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열 번째 봄의 시간표
작가: 한봄 (예시용 가상 필명)
창작 방식: AI 생성 · AI가 작성한 오리지널 예시 소설입니다.
공개: · 수정:
연하역의 시계는 늘 삼 분 느렸다. 서윤은 아홉 번의 봄 동안 그 시계 때문에 기차를 놓쳤고, 시계 때문에 놓쳤다고 말해 왔다. 휴대전화에 정확한 시간이 뜨는데도 역 앞에서는 손목시계를 보는 척했다.
올해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도서관의 낡은 자료를 살펴보고, 엄마의 생일에 국을 끓여 드린 다음, 오후 네 시 열차로 서울에 돌아갈 계획이었다. 복원 의뢰서와 갈아입을 옷만 넣은 가방이었다. 다른 것을 기다릴 공간은 남기지 않았다.
플랫폼 벤치에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연하역 여객 취급 종료 안내.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열차가 정차하지 않습니다.’
서윤은 날짜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객 취급이라는 말이 이상했다. 열차를 타러 오는 사람들과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작게 접어 서랍에 넣는 말 같았다.
“읽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는 안내문은 아닌데.”
도현이 개찰구 옆에서 말했다. 아홉 해 전에는 머리 위로도 한참 헐렁하던 역무원 점퍼가 이제는 어깨에 꼭 맞았다. 그는 점퍼의 지퍼를 잠그려다 서윤을 보고 손을 내렸다.
“날짜를 두 번 봤어.”
“맞는 날짜야.”
“시계도 아직 느리네.”
“그건 안 맞고.”
도현은 웃지 않았다. 서윤도 웃음을 지웠다. 늘 같은 말을 나누고, 역 앞 가게에서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고, 어느 쪽도 다음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의 봄이었다. 내년이 당연한 동안에는 꽤 편한 방식이었다.
“올해도 어머님 생신 때문에?”
“응. 이번에는 도서관 일도 있어. 옛날 향토지 묶어 놓은 게 다 떨어졌다나 봐.”
“네가 책 고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는데.”
“너는 계속 역에 있을 줄 알았어.”
서윤이 말하자 도현은 점퍼 소매에 붙은 작은 나뭇조각을 떼었다. 역 뒤편에는 창틀과 문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는 철도 시설을 고치는 현장 직원이었고, 분식집을 하던 아버지 가게를 정리한 뒤에도 해마다 봄 작업을 맡으러 연하에 왔다.
“다음 달이면 다른 현장으로 가.”
“어디?”
“아직 결정 안 했어.”
도현의 시선이 서윤의 가방에 잠깐 닿았다. 그 뒤에는 아무 질문도 없었다. 서윤은 어깨끈을 고쳐 잡았다. 아홉 해 전에도 그는 서울에 언제 돌아가느냐고만 물었고, 돌아간 다음 어디서 사느냐는 묻지 않았다. 서윤은 그 구분을 오래 기억했다.
기다리던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도현이 역 앞의 좁은 길을 가리켰다.
“시내까지 걸어가면 사십 분이야. 짐 들어 줄까?”
“가벼워.”
“그럼 같이 걸어도 돼?”
이번에는 물었다. 서윤은 그가 먼저 가방을 잡지 않은 것이 좋았다.
“엄마 집 앞까지 말고, 도서관까지.”
“알겠어.”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벚나무 아래에는 아직 꽃보다 가지가 많았고, 개천 옆 빵집은 세탁소가 되어 있었다. 도현이 낯선 간판을 설명할 때마다 서윤의 고향은 조금씩 새 지도가 됐다. 그 지도에서 자신이 아는 곳은 점점 줄었다.
“역이 없어지면 저 시계는?”
“철거 목록에는 들어 있어.”
“고쳐서 남기면 안 돼?”
“남길 장소와 관리할 사람이 있어야 해. 좋아한다는 말만으로는 물건을 오래 못 지키니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서윤은 복원실에서 자주 하던 설명을 그에게서 들었다. 종이를 다시 붙이는 것보다, 붙인 뒤에 어떻게 펼칠지 알려 주는 일이 더 어려웠다.
도서관 문에는 관장의 휴대전화 번호가 붙어 있었다. 휴관일을 착각했다는 사실보다, 도현 앞에서 계획이 하나씩 틀어지는 것이 먼저 부끄러웠다. 서윤이 전화를 걸자 관장은 급히 읍사무소에 다녀오는 중이라며, 맡길 물건을 역 사무실에 놓았다고 했다.
“아까 얘기했으면 왕복 안 했을 텐데.”
도현이 말하자 서윤이 가방 옆주머니의 구겨진 의뢰서를 꺼냈다. 전화 통화에서는 ‘역 근처’라고 들었다. 종이에는 분명히 ‘역 사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너도 내가 뭘 하러 왔는지 자세히 안 물었잖아.”
“그렇네. 서로 하나씩 했네.”
그 말 덕분에 서윤은 웃을 수 있었다. 실수를 반으로 나눠 들고, 두 사람은 같은 길을 되돌아갔다.
역 사무실의 난방기는 꺼져 있었다. 도현은 손님용 슬리퍼 두 켤레를 꺼내고, 전기 주전자를 켰다. 서윤이 책을 펼칠 자리를 만들자 그는 창가의 공구 상자를 옮겼다. 작은 방 안에서 손이 부딪히지 않도록 어느 쪽도 서두르지 않았다.
맡겨진 것은 책보다 커다란 갈색 봉투였다. 향토지 몇 권과 역 사진, 분식집 영수증이 뒤섞여 있었다. 사진 속 도현의 아버지는 볕이 드는 방향으로 의자를 돌려 놓고 있었고, 젊은 도현은 그 옆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아버님은 잘 계셔?”
“응. 집에서 텔레비전 크게 틀어 놓고 계셔. 무릎 재활 끝나면 낚시 가신대.”
“다행이다.”
서윤이 사진을 내려놓자 도현이 컵을 건넸다. 유자차가 아니었다. 맹물에 보리차 티백 하나가 들어 있었다.
“가게 닫고 나서는 유자청 사 놓는 걸 자꾸 잊어.”
“보리차 좋아해. 네가 고등학교 때도 이거 줬어.”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대학 졸업하고였는데.”
“그러네.”
서윤은 뜨거운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너무 오래 아는 사람 같아서, 실제보다 앞선 기억까지 생겨 버렸다.
봉투 바닥에는 얇은 파란 편지 봉투가 있었다. 사진을 모두 걷어 낸 뒤에야 보였다. 다른 종이와 달리 앞면에 날짜가 있었고, 받는 사람의 이름도 쓰여 있었다.
2017년 4월. 윤서윤에게.
서윤의 손끝이 멈췄다. 처음 만난 해였다. 그 봄, 마지막 기차를 놓친 서윤에게 도현은 닫힌 매표 창구에서 남은 사탕을 꺼내 주었다. 다음 기차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두 사람은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두 시간이나 이야기했다.
“이건 열어도 돼?”
서윤이 물었다. 도현은 컵에 남은 물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도서관에 맡긴 게 아닌데.”
“내 이름이 있어.”
“알아.”
방 안에서 주전자 전원이 툭 꺼졌다. 도현이 의자를 조금 당겼다. 물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서윤을 똑바로 보려는 움직임이었다.
“내가 쓴 거야. 네가 괜찮다면, 먼저 내가 읽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