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아래로 가는 퇴근
작가: 밤작가 (예시용 가상 필명)
창작 방식: AI 생성 · AI가 작성한 오리지널 예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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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여섯 시가 되면 이정우는 컴퓨터보다 먼저 물병 뚜껑을 닫았다. 아직 다 못 쓴 문서는 자동 저장이 되지만, 열린 물병은 가방 안에서 알아서 닫히지 않았다. 구매관리팀에서 칠 년을 버티며 얻은 요령이었다.
그날은 퇴근 전에 복사용지 주문 수량을 고쳤다. 한 상자에 다섯 묶음이 든 것을 다섯 상자로 입력한 신입에게, 정우는 포장 단위부터 확인하라고 말했다. 자기도 첫해에 같은 실수를 했다는 말은 덧붙였다. 신입의 얼굴이 조금 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모니터를 껐다.
엘리베이터는 혼자 탔다. 일 층 버튼을 눌렀는데 표시창에 낯선 숫자가 떴다.
B99.
정우는 버튼을 다시 눌렀다. 문 열림도, 비상 호출도 반응하지 않았다. 천장 조명은 켜져 있었고 휴대전화 화면에는 여전히 여섯 시 일 분이었다. 지하 주차장이 세 층밖에 없다는 사실만 제대로 기억났다.
문이 열리자 마른 돌 냄새가 났다. 안내 데스크 뒤에는 셔츠 위로 짧은 망토를 걸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입구 바닥에 붙은 선은 흰색이 아니라 희미한 빛이었다. 그 빛을 따라 큰 가방을 진 사람들이 줄지어 움직였다.
“신규 야간 인력이세요?”
데스크의 여자가 물었다. 명찰에는 윤기, 경계시설 관리소라고 적혀 있었다.
“저는 퇴근하는 사람인데요.”
“둘 다 맞을 수도 있어요. 돌아가실 거면 여기 확인해 주세요.”
정우는 그녀가 내민 종이의 마지막 줄부터 읽었다. 원래부터 서류는 마지막 줄을 먼저 봤다. 작은 글씨로 무료 귀환이 보장된다고 쓰여 있었다. 반면 첫째 줄은 신규 인력 등록 신청서였다.
“돌아가는 데 취업 신청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윤기는 종이를 자기 쪽으로 돌려 보고 다른 서랍을 열었다.
“죄송해요. 양식을 잘못 꺼냈네요. 귀환 안내입니다. 동의나 서명은 필요 없어요.”
안내에 따르면 매일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 그 엘리베이터를 통해 두 세계를 오갈 수 있었다. 지상 건물의 예전 임대 계약에 출입구가 붙어 있다는 설명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타고 일 층을 누르면 된다는 문장은 이해했다.
정우가 돌아서자 복도 끝에서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커다란 회색 문이 한 번 구겨졌다가 펴졌다. 사람이 돌에 갇힌 것 같은 웅얼거림이 안쪽에서 들렸다.
윤기가 데스크 아래의 노란 손잡이를 당겼다. 입구 선의 빛이 빨갛게 바뀌었다. 짐을 든 사람들은 물러났지만 문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삼 번 통로, 인원 불일치.”
윤기는 짧게 말하고 다른 직원에게 무전을 했다. 답변 대신 잡음이 왔다. 그녀는 정우에게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 달라고 했다. 정우는 문틈에 물건을 끼우려다가 멈췄다.
“열림 버튼으로는 안 됩니까?”
“지금은 작동해요.”
그는 버튼을 누르고 섰다. 사람들이 빠르게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빈 수레를 밀던 남자가 윤기에게 푸른 종이를 건넸다. 윤기는 종이를 보자 얼굴을 굳혔다.
정우가 버튼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몇 명이 들어갔는데요?”
“운송인 셋, 화물 넷. 계약에 서명한 사람이 통과하면 문이 닫히는데, 완료로 찍혔어요. 그런데 한 사람이 안 나왔어요.”
“화물이 넷이라는 게 상자 네 개예요?”
“묶음이요.”
“그럼 저 수레가 왜 다섯 개죠?”
정우는 벽 아래에 놓인 꼬리표를 셌다. 다섯 개의 수레에 같은 운송 번호가 붙어 있었다. 푸른 종이를 받아 보니 네 묶음 중 하나의 포장란에 ‘두 수레’라고 적혀 있었다. 완료란에는 수레 네 대라고 쓰여 있었다.
“사람이 사라진 게 아니라, 수레 한 대를 사람으로 완료 처리한 건 아닙니까?”
윤기가 종이를 빛 아래로 들었다. 지워진 선 하나가 보였다. 운송인이 수레를 새로 나누면서 인원 칸을 건드린 흔적이었다. 윤기는 관리소 직인을 찍고 빨간 문을 향해 달렸다.
“확인할 사람이 필요해요. 강제로 들어가면 문이 더 꼬여요.”
그녀가 말했다. 정우는 돌아가는 엘리베이터와 회색 문을 번갈아 보았다. 안쪽에서 누군가 바닥을 세 번 두드렸다. 이제는 웅얼거림이 아니라 사람이 내는 신호로 들렸다.
“여기 버튼은 누가 잡습니까?”
빈 수레를 밀던 남자가 자리를 바꿨다. 윤기는 정우에게 작은 황동 손전등을 건넸다. 그는 무게를 확인한 뒤 손목 끈을 걸었다. 현장 창고에 갈 때 하던 동작과 같았다.
문 안에는 좁은 돌길이 있었다. 스무 걸음 떨어진 곳에 남자가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천장을 낮게 가로지르는 회색 띠가 걸려 있었다. 띠가 흔들릴 때마다 바닥도 작게 움직였다. 정우는 앞으로 달려가려던 발을 멈췄다.
“발목을 다쳤어요.”
남자가 말했다.
“이름이요?”
“라온. 뒤쪽 수레를 끌다가 길이 접혔어요.”
정우는 이름을 윤기에게 알려 줬다. 윤기는 장부에 ‘운송인 라온, 귀환 미완료’라고 쓰고 직인을 찍었다. 회색 띠가 조금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길이 다시 흔들렸다. 정우가 손전등을 돌려 바닥을 보자 다섯 번째 수레의 바퀴가 홈에 끼어 있었다.
“사람만 바꿔 쓰면 되는 게 아닌가 보네요.”
“실제 짐도 확인해야 해요. 통로는 서류랑 현물이 맞아야 안정돼요.”
정우는 혼자 바퀴를 들어 보려다가 무게에 손을 놨다. 라온에게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한 뒤, 윤기를 불렀다. 둘이 손잡이를 조금 들고 비틀자 바퀴가 홈을 벗어났다. 윤기가 수레 꼬리표를 장부에 대는 순간 바닥의 빛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길이 멈추고 나서야 정우는 라온의 한쪽 팔을 어깨에 걸었다. 세 사람은 수레를 앞세워 문을 나왔다. 수레가 다섯 번째 물건으로 확인되고 라온이 세 번째 사람으로 기록되자, 문은 평범한 문처럼 닫혔다.
관리소 의무실 직원이 라온을 데려갔다. 정우의 셔츠에는 돌 먼지가 묻었고 손목에는 손전등 끈 자국이 남았다. 윤기가 종이컵에 물을 담아 줬다.
“처음 오신 분한테 일을 부탁했네요. 오늘 지원 수당은 드릴게요. 다음에는 오지 않으셔도 되고요.”
“다음이 있어도 제가 들어갈 수 있습니까?”
정우는 묻고 나서 자신이 왜 묻는지 생각했다. 방금 한 일은 메일로 수량을 고치는 것보다 훨씬 무거웠다. 틀린 숫자 하나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분명했다.
윤기는 명함을 내밀었다. 뒷면에는 지상의 전화번호와 사업체 이름이 있었다. 경계시설 관리 주식회사. 정우가 다니는 건물의 지하 설비를 관리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왔다. 일 층 표시창에는 여섯 시 사십칠 분이 떠 있었다. 밖은 아직 저녁이었다. 물병은 가방 안에서 새지 않았고, 발밑에는 자기 회사가 아닌 곳의 흙이 떨어졌다.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지원 수당 지급을 위한 신청 안내였다. 정우는 링크를 누르지 않고 명함의 번호부터 확인했다. 이어 관리소가 보낸 서류 사진의 맨 아래를 확대했다.
지하 출입구 최초 임대인 직인.
그 직인은 회사 비품 창고의 오래된 물품 대장에서 본 것과 같았다. 등록된 출입자 명단의 마지막 줄에는, 아직 써 본 적 없는 그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