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남겨 둔 말의 자리
작가: 서림 (예시용 가상 필명)
창작 방식: AI 생성 · AI가 작성한 오리지널 예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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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지도를 창문에 붙였다. 빛에 비춰도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다리 건너에 그려진 서점 아래, 자기 이름 두 글자가 선명했다.
“할머니가 저쪽에 계신 걸까?”
수오는 지도 냄새를 맡고 물러났다.
“저건 길의 끝이 아니라 책의 위치야.”
숲에서는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책들이 나무 속에서 자랐다. 어떤 책은 한 사람이 품기에는 너무 커서 집이나 거리의 모습을 빌렸다. 할머니가 돌아오겠다고 쓴 쪽지도 그 책 안에서 보낸 것일 수 있었다.
윤하는 빈 배낭을 챙겼다. 도겸에게 연락하자 잠깐만 기다리라는 답이 왔다. 그는 다리에 새 판자를 대고 있는 중이었다.
“밟아 보고 알려 줄게요. 먼저 가면 안 됩니다.”
윤하는 물병 두 개를 배낭에 넣었다가 한 개를 더 넣었다. 할머니가 나온다면 목이 마를 수 있었다.
떠나기 전 민우가 서점에 들렀다. 이번에는 빵 봉지 안에 둥근 과자 두 개가 있었다. 엄마와 이모가 어젯밤 오래 통화했다고 했다.
“이모가 다음 주에 온대요. 빵 말고 과자 가게를 하고 싶대요.”
윤하는 과자 하나를 받았다. 서점의 책이 해결한 것은 한 사람을 과거로 데려가는 일이 아니었다. 다음 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윤하는 그 차이를 자꾸 잊고 있었다.
도겸이 보낸 안전 확인을 받고 두 사람은 다리를 건넜다. 새 판자는 옛 판자보다 밝았다. 난간에 붙은 이름표에는 두 이름이 나란히 있었다. 노인은 글씨를 너무 작게 새기지 말라고 세 번이나 당부했다고 했다.
다리 너머는 조용했다. 새소리보다 발밑의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컸다. 나무 밑동마다 책등 같은 세로줄이 나 있었다.
숲 안의 서점은 진짜 서점보다 조금 작았다. 문에 걸린 종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창가의 찻잔에는 마르지 않은 차가 담겨 있었다.
“할머니?”
윤하가 부르자 계산대 뒤에서 의자가 끌렸다.
할머니는 회색 가위로 빈 종이를 자르고 있었다. 윤하를 알아본 순간 손이 멈췄다. 마치 늦게 온 손녀를 꾸짖을 말을 찾는 얼굴이었다.
“밥은 먹었니?”
윤하는 배낭에서 과자를 꺼내 탁자에 놓았다. 그러고는 할머니 앞에 앉았다.
“이것부터 같이 먹어요.”
할머니가 웃으려다 입술을 눌렀다. 도겸은 문 곁에서 기다렸다. 윤하가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설명하는 동안, 계산대 위 빈 종이에 글씨가 조금씩 나타났다.
서울에서 전화를 걸어 온 윤하의 목소리였다.
할머니, 나 오늘 회사 그만뒀어. 조금만 얘기해도 돼?
윤하는 손끝을 웅크렸다. 그날 할머니는 서점에 손님이 많다며 나중에 전화하라고 했다. 윤하는 그 뒤로 먼저 전화하지 않았다. 취직했느냐는 질문을 들을 것 같아서였다.
종이에는 할머니 쪽의 시간이 적혀 있었다.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창문이 차갑게 식고, 달빛이 마지막 칸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할머니는 서점을 잃을까 무서워 빈 가게 안에서 가위를 만지작거렸다.
“너한테 여기 와 달라고 하고 싶었어.”
할머니가 말했다.
“그런데 네가 힘들다는데 내 사정까지 얹으면 안 될 것 같더라. 괜찮은 척하다가 네 말을 못 들었어.”
윤하는 종이를 뒤집지 않았다. 뒷면에 적힐 자기 말이 두려웠다.
수오가 언제 따라왔는지 탁자 밑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는 못 한 말을 가두는 곳이야. 속으로만 생각하면 종이가 자라. 서로 들으면 작아지고.”
할머니는 서점의 이야기를 되찾으려고 숲에 들어왔다가, 자기가 빠뜨린 이야기 안에 갇혔다고 했다. 책을 끝내려면 윤하의 대답이 필요했다. 하지만 윤하를 불러올 문장만 계속 지웠다. 돌아오라고 강요하는 말이 될까 봐서였다.
그래서 쪽지에는 단 두 가지 단서만 남겼다. 다리를 기억하는 사람, 그리고 돌아오겠다는 약속.
윤하는 과자를 반으로 갈랐다. 부스러기가 종이 위로 떨어졌다.
“그날 저는 그냥 누가 들어 줬으면 했어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할머니가 저를 실망스럽게 생각할까 봐 전화 안 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도 말 안 했잖아요. 저는 없는 말을 혼자 만들었어요.”
빈 종이가 책 한 장 크기로 줄었다. 창밖 나무들이 조금 멀어졌다.
할머니가 윤하의 손을 잡았다.
“실망한 적 없어. 네가 여기 와 주길 바랐던 건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가 아니야. 네가 보고 싶었어.”
윤하는 당장 서점을 영원히 지키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회사도 마을도 자기 미래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할머니 역시 아무 약속을 요구하지 않았다.
윤하는 할 수 있는 일만 골라 말했다.
“남은 며칠은 같이 열어요. 그다음은 가게 형편 보고 이야기해요.”
책장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도겸이 문을 잡자 이번에는 종이 울렸다. 탁자 위에 있던 찻잔은 평범한 빈 잔으로 바뀌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배낭에 넣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윤하는 물병을 건네고 함께 서점 밖으로 나왔다.
돌아가는 길은 아직 좁았다. 발을 헛디딜 뻔한 할머니를 도겸이 받쳤다. 기억이 돌아와도 무릎이 젊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할머니가 웃었다.
진짜 서점의 장부 세 번째 칸에 할머니와 윤하의 손자국이 찍혔다. 보관료는 여전히 네 권이 부족했다. 윤하는 계산대 옆에 의자를 하나 더 놓았다. 할머니는 손님을 맞을 차부터 끓였다.
다음 날 문을 열자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손에는 책이 아니라 잠긴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여기서는 없는 기억도 찾을 수 있나요?”
윤하는 읽을 수 있는 책과 없는 책을 설명하려 했다. 여자가 먼저 상자를 내려놓았다. 틈 사이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어머니가 제게 맡기셨어요. 윤하 씨에게는 아직 보여 주지 말라고요.”
할머니의 찻잔이 받침에 부딪혔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윤하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