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회수할 것은 상자가 아니다
작가: 밤작가 (예시용 가상 필명)
창작 방식: AI 생성 · AI가 작성한 오리지널 예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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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정우는 회사 비품 주문서를 열어 두고 휴대전화 알림을 껐다. 낮에는 낮의 일을 해야 했다. 효모 상자와 빛 전달 줄이 자꾸 생각났지만, 오늘 회사에서 필요한 것은 회의실 의자 여섯 개였다.
수량과 배송일을 확인하고 신입에게 문서를 넘겼다. 신입은 포장 단위 칸을 먼저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정우는 고맙다고 했다. 오후 여섯 시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오전에 자신이 한 말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작은 확인이었다.
지하에서 라온은 보호대 찬 발을 의자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윤기는 정우에게 현장 출입 순서를 설명했다. 라온은 경로 안내만 하고, 실제 이동은 정우와 시설팀 직원이 함께 했다. 구조 대상이 생기면 정우 혼자 가까이 가지 않아야 했다.
“오늘도 여덟 시 전에 돌아옵니다.”
정우가 말했다.
윤기는 출입 기록에 시간을 적었다. 동쪽 보관소에서 나온 상자 하나에, 주인인 재단사 미루의 그림자가 들어가 버렸다는 설명이었다. 미루는 오후가 될수록 걷기가 힘들어졌고, 상자는 아무리 열어도 비어 있었다.
“그림자를 가져오라고 해야지, 미회수 화물이라고 쓰면 어떻게 알아요?”
정우가 물었다. 라온이 의뢰서를 받아 보았다.
“접수하는 사람이 저도 모르게 상자 분류로 넣었나 봐요.”
“현장에 가서 확인부터 하죠.”
동쪽 보관소의 문은 동그랗게 열렸다. 정우는 조끼 지퍼를 끝까지 잠그고 시설팀의 노아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바닥에는 발자국처럼 눌린 자국이 있었고, 높이 매달린 선반마다 여러 크기의 상자가 있었다.
미루는 입구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바닥에 아무 그림자도 없었다. 램프를 다른 쪽에서 비춰도 의자 밑은 텅 비었다. 정우는 그 사실을 보고 나서야 목 뒤가 서늘해졌다.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이 상자를 찾으러 어제 왔어요. 집에 갈 때는 늦은 오후였는데, 발밑이 이상한 줄도 몰랐어요.”
상자에는 운송인 이름, 물건 이름, 도착 시간이 적혀 있었다. 물건 이름은 ‘재단 견본’. 특별 처리란에는 그림자 보존이라고 쓰여 있었다. 미루가 만든 천은 완성되기 전에 빛을 직접 받으면 색이 변해서, 그림자 아래에서 보관한다고 했다.
“실제 그림자를 빌린다는 뜻인가요?”
“그늘진 선반을 쓰겠다는 뜻으로 신청했어요.”
정우는 미루의 접수증을 봤다. 접수증에는 ‘그늘 보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관소 장부에는 ‘그림자 보관’으로 옮겨져 있었다. 누군가 비슷한 말을 같은 뜻으로 처리한 것이다.
노아는 장부를 열고 미루에게 수정 서명을 요청했다. 정우가 손을 들었다.
“수정 전에 여기서 뭘 꺼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지금 글씨만 바꾸면 그림자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잖아요.”
노아는 펜을 멈췄다. 창고에는 주문된 물건을 견본처럼 보관하는 봉인 선반이 있었고, 그림자는 실물이 없는 물건으로 분류되어 그곳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했다. 잘못 작성된 계약은 바로 없애는 게 아니라, 붙잡힌 것을 먼저 돌려보내야 했다.
그들은 선반 번호를 찾았다. 칠 층짜리 높은 선반의 맨 위였다. 아래 칸에는 회색 흙덩어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노아가 작은 방패를 꺼냈다.
“보관소 지킴이예요. 봉인 선반을 움직이면 일어납니다.”
정우는 아래에서 본 크기와 가까이 다가갔을 때의 크기가 다른 것을 알아챘다. 흙덩어리는 몸을 펼칠수록 선반 바깥으로 커졌다. 통로 폭을 막으면 사다리를 가져올 수 없었다.
“어떻게 지나갑니까?”
“잠깐 빛을 가리면 그림자가 작아져요. 그 사이 뒤로 돌아가면 되는데, 램프를 끄는 건 금지예요. 보관실 전체 봉인이 풀리거든요.”
정우는 램프를 끄지 않고 흙덩어리 쪽으로 가는 빛만 줄일 방법을 찾았다. 상온 유지 덮개를 쓰던 어제의 손끝이 떠올랐다. 하지만 선반의 작은 이름표들까지 어둡게 만들면 안 됐다.
“빈 수레 칸막이요. 두 개면 아래쪽 빛만 가릴 수 있겠어요.”
노아는 창고 규정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루가 입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칸막이를 가리켰다. 그들은 칸막이를 세우고, 바퀴의 브레이크가 잠겼는지 각각 확인했다.
그림자가 작은 쪽으로 줄자 흙덩어리의 등도 낮아졌다. 노아가 사다리를 옮기는 동안 정우는 칸막이를 붙잡았다. 선반 위로 올라간 노아가 작은 유리통을 꺼냈다. 안쪽에서는 까만 천 조각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회수 번호 확인!”
노아가 번호를 읽었다. 정우는 미루의 접수증과 대조했다. 앞의 세 자리는 같았지만 뒤의 두 자리가 달랐다.
“그건 아닙니다. 다음 칸이요.”
노아가 유리통을 되돌려 놓는 순간 수레의 바퀴가 조금 움직였다. 칸막이 밑에 깔린 먼지가 브레이크를 밀어 내고 있었다. 흙덩어리의 등이 다시 높아졌다. 정우는 손으로 수레를 버티려다 바퀴를 보았다. 미끄러운 바닥에서는 힘보다 고정할 모서리가 필요했다.
그는 주머니의 황동 손전등을 쓰려다가 그만뒀다. 부수면 안 될 장비였다. 대신 바로 옆의 빈 수레에서 정식 고임목 두 개를 찾아 바퀴 앞뒤에 끼웠다. 수레가 멈추자 손바닥을 뗄 수 있었다.
두 번째 유리통의 번호는 맞았다. 노아가 통을 들고 내려왔고, 그들은 들어온 순서의 반대로 선반에서 물러났다. 칸막이를 치우자 흙덩어리는 그들을 쫓지 않았다. 조용히 원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미루는 관리소가 확인한 반환 절차를 읽었다. 유리통은 의뢰인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열어야 했다. 통의 마개가 돌아가자 까만 조각이 바닥으로 흘렀다. 미루의 신발 끝에 닿은 뒤 발뒤꿈치 쪽으로 길게 퍼졌다.
그녀가 천천히 일어섰다. 한 걸음 걸을 때 그림자가 함께 움직였다. 또 한 걸음을 걷고 난 뒤에야 미루는 어깨에서 힘을 풀었다.
“천은 돌려받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집까지만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정우는 그녀의 빈 접수증 뒷면에 재단 견본의 보관 위치도 적어 줬다. 둘은 다른 물건이었다. 그림자를 돌려받았다고 천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일곱 시 사십 분, 관리소에서 윤기가 완료 보고서를 읽었다. 정우는 보관소 원본 장부와 접수증을 함께 첨부했다. ‘이름 오기재’라고만 적었다가 지웠다. 창고 직원 개인의 실수로 끝내면 다음 사람도 비슷한 말을 그대로 옮길 수 있었다.
‘서로 다른 항목에 같은 설명을 쓰지 않도록 선택란 분리 필요.’
윤기는 그 문장에 동그라미를 쳤다. 노아는 현장 직원들에게 공유할 도면을 그렸다. 정우는 자기가 가장 빨리 움직인 사람도, 가장 무거운 물건을 든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틀린 유리통을 가져오지 않았다. 오늘은 그것이 자기 몫이었다.
라온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렸다. 보호대 아래로 발이 움직였고, 바닥에는 그의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
“다음 의뢰도 같이 가실래요? 경로가 지도랑 자꾸 달라지는 곳인데.”
정우는 시계를 봤다. 일곱 시 오십 분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요. 다음 근무일에 읽겠습니다.”
라온은 웃으며 종이를 건넸다. 정우는 엘리베이터가 일 층에 닿은 뒤에야 그것을 펼쳤다. 귀가를 서두르던 발이 잠깐 멈췄다.
의뢰 장소의 지도에는 낯익은 지하 주차장 세 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그의 회사 비품 창고가 있었다.
‘출입구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서 물건이 사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