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두 사람의 밤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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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는 식당의 작은 방에 혼자 있었다.
상 위에는 회와 매운탕이 놓여 있었지만 젓가락은 한 벌만 펼쳐져 있었다. 치우는 자기 몫의 젓가락을 뜯었다. 문수는 그 손을 보다가 술잔을 내밀었다.
“따라라.”
치우가 병을 들었다.
술이 잔에 찼다. 문수는 마시지 않았다.
“성오 누나가 경찰서 갔단다.”
치우는 병을 내려놓았다.
예상했던 말인데도 속이 내려앉았다. 생각 속에서 받아들인 결과와 실제로 닥친 결과는 달랐다.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밝히는 순간 다른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속도를 치우가 정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뭘 알아.”
문수가 잔을 탁자에 놓았다.
“나는 니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놈 처음 본다.”
치우는 회 접시를 보았다. 잘린 생선이 다시 생선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살아 있을 때의 자세를 흉내 낸 죽은 것. 갑자기 식욕이 사라졌다.
“숨기라고 말씀 안 하셨습니다.”
“사람 죽인 건 시키지 않아도 입 다물어야지.”
문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진짜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늘 큰소리를 치던 사람이 낮게 말할 때에는 듣는 사람의 몸이 먼저 긴장한다.
치우는 무릎에 힘을 주었다.
문수가 물었다.
“겁 안 나나.”
치우는 이번에는 바로 대답했다.
“납니다.”
“그런데 왜 그랬노.”
“형님한테도 나니까요.”
문수의 얼굴이 움직였다.
치우는 말을 이어 갔다.
“성오 형 얘기를 혼자 들고 계시면, 제가 언제까지 형님한테 쓸모 있어야 살지 모르겠습니다.”
문수는 웃었다. 술잔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니가 나를 뭘로 보고 있는지 알겠다.”
치우는 그 웃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문수가 알고 싶은 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었다. 치우가 그 사실을 안 뒤에도 고개를 숙일 것이냐였다.
“멀리 가라.”
문수가 말했다.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경수가 하는 일 도와라. 여기 말고. 한동안 이 동네서 눈에 띄지 마.”
“경찰에서 찾으면요.”
“연락 오면 가면 되지.”
문수는 가방을 열어 돈을 꺼냈다. 백만 원 봉투보다 두꺼웠다. 치우 앞에 놓지는 않았다. 자기 곁에 두고 손바닥으로 눌렀다.
“니 먹고살 만큼은 챙겨 준다. 대신 태석이는 여기 두고 가라.”
치우는 문수의 손을 보았다.
도망치라는 말이 아니었다. 분리하겠다는 말이었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문수가 정하고, 누가 누구와 말할 수 있는지 문수가 정하는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뜻.
치우가 물었다.
“경수 형도 갑니까.”
“잠깐.”
“그다음에는 저 혼자고요.”
문수는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대접해 주니까 자꾸 고르네.”
치우는 돈을 받지 않았다. 받는 순간 문수에게 결정권을 돌려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받지 않으면 더 나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전생의 기억이 답을 주지 않았다.
멕시코의 자기 집에서는 부하들이 이렇게 앉아 있었다. 엘치우는 돈을 꺼내 놓고 선택하라고 말하곤 했다. 두 길 모두 자기가 만든 길인 것을 알면서도.
그중 한 사람이 라파엘이었다.
치우는 아주 오래전 식탁을 떠올렸다. 라파엘이 돈을 받지 않고 웃던 얼굴. 주인 앞에서 끝까지 태연한 척하던 입술. 자신은 그것을 충성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그 표정을 이해했다.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치우가 말했다.
문수는 돈을 가방에 넣었다.
“해 지기 전까지.”
치우가 돌아왔을 때 창고 앞에는 모르는 사내가 서 있었다.
잠바 안쪽에서 신분을 보여 주었다. 이진욱 형사라고 했다. 마흔쯤 된 얼굴이었다. 태석이 문 안쪽에 서 있었고, 형사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강치우 씨죠.”
“예.”
“임성오 씨 일로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치우는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형사는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았다. 새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탁자 위에는 빈 컵이 두 개 있었다. 그는 수첩에 무엇인가 적었다. 정희가 공책에 이름을 적던 손과 달리 빨랐다.
“지금 어디 삽니까.”
치우는 주소를 말했다.
“여기서는 무슨 일 합니까.”
치우는 잠깐 망설였다.
문수가 맡긴 곳. 돈 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아직 아무것도 아닌데 곧 무언가가 될 것 같은 곳. 어느 답도 직업이 아니었다.
“심부름합니다.”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성오 씨 사망 전후에 있었던 일, 따로 날짜 잡아서 진술하셔야 합니다. 연락받을 곳 바뀌면 알려 주고요.”
치우는 알겠다고 말했다.
형사는 그의 입술과 관자놀이를 보았다. 상처는 아직 남아 있었다. 왜 생겼는지 물었고, 치우는 성오에게 맞았다고 대답했다. 형사는 더 묻고 적었다. 치우가 설명을 마쳤을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낯설었다.
여기서 한 말이 누구에게 얼마나 유리한지 당장 알 수 없었다.
태석에게도 질문이 돌아갔다. 친구는 치우를 보았다.
형사가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박태석 씨한테 묻는 겁니다.”
태석은 고개를 숙였다.
치우는 처음으로 자기가 끼어들 수 없는 대화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형사가 돌아간 뒤 태석은 오래 서 있었다.
“말해야 한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탁자에 앉았다.
“뭘.”
“다.”
태석은 문을 닫았다. 나무가 틀어져 있어서 끝을 밀어야 잠겼다. 몇 번 힘을 주고 나서야 걸쇠가 맞았다. 그는 손잡이를 잡은 채 치우를 돌아보았다.
“내가 거짓말한 거. 형들이 시킨 거. 니 맞은 거. 다 말하면 안 되나.”
“말하라 했잖아.”
“그 말만 하지 말고. 니도 같이 가자.”
치우는 친구를 보았다.
태석은 그 말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형사가 오기 전부터, 어쩌면 정희가 울던 낮부터.
“우리가 뭐가 있다고 여기 있어야 하는데. 매일 맞고 남이 시키는 거 하고, 이제 사람까지 죽고. 이거 더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치우는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새 의자 여섯 개. 닦아 놓은 컵. 빚진 백만 원에서 나간 돈. 이 정도를 가진 것도 처음인 스물두 살의 몸이, 아무것도 없다는 친구의 말에 반발했다.
전생의 자신은 그것이 너무 작아 화가 났다.
두 마음이 같은 곳으로 갔다.
“어디로 갈 건데.”
치우가 물었다.
“일 구하면 되잖아.”
“무슨 일.”
“뭐든.”
“니도 못 구했잖아.”
태석의 얼굴이 굳었다.
치우는 자신이 가장 아픈 곳을 골랐다는 것을 알았다.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다 문수의 심부름을 하게 된 사람. 매일 돈을 벌어도 빚은 줄지 않고, 조금 빨리 벗어나려다가 친구를 판 사람.
“내가 못 구했다고 평생 못 구하나.”
태석이 말했다.
치우는 그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친구의 얼굴에 잠깐 예전 모습이 돌아왔다. 넘어지면 흙을 털고 다시 일어나던 얼굴. 치우가 살려 둔 뒤 처음 보는, 허락을 구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함께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어디를 가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창고 안에 있으면 서로 같은 말만 하게 될 것 같았다. 막차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정류장 의자에는 퇴근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태석은 노선표를 보았다.
“기억나나. 우리 스무 살에 서울 간다 했잖아.”
치우는 기억했다. 태석은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 했고 자신은 바다를 떠나고 싶어 했다. 정확히 무엇이 될 것인지는 몰랐다. 막연한 계획은 돈이 들지 않았다.
“갔으면 뭐 했겠노.”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여기보다는.”
버스가 왔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탔다. 태석은 지갑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둘은 타지 않았다.
버스가 떠난 자리에 매연이 남았다.
치우는 그 순간 떠날 수 있었다. 짐이라고 해 봐야 옷 몇 벌이었다. 내일 형사에게 연락하고, 수연에게 갚을 돈을 벌고, 어디선가 다른 이름 없이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 삶이 쉽거나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다만 문수의 의자에 앉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 사실이 결정적이었다.
“나는 안 간다.”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노선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왜.”
“맨날 떠나는 쪽이고 싶지 않다.”
태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치우는 더 큰 말을 할 수도 있었다. 우리 같은 놈들도 잘살아야 한다거나, 위에 있는 놈들을 끌어내려야 한다거나. 그 말들은 친구를 설득하는 데 편리했을 것이다.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었다.
자리를 빼앗는 일이었다.
경수는 창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석이 먼저 집으로 갔고 치우만 돌아왔을 때였다. 손에는 문수가 식당에서 꺼냈던 가방이 있었다. 경수는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다.
“형이 생각했냐고 묻는다.”
“아직 내일 아닙니까.”
“그 사람한테 하루가 니 하루랑 같겠나.”
치우는 셔터에 기대 섰다.
“형님은 저 데리고 어디 갑니까.”
경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같이 갔다가 형님만 온다고 들었습니다.”
“일 때문에 간다.”
“그걸 믿으십니까.”
경수의 손이 가방 손잡이를 세게 쥐었다.
치우는 그 손을 보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의 손이었다. 주먹을 쓸 수도 있고, 송기환의 병원비를 낼 수도 있고, 길을 잃은 사람을 데려다줄 수도 있었다. 무엇을 할지는 늘 다른 사람이 정했다.
“문수 형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압니다.”
치우가 말했다.
“형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모르겠습니다.”
경수는 고개를 돌렸다. 골목은 어두웠다. 멀리 수연의 가게가 아직 열려 있었다.
“니는 안 무섭나.”
경수가 물었다.
치우는 식당에서와 같은 대답을 했다.
“무섭습니다.”
“그런데 자꾸 왜 그러노.”
이번에는 다른 대답이 나왔다.
“형님도 무서워하니까요.”
경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치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지금 무슨 약속을 받아내면 경수는 도망칠 것이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느낄 자리를 남겨 두어야 했다.
얼마 뒤 경수가 가방을 들고 돌아섰다.
“오늘 밤 문 잠그고 있어라.”
그가 말했다.
“내일 형이 직접 온다.”
치우는 셔터를 올렸다.
빈 의자들이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한가운데 있는 의자를 조금 옆으로 옮겼다. 문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곧바로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고는 불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