했지만 서린이 이름표를 다시 붙였다. 태석은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무대를 봤다.
치우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불편하나.”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니가 불편해 보인다.”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속삭였다. 누구는 고병권과 함께 찍힌 사진을 봤을 것이고, 누구는 부산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치우는 그 시선이 평소와 다른 이유를 알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자기가 무엇을 보여 줄지 정하지 못했다.
서린이 무대로 올라갔다.
준비된 영상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의 사진은 길게 나오지 않았다. 성인이 된 뒤의 활동과 가족행사가 빠르게 지나갔다. 화면은 서린이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었다.
서린은 마이크를 잡았다.
영상이 끝나기 전에 손을 들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진행자가 당황한 얼굴로 무대 옆을 봤다.
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서린은 원고를 읽지 않았다.
치료받았던 사실을 부끄럽게 숨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족의 관대함을 증명하는 이야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치우는 서준을 봤다. 그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서린은 말을 이었다.
“제가 한 선택의 책임도 있습니다. 도움을 받은 사실도 있습니다. 그 두 가지를 어느 한쪽이 전부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원고를 접었다.
“앞으로 제 이름으로 하는 일은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박수는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뒤쪽에서 누군가 먼저 손뼉을 쳤고 몇 사람이 따라 했다. 다른 사람들은 기다렸다. 가족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려는 얼굴들이었다.
치우는 박수를 쳤다.
그 순간 서준이 그를 봤다.
서린이 왜 자기를 맨 앞에 앉혔는지 알았다. 그의 박수가 어떤 의미로 읽힐지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린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얼굴은 들고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 서린은 로비 구석에서 물을 마셨다.
태석이 직원에게 부탁해 가져온 물이었다. 치우는 그녀에게 잘했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어른이 어른을 평가하는 말처럼 들릴 것 같았다.
서린이 먼저 말했다.
“저를 도와주신 건 아닙니다.”
치우가 그녀를 봤다.
“제가 이용한 거예요. 강치우 씨가 여기 앉아 있으면 오빠가 함부로 말을 못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치우는 웃었다.
“효과가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서린은 바로 답했다.
그 솔직함이 이상하게 편했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오늘 일을 이유로 치우에게 무엇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부탁한 것도 없습니다.”
“나중에 부탁할 때 오늘 일하고 섞지 마세요.”
그녀가 말했다.
치우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서린은 자신이 사람을 쓰는 것과 쓰인 뒤의 빚을 따로 정하려 했다. 그것이 얼마나 가능한 일인지 치우는 확신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도 필요하면 남의 이름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이 이전의 단정한 법률가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며칠 뒤 서린은 다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행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라파엘이 관계된 회사 자료를 꺼냈다. 치우가 검토를 부탁한 것이었다.
그녀는 특정 회사와의 관계만으로 범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먼저 말했다. 치우는 알고 있다고 했다.
“정말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자료보다 먼저 결론을 가지고 오신 것 같아서요.”
치우는 사진을 봤다.
엘치우의 집 앞에 선 라파엘과 호아킨.
서린이 물었다.
“이 집을 보신 적 있습니까.”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사진으로요.”
“이 사진 말고.”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린은 자기 메모를 꺼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방을 말씀하셨어요. 저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작은 방이 있었다고.”
치우의 손이 멈췄다.
기억을 설명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을 것이다.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가 말했다.
서린은 펜을 내려놓았다.
“누구에게요.”

치우는 라파엘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상대가 확인하면 거짓말이 드러날 것이었다. 에바의 자료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방의 구조는 공개 자료에 없었다.
서린은 기다렸다.
치우는 처음으로 그녀 앞에서 서류를 덮었다.
“지금은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서린은 그의 얼굴을 봤다.
“그러면 이 부분은 검토에서 빼겠습니다.”
“사실인데도요.”
“제가 확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사진을 돌려주었다.
치우는 그것을 받지 않고 탁자 위에 두었다. 자기 삶에서 가장 분명한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는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전생의 권력은 이번 세계에서 증명서가 없었다.
서린이 물었다.
“라파엘 씨와 예전부터 아는 사이입니까.”
치우는 창문을 봤다.
그녀의 사무실에서는 멀리 도로가 보였다. 사람들이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넜다. 한 번에 말하면 믿지 않을 이야기를 몇 번에 나누면 믿게 할 수 있을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서린은 그의 나이를 떠올리는 표정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말할 수 있습니까.”
치우는 고개를 저었다.

서린은 화내지 않았다.
대신 지금까지 치우에게서 받은 설명 가운데 확인해야 할 부분을 다시 표시했다. 대답을 못 한 질문 옆에는 빈칸을 두었다.
그 빈칸들이 치우에게는 정희의 공책보다 더 낯설었다.
잘못했다는 말도 거짓말이라는 말도 없었다.
아직 믿을 수 없다는 표시만 있었다.
서린이 말했다.
“제가 믿어야 할 사람이라는 이유로 믿지는 않겠습니다.”
치우는 사진을 집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날 가족 행사에서 저를 도와주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요.”
그녀가 덧붙였다.
치우는 서류철을 닫았다.
그날은 그녀가 정한 선을 넘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오는 길에 서린의 전화가 울렸다. 서준이었다. 그녀는 이름을 보고 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치우는 문 앞에서 멈췄다.
“안 받으십니까.”
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제가 일하는 시간입니다.”
치우는 문을 닫고 나왔다.
자기 시간을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한동안 귀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