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15화. 빈 좌석의 신호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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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말을 먼저 한 사람은 나였다.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래쪽이라고 했지.”
“아래에 지구가 있잖아요.”
“그 사이에 못 쓰는 물건도 많아.”
노인은 신호 상자를 식탁 가운데에 놓았다. 내가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자 뒤로 밀었다.
하루가 웃었다.
나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아래를 가리킨 손가락 하나 때문에 밤새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정거장 밖으로 나가는 상상을 한 적은 있었다. 미래의 나는 돈을 많이 모으면 상층의 큰 방을 살 생각이었다. 큰 방의 창문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었다.
그 지구에 내려가면 어떨지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
리안이 내 앞에 종이를 내밀었다.
희미한 선 몇 개가 그려져 있었다.
“흥분했으면 들 힘도 있겠네.”
그는 무거운 측정 상자를 가리켰다.
나는 오른손을 뒤로 감췄다.
*
상자는 하루와 함께 들었다.
나는 왼쪽 손잡이를, 그녀는 오른쪽 손잡이를 잡았다. 걸음이 맞지 않아 자꾸 내 쪽으로 기울었다.
“신나서 먼저 가지 마.”
하루가 말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옛 적재실이었다.
지금 쓰는 운송 구역보다 바깥쪽에 붙은 곳으로, 예전 지상 연락 장비 일부가 보관돼 있었다. 리안이 오래전에 그곳에서 일했다. 그가 새로 받은 임시 정비 표지를 목에 걸었다.
신호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겠다고 하자 담당자는 쓸 수 있는 장비만 남아 있으면 해 보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표정이었다.
세라는 그 말을 듣고도 밝게 웃지 않았다.
그녀는 바깥 복도의 벽을 만지며 걸었다.
지구 쪽이라고 해서 다른 촉감이 나는 벽은 아니었다.
*
리안의 걸음은 느렸다.
우리는 두 번 멈췄다.
두 번째에는 내가 먼저 물을 마시자고 했다. 그는 내 가슴이 별로 오르내리지 않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늙은이 기다리는 척도 연습해야 해.”
나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사레가 들었다.
하루가 웃다가 상자를 놓칠 뻔했다.
세라가 아래를 받쳤다.
네 사람이 겨우 상자 하나를 들고 가는 꼴이었다.
리안은 그것을 보고 옛날에도 혼자 들면 꼭 망가뜨리는 물건이었다고 했다.
나는 누가 망가뜨렸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앞을 가리켰다.
우리는 웃으며 다시 걸었다.
*
적재실 안은 추웠다.
사람이 오래 머무는 곳의 따뜻한 냄새가 없었다. 먼지도 떠다니지 않았다. 바닥에 얇게 달라붙어 있었다.
리안은 장갑을 낀 손으로 난간을 잡았다.
그는 장비를 먼저 찾지 않았다.
빈 좌석을 보았다.
관측창 앞에 두 사람이 앉을 자리가 있었다. 한쪽 의자는 바닥에 고정돼 있었고 다른 쪽은 떼어져 없었다.
노인은 남은 의자 등받이를 눌렀다.
쿠션이 천천히 돌아왔다.
“여기였어요?”
하루가 물었다.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는 자리가 거기에 있었다.
그 옆에 앉았던 사람은 없었다.
*
세라가 창의 먼지를 닦았다.
밖은 검었다.
한참 보고 있자 검은 것과 조금 덜 검은 것이 구별됐다. 멀리 희미한 곡선이 있었다. 지구의 밤 쪽 가장자리였다.
나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광고 화면처럼 파랗고 환하지 않았다.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낯설었다. 팔기 위해 밝게 만든 것이 아닌, 그냥 거기 있는 커다란 어둠이었다.
하루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내가 창을 보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상자를 연결할 자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돌아섰다.
감탄할 때마다 일이 누군가에게 넘어갔다.
이번에는 내가 빈 좌석 아래의 가림판을 옮겼다.
*
신호는 끊겼다가 돌아왔다.
리안은 소리 크기를 높이지 않았다.
그는 옆에 작은 표지를 세웠다. 우리가 가져온 상자와 오래된 장비가 같은 것을 듣는지 비교했다.
처음에는 맞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은 것 아니냐고 물으려는 순간, 하루가 바닥의 선 하나를 가리켰다. 선이 닿은 접점이 녹슬어 있었다.
그녀가 담당자에게 교체 부품을 요청했다.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기적 같은 소리를 듣지 않았다.
나는 빈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났다.
리안이 그 자리를 보았다.
“앉아도 돼.”
그가 말했다.
나는 다시 앉았다.
*
부품을 가져온 직원이 장비를 켰다.
적재실 안쪽에서 둔한 소리가 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가 전원을 낮췄다. 소리가 멎었다.
안쪽의 차단문에는 오래된 비상 표지가 붙어 있었다. 신호를 바깥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그 뒤에 있었다.
직원은 그 문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리안은 잠깐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알던 문과 지금 문이 달랐다. 덧붙인 판정 장치가 손잡이를 가리고 있었다.
비상 개방은 임무 승리 항목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 퍼센트.
나는 그 숫자를 봤다.
여기까지 와서도 문 하나를 열려면 승자가 돼야 했다.
*
하루는 문 옆의 압력 표시부터 확인했다.
직원이 반대편 상태를 불러 주었다. 공간이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상태는 유지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것과 우리가 들어가는 것은 별개였다.
이번에는 그 말을 듣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리안은 자기 상자를 무릎에 올렸다. 손끝으로 두 번 두드렸다. 상자 안에서 두 번 답하는 소리가 났다.
그는 소리에 맞춰 눈을 감았다 떴다.
세라가 나를 봤다.
나는 그래프가 문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직원에게 물러설 자리를 가리켰다.
하루도 장비를 벽 쪽으로 옮겼다.
*
손가락을 쥐는 데 시간이 걸렸다.
덱을 친 뒤로 부기는 조금 빠졌지만 손등의 멍은 더 짙었다.
나는 손목을 돌렸다.
세라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오늘 꼭 해야 해요?”
나는 리안을 봤다.
그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늙은 사람이 기다린다고 내 손을 쓰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창밖의 어두운 곡선을 다시 보았다.
“내가 알고 싶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은 눈을 감지 않았다.
*
서른 날이 더 빠졌다.
매듭이 손앞에서 깨지는 순간 문 아래로 빛이 흘렀다.
문은 천천히 열렸다.
나는 벽에 왼손을 댔다. 손을 거두려니 오른팔 전체가 묵직하게 울렸다. 이기면 소리를 지르던 습관이 있었는데 오늘은 숨부터 나왔다.
하루가 먼저 안을 살폈다.
직원이 장비 상태를 확인한 뒤 들어갔다. 세라는 문 앞에 서서 우리를 차례로 보냈다.
리안은 내 옆을 지나며 멈췄다.
그는 내 손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어깨에 걸린 작은 가방을 반대쪽으로 옮겨 내가 지나갈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그 뒤로 걸었다.
*
안쪽에는 창이 없었다.
장치의 불빛만 있었다.
하루가 바닥에 앉아 선을 살폈고 리안은 의자를 끌어왔다. 직원은 오래된 표지와 새 표시가 다른 것을 보고 연신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한 번 잘못 연결했다.
상자에서 높은 소리가 났다.
리안이 바로 끄라고 했다. 하루가 손을 뗐다.
나는 귀를 문질렀다.
두 번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세 번째가 되어서야 두 번 울리던 음 사이에 짧은 목소리가 섞였다.
누구의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세라의 손이 멈췄다.
*
목소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상 관측소 식별 표지.
폐쇄 전의 낡은 안내였다. 사람이 지금 마이크 앞에 앉아 우리에게 말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리안은 다시 듣고 시간을 적었다.
나는 실망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창 없는 벽을 봤다.
하루는 오히려 장비 앞으로 다가갔다.
“한 번 더.”
그녀가 말했다.
리안이 재생했다.
그녀는 자기 측정값을 맞춰 보았다.
목소리 뒤로 새로 붙는 신호가 있었다. 날짜의 일부와 짧은 상태 표지였다. 끝까지 읽히지 않았다.
하루의 눈이 바빠졌다.
*
“살아 있다는 뜻이야?”
내가 물었다.
하루는 고개를 저었다.
“기계가 지금 응답하는 것까지.”
“지구에서?”
“그쪽 설비 표지는 맞아. 근데 중계가 어디를 거치는지 더 봐야 해.”
나는 다시 질문하려다가 멈췄다.
세라가 내 앞에 물을 놓았다.
나는 왼손으로 잡았다.
물통 옆면이 찌그러졌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었다.
리안은 똑같은 소리를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그가 웃었다.
아주 조금이었다.
“아직 일하는 놈이 있네.”
그가 말했다.
그 말이면 오늘은 충분했다.
*
돌아오기 전에 리안은 빈 좌석 앞에 섰다.
그는 자기 신호 상자를 한 번 의자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
나는 무엇을 두고 가고 싶은지 묻지 않았다.
노인은 등받이를 눌렀다.
쿠션이 또 천천히 올라왔다.
이번에는 끝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세라가 창가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지구를 본 얼굴이었지만 웃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는 저렇게 어두운 줄 몰랐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지구에서 살던 때를 묻고 싶었다.
하루가 문밖에서 우리를 불렀다.
세라는 그쪽으로 걸었다.
나는 다음에 물어보기로 했다.
*
일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반장에게 연락했다.
그가 사람 목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오래된 녹음과 현재 신호의 일부를 들었다고 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말하고 나니 별것 아닌 보고처럼 들렸다.
반장은 한동안 조용했다.
그러고는 오늘 저녁에는 의자를 하나 더 펼치겠다고 했다.
리안이 들고 오는 장비를 올려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웃었다.
손목에 남은 비용은 백팔십 일이었다.
식탁에 놓을 것은 그 숫자보다 작았다.
아직 꺼지지 않은 답 하나.
나는 왼손으로 신호 상자를 단단히 받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