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열쇠에는 방이 없었다
작가: 도연 (예시용 가상 필명)
창작 방식: AI 생성 · AI가 작성한 오리지널 예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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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방보다 먼저 도착했다.
변호사가 내민 봉투 안에는 황동 열쇠 하나와 할아버지의 쪽지가 있었다. 열쇠 머리에는 숫자 13이 새겨져 있었다. 쪽지는 세 번 접혔고, 마지막 줄 아래에만 유난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해윤아. 종이는 거짓말을 기억한다.
서해윤은 그 문장을 읽고 봉투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유언장 사본에는 저택, 정원, 남쪽 관리동과 함께 방 열두 개가 적혀 있었다. 변호사는 별채를 빠뜨린 것은 아니라며 건물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 별채의 자물쇠는 넓적한 새 열쇠였다.
“열세 번째 방은 서류에 없습니다.”
“그럼 이건 어디를 여는 열쇠죠?”
그 질문에 변호사는 답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서경문은 자기 집을 설계한 건축가였다. 방을 하나 세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다.
해윤은 종이 자료를 복원하는 일을 했다. 오래된 책을 펼칠 때 먼저 하는 일은 글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 책등이 버티는지, 종이에 곰팡이가 있는지, 어떤 접착제가 쓰였는지 확인했다. 열쇠가 여는 곳도 먼저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늘 하던 수수께끼에 마지막까지 휘말릴 필요는 없었다.
저택 정문에 도착한 것은 오후 두 시 십 분이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시간을 확인한 이유는 별것 없었다. 세 시에 변호사와 다시 통화하기로 했고, 마당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자주 끊겼다.
현관 시계는 두 시 삼십칠 분을 가리켰다. 태엽을 감은 지 오래된 모양이었다. 해윤은 시계의 시간을 기억에만 두고 메모에는 쓰지 않았다. 틀린 시계를 보고 정확한 기록을 만들 수는 없었다.
관리인 한정이 현관에 나왔다. 해윤이 아홉 살에 이 집에 왔을 때도 그녀는 같은 회색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당시보다 머리칼이 희어졌지만 사람의 짐부터 받으려는 습관은 그대로였다.
“방은 전부 열어 두었어요. 서쪽 끝 두 곳은 창문만 조금 늦게 열었고.”
해윤은 황동 열쇠를 보여 주었다. 한정의 손이 여행 가방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어르신께 받았니?”
“봉투에 들어 있었어요. 열세 번째 방이 어디예요?”
한정은 서쪽 복도를 보았다. 입술을 움직였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망설임은 모르는 사람의 것과 달랐다.
“거긴 서재 뒤 작업실이야. 어르신이 혼자 쓰시던 곳. 이름을 방처럼 붙였을 뿐이지.”
“들어가는 길을 아세요?”
“서가를 열면 된다는 건 알아. 열쇠는 늘 어르신이 가지고 계셨고.”
공식 서류에서 빠진 작업실이라면 목록을 고치면 되었다. 해윤은 그 순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서쪽 복도에는 일곱 번째부터 열두 번째까지 방 번호가 붙어 있었다. 마지막 방문 다음에는 얕은 서가가 벽을 막았다. 책들의 먼지가 두껍지는 않았다. 아래쪽 선반 오른편에 손가락 두 개 너비의 깨끗한 띠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작년 겨울까지 이 집에 살았으니 최근까지 만진 흔적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해윤은 먼저 문들을 살폈다. 바깥에서 본 서쪽 벽에는 창이 세 개 있었는데, 안에서 들어갈 수 있는 방에는 창이 두 개뿐이었다. 남은 하나는 마지막 서가가 놓인 뒤쪽이었다. 해윤은 줄자를 꺼내 서가 앞에서 창 끝까지의 방향을 정원 사진과 비교했다.
열두 번째 방 안쪽 벽이 끝나는 곳과 외벽 끝 사이에는 약 삼 미터가 남았다. 오래된 벽이 두껍다고 해도 사람 두 명이 누울 공간이었다. 해윤은 서가의 책을 함부로 빼지 않았다. 먼저 밑면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짧은 반원 모양의 긁힌 자국이 있었다. 서가는 옆으로 밀리는 게 아니라 왼쪽 끝을 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른쪽 아래에 작은 황동판이 달려 있었다. 판에는 책장 제조사의 이름 대신 네모난 홈 하나가 있었다. 손가락을 넣어 밀자 열쇠구멍이 나왔다.
한정은 복도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았다. 해윤은 열쇠를 넣기 전에 휴대전화로 황동판과 서가를 찍었다. 물건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남겨 두는 것은 직업병이었다. 열쇠가 한 바퀴 돌자 서가 안쪽에서 낮은 쇳소리가 났다.
서가는 예상대로 왼쪽을 축으로 움직였다. 뒤에는 손잡이가 낮게 달린 문이 있었다. 번호표에는 13이 새겨져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방이 아니라, 방을 적은 서류였다.
해윤은 불부터 켜지 않았다. 문턱에 단차가 없는지 휴대전화 불빛으로 보고, 창가까지 바닥을 살폈다. 작업실은 약 삼 미터 깊이의 작은 방이었다. 책상 한 개, 서류함 두 개, 높은 창 하나. 창 아래에는 북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문이 있었다. 아래쪽 창틀에 검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그을음을 본 순간 해윤은 스무 해 전 늦가을을 떠올렸다. 자신이 이 집에 마지막으로 왔던 해였다. 그해 늦가을, 서쪽 창고에서 불이 났다. 지도 한 장이 사라졌고 기록을 관리하던 연서린도 사라졌다. 어른들이 해윤이 들어오면 말을 끊었던 일이 이제 다른 모양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회색 상자와 접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상자 뚜껑에는 할아버지 글씨로 ‘서쪽 자료실 화재’라고 적혀 있었다. 해윤은 얇은 손장갑을 끼고 뚜껑을 들었다. 상자 안 서류를 빼기 전에 한정에게 물었다.
“이것도 할아버지가 모으신 거죠?”
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다 모으신 건 아니야. 나중에 들어온 것도 있어.”
가장 위에는 오래된 신문 기사와 화재 보고서 사본이 있었다. 불이 신고된 시각은 2006년 11월 18일 오후 아홉 시 이십사 분. 목격자가 연기를 본 것은 아홉 시 이십 분 전후였다. 아래쪽 경찰 조사 요약에는 연서린이 그날 오후 여덟 시 십 분에 정문을 나갔다고 적혀 있었다.
해윤은 복도에서 본 태엽시계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 시계가 당시에도 틀렸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지금 틀린 시계는 스무 해 전 시각의 증거가 아니었다.
회색 상자 옆의 접힌 종이는 기탁 자료 인수증이었다. 파란 먹지로 복사된 글씨 아래에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2006. 11. 18. 21:18.
인수 장소는 서쪽 작업실. 인수자는 연서린이었다.
정문을 떠났다고 기록된 시각보다 한 시간 여덟 분 뒤였다.
해윤은 한정을 돌아보았다. 관리인은 시간 대신 인수자의 이름을 보고 있었다. 눈가가 젖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이분은 그날 집에 다시 들어온 건가요?”
한정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나갔다는 시간이 틀렸어.”
“그걸 왜 이제 말씀하세요?”
방 안쪽 좁은 문이 바람에 아주 조금 움직였다. 한정은 그 문을 보며 말했다.
“그날 그 애가 나간 문은 정문이 아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