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청부업자의 마지막 의뢰

9화 · 9화. 열이 나는 밤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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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못 나가요.”

도은이 말했다.

나는 시계를 봤다.

금요일 아침이었다. 어젯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한 시간 남아 있었다.

“누가 연락했습니까.”
“봄이 열나요.”

나는 대답을 멈췄다.

머릿속에 떠올랐던 얼굴들이 한꺼번에 쓸모없어졌다.

“많이 아픕니까.”
“진료 보고 왔어요. 지금은 좀 자요.”

그녀의 뒤에서 작은 기침이 들렸다.

이번에는 그 소리를 따라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아이가 아픈 아침이었다.

* * *

도은은 경찰 쪽 일정도 미뤘다고 했다.

나는 어제 그녀가 말하려다 멈췄던 직원 이름을 생각했다. 오늘 만나면 더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잠깐만 나와도.”

거기까지 말하고 멈췄다.

전화기에서 도은이 숨을 내쉬었다.

“미란 씨가 봐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있고 싶다고요.”

나는 숙소 바닥을 봤다.

캐리어 바퀴에 긁힌 자국이 길었다.

“알겠습니다.”
“아는 표정 짓고 있죠.”

내가 대답을 못 하자 그녀가 말했다.

“전화라 다행이에요.”

조금 웃는 소리였다. 화가 전부 풀린 웃음은 아니었다.

* * *

“필요한 게 있으면.”

내가 말했다.

도은은 곧바로 없다고 했다.

나는 통화를 끝내려 했다.

그때 그녀가 다시 나를 불렀다.

“잠깐만요. 마침 나가실 거면 하나만.”

나는 일어섰다.

약이나 먹을 것을 생각했다.

“줄 없는 작은 공책이요. 너무 두껍지 않은 거.”
“공책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줄 있는 거예요.”

설명을 들어도 차이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덧붙였다.

“봄이가 그림 밑에 줄 생기는 게 싫대요.”

그 정도면 이유가 됐다.

* * *

나는 문구점에서 한참 서 있었다.

공책이 그렇게 많은 종류로 나뉘는 줄 몰랐다.

얇은 것. 두꺼운 것. 그림 있는 것. 아무것도 없는 것.

사장이 다가와 물었다.

“몇 학년이 써요?”

일곱 살이라고 하자 그는 그림 그릴 거냐고 되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가 선반 한쪽을 가리켰다.

나는 가장 비싼 것을 집었다가 내려놨다. 크고 단단했다. 아픈 아이가 침대에서 들고 볼 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얇은 것을 골랐다.

사장이 봉투에 넣다가 내 오른팔을 봤다.

“봉투 손잡이 길게 드릴까요?”

나는 고맙다고 했다.

내가 못 하는 것이 자꾸 밖으로 보였다.

* * *

가게 문을 나서는데 전화가 울렸다.

오세진이었다.

나는 멈춰서 받았다.

“어제 연락하겠다고 한 건 내가 아니었습니까.”

그가 말했다.

“문자는 봤습니다.”
“보고도 안 왔고요.”

나는 공책 봉투를 들고 있는 손을 바꿨다.

오세진은 수리점 주인에게 열쇠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했는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내가 방을 떠났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분한테 더 설명할 일을 만들지 마십시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 올 겁니까.”

형사는 물었다.

나는 오늘이라고 하지 못했다.

거짓 약속을 하면 잠깐 편해질 것이다. 대신 그 한마디도 나중에 돌아올 것이다.

“못 정했습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우리는 정해 놓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화가 끝났다.

* * *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쳤다.

붕대가 보이지 않게 입은 옷에서도 오른쪽 어깨는 낮았다.

예전에는 이 정도 다친 것을 남이 알아보면 짜증이 났다. 오늘은 문구점 사장이 봉투를 바꿔 준 것이 떠올랐다.

도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샀습니다.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나는 봉투 안을 다시 봤다.

크기만 맞으면 되는 일이라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도은이 알려준 조건을 두 번 읽어야 했다.

전화가 다시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이번에는 형사가 아니었다.

“선생님 말씀은 들었습니까?”

나는 걸음을 멈췄다.

* * *

봉투를 주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입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가 뭘 준답니까? 우리가 드린 것보다 큰 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차가 지나갔다.

물 고인 곳을 밟은 소리가 났다.

“나한테 전화할 시간에 다른 일 알아봐.”

내가 말했다.

남자가 짧게 웃었다.

“지금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는 아십니까?”

나는 공책 봉투를 쥔 손을 내려다봤다.

아침에 문구점에 들렀다가 형사에게 전화를 받은 자리.

그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자리였다.

“선생님께 전화 드리세요. 아직은 말씀 들어 보실 겁니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끊었다.

* * *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선생님과 만나면 의뢰인 쪽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돈이나 방만은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면 끝나던 일.

누가 열이 나는지, 누구의 딸이 학교에 가지 못했는지 묻지 않아도 되는 하루.

문구점 사장이 안에서 손짓했다.

계산대에 영수증을 놓고 나온 모양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종이를 받았다.

별것도 아닌 것을 찾으러 다시 오는 일이 귀찮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버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공책을 사 달라고 한 사람에게 가격을 알려줘야 했다.

* * *

미란을 만난 것은 오후였다.

도은이 공책을 받을 사람으로 그녀를 보냈다.

그녀는 내가 든 봉투부터 봤다.

“다른 건 없죠?”
“공책만 있습니다.”

미란은 받아서 안을 들여다봤다.

나를 믿지 않는 행동이었다. 나는 기다렸다.

“도은 씨가 돈 보냈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 확인했다.

맞는 금액이 들어와 있었다.

더 얹어 주지 않았고, 갚을 수 없는 선물로 만들지도 않았다.

미란은 봉투를 자기 가방에 넣었다.

“왜 그런 일을 해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공책 심부름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 * *

“도은이가 자세히 말 안 해요.”

미란이 말했다.

“당신이 위험한 사람인 건 알아요. 만나지 말랬더니 자기가 결정한대요.”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저는 당신한테 부탁 안 해요. 그 애 잘 지켜 달라는 말도 안 할 거고.”

미란은 가방끈을 고쳐 멨다.

“싫다고 하면 좀 들어요. 그게 내가 부탁할 수 있는 전부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나를 믿는다는 말 없이 돌아섰다.

잠시 뒤 다시 돌아왔다.

나는 몸을 굳혔다.

그녀가 내 손에 남은 영수증을 가리켰다.

“그거요. 잔돈 확인해야 해서.”

나는 건넸다.

그녀가 이번에는 정말 떠났다.

* * *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주인이었다.

방 열쇠를 돌려받았다고 했다. 내가 요청해 두었던 전달을 다른 사람이 마쳤다는 연락이었다.

“남은 돈은 나중에 정리합시다.”

그가 말했다.

보증금과 쓰지 않은 기간의 돈이 조금 있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 여자랑 애는 괜찮은 거예요?”
“지금은요.”

주인은 잠깐 말을 멈췄다.

“찬장에 컵 하나 있더군요.”

나는 버리라고 하려다가 멈췄다.

그는 내가 대답하기 전에 자기가 두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어깨가 더 아팠다.

방을 잃은 것보다, 내가 나가고 난 뒤 누가 컵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쓰렸다.

* * *

도은은 저녁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잠깐 일어나 그림을 그리다가 다시 누웠다고 했다.

“기린 그렸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기린이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렸다.

그림을 잘 그렸냐고 물을 뻔했다.

“목이 공책 밖으로 나갔대요.”

도은이 작게 웃었다.

“그래서 두 장 썼어요.”

나는 빈 벽을 봤다.

공책이 너무 작았던 것 같다고 하자 그녀가 이번에는 조금 더 웃었다.

“원래 기린은 길잖아요.”

나는 그렇다고 했다.

오늘 내가 고른 물건 중 하나는 제대로 쓰였다.

* * *

“당신 밥은요.”

도은이 물었다.

나는 아직이라고 했다.

그녀는 잠시 조용했다.

“저도요.”

그 말 뒤에 피곤한 숨이 붙었다.

아이를 돌보는 하루가 끝나도 자기 하루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근처에서 음식 사 오라는 말을 하려다가 참았다. 그 정도는 그녀도 알 것이다.

“지금 먹는 동안 기다릴까요.”

내가 물었다.

도은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전화 들고 밥 먹으라고요?”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녀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전화기를 내려놨다.

젓가락 봉지 뜯는 소리가 들렸다.

* * *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내 음식도 꺼냈다.

편의점에서 산 차가운 김밥이었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몇 초씩 조용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거슬리지 않았다.

도은은 밥을 절반쯤 먹고 말했다.

“오늘 와 달라고 했으면 왔을 거예요?”
“예.”
“어디로 오라고도 안 했는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잠깐 뒤 말했다.

“안 불렀으니까 안 와서 고마워요.”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받기 어려운 고마움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남이 알아보는 경험이 별로 없었다.

* * *

통화가 끝날 무렵 문자가 도착했다.

도은의 쪽이었다.

그녀가 화면을 보는지 말소리가 끊겼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물었다.

“사람을 찾고 있대요.”
“누가.”

도은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 웃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문재경 씨 누나가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녀는 내게 설명했다.

자료를 돌려준 뒤 연락이 끊긴 직원.

회사는 자발적으로 퇴사하고 잘 지낸다던 사람.

가족은 그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먹던 것을 덮었다.

오늘 미룬 이야기가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