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S급 건물주, 던전을 사서 재개발한다

1화 · 1화. 청산당한 건물주

작가: 뉴비

창작 방식: AI 생성 · 사용자가 제공한 기획을 바탕으로 AI 집필·편집을 거친 원고입니다.

공개: · 수정:

내 건물이 무너지던 날에도 월세는 들어왔다.

[입금 18,000,000원. 1102호.]

알림을 확인하는 사이 집무실 바닥이 기울었다. 책상 위 도장이 굴러갔고, 통유리 너머로 맞은편 빌딩의 옥상이 솟아올랐다.

아니. 내가 내려가고 있었다.

“대표님! 옥상으로 가셔야 합니다!”

비상문을 붙잡은 관리소장이 소리쳤다. 그의 뒤로 깨진 스프링클러가 물을 쏟았다.

“지하에는?”
“구조대가 들어갔습니다!”
“몇 명 남았냐고!”

소장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벽에 붙은 입주 현황판을 봤다. 지하 식당 여덟 곳. 새벽 배송 기사 대기실. 기계실 당직자 두 명.

방금 전까지 매달 십억 원을 벌어 주던 이름들이었다.

창밖에서 검은 기둥이 치솟았다. 건물 지하에 있던 게이트였다. 완전히 길들였다는 A급 던전. 전력을 싸게 공급하고, 건물값을 세 배로 올려 줬다는 효자 매물.

검은 기둥이 내 빌딩을 안쪽부터 벌렸다.

“안전 등급 S라더니.”

오백억짜리 건물의 마지막 정기 점검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집무실 서랍에서 마스터키를 꺼냈다. 소장이 팔을 잡았다.

“내려가시면 죽습니다.”
“동쪽 비상계단은 아직 살아 있어. 지하 방화문부터 열고 올라가.”
“대표님!”
“열쇠 가져가!”

소장 손에 키를 쥐여 주고 밀었다. 문이 닫힌 직후 천장에서 철골이 떨어졌다. 비상문과 내 사이를 정확히 가로막았다.

주먹으로 철골을 쳤다.

아팠다.

S급 건물주. 잡지에서 붙여 준 별명이었다. 헌터들의 임대료를 받을 때는 그럴듯했는데, 정작 주먹은 마흔다섯 살 일반인의 것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던전 소유권 거래소의 자동 안내였다.

“강건물 고객님. 보유 자산의 핵 소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담보 가치는 영으로 조정되며, 연결 채무의 청산 절차가……”

통화를 끊었다.

죽는 사람한테 독촉은 빠르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먹통이던 벽면 방재 모니터가 잠깐 켜졌다. 지하 계단 화면 속에서 관리소장이 사람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흰 조리복. 파란 작업복. 어깨를 빌려 절뚝이는 사람.

세다가 열한 명에서 놓쳤다.

그들이 다음 계단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숨을 내쉬었다.

열 살 때, 아버지 건물 현관에 빨간 종이가 붙었다. 외환 위기라는 말은 몰랐다. 아버지가 매일 닦던 유리문을 그날부터 다른 사람이 잠갔다는 것만 알았다.

나는 내 이름이 적힌 건물을 가지면 다시는 쫓겨나지 않을 줄 알았다.

십 년을 모으고 빌리고 갚았다.

그 끝에 남은 것이 이 꼴이었다.

바닥이 꺼졌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화면에는 방금 들어온 임대료가 떠 있었다.

천팔백만 원.

이걸로는 떨어지는 사람 하나도 못 받친다.

* * *

쿵.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는 양팔로 머리를 감싼 채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다. 유리 파편도, 철골도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머리 위에서 말했다.

“아저씨. 의자 부수면 물어내셔야 돼요.”

눈을 들었다.

플라스틱 의자 한쪽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컵라면에 물을 붓다가 나를 보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팔을 훑었다. 상처가 없었다. 시계도 없었다. 대신 손목에는 오래전에 끊어 버린 고무줄이 감겨 있었다. 임장 다닐 때 계약서 묶는 데 쓰던 것이었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낡은 화면. 금 간 모서리. 날짜를 세 번 읽었다.

정확히 오 년 전이었다.

“오늘 며칠입니까?”
“화면 보시면서 왜 물으세요?”

텔레비전에서 속보 자막이 올라왔다.

서울 도심에서 정체불명의 균열 발견.

아르바이트생이 리모컨을 집었다. 나는 그의 손보다 먼저 텔레비전에 눈을 박았다.

홍대입구. 왕복 차로를 가로질러 선 보랏빛 문. 취재 기자는 문 안쪽에 또 다른 상가 골목이 보인다고 떠들었다.

최초의 게이트가 열린 날.

오 년 뒤 내 건물을 삼킬 재앙의 시작이었다.

나는 뛰쳐나갔다가 세 걸음 만에 멈췄다.

다시 들어가 의자 값을 냈다.

아르바이트생은 오만 원권과 내 얼굴을 번갈아 봤다.

“거스름돈…….”
“의자 좋은 걸로 사요.”

이번에는 부러지지 않는 것으로.

거리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전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보랏빛 균열이 구름 밑에 가느다란 금을 긋고 있었다.

나는 은행 앱을 열었다.

일억 삼천이백사십만 원.

꼬마빌딩 계약금을 넣기 전이었다. 아직 취소할 계약도 없었다. 부동산 중개 일을 하며 모은 돈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내일이면 건물 주인은 게이트에서 세 블록 떨어졌다는 이유로 가격을 깎아 주겠다고 연락한다. 한 달 뒤에는 호재라며 두 배를 부른다.

그 건물은 사면 안 됐다.

오 년 뒤 내 빌딩처럼 무너질 테니까.

휴대전화를 내리자, 길 건너 상가 위에 문서 한 장이 펼쳐졌다.

반투명한 종이였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건물주의 눈]
[일반 건축물. 열람 대상이 아닙니다.]

눈을 비볐다. 문서는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시선을 보랏빛 균열로 옮겼다.

이번에는 글자가 빽빽하게 채워졌다.

[미등록 던전. 소유권 미확정.]
[구조 정보: 거리 초과로 열람 불가.]

헌터들이 보던 상태창이었다.

전생에는 아무리 위험한 게이트를 기웃거려도 뜨지 않던 것이, 이번에는 건축물대장처럼 생겨서 나타났다.

문서 아래에 도장 모양 표시가 있었다. 손가락을 가져가자 오른손이 묵직해졌다.

[철거권]
[소유권이 확보된 건물 및 던전의 구조체를 일격에 철거합니다.]
[재건축 기능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나는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그 철골을 치던 주먹이 떠올랐다.

이게 그때 있었더라면.

곧바로 붉은 글씨가 붙었다.

[정상 사용 한도: 하루 1회.]
[사용한 팔의 예상 고정 치료 기간: 30일.]

“하루 한 번인데 깁스를 한 달?”

지나가던 여자가 내 쪽을 흘끗 봤다. 나는 혼잣말을 삼켰다.

철거비 대신 병원비를 받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재건축은 알아서 하란다.

좋다. 적어도 견적은 숨기지 않았다.

문서를 닫고 골목을 바라봤다. 건물마다 사람들의 고개가 삐져나와 있었다. 창문틀을 잡은 손, 옥상 난간에 널린 빨래, 문 앞에 쌓인 배달 상자.

오 년 뒤에는 이 중 절반이 사라진다.

지금 당장 떠들어 봐야 믿어 줄 사람은 없었다. 나부터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먼저 사야 했다.

게이트 위에 지은 건물은 무너졌다. 그렇다면 게이트부터 손봐야 했다.

내가 값을 알고, 남들은 모르는 매물이 하나 있었다.

* * *

구십 일 뒤, 홍대입구 게이트 앞에 경매용 플라스틱 탁자가 놓였다.

나는 의자 다리부터 확인하고 앉았다.

던전 소유권 거래소라는 거창한 현수막 아래였지만, 접수대는 접이식 탁자 두 개가 전부였다. 프린터에 걸린 종이를 빼느라 직원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린 뒤 사람들 머리 위로는 이상한 것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검을 얻었고, 누군가는 불을 뿜었다. 던전 입구에는 소유자를 등록하라는 문서가 붙었다.

한 달 만에 길드들이 그 문서 때문에 싸웠다. 두 달째에는 헌터 협회가 생겼다. 석 달째인 오늘, 협회는 돈을 받고 소유권을 넘기기로 했다.

탁자 위 안내문에는 협회가 만든 임시 거래 규칙이 적혀 있었다. 등록비, 경계 유지비, 내부 사고 책임.

아래로 갈수록 글씨가 작아졌다.

나는 마지막 장부터 읽었다.

“매각 후 유지비도 구매자 부담이네요.”
“그래서 싸게 나왔습니다.”

직원이 종이를 잡아당기려다 멈췄다. 내가 아직 손을 떼지 않아서였다.

“기존 탐사대가 설치한 장비는요?”
“휴대 장비는 회수했습니다.”
“던전 안에 남은 사람은?”
“없습니다. 세 번 확인했고요.”

그제야 나는 종이를 놓았다.

석 달 동안 게이트 아홉 곳을 돌아다녔다. 내 눈에 뜨는 구조도와 실제 통로가 맞는지, 수익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확인했다. 던전 안에 들어가는 비용만으로 통장이 가벼워졌다.

오늘 쓸 수 있는 돈은 일억 이천팔백만 원.

여기서 까딱하면 건물주가 아니라 던전 세입자가 된다.

뒤편에서 헌터 둘이 담배를 피우며 웃었다.

“누가 저걸 사? 몬스터도 씨가 말랐는데.”
“보스방까지 달리기나 하면 되지. 체육관으로 쓰든가.”

보랏빛 문 너머로 길게 늘어진 상가 복도가 보였다. 셔터는 전부 내려가 있었다. 천장에서는 누런 물이 똑같은 간격으로 떨어졌다.

탐사대가 보고한 자원량은 영. 마석도 영. 몬스터조차 살지 못하는 F급 던전.

공실률 백 퍼센트.

이곳은 전생에서도 첫 매각 때 팔리지 않았다. 협회가 출입구를 막은 뒤 오 년 동안 방치했다.

그러다 서울이 무너지던 날, 이 게이트에서만 사람들이 살아 나왔다.

내 집무실 텔레비전에서 본 마지막 뉴스였다. 지하 깊은 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피난 공간이 있다는 보도. 그 위로 내 건물 붕괴 속보가 덮였다.

위치는 알았다. 들어가는 방법은 몰랐다.

그 때문에 석 달을 기다렸다.

“빈 곳은 아닌데.”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젊은 여자가 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종이컵, 목에는 임시 감정사 명찰. 이름은 지은이었다.

명찰 가장자리의 등급란은 스티커로 가려져 있었다.

“남은 사람 있습니까?”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바람도 없는데 게이트 안쪽 셔터 하나가 가볍게 떨렸다.

툭. 툭툭.

빗방울 소리와 간격이 달랐다.

나는 펜을 뺐다.

“어디서 납니까?”
“들려요?”
“소리는 들립니다.”

지은이 처음으로 내 얼굴을 제대로 봤다.

“열일곱 번째 셔터 뒤요. 탐사팀은 그 앞에 가면 다른 길로 돌아요. 자기도 모르게.”
“보고는 했고요?”
“했죠. 감정 결과에 적었더니 소음이라고 지우래요.”

그녀는 접수대의 두꺼운 서류철을 턱으로 가리켰다.

“살 거면 제가 낸 원본도 읽어요. 특히 마지막 장.”

나는 지은의 종이컵 옆에 놓인 감정서를 집어 마지막 장을 펼쳤다.

열일곱 번째 구획. 외벽 길이와 내부 복도 길이 불일치. 기존 탐사 결과로는 안전 확인 불가.

그 문장 아래 붉은 펜으로 재탐사 필요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해당 구획을 동그라미 쳤다. 그때 직원이 걸어왔다.

“참가자분들, 지금부터 매물 설명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뒤의 헌터 둘은 담배를 끄고 떠났다. 열두 개나 펼쳐 둔 의자에 남은 사람은 나와 지은뿐이었다.

직원이 헛기침을 했다.

“홍대입구 게이트. 등급 F. 최저 매각가 일억 원입니다.”

일억.

마흔 살까지 모은 돈 대부분이었다.

나는 게이트를 똑바로 봤다.

눈앞에 던전의 등기부가 펼쳐졌다. 앞선 아홉 곳과 달리, 지하로 향하는 선 하나가 계속 깊어졌다.

아무도 사지 않은 땅 밑에 층이 하나 더 있었다.

[재개발 적합도: S]
[예상 수익률: +10,000%]
[조건: 은폐된 하부 구조 확보. 기존 구조체 철거.]

그 아래에는 아직 잠긴 항목이 남아 있었다. 안전한 건물로 만들려면 얼마가 더 들지, 팔 하나로 어디까지 부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백억짜리 건물이 무너질 때, 여기는 버텼다.

그 사실에는 가격표가 없었다.

나는 참가 번호판을 집었다.

직원이 가까이 다가왔다. 마이크를 손으로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사실 겁니까? 저거 사면 죽어요.”

지은은 말리지 않았다. 대신 열일곱 번째 셔터를 보고 있었다.

안쪽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툭. 툭툭.

나는 번호판을 들었다.

“일억.”

이번에는 안 무너지는 건물을 올릴 생각이었다.