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20화. 서봄의 그림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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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내가 없었다.
도은이 보낸 사진을 한참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여자 둘과 작은 아이.
지붕이 긴 집.
집보다 큰 기린.
기린의 목은 종이 두 장을 이어 붙인 곳까지 올라가 있었다.
나는 사진을 더 크게 보았다.
세 사람은 손을 잡지 않고 각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림을 그린 아이는 자기 물건을 가진 사람들을 그렸다.
* * *
목요일 아침이었다.
도은은 봄이 그림을 보여줘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나는 답장을 쓰다가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잘 그렸다고 하면 됐다.
그런데 나는 그림을 잘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참 뒤 지붕이 길다고 적었다.
도은에게서 답이 왔다.
비 많이 와도 안 새게 그렸대요.
나는 사진을 다시 봤다.
그 아이는 오래 기다리던 학교 대신 낯선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자기 집을 그릴 수는 있었다.
* * *
도은은 그 아침에 일을 하나 받았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이 짧은 인터뷰 정리를 부탁했다.
회사 사건과 무관한 자료였다.
돈이 많지는 않았다.
그녀는 먼저 가능한 시간을 물었다.
봄이 잠들고 나서 할 생각이었다.
미란이 그 이야기를 듣고 낮에 아이를 봐주겠다고 했다.
도은은 바로 고맙다고 하지 못했다.
친구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 이미 많았다.
미란은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고맙다는 말 길게 하지 말고, 끝나면 나 커피 사.”
도은은 웃었다.
그 정도는 약속할 수 있었다.
* * *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음성을 들었다.
말하는 사람은 자꾸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문장을 고치다가 도은의 손이 멈췄다.
전 같으면 읽기 편하게 줄였을 부분이었다.
그녀는 원래 문장과 정리한 문장을 나란히 놓았다.
상대가 한 말을 다른 뜻으로 바꾸지 않았는지 봤다.
그 일을 평생 못 할 것 같았는데, 손은 아직 일을 기억했다.
바깥에서 봄이 미란에게 무언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
도은은 이어폰 한쪽을 뺐다가 다시 끼었다.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동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니 그 사실에 조금 덜 미안해졌다.
봄이 문을 두드린 것은 두 번째 파일을 열었을 때였다. 도은은 이어폰을 벗었다. 아이는 종이를 들고 있었지만 들어오지는 않았다.
“엄마, 이거 지금 봐야 돼?”
“다 끝나고 보면 안 될까?”
봄은 잠깐 생각하다가 종이를 뒤집었다.
“그러면 깜짝 선물이지.”
복도에서 미란의 웃음이 들렸다. 도은도 웃고 문을 닫았다. 조금 전까지 붙들고 있던 문장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딸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해도 하루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 * *
점심 무렵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일을 준 사람이었다.
도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
혹시 그 회사에서 무언가 말했을까.
자기 이름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닐까.
상대는 다른 질문을 했다.
“이 문장은 원래 말한 느낌이 남아 있네요. 좀 덜 매끈해도 이쪽으로 갈까요?”
도은은 화면을 봤다.
반복을 전부 지우지 않은 문장이었다.
“그쪽이 맞는 것 같아요.”
그녀가 답했다.
상대는 알겠다고 했다.
전화가 짧게 끝났다.
도은은 그 뒤로도 한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잘못한 일이 있다고 모든 일이 같은 모양이 되지는 않았다.
* * *
나는 약을 먹고 작은 방을 정리했다.
옷은 여전히 부족했다.
오세진이 찾아온 여관에 두고 온 가방을 생각했다.
그 안에는 크게 아쉬울 물건이 없다고 여겼다.
막상 없어 보니 매일 입을 옷부터 아쉬웠다.
나는 옷 한 벌을 샀다.
팔을 들기 어려워 입어 보는 데 오래 걸렸다.
가게 주인은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거울에 비친 나는 잘 차려입은 사람도, 위협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다친 팔을 빼느라 얼굴을 찡그리는 중년 남자였다.
나는 그 얼굴을 그냥 봤다.
* * *
도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내가 보낸 짧은 답장을 보고 웃었다고 했다.
기린보다 지붕을 먼저 보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나는 비가 오면 지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녀가 또 웃었다.
그 웃음이 지난 토요일의 일까지 지우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늘 통화에는 오늘의 목소리가 있었다.
“일 끝났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도은은 평범한 인터뷰 정리라고 했다.
자기 이름으로 보내고 답장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수고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 말이 크게 틀린 것 같지 않았다.
* * *
“봄이는 뭐 들고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림 속 아이의 손에 작은 네모가 있었다.
도은은 다시 그림을 봤다.
“책이래요.”
“그럼 옆의 건.”
“미란 씨는 컵. 저는 전화기.”
나는 사진을 봤다.
그 아이에게 어머니는 전화기를 든 사람이었다.
며칠 동안 전화를 받아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람.
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도은은 내 침묵을 알아들었는지 말했다.
“나중에는 다른 걸 들고 그리겠죠.”
그녀의 목소리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늘 당장 모든 그림을 고치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 * *
나는 아이에게 무언가 보내고 싶어졌다.
큰 공책이나 장난감 같은 것.
한 번 생각하자 그럴듯한 물건들이 여러 개 떠올랐다.
도은은 듣다가 말했다.
“지금 필요한 건 있어요. 없는 게 뭔지 물어볼게요.”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녀가 바로 대답했다.
“없대요.”
나는 조금 웃었다.
도은도 웃었다.
내가 가진 돈으로 그 집에 내 자리를 하나 더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 말을 밖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했다.
* * *
도은은 오후에 다시 형사를 만났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떨려 첫 문장을 못 읽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일이 쉬워진 것은 아니었다.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어제 기억나지 않던 것이 오늘 떠오르면 왜 이제 말하느냐는 질문을 받을까 봐 걱정했다.
오세진은 생각난 부분을 말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문재경이 자료를 모을 때 원진욱 쪽 사람에게 전화를 받던 일을 말했다.
어느 날인지 정확하지 않았다.
그는 날짜를 억지로 맞추게 하지 않았다.
도은은 자기가 덜 유능해 보이는 것을 조금 견딜 수 있게 됐다.
* * *
면담을 마친 뒤 세진이 말했다.
“박무명 씨 얘기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도은은 가방끈을 잡았다.
“저한테 자세히 말씀 안 하셔도 돼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물었다.
“그 사람 아내분이 있다고 했죠.”
세진은 직접 연락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도은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장경수의 가족이었다.
무명의 이야기를 듣고 흔들리는 자기 마음을 그 가족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질문을 거기서 멈췄다.
이해받아야 하는 사람이 항상 자기는 아니었다.
* * *
미란은 도은이 돌아오자 커피를 사 오라고 했다.
도은은 정말 잊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깐 마주 보다가 웃었다.
봄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른들이 커피 약속을 잊었다고 하자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얼굴로 다시 책을 폈다.
도은은 근처에서 커피를 받아 왔다.
미란은 종이컵을 들고 길게 한 모금 마셨다.
“나도 내일은 오전에 좀 나갔다 올게.”
그녀가 말했다.
도은은 그러라고 했다.
친구의 생활도 계속되고 있었다.
자기가 지켜야 할 것은 딸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생활을 혼자 대신할 수는 없었다.
* * *
저녁에 도은이 내게 물었다.
“오늘은 어디 안 갔어요?”
나는 옷을 사 왔다고 했다.
그녀가 잠깐 조용해졌다.
“그 옷을 계속 입고 있었어요?”
나는 예라고 했다.
도은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상처 이야기보다 그쪽에 더 어이없어했다.
“좀 쉬었다면서요.”
“옷 사는 것도 쉬는 일에 들어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는 어땠냐고 물었다.
나는 새 옷이 조금 까슬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한 번 빨면 나아질 거라고 했다.
어떻게 빨아야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 * *
통화를 끝내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늘 잘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림을 다시 열었다.
전화기를 든 어머니.
컵을 든 친구.
책을 든 아이.
각자 자기 물건을 내려놓고 잘 수 있는 밤이었다.
나는 잘 자라고 말했다.
그녀도 같은 말을 했다.
전화가 끊겼다.
나는 문밖의 발소리를 한 번 듣고 눈을 감았다.
완전히 편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은 그녀가 안전한지 묻는 전화를 다시 걸지 않았다.
* * *
밤이 깊기 전 오세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받았다.
그는 백원식이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내용 전부를 내게 들려주지는 않았다.
대신 한 가지를 물었다.
“성기철이 원진욱을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까.”
나는 확실히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형사가 알겠다고 했다.
통화가 끝난 뒤 선생님의 번호를 보았다.
그가 중개자보다 위에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얼마나 위였는지는 몰랐다.
전화기가 다시 진동했다.
이번에는 선생님이었다.
* * *
문자는 한 줄이었다.
내가 연락할 때까지 누구도 만나지 마라.
나는 오래 그 문장을 봤다.
평소의 그라면 어디로 오라고 했을 것이다.
무엇을 가져오라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이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선생님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그림 사진을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따뜻한 하루가 끝났다고 해서 밖의 일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누가 먼저 버려질 차례인지, 저쪽에서도 계산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