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뒤에도, 살인자의 아내

21화 · 아버지가 적은 이름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AI가 본문을 생성하고, AI 검수를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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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에 적힌 내 서명은 내가 아는 것이었다.

끝의 획이 조금 올라가 있었다.

나는 돈과 날짜보다 그 획을 먼저 보았다.

누군가 몰래 내 이름을 흉내 낸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잠깐만 도와 달라고 했을 때 내가 직접 썼다.

백태문은 내 앞에서 기다렸다.

그의 사무실은 조용했다. 창밖에 도로가 보였지만 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

아버지의 서명이 있었다.

그 옆에 회사의 상황을 확인했다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날짜에서 손을 멈췄다.

* * *

아버지는 그때 아직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받을 돈이 조금 늦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번 한 번만 지나면 내 이름을 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서명하기 전에 이미 사업을 접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태문이 보여 준 다른 서류에 그 내용이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다시 읽었다.

그는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아는 얼굴이었다.

“말씀 안 하셨나 보네.”

그가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기억났다.

이번 한 번만.

그 말 뒤에 얼마만큼의 거짓말이 들어 있었는지 세고 싶지 않았다.

* * *

“이걸 왜 가지고 계세요?”

내가 물었다.

태문은 뒤에 그 채무를 정리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돈을 빌린 상대와 자신은 같지 않다고 했다.

나는 종이의 이름들을 보았다.

도하의 이름은 없었다.

그가 나를 만나기 전에 이 일이 시작됐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태문이 깨끗한 구경꾼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내가 언제부터 갚을 수 없는 돈을 들고 서 있었는지, 그가 언제 알아봤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저를 도하 씨에게 소개한 건 그다음이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문 앞에서 걸었다.

그가 잠깐 얼굴을 굳혔다.

아버지는 세 번째 신호에서 받았다.

나는 서류에 적힌 날짜를 말했다.

그때 이미 회사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태문은 물을 마셨다.

그가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때는 살릴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 * *

“알고 있었냐고 물었어.”

내가 말했다.

아버지는 한참 뒤 그렇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내가 대신 빚을 지면 무엇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는 다시 벌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 도와주면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결국 내가 되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나중에 전화할게.”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 * *

태문은 내게 시간을 주는 척했다.

창밖을 보며 한참 말하지 않았다.

나는 종이를 가지런히 모았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아버님도 딸을 망치려고 하신 건 아니겠지.”

나는 그를 봤다.

그런 말로 망가진 것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는 내가 화를 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아버지를 원망하면 다음 말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서류 사본을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러라고 했다.

* * *

봉투에 넣으려는데 태문이 손을 얹었다.

아주 가볍게.

종이가 움직이지 않을 만큼만.

나는 그의 손을 보았다.

그가 말했다.

“이런 건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르게 볼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내 아버지가 돈을 받을 때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어떤 문제냐고 물었다.

태문은 세상일이 내 뜻대로만 풀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두려워할 만큼은 말했다.

* * *

“그래서 뭘 하라고요.”

내가 물었다.

태문은 손을 뗐다.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도하를 잘 봐 달라는 거지.”

그 말이었다.

처음 식사 자리에서도, 카페에서도 들었던 말.

나는 이제 그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도하가 잠을 잘 자는지 밥을 먹는지 알아보는 일이 아니었다.

무엇을 말했고, 누구를 해쳤고, 어떤 표정으로 돌아왔는지.

그 말들을 적당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사람이 필요했다.

* * *

태문은 집에서 도하가 한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무엇에 관한 말인지 되물었다.

그는 정민의 이름을 꺼냈다.

나는 컵을 보았다.

마시지 않은 물이 그대로 있었다.

태문은 가족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하는 얼굴을 보았다.

방금 내 아버지의 서류를 손끝으로 눌러 놓던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야기는 여기서 안 해요.”

내가 말했다.

* * *

그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내가 누구를 위해 그러는지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도하를 위해서인지.

나를 위해서인지.

아버지를 위해서인지.

나도 하나로 답할 수 없었다.

태문이 말했다.

“이 집에 계속 있을 생각이야?”

나는 그를 봤다.

“석 달 뒤엔 끝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물었다.

그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내 몸 상태에 관한 말을 꺼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 얘기는 하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그는 두 손을 조금 들었다.

걱정해서 물었을 뿐이라고 했다.

나는 서류를 가방에 넣었다.

태문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문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가 말했다.

“은재 씨가 도하 때문에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나는 손잡이를 잡고 돌아봤다.

그가 내게서 듣고 싶은 말을 끝내 못 들었다는 사실이 얼굴에 남아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왔다.

* * *

복도에서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나는 받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밖으로 나오자 차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다.

사무실 안에서 사라져 있던 소리들이었다.

나는 건물 옆에 서서 숨을 쉬었다.

도하에게 전화할까 생각했다.

손가락이 그의 이름 위에 멈췄다.

그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바로 전화기를 내렸다.

누군가를 없애는 것이 해결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말할지 골라야 했다.

* * *

나는 아버지를 만났다.

그가 먼저 찾아오겠다고 했다.

우리는 집 근처가 아닌 작은 공원에서 만났다.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아버지는 서류를 보자 얼굴을 가렸다.

나는 그 손을 치우지 않았다.

그가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말없이 들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묻지는 못했다.

나는 가방을 닫았다.

오늘은 서류를 다시 펼칠 필요가 없었다.

* * *

“내가 네 이름을 쓰게 하면 안 됐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았다.

그가 계속 말했다.

“그때는 너라도 괜찮아질 수 있을 줄 알고.”

나는 그를 봤다.

그는 자기 말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내 이름으로 빚을 더해 놓고 내가 괜찮아지길 바랐다는 말.

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가 말을 고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앞으로 내 이야기, 그 사람들한테 하지 마.”

내가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도하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버지는 처음 빚을 만들 때는 그 사람을 몰랐다고 했다.

태문이 나중에 소개를 제안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제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일어났다.

아버지가 같이 가겠다고 했다.

나는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오지 않았다.

공원 출구에서 돌아보니 아직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 * *

집에 돌아오자 도하가 거실에 있었다.

그는 내가 들고 온 봉투를 봤다.

나는 그 앞에 놓았다.

도하가 손을 뻗으려 하자 나는 봉투를 누르고 물었다.

“얼마나 알고 있었어요?”

그가 나를 봤다.

나는 태문에게 들은 내용을 말했다.

아버지가 사업을 접을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

내가 서명하기 전에 이미 그랬다는 것.

도하는 잠깐 말이 없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가 말했다.

“자료를 보았습니다.”

* *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 빚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렇다고 내 곁에 처음부터 아무 잘못 없이 온 것도 아니었다.

그는 내가 어디에서 가장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알고 왔다.

나는 그 사실을 말로 꺼냈다.

도하는 부정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미워할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런데 나는 그 이유를 들고 이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내 얼굴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봉투를 밀었다.

“읽어요.”

내가 말했다.

“내가 뭘 알게 됐는지.”

* * *

도하가 종이를 꺼냈다.

몇 장을 읽는 동안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 장을 내려놓았다.

“태문 씨가 이걸 왜 보여 줬습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그 망설임을 도하가 보았다.

나는 그의 손을 봤다.

책상 위에 놓인 손이었다.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손을 오래 보았다.

* * *

나는 태문이 한 말을 전했다.

아버지의 일이 밖으로 나가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말.

도하를 잘 봐 달라는 말.

집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 달라는 말.

도하는 끝까지 들었다.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

나는 그 침묵을 알고 있었다.

“당신한테 해결해 달라고 한 거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도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나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은지부터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