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10화. 사라진 빈칸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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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경 씨는 살아 있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도은은 모른다고 했다.
그 짧은 대답이 방 안을 좁게 만들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었다가 다시 댔다.
“누나는 뭐라고 합니까.”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젠지 물어요. 저한테.”
금요일 밤이었다.
아이의 열은 조금 내렸다고 했다. 도은은 미란이 옆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탁자 앞에 앉았다.
오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제 해야 했다.
* * *
문재경은 회사에서 자료를 모아 회의에 올리던 직원이었다.
도은이 음성을 정리하면, 그가 회의 날짜와 참석자 이름을 확인해 줬다고 했다.
그가 이름 하나를 잘못 쓴 적이 있었다.
도은이 고쳐 보내자 다음부터 자기 이름에도 밑줄을 그어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게 웃기지도 않은데 매번 그랬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남자가 살아 있을 때의 작은 습관을 처음 들었다.
아직 죽었다는 말은 없었다.
내가 혼자 문장 끝을 그렇게 닫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빴다.
* * *
“마지막으로 본 날은.”
“지난주예요. 자료 돌려주러 간다고 했어요.”
그녀는 그때 자신도 같이 가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가지 않았다.
김상범의 부고를 본 뒤였기 때문이다.
“재경 씨는 자기한테는 사과했다고 했어요. 괜히 같이 겁먹게 했다고.”
나는 지난 수요일 원진욱이 도은에게 보냈던 말을 떠올렸다.
오해였다.
정리하면 끝난다.
회사는 말을 바꾸지 않고 사람만 바꿨다.
도은이 말했다.
“한 시간 뒤에 다시 전화하겠댔어요.”
그 전화는 오지 않았다.
* * *
도은은 문재경의 누나와 통화한 내용을 전했다.
누나는 남동생이 회사를 관뒀다는 말을 도은에게 처음 들었다고 했다.
회사에 물었을 때는 개인 사정이라 답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어머니에게는 일이 바빠서 못 간다고 했다는 연락이 있었다.
그다음은 없었다.
“제가 왜 더 빨리 연락 안 했냐고 묻지는 않았어요.”
도은이 말했다.
“그냥 한 번만 더 생각해 달라고 했어요. 어디 간다고 한 적 없냐고.”
그녀의 숨이 짧아졌다.
나는 괜찮다고 하지 못했다.
괜찮을 만한 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 * *
“형사에게 말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도은은 지금 연락을 남겼다고 했다.
나는 누나 번호를 달라고 하려다가 멈췄다.
그 가족은 동생의 마지막 목소리를 찾고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그 앞에 나타나면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내가 찾으면.”
말이 끝나지 않았다.
도은이 물었다.
“누구한테 찾아갈 건데요.”
나는 원진욱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요. 당신이 찾아오겠다고 하면 나는 그 말만 기다릴 수도 있어요.”
나는 침대 끝에 앉았다.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 * *
잠시 뒤 도은이 사진 하나를 보냈다.
서류를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화면을 확대했다.
김상범의 회사 방문 당시 외부의 강요나 신체적 충돌이 없었다는 취지의 문장이 있었다.
아래에 서도은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빈칸은 없었다.
“이게 뭡니까.”
내가 물었다.
도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서명과 날짜를 번갈아 봤다.
그녀가 말했다.
“제가 쓴 거예요.”
나는 이번에는 알겠다고 하지 않았다.
알고 싶은데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다.
* * *
“직접 봤습니까?”
“전부는 못 봤어요.”
그날 도은은 회의 자료를 맡기러 회사에 갔다고 했다.
문이 닫힌 방에서 김상범이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게 해 달라는 말도 들었다.
나중에 복도로 나온 그의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직원 한 명이 부축했고, 다른 사람이 도은에게 업무 보러 왔으면 사무실로 가라고 했다.
그녀는 갔다.
나는 눈을 감았다.
사진 속 문장을 다시 읽을 필요가 없었다.
강요도 충돌도 없었다.
그녀는 적어도 그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 * *
“왜 썼습니까.”
물어 놓고 내 목소리가 싫었다.
나는 남을 심문할 자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물었다.
도은은 그 말을 피하지 않았다.
“일 끊긴다고 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자료를 밖에 가져간 일로 돈도 물어야 한대요. 당장 보증금 빼서 내야 할 것처럼 말했어요.”
나는 잠자코 들었다.
“그때 봄이 병원비도 있었고. 그렇다고 애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녀가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제가 무서워서 썼어요.”
이번에는 목소리가 고르게 나왔다.
계속 미뤄 두었던 문장을 마침내 읽은 것 같았다.
* * *
나는 미간을 눌렀다.
그녀를 탓할 말보다 도망칠 말을 먼저 떠올렸다.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고.
그런 말은 선생님이 잘했다.
내가 처음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세상이 원래 그렇다고 했다.
나는 도은에게 같은 말을 하려고 했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물었다.
“아무 말 없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냥 들어요.”
나는 전화기를 조금 더 가까이 댔다.
도은이 계속 말했다.
* * *
확인서를 쓰고 나서 돈이 들어왔다고 했다.
밀린 작업 대금이었다.
그녀는 며칠 동안 잔액을 볼 때마다 안심했다.
그러고 나서 김상범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재경이 보낸 짧은 부고였다.
“회사에서 조문 안 가도 된다고 했어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도은이 말했다.
“그 말이 너무 편했어요.”
나는 시계를 봤다.
시간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아무거나 봤다.
“그 뒤에 소리를 다시 들었어요. 저 입이 문제라는 말.”
도은은 자기 이름이 적힌 서류를 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버리지는 못했다.
기록을 남기면 용감해지는 줄 알았는데, 남겨 놓고도 계속 무서웠다고 했다.
* * *
“형사에게도 말하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내일이라도.”
“오늘은 아이가.”
내가 말하자 도은이 잠깐 멈췄다.
“그래서 전화로 먼저 말할 거예요. 자세한 건 내일 설명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볼 수 없는 것을 또 잊었다.
“예.”
대답했다.
“그 사람이 나를 못 믿어도.”
도은이 말을 멈췄다.
나는 기다렸다.
그녀가 끝내지 못한 문장을 남겨 놓은 채 미란을 불렀다.
잠깐 봄 옆에 있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미란이 그러겠다고 했다.
도은은 내게 전화를 끊겠다고 말했다.
나는 기다리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 시간을 내가 받을 차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 * *
오세진은 늦은 전화에도 받았다.
도은은 서명했다는 말부터 했다.
무명에게 했던 설명보다 짧았다. 이유를 먼저 말하면 변명처럼 들릴까 봐 무서웠다.
형사는 사진을 확인한 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도은은 그 침묵 속에서 내일 약속이 취소될 것을 기다렸다.
세진은 다른 것을 물었다.
“그 방에서 나가게 해 달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요.”
“네.”
“상처는 어느 쪽이었습니까.”
도은은 기억나는 데까지 대답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자신 없다고 했다.
형사는 내일 그 설명부터 다시 하자고 했다.
그녀는 전화기를 놓고 의자에서 한참 일어나지 못했다.
* * *
미란이 물 한 컵을 놓았다.
도은은 손을 뻗다가 멈췄다.
“내가 잘못한 게 있어.”
그녀가 말했다.
미란은 아이가 있는 문을 보고 와서 앉았다.
“말해.”
도은은 친구에게 다시 이야기했다.
같은 말을 세 번째 하는데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미란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
말이 끝났을 때 그녀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라는 말은 못 하겠어.”
도은이 고개를 숙였다.
미란이 물컵을 조금 당겨 줬다.
“그래도 지금은 말하고 있는 거잖아. 내일도 말해.”
그녀는 컵을 받았다.
* * *
나는 숙소에 혼자 있었다.
도은의 사진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그녀가 자기 이름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생각했다.
내 이름이 적힌 종이는 많지 않았다. 다른 사람 이름이 적힌 종이는 많았다.
그 차이가 지금까지 나를 편하게 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놨다.
금요일이 끝나고 있었다.
내일 오세진에게 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였다.
그는 낮에도 저녁에도 연락했다. 나를 찾는 손을 잠시 거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계속 몸을 빼고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면 쉬울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아직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 * *
도은에게 짧은 문자가 왔다.
형사한테 말했어요.
나는 답장을 썼다.
읽었습니다.
좋은 대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잘했다고 적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 뒤 그녀가 다시 보냈다.
봄이는 잘 자요.
나는 그 두 문장을 나란히 봤다.
어머니가 잘못을 말하는 동안에도 아이는 잘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고마웠다.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듯 도은은 하루 종일 굳어 있었다.
오늘 그녀는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이기를 포기하고도 딸 옆으로 돌아갔다.
* * *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밤이 늦었는데도 그는 바로 받았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밥 먹었냐.”
나는 먹었다고 했다.
“내일 저녁은 나랑 먹자.”
그가 말했다.
나는 방 안의 노란 벽을 봤다.
“할 말이 있습니다.”
“그래. 만나서 해.”
그는 아직 내가 돌아오려는 줄 알았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전화로 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말해야 했다.
전화를 끊자 도은이 보낸 서명의 모양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내일 만나러 갈 사람은, 남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가장 많이 건네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