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으로 환생했다

41화 · 태석의 퇴직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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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는 봉투를 집지 않았다.
신발장 위에는 사무실 열쇠 두 개와 차 열쇠가 있었다. 태석은 신발을 신은 채 서 있었고, 서린은 복도 끝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들어와서 얘기해.”
치우가 말했다.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말만 하러 왔다.”
“그만두는 말을 현관에서 하나.”
치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린이 한 걸음 다가왔다. 치우는 그녀를 보고 말을 멈췄다. 태석은 열쇠 봉투 옆에 종이를 놓았다. 맡고 있던 일과 인계할 사람을 적은 목록이었다.
“급하게 정한 거 아니다.”
태석이 말했다.
“다음 주에 사무실에서 얘기하자.”
그는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치우는 문이 닫히는 것을 봤다.
서린은 봉투를 치우지 않았다. 남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묻지도 않았다. 주방으로 돌아가 물을 끓였다.
치우가 한참 뒤 말했다.
“십 년입니다.”
서린은 컵을 내려놓았다.
“두 분 모두에게 십 년이겠죠.”
그날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태석은 약속한 날 사무실에 왔다.
정장을 입지 않았다. 깨끗한 셔츠에 오래된 점퍼를 걸쳤다. 치우는 그 옷이 일부러 고른 것인지 생각했다. 사장과 직원으로 만나지 않겠다는 뜻 같았다.
태석은 의자에 앉았다.
치우는 인계 목록을 봤다.
빈칸이 거의 없었다. 전화할 사람, 돌려줄 물건, 아직 답을 기다리는 일들이 항목별로 적혀 있었다. 돈과 관련된 부분은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다른 데 가나.”
치우가 물었다.
“아직.”
“아직 갈 데도 없는데 나가겠다고.”
태석은 치우를 봤다.
치우도 자기가 한 말을 알아들었다. 기섭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태석은 준비한 서류 한 장을 더 꺼냈다.
자신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와 정산 내역이었다. 치우가 생각한 것보다 적지도 많지도 않았다. 친구는 돈을 거절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확인해 줘.”
태석이 말했다.
“틀린 데 있으면 말하고.”
치우는 숫자를 읽었다.
종이 위에서는 십 년이 몇 줄로 정리되었다.

치우는 다른 자리를 제안했다.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일, 집에서 연락만 확인해도 되는 일. 명함을 바꾸고 대우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태석은 하나씩 듣고 고개를 저었다.
치우가 물었다.
“내가 뭘 고치면 되는데.”
태석은 잠깐 웃었다.
“지금 면접 보는 거 같네.”
“진지하게 묻는다.”
“나도 진지하게 그만둔다고 하는 거다.”
둘은 한동안 서로를 봤다.
치우가 먼저 눈을 내렸다. 책상 위에는 결혼식 사진이 작은 액자로 놓여 있었다. 태석이 마이크를 들던 순간도 사진첩 안에 있었다.
“니가 가면 누가 남는데.”
치우가 물었다.
태석은 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닌 듯했다.
“내가 누구를 못 믿는지 니가 알잖아.”
치우가 덧붙였다.
태석은 손으로 무릎을 쓸었다.
“나를 믿은 적은 있나.”
그가 물었다.
치우는 고개를 들었다.
“성오 형 때 너 팔았으니까, 그 뒤로 계속 확인했잖아. 옆에 두고.”
말은 조용했다.
치우는 반박할 문장을 찾다가 그만두었다.

태석은 자신이 한 일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세고, 전화를 받고, 누가 찾아오면 기다리게 했던 일. 누군가 겁먹은 얼굴로 돌아갈 때 알면서도 문을 닫았던 일. 자신이 직접 한 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치우는 그가 검사를 다시 만나려는 것인지 물었다.
태석의 표정이 굳었다.
“제일 궁금한 게 그거가.”
치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누구한테 뭘 말하겠다고 정한 건 없다. 내 일부터 정리하는 거다.”
태석은 서류를 가리켰다.
“이것도 그 일부고.”
치우는 종이를 다시 봤다.
친구가 적어 놓은 숫자 사이에는 서른이 넘도록 자기가 어떤 일을 해 왔는지 확인하려는 시간이 있었다. 치우는 서명할 자리를 찾았다.
태석이 손을 들었다.
“오늘 바로 안 해도 된다. 확인해.”
치우는 펜을 내려놓았다.
받아야 할 돈을 확인하는 사람이 재촉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그는 그날 태석에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지 않았다.

정산에는 두 주가 걸렸다.
태석이 적은 항목 중 하나는 중복되어 있었고, 치우 쪽 기록에는 지급하지 않은 금액이 하나 빠져 있었다. 서로 확인하고 수정했다.
마지막 날 태석은 돈을 받았다는 서류를 썼다.
치우는 그 문장을 오래 봤다.
수연에게 백만 원을 돌려주던 때와는 달랐다. 이것은 치우가 빌린 돈만이 아니었다. 함께 살던 시간을 일한 시간으로 구분해 끝내는 일이었다.
태석이 펜을 내려놓았다.
“고맙다.”
그가 말했다.
치우는 눈을 들었다.
“뭐가.”
“제때 정리해 준 거.”
치우는 웃지 못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끝냈다는 인사가 이렇게 낯설 줄 몰랐다.
태석은 자기 컵을 상자에 넣었다. 손잡이 끝이 조금 깨진 컵이었다. 문구점에서 샀던 작은 탁상시계도 챙겼다.
치우는 무엇을 가져가지 않는지 보고 있었다.
회사 전화기, 거래처 명함, 치우가 사 준 비싼 펜.
태석은 그것들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밖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태석은 택시를 부르지 않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상자가 크지 않아 한 팔로 들 수 있었다. 치우는 주차장 입구까지 따라 나왔다.
“차 가져가도 된다.”
그가 말했다.
태석은 고개를 저었다.
“주차할 데 없다.”
간단한 이유였다.
치우는 더 큰 이유를 찾으려다가 멈췄다. 친구에게는 실제로 차를 둘 자리가 없을 수 있었다. 모든 거절이 자기와 싸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태석이 물었다.
“경민이 연락 오면 받아라.”
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온 적 없다.”
“오면.”
그가 다시 말했다.
치우는 알겠다고 했다.
버스가 왔다. 태석은 상자를 들고 올라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손을 한번 들었다.
치우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버스가 출발했다.
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타지 않았던 버스와는 다른 노선이었다.
이번에는 한 사람이 탔다.

새로 일을 맡은 직원은 치우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돌아볼 때마다 낯설었다.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일이 끝나면 정해진 시간에 돌아갔다. 치우가 늦게 남아 있어도 같이 남으려 하지 않았다.
치우는 처음 며칠 동안 그것이 서운했다.
그다음에는 편했다.
그 직원은 치우의 얼굴만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맞히지 못했다. 잘못한 일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도 쉽게 꺼내지 않았다.
치우는 설명을 줄일 수 있었다.
대신 같은 일을 두 번 말해야 하는 날이 늘었다.
어느 저녁 직원이 물었다.
“이건 누구한테 먼저 확인하면 됩니까.”
치우는 태석이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나한테.”
그가 말했다.
직원은 알겠다고 했다.
치우는 전화기 옆의 빈자리를 봤다.
탁상시계가 있던 자리에 네모난 먼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태석은 그달에 면접을 세 번 봤다.
치우가 그 사실을 안 것은 세 번째 면접이 끝난 뒤였다. 친구는 서류에 적을 전 직장 이름을 확인하려고 전화했다. 치우는 자신이 아는 곳에 말을 해 주겠다고 했다.
태석은 필요 없다고 했다.
“왜 자꾸 어려운 데로 가노.”
치우가 물었다.
“어려운 데가 아니고,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하더라.”
태석이 대답했다.
치우는 잠깐 말을 잃었다.
친구는 지난 경력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오랫동안 사람과 돈을 관리했다고 쓰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었느냐고 물었다. 대답하면 표정이 달라지고, 대답하지 않으면 다음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일을……”
치우가 말하려 하자 태석이 웃었다.
“알아본다니까. 걱정해서 전화한 거 아니다.”
그는 필요한 이름의 철자만 확인하고 통화를 끝냈다.
치우는 전화를 내려놓은 뒤 오래된 명함 하나를 찾았다. 태석의 이름 밑에 실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그 직함으로 친구가 어느 문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지, 자신이 없는 곳에서는 무슨 일을 설명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명함을 버리지 않고 서랍에 넣었다.

한 달 뒤 태석에게서 사진이 왔다.
작은 방이었다. 창문 아래에 책상 하나가 있었고, 그 위에 가져갔던 시계가 놓여 있었다. 치우는 사진을 확대했다. 구석에는 이사할 때 쓴 상자가 아직 있었다.
메시지는 짧았다.
잘 도착했다.
치우는 웃었다.
한 달이나 지나 보내는 말이었다. 어느 곳에 도착했다는 뜻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답장을 쓰다가 전화를 걸었다.
태석은 받았다.
“뭐 하노.”
치우가 물었다.
“밥 먹는다.”
“어디서.”
“집에서.”
치우는 잠깐 침묵했다.
그가 모르는 친구의 집이었다.
태석이 되물었다.
“니는.”
치우는 사무실을 둘러봤다.
“아직 일한다.”
태석은 밥은 먹으라고 했다.
통화가 끝났다.
치우는 한동안 전화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서린과 늦은 저녁을 먹었다.
태석이 한 말을 옮기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